30분 후, 항학명이 자전거로 헥헥대며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 벌써 마당에 사람이 가득했다.
항학명이 긴장한 얼굴로 체인을 채우고는 상황을 살피려고 병원 안으로 달려 들어갔더니 로비에 테이블이 주르륵 놓여있었고, 하얀 가운 차림의 의사들이 컬러 포스터도 걸어 놓고 테이블 뒤에 앉아있었다.
“항학명! 너 어디 갔다 왔냐?”
“마중 갔었죠······.”
연문빈이 뒤에서 나타나 고함치자 항학명이 억울한 듯 대답했다.
“네가 오라고 해놓고 놀러 가다니. 쯧쯧.”
“제가 언제요! 마중 갔었다니까요.”
“못 봤는데?”
“길가에 있었다고요.”
“못 봤어. 맞다. 돼지 꼬리 가지고 왔는데 맛볼래?”
“지금 말고요. 점심때 이야기해요.”
입씨름하기 싫어진 항학명이 나지막이 대답했다.
“오키. 다음엔 꼭 마중 나와라. 놓치지 말고.”
“안 놓쳤어요······.”
연문빈이 하하 웃으며 하는 말에 항학명이 못 말리겠다는 듯 대답했다.
“맞다. 족발이랑 허벅지도 가지고 왔어. 냉동실에 넣어 놔. 누구 선물해도 되고.”
“감사합니다.”
항학명은 입을 뻥끗 거리다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천만에. 어서 능 선생한테 가서 일해라. 눈치 빠르게 해. 너 왜 시골 왔다고 사람이 다 멍청해졌냐? 맞다, 팔채향 돼지 맛있냐? 여기서 키우냐, 아니면 밖에서 사 오냐?”
“글쎄요, 그건 잘······. 됐어요. 저 일 하러 갑니다. 능 선생 어디 있어요?”
“수술실.”
연문빈이 손으로 까딱 가리키자 항학명이 제 머리를 내리쳤다.
“나 뭐래냐. 당연히 수술실이겠지.”
“일단 설비부터 보고 있을 거야. 필요한 거 있으면 아직은 보충할 수 있으니까. 알잖냐, 장안민 선생이랑 능 선생은 다른 거. 어쨌든 장 선생은 능 선생이 키운 의사가 아니니까.”
항학명이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봤다. 누군가 듣게 되면 팔채향 분원 수술이 바로 끊길 테니 장안민의 나쁜 말을 함부로 할 처지가 아니었다.
장안민 지금 능력으로 팔채향 분원의 수술실을 순조롭게 운용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운화병원 수술실과 비교하면 팔채향 수술실 등급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
층류 수술실도 불가능했고, 지면도 평평하지 않았다. 하지만 90년대 병원 수술실보다야 낫고, 소독이나 청소도 잘 되어 있었다.
능연은 흡족하다 아니다 말하기는 어렵다는 마음으로 한 바퀴 둘러봤다.
수술실 기본 조건은 다 갖췄지만, 좋다고 하기엔 부족했다.
투자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층류 수술실로 꾸린다고 해도 효율이 딱히 높아지지는 않는다. 운화병원 수술실은 층류 설비만으로도 팔채향 수술실 10개 값어치를 하지만, 수술 효율이 10%까지 올라갈 리가 없다.
그러나 보다 좋은 지면, 벽면, 천장, 필터, 소독, 배관을 사용하면 수술실 효율이 훨씬 좋아진다.
“쓸 만해?”
“응.”
항학명은 능연의 엉덩이 뒤를 따르며 섣불리 다른 말을 못 하고 물었고, 능연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간호사는 괜찮아?”
“요즘에 수술 많이 해서, 일반 수술은 그래도 익숙할 거야.”
“그럼 됐어. 진료하러 가자.”
상상보다 팔채향 분원 환경이 더 좋아서 능연은 긴말하지 않았다.
항학명은 멍하니 능연을 따라 밖으로 나갔고, 그가 자리에 앉은 걸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님 진료 보시게?”
“의무 검진엔 의사마다 몇 시간씩 진료 의무도 있어.”
능연은 느긋하게 긴 테이블 구석에 앉아 선임 의사처럼 자세를 바로 했다.
너무 지나치게 젊고, 지나치게 잘생겨서 그렇지.
연문빈은 다급히 능연에게 차를 따라주고는 항학명을 향해 고개를 돌려 5, 4, 3······. 하고 숫자를 세는 입모양을 했다.
능연 앞에 순식간에 긴 줄이 생겼다.
“아프면 말씀하세요.”
능연이 환자 복부 촉진하며 말했다. 초음파 같은 기술 수단보다 구식인 촉진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아직도 신체 진찰할 때 빈번하게 사용된다.
물론 영상과 촉진은 이분법적 관계가 아니고 의사들의 선택에 달렸다.
능연은 지금 마스터급 신체 진찰 스킬로 복부 촉진을 하는 것이니 초음파보다 더 정확했고, 기계를 이용할 필요도 없었다.
“안 아파요. 아플 리가요.”
검사 침대에 누운 환자는 신이 나서 능연을 감상하며 대답했다.
“아프면 참으시면 안 돼요. 쑤시는지 저리는지 다 말씀해 주셔야 해요.”
침대 다른 쪽에서 받침대를 밟고 검사하던 여원이 환자에게 n번째로 상기시켜 주었다. 환자는 짜증 난다는 듯 그를 한 번 보고 대충 ‘네’하고 대답하고는 능연을 바라봤다.
“여기 아픈가요?”
자신의 판단대로 신체 진찰을 하는 능연은 요즘 전과 다른 순서와 방법으로 진행했다. 능연의 말에 환자가 숨을 들이쉬며 심하게 아프지 않다고 대답했다.
“조금 아파도 말해야 합니다. 밥 먹으면 아픈가요?”
“가끔요.”
“한두 시간 안에?”
“네, 맞아요. 그런 것도 아시다니! 능 선생님 대단하······.”
“위궤양입니다.”
능연은 상대가 말을 끝내기 전에 자르며 말했다.
“제가 적어드리는 검사 몇 개 하고 가세요. 지금은 심각한 건 아닌데, 예방은 필요합니다.”
그러자 침대 위 남자가 멍해졌다.
“주에 서너 번이나 헬스 하는데 병이 왜 생겨요?”
“헬스 한다고 병이 안 생기나요?”
“헬스······. 헬스잖아요. 몸이 좋아지라고 하는데.”
“생길 병은 생깁니다.”
능연은 검사 처방을 내린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긴장, 과로, 잘못된 음식물 섭취, 날씨 변화 혹은 흡연. 모두 위궤양을 심하게 할 수 있어요. 가볍게 넘기지 말고 주의하세요.”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다가 위궤양이 출혈 혹은 천공되면 골치 아파집니다. 위를 잘라야 할지도 몰라요. 악성 종양이 될 수도 있고요.”
여원의 말에 검사하던 남자가 꽥 고함쳤다.
“암이요?”
“지금은 아니고요. 위험이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가서 잘 검사하시고요. 그러면 됩니다. 아시겠어요?”
“정말 암에 걸릴 수 있어요?”
남자가 불안한 듯 물었다.
“위궤양은 암으로 변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는 질환입니다. 다만 확률이 3% 이하라서 매우 낮습니다.”
능연은 요즘 책을 읽을 때도 포션을 마시면서 내과 서적을 읽으며 기억해야 할 건 족족 기억했다.
“3%라니 낮은 건 아니잖아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요?”
남자는 전혀 위로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우울한 듯 검사 침대에서 내려왔다.
“병원 소화기 내과에 한 번 가보세요.”
능연은 트랜스 의견을 내놓았다.
위궤양 환자 약 처방도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전문적이지는 않으니 말이다. 또 위궤양 혹은 관련 질환을 확진하는 데는 다른 검사도 필요하고 위내시경도 해야 할지 모르는데 의무 검진으로 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니었다.
조금 골치 아파서 그렇지 트랜스는 응급의학과에서 자주 있는 일이었다.
능연은 처방전을 환자에게 넘기고 여원에게 설명하도록 했고, 곁에 있던 왕가가 능연이 따로 뭐라고 이야기하기도 전에 환자 한 명을 데리고 앞으로 나왔다.
능연은 이번에도 질문을 던지면서 신체 진찰을 해서 기초적인 판단을 내렸다. 그의 진단학 실력은 높지 않고 문진 경험도 거의 0에 가까웠지만, 이런 작은 마을에서 내리는 진단은 그래도 여유롭게 할 수 있었다.
운화병원에 오는 환자처럼 중병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처리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팔채향 의무 검진 자체가 건강검진 같은 느낌이고 환자 대부분 건강했고 어느 정도 병이 있긴 해도 심각한 병도 아니고 흔한 병이 많았다.
“능 선생.”
수부외과 왕해양이 능연을 불러냈다.
“이건······.”
능연 앞에 누가 봐도 골절된 손가락이 보였다.
“수술하시겠습니까? 능 선생은 우리 운화병원에서 단지 이식을 가장 잘하는 의사입니다. 이 손가락도 새로 연결만 하면 이제 아플 일 없어요.”
왕해양이 능연을 가리키며 하는 말에 젊은 환자가 데인 듯이 휙 손을 거뒀다.
“얼만데요?”
“보험 있습니까?”
“가장 기본적인 거예요.”
“음, 그럼 다 해서 만 위안 정도 들겠군요.”
“그럼 고민해 보고요.”
환자는 그 자리에서 대답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머뭇거리며 돌아갔다.
“수술 하나 할 수 있을 줄 알았더니 말이야.”
왕해양은 쓴웃음을 지으며 능연을 향해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계속해서 다음 환자를 진료했다.
다들 전문의였지만, 이런 의무 검진에서는 그렇게 따지지 않았고, 진료받으러 오는 사람들도 개의치 않았다.
중국인들은 보편적으로 전문가급 의사는 모든 진료과를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심장과 의사도 적어도 수월하게 위궤양 같은 건 치료해야 한다고 말이다.
중국 전통적인 사상의 영향이었고, 나이 많은 의사에게 편한 점도 되었고 불편한 점도 되었다. 그리고 능연에게도 마찬가지였고.
젊은 환자 신체 진찰을 대부분 마치자, 능연 앞에 줄을 선 사람이 줄어들었다.
계속 테이블 앞에 앉아 있을 필요가 없어진 능연은 여기저기 바삐 움직이며 다른 의사를 도와 경상 환자를 처치했고, 두 시간 사이에 티눈이나 생안손 환자를 일고여덟 명이나 만났다.
그런 작은 증상은 운화병원에서는 레지던트에서 실습생 연습용으로 넘겼다. 원래 가장 간단한 외과 수술이라 정말로 별것 아니었다.
그러나 능연은 오늘은 흘려보내지 않고 현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건 바로 해버렸다.
그 모습에 의무 검진에 참여한 의사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리에 있는 의사 중에 능연이 나이가 가장 어렸고, 그런 그가 앞장서서 일하니 다른 의사들도 흐뭇해졌다.
“인제 보니 능연이 알 건 아는구만.”
능연이 다른 쪽으로 일하러 간 다음 호흡기과 홍 주임이 오늘 세 갑째 담배를 뜯어 불을 붙이며 웃으며 말을 꺼냈다.
“그러게요. 끽소리도 없이 일만 열심히 하는구만요.”
일반 외과에서 온 부주임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를 어떻게 대하느냐도 중요한데 능연은 진료도 진지하게 보는구만.”
그중에서 가장 능연을 잘 아는 왕해양도 눈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보탰다.
“그건 그래.”“젊어서 그렇지, 나이가 좀 더 많았으면 우승기 몇 개 받았겠네.”
홍 주임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승기 하나가 문 쪽에서 훅 들어왔다. 우승기엔 찬양하는 말과 함께 ‘능 선생님께’ 어쩌고가 적혀있었다.
“능 선생님 계신가요?”
수패왕 화도가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물었다. 팔채향에 있는 그는 넘치는 힘을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었고, 선물 주는 것도 목에 힘을 가득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