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 담배 한 대 피우세요.”
수패왕이 중화담배 한 박스를 들고 사람들에게 일일이 담배를 나눠주었다.
병원 로비에서 진찰 중이던 사람은 기본적으로 모두 팔채향 사람이고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얼굴은 익숙했다.
수패왕도 인색하게 굴지 않고 의사, 환자 할 것 없이 담배를 나누었고, 담배 받는 사람은 바로 불을 붙여주고 안 받는 사람에겐 권하지 않았다.
이어서 사람을 불러 텀블러 한 박스를 가지고 와 찻잎과 함께 하나씩 나눠주었다.
“텀블러를 다 가지고 오시지는 않을 거 같아서요. 팔채향에서 나는 차입니다. 대단한 명차까지는 아니라도 산에서 자란 차라 맛이 다를 겁니다.”
“그럼 한 번 마셔봐야겠군요.”
홍 주임은 담배에 불붙여주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호감 가지는 사람이라, 그 자리에서 바로 차를 타서는 담배를 피우면서 환자를 진찰했다.
화도는 홍 주임이 자기와 같은 부류라고 느끼고는 싱긋 웃으며 다가갔다.
“우리 팔채향 차랑 담배랑 같이하면 최고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담배 한 모금, 차 한 모금이면 신선처럼 즐겁고, 담배 두 모금, 차 한 모금하면 신선도 안 부럽지요.”
“전에 그렇게 말하는 거지도 있었던 것 같은데.”
왕해양이 손을 휘저어 짜증 나는 연기를 조금 몰아냈다.
“거지가 어떻게 중화담배를 피워. 내가 관찰한 바로는 중화담배 피우는 사람 평균 수명이 담배 안 피우는 사람보다 높더라고.”
홍 주임은 화도에게 받은 담배를 흔들면서 꽤 즐거워하며 말했다. 그 말에 화도가 눈을 번쩍 떴다.
“중화담배 피우면 장수해요? 그럼 마누라 잘 설득해봐야겠네요. 요즘 여자들은 참. 결혼 전에는 제가 담배 피우고 술 마셔도 남자답다고 좋아하더니 결혼 후엔 잔소리, 잔소리. 담배가 몸에 안 좋니, 냄새가 얼마나 안 좋니······. 그래서 중화담배는 왜 오래 살 수 있습니까?”
“중화담배 피우는 사람이 돈이 더 많으니까요.”
홍 주임이 미소 짓는 모습에 화도가 멈칫하더니 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돈 좋죠. 왜 장수하는지는 됐고 장수하면 되죠. 맞다, 오늘 멧돼지랑 산닭 잡았습니다. 이게 몸보신에 아주 좋거든요. 이따 같이 드시죠.”
의무검진하느라 시골까지 왔는데 멧돼지라니, 의외의 보너스에 홍 주임이 미소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그 틈에 목소리를 높였다.
“화 국장! 우리 것도 있는 거지? 멧돼지 허벅지는 못 먹어도 고기 조금은 줄 거지?”
“안 돼, 안 돼. 멧돼지가 얼마나 비싼데.”
“비싸기는 개뿔. 산에서 직접 잡은 거 아니야?”
“헛소리 말라고! 요즘 누가 감히 총을 쓴다고 그래. 아무튼, 나는 그런 짓 못 해. 마침 죽어 있는 멧돼지를 본 거야.”
화도는 사람들과 잡담을 하면서 담배를 건넸고, 병원 로비가 선경이라도 된 것처럼 뿌연 연기에 둘러싸였다.
운화병원이었다면 난리가 났을 일이 팔채향에서는 아무 일도 아니었다.
담배 연기를 맡고는 간접흡연을 하느니 직접흡연을 하겠다고 담배를 꺼내는 사람도 있었고 줄도 포기하고 돌아서서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운화병원에서 온 의사 중에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있었고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은 기분으로 눈썹을 찌푸렸지만, 말을 하기가 그랬다.
팔채향 분원 사람들만 있었다면 부주임급 되는 사람들이 못할 말이 없어 벌써 한 소리했겠지만, 환자도 있으니 아무래도 경솔하게 굴 수 없어서, 의사들은 그저 눈썹을 찌푸리고 억지로 참거나 아예 몸을 일으켜 뒤로 도망갔다.
그때 능연이 막 발톱 치료를 받고 절뚝절뚝하는 환자 앞장서서 뒤에서 걸어 나왔다.
“로비가 왜 흡연 구역이 됐죠?”
로비 안에 가득한 연기를 보며 능연은 본능적으로 얼굴을 구겼다.
단지 이식을 시작한 이래 담배와 간접흡연을 모두 거부하고 있었다.
“팔채향은 작은 마을이라 흡연 구역, 비흡연 구역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병원은 금연 구역입니다.”
화도가 껄껄 웃으며 하는 말에 능연이 눈썹을 찡그리면서 대답하고는 연문빈과 여원에게 창문을 열라고 지시했고 두 사람은 냉큼 달려가 주변에 문까지 다 열어젖혔다.
그러자 담배 안 피우는 사람들도 투덜대기 시작했다.
“담배가 뭐 좋다고 그래.”
“담배 피울 거면 밖에 가서 피우세요.”
“그러니까요.”
반응이 격해지자 줄을 서 있던 대기자든 진료를 하는 의사든 더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고 헛기침하며 담배를 껐다. 홍 주임도 한숨을 내쉬며 담배꽁초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비벼 끄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뭐, 이틀 더 살아야지 별수 없네.”
“그럼 저도 이틀 더 살아야겠습니다. 아, 우승기. 능 선생님, 제가 우승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원인 제공자 화도도 그 김에 담배꽁초를 버리고는 사람을 불러 시뻘건 우승기를 가지고 나왔다.
붉은 바탕에 금색 글자가 새겨진 우승기는 사람 키만 한 길이와 넓이에 거기 달린 술만 고양이 크기만큼 길어서 보기에도 촌스러웠다.
그러나 촌스러워야 눈에 띄고, 의사들도 촌스러운 우승기를 좋아했다. 신기한 것을 추구한다고 전자 우승기를 선물한다고 해도 절대로 촌스러운 우승기 쪽이 환영 받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능연은 우승기를 받아 본 사람이었다. 오히려 팔채향 간호사가 부럽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현지 병원은 우승기와 연이 없는 곳이다. 환자들은 모두 수액이나 맞고, 가끔 작은 수술을 하고 돌아갈 때도 의문이 가득해서 돌아가는데 우승기는 무슨.
“능 선생, 일단 진료 보세요. 저는 오후에 다시 와서 여러분 모시겠습니다.”
줄 물건을 주고 난 화도는 바로 인사하고 돌아갔다. 그렇게 많은 환자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적당하지 않았고.
“간호할 때 담배 피우지 말고요.”
“네?”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말에 화도가 무슨 말인지 몰라 되물었다.
“수술 끝나고 시험 치셨잖습니까. 단지 이식 후 금기 사항이요. 기억하십니까?”
“아아, 그 말씀이셨군요. 기억합니다. 기억해요.”
화도가 머리를 두드리며 머쓱한 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요, 간병 할 때는 한 대도 안 피웁니다. 정말로요.”
홍 주임이 크게 기침하며 옆에 있던 왕해양 주임을 바라봤다.
“너희 수부외과는 참 담배하고 안 친하다. 환자도 아니고 가족도 못 피운다니.”
“호흡기과 주임이 하루에 담배 4갑이라니, 그게 말이 되냐?”
“니코틴 낮은 거다.”
왕해양이 흘깃 노려보자 홍 주임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테이블에 탁 소리 나게 내려놓고는 또 기침했다.
밤에 논평구 병원에서 사람을 보내 운화병원 의사들의 환영회를 열었다. 의무 검진 온 주임을 일일이 시중드느라 팔채향 분원에 원래 있던 의사들은 앉을 테이블이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운화병원에서 이번에 한 번에 주임이 넷이나 내려갔으니, 논평구 병원 윗선도 한창 바쁘게 움직였다.
5, 60대 표준 나이, 표준 생김새, 표준 경력인 주임들에 비해 능연의 모습은 병원 윗선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능연은 남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는 취미가 없어서 술 한 잔도 마시지 않았고, 화도가 일부러 음식점에 맡겨 끓여온 멧돼지탕도 한 입만 마시고 치워버렸다. 너무 느끼해!
멧돼지 고기 맛은 그럭저럭이었는데,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멧돼지의 죽음이 헛된 죽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일, 내일 다시 식사 준비하겠습니다. 능 선생님! 내일은 기대하세요. 맞다, 능 선생님 좋아하는 거 있으세요? 귀띔해 주시면 준비하겠습니다.”
능연이 잘 먹지도 않고 술도 조금밖에 안 마신 걸 본 화도가 큰 소리로 고함쳤다.
“환자요.”
능연은 창밖의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외로워졌다. 팔채향 병원에서는 야간 수술을 할 수 없었고, 즉, 오늘은 그냥 순순히 잘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화도는 입을 삐쭉이다가 휙 고개를 돌렸다.
“자자, 술 드시죠. 술. 왕 주임님! 제가 한 잔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