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03화 (384/877)

밤새 꿈도 꾸지 않고 푹 잠들었던 능연은 눈 뜨자마자 작열하는 태양이 비춰 노랗고 붉게 물든 커튼을 바라봤다.

“날이 화창하네.”

커튼을 연 능연은 빛을 가린 채 창밖을 바라보다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푸르른 땅을 보았다.

팔채향은 큰 도로 두어 개로 이뤄진 곳이지만 중심 지역에 꽤 큰 규모의 광장이 있고, 아침이지만 많은 이가 개를 데리고 산책하거나, 고양이를 품에 안고 유유히 거닐고 있었다.

광장과 길 하나,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리 높지 않은 산이 있었고, 여관 안에서도 산 위에 정자와 사찰, 꼬불꼬불한 작은 길이 보였다.

세수하고 아래층을 내려가 옆 건물에서 아침을 먹으려고 문을 나서니 익숙한 자동차 냄새······가 났다.

도로가 두어 개밖에 없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길가에 차가 잔뜩 주차되어 있었고 도로에는 전동차, 오토바이도 매우 많았다.

능연은 싫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더러운 인공 건물과 혼란한 질서는 그가 매우 싫어하는 것이었다. 원시 산림 다음으로 말이다.

팔채향은 그 두 조건을 다 가지고 있었으니,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작은 식당에서 지글지글 끓는 기름 소리가 들렸고, 능연은 갑자기 나폴레옹 전쟁 시절 외과의가 외상 지혈할 때 가장 좋은 방법으로 쓰던 기름으로 지지는 방법을 떠올렸다.

“아침 식사로 요우빙은 어떠세요? 저희 지방 특산품입니다.”

식당 앞에 앉아 있는 직원이 인기척을 듣고는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든 여자는 능연의 턱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서 핸드폰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죽이랑 다섯 가지 반찬도 있어요. 뷔페식이랍니다. 또우지앙도 있고요. 옆에 있는 설탕도 마음껏 넣으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가 쟁반을 찾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핸드폰 하지 말걸.”

문앞의 직원은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저번에 사장님한테 걸렸을 때도 그렇게 이야기했지.”

“잘리면 일 다시 구하면 되지만,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내일은 핸드폰 안 하고 여기서 기다리다가 능 선생님 오시면 바로 말 걸어야지.”

“무슨 말 하게?”

“우리 요우빙 소개 해주면 되지.”

팔채향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요우빙이었다.

어떻게 유명해진 건지는 모른다. 언제부터 유명해진 건지도 모른다.

능연은 죽과 요우빙, 그리고 몇 가지 반찬을 담아 묵묵히 먹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도가 소식을 듣고 고기 한 접시를 들고 달려갔다.

“무정장계(*중국식 음식 이름)예요. 능 선생, 이건 꼭 먹어봐야 합니다.”

“아침부터 닭고기를요?”

수자원 국장이 입술을 핥으며 가슴을 활짝 펴고 추천하는 모습에 능연이 머뭇거렸다.

“이게 보통 닭이 아니랍니다. 운남 특산품인데요, 이건 무정장계 중에서도 가장 전통적이고 대단한 거랍니다.”

화도가 접시를 능연 앞에 내려놓으며 하는 말에 음식을 담아 지나치다가 마침 그들을 발견한 홍 주임이 털썩 자리에 앉았다.

“닭은 닭이지 뭐 그렇게 신비로울 게 있다고. 한번 먹어 봅시다.”

“당연히 드릴 거였지만, 닭은 닭이라는 말씀엔 동의 못 하겠습니다. 이건 보통 닭이 아니거든요.”

“아니라고?”

담배를 꺼내던 홍 주임은 능연을 힐끔 보고는 불을 붙이지 않고 코밑에 대고 킁킁대다가 귀 뒤에 꽂았다.

“능 선생, 안 먹어? 그럼 나부터 먹는다?”

“아, 그럼 맛이나 보죠.”

홍 주임의 말에 능연도 사양하지 않고 젓가락을 들어 닭고기를 집었다.

“어때요?”

“야들야들하네요.”

화도가 묻자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이 무정장계는 야들야들한 게 생명이거든요. 이게 암탉으로 만든 건데, 암탉이 생식기를 잃고 성장하면 맛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기르느라 돈이 들어서 그렇지. 거세한 암탉은 벼슬도 생기고 무게도 무거워져서 맛이 수탉에 가까워진다니까요. 양쪽에 좋은 점만 가지고 오게 되는 거죠.”

화도는 한 젓가락 먹고는 계속 곁에서 설명을 늘어놓았고, 능연과 홍 주임은 너 한 입, 나 한 입하며 닭 반 마리를 먹어 치웠다.

“능 선생님. 상해 골관절 센터 축 원사님하고 아는 사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저기, 혹시 소개 좀 해주실 수 있나요?”

“무슨 소개요?”

기대하는 눈빛으로 묻는 화도의 모습에 능연이 빙빙 돌릴 생각 없이 바로 물었다.

“거참 마침 우리 구청장 사모님이 무릎 활액막염이 생겨가지고요. 골관절 센터가 국내에서 가장 좋은 치료 기관이더라고요. 그래서 상해에 갔죠. 그런데 아무래도 타지잖아요. 연줄로 전문가 진료를 걸어 놓긴 했는데, 혹시 축 원사님이 봐주시면 더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요.”

“축 원사님은 진료 안 하신 지 오래됐습니다.”

“네네네. 알죠. 그냥 너무 걱정되어서요. 혹시라도 축 원사님이 봐주실 수 있으면 마음이 놓이잖아요.”

사실 화도 혼자 고집하는 것이었다. 구청장 인맥이 당연히 그보다 넓고, 축 원사하고 직접 연락할 정도는 안 되어도 상해에서도 벌써 사람을 구해 전문가 진료도 예약해 놓았다.

그러나 능연을 보고 그와 축 원사의 관계를 알게 된 화도는 기회를 잡고 싶었다.

“화 국장님, 일부러 축 원사님까지 찾아갈 필요도 없어요. 상해 전문가라면 활액막염 같은 건 눈 감고도 처리합니다.”

“아이고, 말은 그렇죠. 그런데 사람이 병이 들면 아무래도 당황하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보험을 들고 싶은 거죠. 이건 어떨까요? 출장 수술 가격으로 하면 말입니다.”

헛기침하며 말하는 홍 주임의 말에 화도가 웃으며 물었다. 화도는 아내 단지 이식을 하면서 출장 수술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축 원사하고 연결만 된다면 직접 돈을 낼 생각이었다.

보험을 들고 싶은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축 원사님을 출장 수술로 초빙하려면 돈이 보통 드는 게 아닐 텐데요. 지인 할인이라고 해도 7, 8만은 들 겁니다.”

축 원사쯤 되면 지인 요청이 아닌 출장 수술이 없었다.

화도는 조금 비싸다고 생각하면서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8만 위안도 괜찮습니다.”

“위챗 보내 볼게요.”

능연이 핸드폰을 꺼내며 하는 말에 화도가 기뻐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좋아요, 너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밤에 생선을 가져다드리죠. 장담하는데 맛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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