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04화 (385/877)

“어머니 이제 가시죠.”

“시간 됐니? 아, 그래 가자.”

구청장 부인 조로가 몸을 일으켰다. 새하얀 벽과 방안 가득한 사람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어질거렸다.

그의 아들, 며느리, 딸, 사위 그리고 조카, 조카사위까지 그 자리에 있었고 그 밖에도 평소에 가깝게 지내던 외사촌 동생도 함께 왔다.

곁에 사람이 가득해도 마음이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활액막염은 심각한 병은 아니지만, 그는 벌써 30년 동안 그 병을 앓았고 계속 보존 치료를 해오면서 몇 번이고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한 일도 겪었는데, 이번엔 결국 아무래도 낫지 않았다.

어쩌면 이대로 누워서 살아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도무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아무리 곁에 사람이 많고 휠체어가 편하다고 해도 스스로 걷는 것만 할까. 게다가 지금 병실에 사람이 가득했고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조로는 구청장인 남편이 일단 퇴직하면 아들딸이 자주 오기도 힘들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고모, 너무 걱정 마세요. 축 원사님한테 부탁했잖아요. 축 원사님한테 진료받으면 기껏해야 입원 좀 할 뿐이지 다리도 바로 나을 거예요.”

듣기 좋은 말을 예쁘게 하는 조카며느리를 조로는 평소에도 참 예뻐했다. 그러나 오늘은 아무래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축 원사라고 해도 그냥 치료하는 것일 뿐이지, 병은 병이야. 하필 무릎 관절이람. 차라리 어깨라면 그러려니 할 텐데.”

“어머니, 정 안 되면 축 원사님한테 수술받고 몇 달 푹 쉬면 돼요.”

아들은 전부터 수술을 찬성했는데, 조로가 계속 무서워해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조로도 한발 물러났다.

“그래, 낫기만 하면 되지.”

상해 골관절 센터까지 온 것도 바로 수술 문제를 상의하려는 것이었다. 그런 것이 아니었다면 조로는 굳이 창서성에서 여기까지 올 생각이 없었다. 성에서라면, 특히 운화에서라면 그의 인맥이 안 닫는 곳이 어디 있으며 못 구할 전문가가 어디 있겠나.

이번에도 늘 생선을 보내오는 수자원국 국장이 아니었다면 축 원사와 연결될 일도 없었다. 솔직히 조로가 이 일에 더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명의는 명의의 태도가 있는데, 오는 환자마다 다 봐주면 일 년에 환자를 얼마나 많이 봐야 할지 모른다. 논평구 구청장도 얼굴을 못 내미는데, 논평구 구청장 부인인 그로서는 화도가 무슨 큰 재주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축 원사는 진료실에 조용히 앉아 태연하게 손에 든 책을 읽고 있었다.

사실 바쁘기는 했다. 1년 사계절 전국,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병원, 학교. 정부 기관을 돌고 수술감을 유지하기 위해 수술도 하고, 제자를 가르치고, 논문도 읽고, 거기에 실험도 하고 직접 논문도 쓰고.

그러나 일하는 사이 쉬는 틈도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환자를 기다리는 동안엔 유유히 책을 읽곤 했다.

이제 70세 노인이라, 몸은 아직 건강하고 수술도 할 수 있지만, 젊은 시절처럼 활동적으로 움직이거나 수술을 연달아서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축 원사는 수량을 줄이고 퀄리티를 높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수술도 일 년 동안 지도 수술을 포함해서 백 건만 하고 진료하는 환자 수는 더욱 엄격하게 컨트롤했다. 그리고 퀄리티 방면은 더욱 추구했다.

지금도 비록 할 일이 많지만, 그는 자기가 진료실에서 환자를 기다릴망정 환자가 여기서 그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4, 50대 젊은 의사들은 시간을 아껴서 많은 환자를 보는 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면 시간을 아껴 환자를 보는 건 힘들고, 욕먹고, 의사-환자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조로는 휠체어에 타고 아들과 함께 진료실에 들어갔다.

“오셨습니까?”

문 두드리는 소리에 축 원사가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았다.

“축 원사님.”

조로는 얼른 인사했다. 뒤에 아들 말고도 따라온 주치의와 담당 레지던트도 서 있었다.

일반 주임의 회진과 축 원사 진료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축 원사는 의사들을 상대하지 않고 조로를 향해 환한 얼굴을 보이며 눈앞의 검사 침대를 툭툭 쳤다.

“여기 앉으세요. 혼자 올라 올 수 있겠습니까?”

조로는 힘겹게 일어나서는 결국 아들의 도움을 받아 침대 위에 누웠고 의사 두 명이 각종 사진을 뷰라이트에 꽂았다.

요즘 의료 시스템으로는 컴퓨터에서 바로 사진을 불러올 수 있었다. 골관절 센터의 의료 시스템은 특별히 비싸고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축 원사 같은 나이 든 의사는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을 선호했고, 밑에 있는 의사들은 순종적으로 뷰라이트와 실제 필름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MRI, CT, X-ray, 모두 찍었군요. 음, 간단한 검사 좀 하겠습니다.”

사전에 이미 조로의 자료를 한 번 훑어봤던 축 원사는 잠시 더 훑어보고는 신체 진찰을 시작했다.

조로는 다소 긴장한 채 축 원사를 바라봤다.

병을 앓은 지 오래라 관련된 정보, 지식을 많이 알고 있었다. 몇 년 전에 벌써 축 원사에게 치료받을 방법을 알아봤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엔 축 원사에게 모든 기대를 걸고 있었다.

“계속 보존 치료하셨나요?”

축 원사의 관심은 병세 자체가 아니었다. 병세는 명확하고 치료 방안도 명확해서 환자 본인의 태도가 결정적 요인이었다.

“여러 치료를 다 했었습니다. 서양 의학, 한의학, 침, 약치료 같은 것도 다 해봤고요. 무릎이 전에는 이렇게까지 아프지 않았어요. 약을 먹으면 걸음도 한참 걸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심해지더라고요. 그때부터 기사를 썼죠. 그런데 지금은 너무 아파서 생활이 안 될 지경이에요.”

“음,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보존 치료로 나을 수 있을까요?”

조로가 혹시나 하고 물었고, 축 원사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말하기 어렵습니다. 약을 더 많이 써야겠지요. 부작용이 커질 거고, 효과가 좋으리란 법도 없습니다.”

“그럼 수술은요? 나을 수 있나요?”

“젊을 때처럼 될 수야 없겠지만, 평상시에 걷고 일상생활은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수술하고 나면 관절이 금방 망가진다던데요.”

“가능성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으로 봐서는 환자분 무릎 운동 능력은 이미 많이 떨어져서 수술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조로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아들이 못 견디고 나섰다.

“어머니, 축 원사님이 계신데 무슨 걱정을 하시는 거예요.”

“축 원사님, 죄송합니다. 그냥 좀 무서워서 그래요. 수술이요. 그런데 원사님 생각에 수술해야 한다 싶으면 수술할게요.”

본인 일이다 보니 걱정에 잠겨있던 조로가 깨달은 듯 다급하게 하는 말에 축 원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활액막염 수술은 매우 간단합니다. 관절경으로 하면 절개구도 작고 회복도 매우 빠릅니다.”

“저기, 직접 하실 건가요?”

“제가 해도 됩니다. 흠, 그런데 왜 능연한테 수술받지 않고요? 관절경 수술은 저보다 더 잘하는데.”

축 원사가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축-능 아킬레스건 수술법이 생긴 후, 축 원사는 능연을 칭찬하는 데 말을 아끼는 법이 없었다.

70 된 노인이 자기 수술 기술을 강조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고, 차라리 능연을 치켜세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능연은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고.

조로 모자는 조금 멍해져서 의아한 듯 물었다.

“능연이라는 의사는 아직 젊은 의사 아닌가요?”

“수술은 경험뿐만 아니라 재능과 센스도 필요한걸요. 유위신은 원래 제 환자였는데 수술 방안을 확정하고는 능연이 수술했습니다. 이렇게 하시죠. 일단 다시 가서 알아보시고 그래도 저한테 받으시겠다면 제가 하지요. 다른 생각이 생기시면 말씀하고요. 어떤가요?”

축 원사가 웃으며 대답했다.

논평구 병원 팔채향 분원 로비에 시장통처럼 떠들썩하게 사람이 오갔다.

멀리서 온 사람들이 먼 길 온 티를 내며 바로 진료를 받으러 왔다. 대부분 기기 검사 비용을 아끼려고 온 사람들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병원 검사비는 여전히 비쌌고, 특히 CT 같은 비싼 기기는 작동 한 번에 한 달 월급도 집어삼키니 무료로 할 수 있다면 먼 길도 달려올 만했다.

덕분에 영상의학과 의사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휴대용 기구를 가지고 온 데다가 팔채향 분원에 원래 있는 X-ray 기기는 한 시간에 몇 명 찍지도 못했다. 다행히 판독은 그들이 할 필요 없이 자료를 운화병원 영상의학과로 보내면 의국 작은 칸막이에 앉은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노련하고 고통스럽게 판독한다.

능연은 일반 외과 주임을 도왔다가, 수부외과 왕해양을 도왔다가 하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진료 경험이 너무 없어서 스스로 진료 보는 효율도 떨어졌고, 다른 사람이 일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였다.

응급의학과 외래와 전문 진료과의 외래는 다른 데다가 왕해양과 일반 외과 주임 모두 외래 경험이 풍부한 의사니까 말이다.

매주 반나절에서 하루는 진료를 보면서 충분한 환자를 받아들여 진료과 운영을 도우면서 환자의 의료 문제를 최대한 해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의사들도 스스로 생존 방법이 있다.

입원 받고 약 처방 내릴지 아니면 다른 검사를 할지, 다른 과로 보낼지 아니면 다른 병원으로 소개할지, 모두 의사가 몇 분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충분한 정보를 물어서 알아내는 것도 의사들이 외래를 통해 얻어 내야 할 결과다.

능연은 신체 진찰 스킬만 높을 뿐이고, 외래란 신체 진찰만로는 부족했다.

능연은 두 명의 주임을 도우면서 이제는 수많은 병원에서 하지 않는 수업을 받은 셈 쳤다. 운화병원 같은 병원에서 레지던트는 대부분 출근 시간을 모두 병실 구역과 수술 구역에서 쓴다. 그래서 병원에 들어온 지 일 년인데도 외래 한 번 못 해본 레지던트가 수두룩했다.

외래에 참여하고 싶으면 적어도 주치의가 되어야 하고, 그전까지 그들이 외래에 참여한 시간은 100시간도 되지 않는다.

능연은 요 며칠 동안 30~40시간 외래 수업을 보충한 셈이었다.

진료받으러 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운화병원 의무 검진은 진료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아침 8시에 시작해서 오후 6시에 진료가 끝났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지연된 환자를 생각하면 진정한 퇴근 시간은 일고여덟 시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의무 검진할 때는 어차피 출장 나온 것이라 제때 집에 갈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어서 시간이 좀 늦어져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평소에 병원에 더 오래 머무르는 능연은 더욱 상관없었다.

연문빈과 여원은 일이 더 편해졌다. 두 사람 모두 응급의학과 의사고 병원에 들어온 이래 응급실에서 환자 처치하거나 수술실에서 능연의 어시스던트를 하느라 연문빈은 지금 탕 봉합법을 독립해서 할 수 있지만 외래는 역시 할 줄 모른다.

게다가 그는 어느 주임을 따라 배우고 싶어도 그것도 힘들었다. 다들 본인 제자가 있으니 말이다. 능연은 문제없어도 능연의 제자까지 붙으면 왕해양이든 일반 외과 주임이든 다들 내켜 하지 않으리라.

그래서 두 사람은 따분하게 잡일이나 하면서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달려가고, 그렇게 한참 일하다가 연문빈은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향했다.

시골 족발은 실하고 컸고 깔끔한 맛이 있어서 일부러 운화에서 졸임 국물을 가지고 온 보람을 제대로 느끼려면 많이 끓여야 할 것 같았다.

물론 소중한 졸임 국물을 전부 가지고 나올 수는 없었고 운화에도 매일 족발을 팔아야 해서, 몇 국자 따로 담아서 왔고 그렇다고 해도 연문빈이 직접 졸여낸 족발은 여전히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팔채향의 돼지 허벅지, 돼지 꼬리 그리고 돼지머리 모두 맛이 좋다는 점이다.

연문빈은 이틀 만에 가장 졸임 고기를 잘 만드는 의사임을 모두에게 증명했다.

“연 선생, 족발 두 개, 그리고 꼬리 하나 줘요.”

논평구 병원 의사가 다가가 한마디 하고는 테이블 위에 있는 QR 코드를 스캔하자 시스템에서 알아서 2위안 할인했다.

“연 선생, QR 코드까지, 전문적인데요?”

“아는 사람이 해줬습니다.”

“좋네요.”

“감사합니다. 좋아하시니 저도 좋네요.”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족발을 먹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는 연문빈은 껄껄 웃었다. 대단한 외과 의사가 되기 전에 족발이 가져다준 즐거움도 수술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에 뒤지지 않았다.

선두에 선 의사가 족발과 꼬리를 도시락에 넣고는 계속 물었다.

“뭐 하나 물어봅시다. 능연 선생 아직 결혼 안 했죠? 여자친구 있어요?”

“왜요?”

“우리 부원장 따님이 올해 졸업하거든요. 우리가 연결해주면 어때요?”

“그럼 능 선생한테 직접 물어보셔야지,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

구 병원 의사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하는 말에 그런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연문빈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대답했다.

“능 선생이 말 걸기 쉽지 않아 보이니까 그렇죠. 게다가 이런 일은 옆에서 시작하는 거 아닙니까. 다이렉트로 하면 일을 망치기 쉬워요.”

“중매 서시겠다는 거예요?”

연문빈은 맞은편에 선 주정뱅이 코를 가진 의사를 우스운 듯 바라봤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일단 들어봐요, 우리 부원장님은······.”

그는 머리를 테이블 안으로 들이밀었다.

“······님 보건 의사예요. 아시겠어요? 논평구 병원 부원장 하는 것도 다 그분 능력이죠. 이제 때만 되면 바로 승승장구할 겁니다. 능 선생 집안은 작은 진료소라면서요? 우리 부원장 사위가 되면 앞날이 창창해질걸요?”

높으신 분의 보건 의사가 되는 건 병원 원장이 될 수 있는 중요 지표 중 하나였다.

연문빈은 정말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멍해졌다.

그때 주정뱅이 코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구청장이 팔채향 분원에 온대. 어서 회의하러 와.

“팔채향에 온다고? 뭐하러?”

큰 지역의 구청장은 바쁜 사람이고, 구청장이 구 병원에 나타난 것도 세 번이 되지 않은 걸로 기억했다. 그런데 팔채향 분원에 온다니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논평구 병원 관리권이 논평구에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구청의 관리와 영향을 받는 병원 직원으로서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었다.

전화 너머 소식을 전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들은 소식인데, 구청장 부인 무릎 수술을 운화병원 능연한테 받을 건가 봐. 그래서 직접 가서 능연하고 좋은 관계 맺으려고 그러는 거 같으니까, 너 말조심하고 부원장 얘기는 일단 꺼내지 말어.

주정뱅이 코가 천천히 전화를 끊고는 고개를 돌려 연문빈을 향해 찌그러진 미소를 지어 보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