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05화 (386/877)

구청장의 왕림에 논평구 병원 팔채향 분원 사람들보다 팔채향 마을 사무소가 먼저 긴장했다.

소식이 전해진 지 한 시간 만에 환경미화원들이 나타나 주변 청소하고 인원을 꾸려서 병원 안 청소도 했다.

윗사람이 오면 일단 청소부터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정확한 움직임이니까.

의무진단 온 운화병원 의사들 그리고 진료받으러 온 환자와 보호자들은 아무런 상관없이 불구경했다.

일반인이야 구청장이 오든 말든, 자기 병만 고치면 그만이었다. 대다수 사람은 구청장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른다.

운화병원 의사들과 비교하면 구병원 의사들은 그렇게까지 편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받는 월급 중에 구청에서 나오는 돈도 한몫 차지했다. 그뿐 아니라 구병원의 가장 큰 업무인 건강검진도 구청에서 서포트 해주지 않는다면 구 소속 학교, 기업 같은 곳은 차라리 큰 병원을 선택할 것이다.

구병원에서는 바로 팔채향 분원으로 의사를 보냈고, 분원에 원래 있던 의사보다 훨씬 많은 의사가 나타나서 미어터질 것 같았다.

사람이 너무 많으니 병원이 더 혼란스러워졌고 나이 많은 왕해양은 그런 혼란을 견디지 못하고 바로 쉬러 갔다. 어차피 의사가 넘치도록 많아서 그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누군가 바로 자리를 채우고 환자를 진료했다.

구병원 의사들은 이 기회에 자기가 잘 보일 수 있도록 의무 검진 온 운화병원 의사를 쫓아내지 못해 안달이었다. 잘 보이면 뭘 하겠냐마는, 앞으로 몇 년이 지나도 잘 보일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이 거기까지 생각할 리가 없었다.

“능연, 차나 한잔하러 가세.”

능연이 열심히 검사 처방을 내리는 걸 본 왕해양이 그를 불렀다. 이런 때 구병원 의사의 길을 막을 필요는 없었다. 능연은 별생각 없이 알았다고 대답하고 쓰던 처방전을 마저 쓰고 곁에 있던 의사에게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부터 기다리던 의사는 능연의 자리를 차지하고 능연 이름표를 휙 닫아버리고는 노련하게 질문을 던졌다. 신체 진찰을 가장 많이 하는 구병원 의사는 사실상 대형 신체 진찰이나 마찬가지인 의무 검진에 익숙했다.

왕해양은 능연을 데리고 어수선한 병원에서 나와 팔채향 수준에서 지나치게 큰 광장으로 나갔다.

“논평구 구청장이 온다고 하네. 들었지?”

“네.”

능연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사람 없는 쪽으로 가려고 했지만, 사람들이 계속 다가가서 못 말리겠다고 생각했다.

“듣자 하니 구청장 부인이 활액막염이라더라고. 아마 슬관절경을 사용하겠지. 자신 있나?”

“네.”

능연의 슬관절경 스킬은 매우 강했다. 그가 가진 전문가급 슬관절 스킬, 그랜드마스터급 관절경하 반원판 성형술과 십자인대 재건술, 이 세 가지 스킬로 활액막염은 누워서 떡 먹기였다.

판월판 성형술은 이미 활막액염 관련 수술 범위를 커버했고 환자마다 증상과 상태가 다르겠지만, 사람의 슬관절 내부는 그저 뼈와 인대 위주의 조직에 불과해서 간섭 면이 아무리 넓다 해도 교차 인대 재건술의 범위를 넘지 않는다.

사실 능연이 가진 전문가급 슬관절 스킬만으로 슬관절 활액막염 문제는 완전히 해결할 수 있었다.

그냥 한 번 물어봤던 왕해양도 능연이 확실하게 대답하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있으면 됐지. 그래도 너무 마음 놓지는 말게. 벼슬하는 사람들은, 큰 벼슬이든 작은 벼슬이든 바라는 게 많은 법이야.”

“아.”

본인 수술에 대한 요구가 항상 높은 편인 능연은 별 부담이 없었다.

얼마 되지 않아 논평구 구청장 일행이 팔채향 분원에 나타났다.

병원 방문 플로우는 따로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서, 구청장은 별말 없이 순서를 따라 병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아무런 트집도 잡지 않고 조용히 의무 검진에 관해서 물었다.

그리고 순서에 따라 능연을 만났다.

“능 선생님 스포츠 의학 쪽으로 대단하시다고요. 유위신 수술도 하셨다고.”

구청장 심구봉은 온화한 얼굴로 살짝 높은 목소리를 냈다.

“네, 유위신 수술했었습니다.”

“유위신 선수 올해 성적이 아주 좋더라고요. 수술 영향이 전혀 없는 모양입니다.”

능연이 싱긋 웃어 보였다. 그의 기준으로는 유위신은 분명 수술 영향을 받았다. 훈련 시간이 줄었을 것이며 평소에 케어할 때도 부담이 늘었을 것이고 아킬레스건부터 슬관절에 평소에 부종이 있는 것 등등. 그러나 아킬레스건 수술을 한 다른 운동선수와 비교하면 유위신은 적어도 경기 실력을 유지하고 있으니 그것만 해도 기대를 크게 넘은 것이었다.

“매가 어르신 수술도 하셨다고요?”

구청장 심구봉은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을 했고 능연은 싱긋 웃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심구봉도 따라 웃으면서 바로 화제를 돌리면서 능연의 손을 다시 한번 꼭 잡고 흔들었다.

“능 선생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능연은 허리를 낮추지도 겸손하게 굴지도 않으면서 어찌 보면 냉담해 보일 태도를 보였다. 당연히 구청장이 기대한 모습이 아니었지만 적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심구봉은 능연을 만나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고 온 것이다. 사람 호감을 사고 눈치가 빠른 모습은 아니었지만 정신 질환도 아닌 것으로 보였다.

아내가 일상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내 활액막염을 제대로 고칠 수만 있다면, 정신 질환이 있다고 해도 정도가 너무 심하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말이다.

의사의 존재 가치는 환자를 치료하는 능력에 있기도 하고.

심구봉은 쓸데없는 말 몇 마디 더하고 오늘의 현장 방문을 마쳤다. 그와 그 일행의 자동차 무리가 사라진 후, 논평구 병원 의사들과 팔채향 분원 의료진이 모두 능연에게 몰려들었다.

능연은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며 눈빛으로 그들을 저지했다.

수자원 국장 화도가 그때 밖에서 들어와 환한 미소를 보이며 능연을 향해 달려갔다.

“환자 차트만 미리 보내주면 됩니다.”

능연은 그와 옥신각신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었다.

눈치 빠른 편인 화도는 능연의 표정과 주변 상황을 보고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며 껄껄 웃었다.

“다음에 훠궈 대접하겠습니다.”

화도가 화제를 돌리자 곁에 있던 사람들도 분위기를 바꿔 웃으면서 훠궈 이야기를 꺼냈다.

능연은 방 안으로 들어가 환자 치료 상태를 살피면서 본인이 처리한 환자도 검사했다. 그리고 방에서 다시 나왔을 때 그의 ‘통증 해소’ 퀘스트 진행도가 172/300까지 올랐다.

의무 검진으로 며칠 만에 백여 명이나 통증을 해소했다. 단순한 염증, 티눈 같은 작은 병을 치료한 것에 불과했지만, 통증 해소는 분명히 된 것이다.

능연은 손을 뒤집어 제 목을 눌러서 굳은 근육을 풀어 주고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치료실로 들어갔다.

의무 검진에서 하는 일은 작았지만, 작은 대로 장점이 있었다.

구청장 나으리의 참관이 끝난 후, 구병원 의사들의 잘 보이기 작전도 끝이 나고 일을 빼앗아 할 의미가 없어지자 병원도 자연스럽게 조용해졌다.

구병원에서 온 의사들은 삼삼오오 구석에 앉아 먹을 것을 찾을 때나 적극적으로 구는 유기견이나 유기묘처럼 낮은 목소리로 수다 떨고 대담하게 핸드폰을 봤다.

왕해양 주임 등 의무 검진 의사들은 부러워하며 계속 진료했다.

의무 검진 소식이 퍼져서 진찰받으러 오는 사람이 더 많아져서 찾아오는 모든 환자를 다 진찰하겠다는 희망은 이뤄지지 못했다. 팔채향 분원 작은 로비에 줄 선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전에는 자리를 비우면 구 병원 의사들이 바로 자리를 채워서 사람이 많이 와도 별 느낌 없었는데, 이제 그들이 일을 하지 않으니 의무 검진 온 의사들의 부담이 커졌다.

연문빈과 여원 같은 초짜 의사들도 번갈아 가면서 전방 의사들을 대신했다.

의사들이 진료 보다 보면 먹지도 마시지도 싸지도 못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연속 11시간 진료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능연은 세 시간 동안 진료를 보다가 쉬려고 일어났다. 스태미너 포션으로 에너지는 보충할 수 있어도 대사(代射) 문제는 어쩔 수 없었다.

연문빈 대타를 대신 앉히고 화장실로 갔더니, 안은 벌써 너구리 소굴이 되어 있었다. 숨만 쉬어도 발암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갔다.

홍 주임이 담배를 물고 쿨한 미소를 지으면서 누렇게 뜬 손가락으로 담배를 잡고 열렬하게 말을 걸었다.

“능 선생도 오줌 싸는군.”

“예. 홍 주임님, 죄송하지만 창문 좀 여십시오.”

능연은 사회가 기대하는 미소를 발사했다.

“아, 그래. 깜빡했네. 좀 쌀쌀해서.”

홍 주임은 미안한 듯 창문을 열고는 어깨를 움츠리며 담배 피우는 즐거움도 줄었다고 생각하며 운화병원을 그리워했다. 운화병원에서 담배 피울 때는 원무 회의하러 갈 때나 조금 조심할까? 어느 초짜 의사가 그를 막는단 말인가.

능연은 그런 걸 고려할 사람이 아니었고, 소변을 보고는 홍 주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 담배 생각이 사라진 홍 주임도 그를 따라 나갔다.

“저기, 능 선생. 논평구 구청장 사모, 원래 축 원사님한테 소개한 거 아니었어? 왜 다시 돌아온 거야? 문제 있어?”

“활액막염, 게다가 관절경하 수술이라 축 원사님은 이제 안 하셔서요. 그래서 저한테 다시 보내셨습니다.”

주임 의사가 이렇게 나이 먹고도 가십에 예민할지 몰랐다고 생각하며 능연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홍 주임은 잠시 멈칫했다가 바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래. 요즘 각종 내시경은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노련하지. 더 잘하고.”

새로운 기술 개발은 수술 효과를 바로 나타나게 했다. 담낭 수술만 해도 복강경으로 할 건지 개복 수술을 할 건지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아무리 좋은 의사라고 해도 개복 수술로 하면 복강경 하 담낭 수술의 평균치를 넘기기 힘들다. 그러니 복강경으로 해도 되는 수술이면 당연히 복강경으로 하는 게 낫다.

거기다가 같은 급 의사가 두 수술을 하면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은 나이 많은 의사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2, 30대는 의사가 성장하는 결정적 시기인데, 마흔만 넘어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나 경험을 쌓는 쪽에는 그래도 장점이 있다. 하지만 쉰이 넘은 의사에게 새로운 기술을 배우라고 하는 건 인류의 생리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분야에나 같은 문제가 있지만, 평생 배워야 하는 의사 직종에서 이런 문제가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내시경만 해도 복강경은 중간 수준, 관절경은 가장 간단한 내시경인데 그건 관절 내부 구조가 간단해서 조작할 때 실수 허용률이 높아서이다.

그러니 정형외과 의사는 관절경 사용을 거부하지 않고, 산부인과 같은 진료과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흉부외과는 조금 두려워한다.

흉강경의 사용 난도는 다른 내시경보다 높고, 배울 때 드는 투자 비용도 높은 데다가 흉부외과 혹은 심장과에서 하는 수술은 원래 사고 나기가 쉬워서 흉강경으로 수술 한 번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홍 주임은 내과 주임이지만 호흡기와 흉부외과와의 관계가 밀접해서 운화병원에서 진행되는 흉강경의 어려움을 진작에 지켜보고 있었다.

“관절경 쪽은 이미 출장 수술도 하고 복강경도 잘하는데, 흉부경 할 생각은 없나?”

홍 주임이 떠보듯이 물었다. 병원 흉부외과 실력은 호흡기과 자체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준다.

다른 건 둘째치고, 같은 폐암 환자라면 흉부외과 수준이 높은 병원으로 우선 가서 수술받은 후 호흡기과에 입원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니 말이다.

좋은 흉부외과와 호흡기과가 협조하면 어려운 질병은 내, 외과 협진 방식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운화병원 강세 진료과의 강세 주임 중 하나인 홍 주임은 운화병원 흉부외과가 불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능연의 관절경 실력을 생각하다 보니 그를 끌어오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차피 지금 능연이 하는 일 자체가 응급의학과 일도 아니라서 진료과가 어디든 상관없었다. 능연이 흉강경 수술을 진행한다면 1, 2년 안에 크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외과의의 학습 과정은 느리지만, 잘 배워 낸 외과의가 새로운 항목을 일으키는 건 고작 1, 2년, 혹은 2, 3년이면 된다. 물론, 55세 이하의 청장년 의사를 가리키는 것이며 그보다 나이 많은 의사는 기운이 없어서 못 배운다.

“흉부외과는 접해본 적 없습니다. 게다가 복강경도 아직 잘 모르고요.”

흉강경을 생각해 본 적 없는 능연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관절경은 자신 있지만 말이다.

그러자 홍 주임이 껄껄 웃었다.

“아쉽네. 사실 흉강경도 재미있는데 말이지.”

내과 의사인 그는 수술할 일이 없어서 능연이 자기 자리를 위협할까 걱정할 일이 없었다. 게다가 흉부외과 일이 잘되면 잘 될수록 내과도 덩달아 잘된다.

두 사람은 이야기하면서 같이 로비로 향했다.

팔채향 분원을 다 합해도 운화병원 응급의학과보다 적은데 지금은 여기저기 사람이 넘치는 상황이라 교대한 의사들도 어디 숨을 곳이 없어 구석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로비로 내려가자마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였고, 사람들이 크게 고함치며 환자를 들고 들어왔다.

“선생님, 선생님. 살려주세요.”

맨 앞에 있는 여자가 큰 소리로 고함치는 소리가 온 건물을 타고 울려 퍼졌다.

의사들은 대부분 하던 일을 멈췄고, 가까운 곳에 있던 의사 몇 명이 바로 달려 나갔다. 능연도 걸음을 서둘러 주머니에서 알콜겔을 꺼내 바르고는 곁에 있는 홍 주임에게 건넸다.

“바르실래요?”

“금방 씻었어.”

홍 주임은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능연이 내민 알콜겔을 짜서 손에 발랐다. 능연은 알콜겔을 바른 후 장갑을 끼기 시작했다.

장갑을 다 끼고 나니, 네 사람이 이불을 엮어 들고 온 환자는 이미 로비 옆에 있는 치료실로 실려 가 있었다.

편안하게 누워 수액을 맞던 사람들은 수액 걸이를 밀고 구석으로 가서 앉았다.

“무슨 일입니까?”

능연이 앞에서 달려가는 연문빈에게 바로 물었다.

“어깨에 칼을 맞았대. 동맥은 안 다쳤고.”

몇 년이나 응급의학과 생활을 한 연문빈은 침착하기 짝이 없었다. 봐온 환자 유형도 많아서, 이렇게 상처가 깊지 않은 일반 외상은 ‘찰과상’이라고 통했다.

몰려들었던 의사들도 상황을 보고 실망한 듯 물러섰다.

의무 검진을 며칠 하는 동안 중증 환자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 치료할 만한 환자가 하나도 없었다. 겨우 하나 생겼나 했더니, 그냥 단순한 ‘찰과상’일 줄은 몰랐다.

우르르 몰려들었던 의사들은 순식간에 사라져서 침대 옆엔 곧 의사 네 명만 남았다. 아까부터 사람 살리라고 고함치던 여자가 화가 나서 꽥 고함을 질렀다.

“왔다가 그냥 가는 게 어디 있어요? 사람 살려요! 사람!”

들어와 도울까 하던 의사 둘이 날카로운 비명을 듣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 밖으로 나갔다.

“환자 바이탈 안정적입니다. 긴장하지 마세요.”

능연은 한마디 하고는 바로 환자를 넘겨받아 핸드라이트로 환자의 동공을 체크하면서 말을 이었다.

“데브리망하고, 다른 부분 외상없는지 체크하세요. 여원 선생님, 고함치지 않는 보호자 찾아서 병력 물어보고요, 보호자들은 모두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세요.”

환자를 데리고 온 사람들은 2, 30명은 되어 보였고, 옷이 모두 먼지에 뒤덮여 있어서 딱 봐도 거대한 오염원이었다.

여원은 골치 아파하며 그들을 설득했지만, 고함치며 날카롭게 외치는 여자와 함께 온 동지들의 목소리에 비해서 여원의 목소리가 너무 작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시장통 같았던 팔채향 분원 로비는 지금은 쉬는 시간 초등학교 같아서 경험 많은 의사들조차도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이런 혼란한 환경을 제일 싫어하는 능연도 얼굴을 찡그렸다. 그럴 땐 온정신을 환자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데브리망, 봉합.”

능연은 연문빈을 향해 그렇게 말하고는 환자의 소매를 자르기 시작했다. 드러난 어깨에 30cm쯤 되어 보이는 긴 상처가 보였고, 살이 드러난 것이 조금 끔찍해 보였지만······ 그게 다였고 전혀 도전 의식이 생기지 않았다.

“아이 아빠!! 죽으면 안 돼!!”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던 여자는 그 모습을 보고 음량을 한껏 더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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