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07화 (388/877)

“삽관, 기도 개방.”

능연은 2m 거리에서 환자를 슬쩍 보고는 바로 간호사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팔채향 간호사는 인원은 많지 않아도 모두 오래 일한 간호사라 기본은 되어있었고,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구급 카트까지 미리 준비했다.

여원은 1, 2, 3, 숫자를 세며 얼룩말을 물어뜯는 작은 표범처럼 온몸으로 힘을 주어 양손을 눌렀다.

“사람들 다 물러나게 해서 공간 비우고 커튼 치세요.”

능연이 삽관 전에 연문빈을 향해 한마디 지시 내리자, 연문빈이 굵은 팔뚝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내쫓았다.

기절한 환자는 일반 환자보다 감염될 확률이 높은데 이럴 때 둘러서서 구경하는 사람은 모두 쓸데없는 감염원이 될 뿐이다.

비명 여사 본인이 쓰러졌기 때문인지, 같이 온 환자 보호자들도 놀랍게도 온순해져서 몇 미터 밖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라는 말은 아무도 듣지 않았다.

홍 주임, 심덕관과 조장도 능연을 따라 그곳으로 가서 바닥에 쓰러진 비명 여사를 의외라는 마음으로 바라봤다.

“사람은 나약하군요. 멀쩡하던 사람이, 아까까지만 해도 폐활량이 펠프스도 넘는 것처럼 굴더니 바로 쓰러지다니요.”

“너무 오래 소리 질러서 그런 거겠지. 그러다가 숨이 안 쉬어져서 쓰러진 거 아냐?”

그러자 홍 주임이 고개를 저었다.

“CPR도 하고 능연이 삽관까지 한 걸 보면 분명히 심장 문제입니다. 잘못하면 못 깨어나요. 기절이랑은 달라요.”

“몇 분 소리쳤다고 이제 목숨이 위험하더니. 앞으로 절대로 다른 사람이랑 싸우지 말아야겠네.”

“평소에도 싸움 못 하잖아.”

“못 하다니? 고모부가 구청장이거든? 그래서 싸울 필요가 없는 거야.”

“난 아버지가 구청장인데도 저번에 맞았는데? 코피를 얼마나 흘렸다고.”

외사촌끼리 한마디씩 주고받다가, 심덕관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홍 주임을 바라봤다.

“그런데 왜 다들 능 선생이 하는 것만 지켜보는 거죠? 현장에 의사가 이렇게나 많은데 다들 경험 부족인가요?”

시비조로도 들릴 수 있는 그런 말에 홍 주임은 그저 껄껄 웃었다.

“우리 운화병원 CPR팀을 훈련한 사람이 누구게요? 바로 능연입니다. 지금 능연은 CPR 쪽은 꽉 잡고 있어요.”

능연은 그때 이미 용약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정맥 통로가 열린 상태에서 간호사가 눈 깜짝할 사이 환자에게 에피네프린을 놓았고, 능연이 200이라고 고함치자 전기충격기도 작동했다.

심전도 신호가 순식간에 규칙적으로 되었다.

“살려낸 거야?”

눈앞에 드라마보다 재미있는 광경을 지켜보던 심덕관이 중얼거렸다.

“음, 운이 좋군요. 병원에서 쓰러진 데다가 마침 능연을 만났으니.”

팔채향 분원 자체의 응급 구조 능력이 좋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홍 주임은 사실은 운화병원 의무검진팀을 만나서라고 하려고 했다.

심덕관은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혼란스럽게 날뛰던 심전도가 정상적인 녹색 선으로 변하는 걸 본 심덕관의 사고 회로에 서서히 충격이 생겼다.

“능 선생 간 절제도 한다던데, 이것저것 많이 하네요. 요즘 의사들은 한두 항목 전공하는 거 아닌가요?”

심덕관은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해 보기도 했고, 의사에 대해서 잘 알 만큼 의사 친구도 있었다.

“능연은 아직 젊잖습니까. 한두 개로 만족할 리가 없지요. 게다가 그중에 어떤 기술은 벌써 피크까지 오른걸요.”

“피크요? 너무 오버 아닌가요?”

조장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관절경에 정상급 실력이 아니라면, 당신들이 능연을 찾아왔겠습니까? 조금 전에 CPR만 해도 그래요. 왜 기도 개방을 그렇게 빨리한 줄 아십니까?”

“그야 우린 모르죠.”

“그게 바로 능연의 CPR법이라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아시겠어요? 에피네프린은 대량 주사하고 재빨리 기도를 여는 것, 이게 바로 능연이 통합해낸 기술입니다. 젊어서 가능한 거지, 아니면 다들 이 방법을 사용해서 중국 버전 CPR 가이드가 되었을걸요?”

홍 주임이 오버 해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장외 요소를 제외하면 능연의 기술은 그야말로 CPR 가이드가 될 자격이 있었다.

지금 능연은 최강 무술을 갖췄지만, 강호 지위가 부족한 무림 고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호를 뒤흔들 기본은 되어있었다.

전방에 비명 여사가 초점 없고 두려움에 가득한 눈빛으로 침대로 실려 갔다.

죽음이 두려운 건 인간의 천성이었다.

그리고 어깨를 다친, 그의 남편이 아니라 애 아빠인 남자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입을 막고 울음을 터트렸다.

뜨거운 눈물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 혼탁한 빛이 되어 옷에 떨어졌다가 진흙이 되어 튕겨 나갔다.

남편이 아닌 애 아빠인 남자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다가 통증에 입술을 뒤틀었다.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진흙 물을 본 심덕관과 조장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웃음을 참았다.

“가족은 가족이구만.”

심덕관이 나지막이 한마디 했다.

“살렸으니 됐네. 아까 다들 바닥에 엎드려서 심폐 소생하는데 멋지더라.”

“음, 사람 살리는 일이잖아.”

거기까지 말한 심덕관이 그윽한 눈으로 능연을 바라보면서 이만 돌아가자고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