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홍은 운화병원 특수 병동에 입원해서 각종 검사를 시작했다.
생화학 검사부터 소변 검사, MRI부터 초음파, 근전도부터 심전도, 수많은 검사를 내리 하느라 얼굴이 다 퍼레졌다.
“대부분 했던 검사인데, 전에 검사 자료 쓰면 안 되나요?”
돈줄의 표정을 살핀 이청홍 매니저가 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그런 질문에 너무 익숙한 특수 병동 간호사는 일단 특수 병동에서만 볼 수 있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입을 열었다.
“정확한 치료를 위해서죠. 몸에 손상 없는 검사니까, 많이 해도 득이 되면 득이 되지 해는 되지 않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X-ray는 방사선이잖습니까.”
“아킬레스건 수술하시잖아요. X-ray 찍으면 정확한 뼈의 모양을 판단하는 데 도움 됩니다. 이 검사 안 하는 바람에 선생님이 모세혈관 더 자르면 환자분만 손해라니까요?”
특수 병동 초짜 간호사는 업무가 많지 않지만, 말주변은 좋아해서 이런 대화도 받아치지 못하면 여기서 일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청홍은 콧방귀를 뀌었다.
“X-ray 사진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 다른 병원에서 찍은 거라고 뭐가 다릅니까?”
“즈후(*중국판 지식인)에서 본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간호사가 미소 지은 채 이청홍의 휠체어를 가볍게 밀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학생들이 교수를 따라 회진 도는데, 교수님이 X-ray를 꺼내서 묻더래요. 다들 X-ray 판독할 때 뭐부터 제일 먼저 봐야 하는지 아냐고.”
말을 마친 간호사가 이청홍의 어깨를 툭툭 쳤고, 이청홍이 뭘 봐야 하냐고 물었다.
“환자 이름이요. 두 분 영상의학과를 모르셔서 그렇지만, 방 하나에 몇 십 명이 칸막이 치고 앉아서 비둘기처럼 끼룩끼룩 사진만 읽어요. 누군가는 바보처럼 입을 헤 벌리고 있다고요. 실수해도 이상할 게 없다니까요?”
매니저가 고개를 숙이고 풉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가씨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웃음 포인트가 낮아진 이청홍도 따라 웃었다.
“그런 식으로 영상의학과 의사를 평가하다가 나중에 혼나면 어쩌려고 그래요.”
“영상의학과 의사가 절 어떻게 혼내는데요? 건강 검진할 때 제 X-ray를 뚱뚱하게 찍나요?”
푸학.
간호사가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하는 말에 이청홍이 휠체어를 내리치며 미친 듯이 웃었다.
두 사람이 거부하지 않으니 남은 검사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조금 뒤에 떨어져서 간호사를 지켜보던 매니저가 웃는 얼굴로 다가가 명함을 내밀었다.
“다른 일 할 생각 있으면 사무실로 찾아와요.”
“매니저요?”
“매니저나 조수요. 기본적인 일은 스타 비위 맞춰 주는 건데, 이청홍 비위 맞추는 거 보니까, 이 일 잘하겠는걸요? 우리 매니저 월급이 간호사보다 많을 거예요. 맞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금산입니다.”
간호사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금산 씨, 우리 위챗 추가해요. 그런데 즈후 자주 봐요? 특이하네요.”
“즈후엔 재미있는 정서적 문제가 많거든요.”
“즈후에······ 정서적 문제요?”
“네. 지참금 욕하고, 노총각, 노처녀 욕하고, 맞선 욕하고. 욕먹고도 대답 반박 안 하는 사람도 많아요. 웨이보보다 훨씬 재미있어요.”
간호사가 웃으면서 하는 말에 매니저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아는 즈후가 아닌가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