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11화 (392/877)

능연이 특수 병실 수술실 밖에서 긴장한 채 수술할 때보다 더 빈번하고 빠르게 손을 놀리며 양손으로 핸드폰 액정을 두드리고 있었다.

특수 병동의 수술실은 예비용이라서 사용 빈도가 낮아, 준비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그리고 수술 층에 있는 수술실과 달리 어떤 수술을 하든 주요 수술방식이기만 하면 바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특수 병동 수술실에서 어떤 수술을 하려면 우선 기계부터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특수 병동 수술실도 장점이 있는데, 일단 다른 환자들과 함께 줄을 설 필요가 없었고 그다음은, 가장 중요한 점이기도 한 수술실 오염률이 낮다는 점이었다. 수술실이 병원 감염 발생률이 가장 높은 곳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작은 수술을 특수 병동 수술실에서 하면 다른 수술실에서 하는 것보다 우세가 있다.

이청홍 모친이 휠체어에 탄 이청홍을 밀고 들어왔다.

그의 모친은 그의 등 뒤에 서서 눈물 흔적을 손을 바꿔가며 닦아냈다. 조금 전에 기자회견장에서 온 것인데, 사회자가 감정을 부추기는 말을 잔뜩 한 바람에 여인의 얼굴에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

이청홍도 침울한 마음이었다.

기자회견장에서도 벌써 짜증이 났는데, 그래도 성질을 누르고 연기했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수술실이 있는 곳으로 오니 기분이 갑자기 확 저조해졌다.

참 이상한 현상이었다.

이청홍도 내내 수술이 걱정이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스스로 위로를 했었다. 그런데 휠체어에 앉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수술실 앞으로 오니 갑자기 이런저런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순간, 그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능 선생님, 환자 오셨어요.”

간호사 금산이 앞으로 걸어 나가 능연을 불렀다.

“아, 드디어 오셨군요.”

능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시선은 핸드폰 액정에서 떼지 않다가 몇 초 만에 바로 내려놓고 기지개를 켰다.

특수 병실 수술실 사용 빈도가 낮은 다른 장점 하나가 바로 환자가 생산라인처럼 밀려 왔다가 나가는 게 아니라 의사가 환자를 기다린다는 것이었다. 수술 과정은 같지만, 느낌이 달라서 개인 병원 서비스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능 선생님, 미안합니다.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이 길어져서 바로 나오지 못했네요.”

이청홍의 어머니는 공기업 회계로 일하다가 은퇴한 사람이라 예의가 밝았는데, 다만 계속 눈물을 흘린 바람에 보는 사람 마음을 묘하게 만들었다.

“이따 환자 어깨랑 목, 귀 소독 잘하세요.”

“네.”

여자의 동작을 본 능연이 곁에 있는 간호사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지시했다.

“능 선생님, 핸드폰 게임 하세요?”

어제라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능연과 가깝게 지내기로 한 이청홍이 한마디 물었다.

“네. 왕자 영광이요.”

“그럼 게임 다 끝내고 수술 시작하시죠.”

이청홍은 능연이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괜찮습니다. 지금 들어가서 수술하시죠.”

“저는 소독하고 선생님은 게임을 하셔도 되잖아요.”

능연이 웃으며 하는 말에 이청홍이 농담을 했다.

“괜찮아요. 이번 게임은 우리 팀에서 제가 점수가 제일 높은 걸 보면 끝났어요.”

“능 선생님 왕자 영광하면서 자주 져요?”

이청홍은 멈칫했다가 한참 만에 능연의 논리를 이해하고는 당황해서 물었다.

“당연히 아니죠. 그래도 승률이 3, 40%는 됩니다.”

능연은 30%이면 큰 숫자라는 듯, 그럼 40%는 얼마나 크겠냐는 듯 대답했다. 이청홍은 갑자기 크게 당황했다. 일반인이라면 왕자 영광할 때 50% 승률이 기본인데, 30%라니, 그런 사람이 존재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런 사람이 수술을 집도할 수 있을까?

“아들, 힘내렴! 나중에 엄마가 동파육 해줄게!”

밖에 남겨진 이청홍 모친이 큰소리로 고함치자 이청홍은 눈물을 글썽이며 겨우 울음을 터트리지 않고 참았다.

190cm에 가까운 110kg 거구가 스트레처 카에 누워 양쪽 칸막이에 갇혀서 갑자기 ‘사내는 울지 않아’ 모드가 되니 보는 사람 모두 난감해졌다.

능연은 이러다 혈압이 20이나 오르겠다고 생각하고는 환자 기분을 달래주기로 했다.

“동파육 맛있는데. 어머니 요리 참 잘하시나 봐요.”

머리를 쥐어짜서 물은 능연의 질문에 간호사들은 얼굴을 마주 보다가 고개를 푹 숙였고 이청홍이 으엉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반드시 이겨 낼 거야. A 리그에 갈 거야. 프리미어 리그에 갈 거야. 나, 나는 월드컵에도 나갈 거야······.”

그 말에 손 씻을 준비하던 능연이 팔을 뻗으면서 느릿느릿 말했다.

“지금은 아킬레스건 개조술이 아니라 보건술밖에 못합니다.”

수술실이 순간 고요해졌다.

하하하하하.

그리고 곧 이청홍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청홍은 눈물까지 흘렸다.

“이건 개조술이 소용없으면 인체 개조를 해야겠군요.”

“신체만 개조하면 안 되죠. 머리도 바꿔야지.”

“그럼 사람이 아예 바뀌는 건데요.”

“로봇으로도 안 되겠는데요? 코치랑 축협도 바꿔야 하잖아요.”

의사와 간호사들이 흥분해서 전문적인 분석을 내리는 모습에 이청홍의 미소가 점점 사라졌다. 야······!

“열 셉니다.”

마취의 소가복이 이청홍에게 마스크를 씌웠다.

웃음을 거두기도 전에 잠이 든 이청홍의 얼굴이 공에 맞은 것처럼 찌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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