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12화 (393/877)

현미경 하 아킬레스건 주변의 모세혈관은 거미줄처럼 촘촘했다.

혈액은 강물보다 빠르게 흘렀고, 현미경을 통해 보이는 이 혈액 펌프(심장)에서 멀어지는 모세혈관들이 쉴 새 없이 흐르면서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능연은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로 이청홍 아킬레스건 주변 혈관을 과감하게 박리했다. 유능한 의사는 하려 들지 않고, 무능한 의사는 하지 못하는 작업이었다.

보통 의사들은 몇 시간을 들여서 혈관을 조금씩 피하면서, 피할 수 없거나 실수로 잘린 혈관은 복구할 수 있으면 하고, 못 하는 건······ 그냥 손상된 채로 두었다.

능연은 그랜드마스터급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터득했지만, 몇 시간 내내 모든 메스 동작과 바늘땀을 알맞게 하려면, 그 알맞다는 정의가 어디에 있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큰 혈관만 잘리지 않으면 다 알맞고, 잘 됐다고 한다. 그러나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모세혈관 손상이 수술 성공 여부가 된다.

평범한 의사에게 10초 주고 모세혈관을 피해 보라고 하면 아마도 문제없이 해 낼 것이다. 5분 주고 모세혈관 하나 봉합하라고 해도 어쩌면 잘 꿰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두세 시간 수술을 지속하면서 재 봉합한 수십, 수백 모세혈관이 잘린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일반 의사는 절망할 것이다.

“사진 한 장 같이 찍어도 되냐고 아까 물어볼걸.”

“일어나면 찍으면 되죠.”

이청홍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소가복이 조금 충동적으로 하는 말에 연문빈이 바쁘게 손을 놀리면서 대답했다.

전보다 연문빈의 임무도 막중해졌다. 조수들이 부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많은 부분을 넘기는 것이 능연의 작업 방식이기도 했다. 조수가 멍청해서 훅 당길 능력밖에 없다고 해도 혼자 수술을 끝내긴 하지만.

연문빈 등도 그래서 매우 빠르게 성장해왔다.

다른 의사 밑에서는 수준에 맞춰 성장하고 바로 연습할 기회를 얻는 이런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젊은 의사들이 병목 상태에 빠지는 것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소가복 역시 능연의 수술실에 들어오면서 실력이 빠르게 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비스듬히 돌아간 이청홍의 얼굴을 보며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

“이런 거물을 만났는데, 마취 후 사진을 한 장 찍어야 하는데 말이야. 아니면 내가 마취의였다는 걸 누가 알겠어.”

소가복은 이청홍의 얼굴을 돌리면서 말을 이었다.

“이 혀 좀 봐봐. 얼마나 개성 있게 내밀었냐고.”

“그럼 저는 이 선수 아킬레스건이랑 사진 찍어야겠네요.”

연문빈은 뿌듯함이 느껴지는 말투로 농담하듯 말했다. 유명 운동선수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는 건, 젊은 의사에게 SNS에 올릴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아킬레스건은 제 거죠.”

“평소엔 네 거지만, 이번엔 내 거야.”

마연린이 퉁퉁거리며 하는 말에 연문빈은 능연을 도와 실을 당기면서 소유권을 주장했다. 세컨드 어시인 마연린은 대답할 기운도 없이 손에 훅을 들고 있었다.

“포셉”

“가위.”

“거즈 좀 대주세요.”

연달아 떨어지는 능연의 명령에 한동안 그의 밑에서 아킬레스건 수술을 해온 사람들은 이제 아킬레스건 봉합할 때가 됐음을 바로 알아차렸다.

혈관 부분보다 아킬레스건 봉합하는 부분이야말로 메인 부분이었고, 마연린과 연문빈 모두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의사들은 아킬레스건 수술에서 어떻게 아킬레스건을 노출할지, 어떻게 봉합할지 등 오로지 아킬레스건 부위만 집중하고, 그 스텝만 끝내면 아킬레스건 봉합은 끝났다고 여긴다. 기본적인 운동능력을 지켰으니 나머지는 환자 스스로 회복을 어떻게 하는지에 달렸다고.

모세혈관 같은 기본 조직은 나중에 유합할 때 스스로 자라서 혈액 공급을 보장한다. 이런 면에서 인체는 매우 스마트해서 요즘 스마트 치료 운운해도 전혀 인체 자가 유합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새로 자란 모세혈관의 수량, 강도 등등은 당연히 예전 상태와 비교할 수 없고 혈액 공급 능력도 떨어진다. 인체는 원래 대상작용을 갖추고 있어서 일반인은 전혀 문제가 없지만, 운동선수, 그것도 파워형 축구선수는 대상작용만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다.

유위신이 추천하고, 축 원사가 건의해서 이청홍이 능연을 선택한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능연이 터득한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이 업계에서 공인하는 강력한 아킬레스건 보건술이기 때문이었다.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관절경 최소 절제술로 한 아킬레스건 보건술보다 예후가 더 좋았다. 너무 복잡해서 문제지만.

적극적으로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배우고 있는 마연린은 특히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대충해도 성공하는데 능연이 쓰는 방법으로 본인이 하려면 두세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건, 능연이 하는 것처럼 14, 15cm나 되는 커다란 상처를 내놓고 효과가 최소 절제술보다 못하게 되면 참 난감해진다는 것이다.

“1시간 됐어.”

소가복이 시간을 알렸다. 마취약을 쓸 때는 사전에 써야 해야 했고, 수술 시간과도 맞춰야 했다.

“네. 앞으로 15분입니다.”

난도만 따지면 이미 매우 빠른 편이었지만, 이청홍의 병세가 더 복잡해서 전에 해온 수술에 비해서는 느린 편이었다.

파워형 선수는 아킬레스건이 끊어질 때도 파워 넘치게 끊어졌다

“어떻게 되고 있나?”

그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곽종군이 동네 어르신처럼 뒷짐을 지고 들어오자 수술실에 있던 초짜 의사와 간호사들은 모두 부르르 떨면서 손자처럼 낮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다 해갑니다. 혈관을 좀 더 꿰매려고요.”

“순조롭고?”

능연이 바쁘게 손을 놀리면서 하는 말에 곽종군이 하하 웃으며 물었다.

“네. 순조롭습니다.”

“그럼 됐어, 됐어.”

곽종군의 표정이 티 나게 편해졌다.

“곽 주임님, 아직도 걱정하십니까? 능 선생은 아무리 어려운 수술을 가져다 놔도 순조롭게 할 겁니다.”

소가복이 슬그머니 둥근 의자를 발로 밟고는 물었다.

“걱정이 아니라, 환자 어머니가 밖에서 계속 울고 계신다네. 특수 병동에 다른 환자도 없고, 의사나 간호사도 못 말리고 있어.”

“그렇게 안 보이던데요.”

곽종군의 머릿속엔 소송이라도 걸리면 어쩌나 생각뿐이었고, 대답하는 어린 간호사의 가슴과 등에 ‘가십’이라는 단어가 보이는 듯했다.

“외아들에,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 했잖아. 공부도 안 했고, 대단한 집안도 아니고, 전에는 계약 문제 같은 게 있어서 돈도 많이 못 모았는데, 이제 겨우 작은 집 하나 장만한 건 아직 대출금도 남았다는군. 축구를 못 하게 되면 인생이 망가지는 거지.”

곽종군이 전에 들었던 소식을 되풀이하자 능연이 고개를 들었다.

“망가질 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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