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13화 (394/877)

복도에 환자 어머니가 훌쩍대고 있어서, 붙들려서 곤란해질까 봐 능연은 수술을 끝낸 후에도 바로 수술실을 떠나지 않았다.

능연은 소가복을 따라 회복실에서 이청홍이 깨어나길 기다렸다가 아무런 일 없는 걸 확인하고 그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연문빈과 마연린도 능연을 따라 스트레처 카를 밀면서 말을 꺼냈다.

“특수 병동 수술실은 진짜 너무하네. 문이 하나뿐이라니. 우리가 안에 갇혀서 찔려 죽으면 어쩌려고.”

“무슨 짓을 해서 찔려 죽는데요?”

이청홍이 억지로 눈을 뜨며 농담 반 궁금함 반으로 물었다.

“아이고, 요즘 환자들이 의사 찔러 죽일 이유가 얼마나 다양한데요. 축구 국대도 만날 팬들한테 욕먹잖아요.”

“아, 우리야 욕먹을 만하죠.”

“오, 마음가짐 좋은데요?”

이청홍의 대답에 연문빈이 조금 멍해졌다. 그러자 이청홍이 콧방귀를 뀌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제가 국대된 건 5년밖에 안 됐고요, 전엔 제가 선생님보다 더 심하게 욕했을걸요?”

“됐습니다. 말씀 그만 하세요. 수술 막 끝냈고 아직 마취에서 완전히 깬 게 아니라 푹 쉬어야 해요. 한숨 자면 더 좋고요.”

곁에 있던 소가복이 이청홍을 살짝 누르며 말했다.

몇 걸음 만에 의료진들이 다 같이 이청홍을 밀고 나갔다.

대기실 쪽에서 볼 때, 수술실 문이 열리는 순간 의료진 대여섯 명에게 우르르 둘러싸여서 밖으로 나오는 이청홍의 모습이 제법 있어 보였다.

훌쩍이던 이청홍의 어머니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울음을 멈췄다.

“청홍아, 좀 어떠니? 수술 시간 한 시간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마흔 좀 넘어 보이는 젊어 보이는 이청홍의 어머니는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리면서도 불만을 터트렸다.

스물 되기 전에 아들을 낳고 몇 년 전까지 서른 초반의 젊은 유부녀 신분으로 인터넷에서 코스프레 활동도 했다. 그녀는 성격도 있고, 남을 원망하는 것도, 우는 것도, 끝내주게 연습해온 여자였다.

“수술 시간은 한 시간이고, 마취 시간 그리고 깨는 시간은 따로 계산하니까요.”

소가복이 헛기침하고는 한마디 했다.

“엄마······.”

“알았어, 알았어. 그만할게.”

이청홍이 눈을 뜨고 웅얼거리는 모습에 그의 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능연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능 선생님, 수술은 잘 됐나요? 유위신 수술이랑 비교하면 어때요?”

그녀는 의학 지표 같은 건 모르겠고, 유위신이 성공 케이스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능연이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곽종군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환자가 다르니 수술은 그렇게 비교하는 게 아닙니다. 유위신 선수 수술은 유위신 선수의 상태가 있었죠. 능연, 그냥 이청홍 선수 상태로 설명해 드리게.”

“아, 네. 수술은 성공했습니다. 출혈도 얼마 없었고요. 55cc 정도? 이제 환자의 회복에 달렸습니다.”

수술 후 설명은 다 형식적이었고, 좌자전과 곽종군에게 그동안 배운 것을 따르자면, 확실한 대답, 전망, 상세한 수술 과정은 설명할 수 없어서 말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그럼 축구는요? 할 수 있어요?”

“예상 못 한 상황만 생기지 않으면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모호하게 듣다가 말이 끝나자 바로 묻는 이청홍 어머니 물음에 능연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 상황이란 게 뭐죠?”

“장 여사님, 가면서 이야기하시죠. 일단 환자를 병실에 보냅시다.”

곽종군이 앞으로 나서서 그렇게 말하고는 눈짓해 스트레처 카를 밀게 하고는 걸음을 떼며 말을 이었다.

“의외의 상황을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청홍 선수 같은 경우는 열심히 재활하면 빨리 좋아질 겁니다. 잘 추스르고 나면 걷고 뛰는 건 다 문제없고요, 당연히 공도 찰 수 있죠. 그러나 생각해보세요. 멀쩡한 운동선수들도 경기장에서 아킬레스건 파열 가능성이 있는데 재활 과정 동안, 그리고 나중에 회복기 동안 조심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네, 그야 그렇죠.”

곽종군의 말에 얼렁뚱땅 넘어가 버린 이청홍 어머니의 눈시울이 바로 붉어졌다.

“정말 우리 애 왜 이렇게 재수가 없죠? 이제 승승장구하려는 참에 이렇게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다니요. 엉엉엉.”

능연은 이런 식의 대화엔 정말이지 흥미가 하나도 없었다. 그는 몇 발짝 따라가다가 걸음을 멈췄다. 수술은 끝났고 나머지 케어 작업은 특수 병동 간호사들이 할 일이었다.

다음 날 정오, 이청홍의 매니저가 기자회견을 열었고 그는 이청홍의 휠체어를 밀면서 기자들 앞에서 한 바퀴 돌았다.

하루 푹 쉬고 난 이청홍의 안색은 밝았고, 각 검사 지수도 모두 정상에 가까워서 이청홍과 가족, 그리고 팀원과 광고주들이 모두 기뻐했다.

기자회견이 끝날 때쯤, 이청홍이 마이크를 들고 특별히 한마디 했다.

“유위신 선수에게 특별히 감사 인사 전하고 싶습니다. 그가 운화병원과 능연 선생님을 소개해 줬습니다. 덕분에 정말 우수한 선생님이 제 수술을 훌륭하게 해주셨습니다. 앞으로 순조롭게 회복되길 바랍니다. 빨리 푸른 잔디로 돌아가고 싶어서 몸이 쑤십니다.”

기자회견을 계속 주시하던 운화병원 고위층들은 크게 기뻐했다. 스타 선수 수술하는 건 그만큼 리스크도 매우 컸다. 혹시라도 수술이 잘못되면 스타 선수들은 참지 않을 것이고, 법적 절차로 가든 아니든 병원 손실은 크다.

그런 리스크를 안고서 스타 선수를 위해 특수 병동도 준비하고 가장 좋은 케어팀도 꾸려주는 건 스타 선수가 가져다줄 홍보 효과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스타의 홍보에도 구분이 있다.

지금 이청홍 같은 케이스는 관심이 높은 시점에 이청홍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서 꺼낸 말이라 적잖은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그에 비해 매니저를 통해 발표하면 영양가가 줄어든다.

그래서 주 원장은 의사들을 잔뜩 불러 병실로 특별히 이청홍을 찾아갔다.

그때 병실엔 이미 웃고 떠드는 소리가 가득했다.

이청홍의 팀원, 친구, 친척들이 오고 가고, 또 가고 오고. 커다란 병실이 세일 중인 상점처럼 떠들썩했다. 그날 유위신이 열었던 파티만큼은 떠들썩하진 않아도 병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었다.

주 원장은 미소 띤 얼굴로 존재감을 드러낸 후 그 자리를 떠났고 이청홍의 어머니는 싱글벙글 의사들을 배웅하고는 다들 돌아가려는 순간, 능연을 붙잡았다.

“능 선생님. 제가 특별히 동파육을 준비했어요. 청홍이한테도 하나 줬고요, 하나 남은 건 선생님 드셔 보세요.”

“필요 없습니다.”

능연은 바로 거절했다.

“우리 아버지가 전에 국영 식당 주방장이었어요. 이 동파육은 집안 비법으로 만든 거랍니다.”

이청홍 어머니는 유세를 조금 부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은 채 가슴이 조금 더 우뚝해 보이도록 발꿈치를 살짝 치켜들었다. 전에 코스프레할 때 그 스킬로 경쟁자 하나를 이긴 적도 있었다.

그때 핸드폰이 울리자 능연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전화를 받았다.

“능연 씨.”

전칠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전해졌다.

“좀 시끄럽네요.”

능연은 잘 들리는 곳을 찾으려고 몇 발짝 옮기며 대답했다.

“헬리콥터 소리가 좀 시끄럽죠? 동파육 만들었어요. 장인한테 배운 거예요. 식으면 맛없으니까 헬리콥터 불렀어요. 점심때 수술 있어요? 같이 밥 먹어요.”

“아, 좋아요. 그럼 수술실 작은 식당으로 와요.”

능연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5분 뒤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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