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국은 양을 쳐도 될 정도로 텅텅 비어있었다.
훈련의 하나가 멍하니 안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병원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훈련의인 그는 아직 환경에 적응하지도 않았는데 황량한 의국에 방생되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성함이?”
“아, 예. 저는 용 선생입니다. 능 선생 찾으러 오신 거죠? 능 선생은 지금 이쪽에 안 옵니다.”
매니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를 알아본 훈련의가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했다.
“아, 그럼 언제쯤 오실까요?”
“그야 모르죠. 능 선생 번호 있으시죠? 바로 전화해보세요.”
“엄청나게 다급한 일도 아닌걸요.”
정말이지 능연에게 흠 잡히고 싶지 않은 매니저는 정말로 급한 일이 아니면 능연의 핸드폰으로 전화할 생각이 없었다. 그것도 그렇겠다 생각한 용 훈련의도 다른 말을 더하지 않았다.
상급 의사를 부르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고, 능연은 그의 상급의 상급 의사이니 그가 나서서 부를 일은 없었다. 게다가 능연은 지금 수술 중이니 말이다.
“좀 앉아도 될까요?”
바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 매니저의 말에 용 훈련의가 안 될 게 뭐 있냐는 듯 그도 자리에 앉았다. 매니저가 중화담배 한 갑을 건넸다.
“담배 피우십니까?”
“병원은 금연입니다.”
“330 중화입니다. 부탁해서 산 거예요.”
예부터 3자 들어가는 중화는 맛이 좋다고 알려졌고, 그중에 330이 최고였다. 용 훈련의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지막이 따라오라고 했다.
잠시 후, 용 훈련의와 매니저가 아직 실내장식이 끝나지 않은 작은 방에 나란히 앉아 창문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새로운 곳을 찾을 때마다 미리 답사합니다. 병원이 커서 안 쓰는 방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물론 우리 병원엔 그런 공간이 드물지만요.”
“여기 원래 뭐 하던 곳입니까?”
진지하게 말하는 용 훈련의의 말에 매니저가 비좁은 방을 호기심 어린 듯 둘러보며 물었다.
“실제로 뭐에 썼냐는 말씀입니까?”
“네.”
“전엔 죽은 사람을 임시로 두던 방이죠.”
“아?!”
매니저가 순간 의자에서 뛰어올랐고, 용 훈련의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농담하지 마세요.”
“그냥 좀 놀라게 하려고 했죠. 그리고, 거짓말 아닙니다. 여기 정말로 임시 영안실이었어요.”
눈물이라도 떨어뜨릴 듯이 웃는 용 훈련의의 말에 매니저의 손에 든 담뱃재가 계속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 나가겠습니다.”
3으로 시작하는 중화담배가 그렇게 낭비되었다.
그렇게 밖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리고서야 매니저는 드디어 능연을 만났다.
“능 선생님, 저희 잠시 조용히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능연 뒤에 다른 환자 보호자 역시 능연을 찾아온 걸 본 매니저가 다급하게 다가갔다.
환자와 보호자마다 습관이 달랐고, 몇 번이고 묻고 확인해야 마음을 놓는 환자와 보호자가 있었다. 매니저처럼.
“담당 의사가 해결 못 하는 일입니까?”
연달아 수술 세 건을 한 능연은 환자 매니저와 옥신각신하고 싶지 않았다.
“네! 우리는 프라이버시가 중요해서요. 우리 이메일로 주고받으면 안 될까요?”
“능연!”
“능 선생!”
바로 그때 호흡기과 홍 주임이 미친 듯이 달려왔다. 하루에 담배 세 갑은 피우는 골초인 홍 주임이 마친 듯이 달려봐야 다른 사람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를 뿐이었지만.
“능 선생, 부탁이 있네!”
홍 주임은 인사를 주고받고 할 시간도 없이 바로 능연 앞에 서서 본론을 꺼냈다.
“우리 큰형 딸이 아이를 낳다가 대량 출혈이 발생했네. 현지 병원에서 감당하지 못해서 우리 병원으로 오고 있어. 자네가 봐주면 안 되겠나?”
“산후 다량 출혈이면 산부인과에서 할 일 아닌가요?”
능연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렇지만, 지혈 방면은 자네가 더 믿음직스럽지 않은가. 능 선생, 죽은 사람 하나 살린다고 생각하고, 응?”
그 말을 들은 능연은 더는 미루지 않고 바로 산부인과 구역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