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병원 서열에서 산부인과와 응급의학과 모두 유명한 고난형 진료과였다. 특히 산과는 보통 아이를 저녁에 낳기 때문에 당직 임무가 유난히 막중했다.
게다가 당직 열 번이면 아홉 번은 쿨쿨 자는 간담췌외과 같은 진료과와 달리 산과는 끊임없이 몰려드는 환자로 인해 어느 하루 편하게 잠들 수 있는 날이 없었다.
매일 새벽 서너 시에 수술하는 능연이 그 시각에 가장 많이 부딪히는 것도 바로 산과 의사였다. 어떤 산부인과 의사는 하루에 제왕 절개를 일고여덟 건이나 하면서 밤부터 아침까지 꼬박 새우기도 한다.
물론, 낮이라고 조용하지도 않다.
능연이 산부인과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산모 두 명이 엘리베이터에서 밀려 나왔다.
복도에 보호자는 들풀처럼 좌우로 흔들리면서 길을 막기 일쑤였고, 손에는 다들 뭔가를 들고, 병원에 있는 사람답지 않게 싱글벙글한 모습이었다.
“능 선생, 이쪽으로.”
산부인 1과 주임 방평죽은 나이가 지긋했고 뚱뚱함으로 주름을 편 대가였다.
병원 다른 진료과와 마찬가지로, 산부인과는 부인과와 산과로 나뉜 후, 그중 산과는 몇 년 전에 다시 한번 나누어졌다. 까놓고 말하면, 주임이 되어야 할 부주임이 있어서, 병원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단번에 산과를 3과까지 쪼갤 수밖에 없었고, 치료팀 리더였던 부주임 둘이 그렇게 주임이 되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치료팀을 이끌고도 주임으로 승진하지 못한 다른 부주임들은 말없이 병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스스로 의사가 부족한 병원을 찾아가 주임이 되었다.
원래 산과 큰 주임이던 방평죽은 홍 주임과도 오래된 사이였다. 그런 점에다가 또 대량 출혈 환자가 홍 주임의 큰 조카이기도 하니, 방 주임은 능연이 나서는 게 싫다고 해도 능연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혹시 모를 구실을 주지 않도록 가능한 한 편의를 제공해야 했다.
의사는 다른 업계와 다르다. 대다수 업계 사람들은 누구를 돕거나 융통할지 말지는 대부분 이런저런 연줄 문제보다 돈 문제가 더 크다. 조금 더 우아하게 이야기해봐도, 체면, 존엄, 즐거움 등등이랄까.
하지만 종종 생사를 다루는 의사는 달랐다. 지금 이 일만 해도, 방 주임이 능연을 반대하는 바람에 홍 주임의 큰 조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앞으로 방 주임은 어떻게 홍 주임의 얼굴을 봐야 할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딸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능연은 운화병원 공인 지혈 전문가였고, 북경에서 온 출장 수술 전문가가 체면을 다 구겨가며 그걸 증명했다. 산부인과는 일반 외과나 간담췌외과와 조금 다른 특이성이 있지만, 난도만 따지면 간담췌외과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방평죽도 능연의 지혈 능력을 검증하거나 테스트할 생각이 없었다.
뭐하러 테스트나 검증을 한단 말인가.
출장 수술 의사가 애초에 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가장 위험한 순간에 환자 보호자가 그들을 모셔온다. 규정 위반이라는 것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병원과 의사들은 그래도 자리를 외부에서 온 출장 의사에게 내준다.
자기 병원에 있는 지혈 전문가를 굳이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물론, 그렇게 내키지는 않았다. 다행히 환자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직접 하다 포기한 것도 아니라서 체면을 구길 일은 없었다.
“이제 3분이면 도착합니다.”
초짜 의사 하나가 다가가 보고했다.
“응. 능 선생, 어떻게 할까? 환자를 여기로 데리고 올까? 아니면 아예 수술실로 보낼까?”
그가 말하는 수술실은 수술 층의 수술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산과에 수술실 두 개 있는 거 맞죠? 비어있으면 거기로 보내시죠.”
수술 층으로 보내야 한다면 능연이 산부인과에 올 필요 없이 응급실에서 바로 하는 게 더 나았다. 그러나 산과와 일반 응급은 조금 다르고, 가장 큰 차이는 환자 배 안에 다른 작은 생명이 있다는 점이었다. 어떤 방법으로 수술을 진행하든 어머니의 목숨뿐만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는 아기의 목숨도 지켜야 한다.
각종 설비, 특히 간호사 등 보조 인원 소질만 생각해도 산과가 응급의학과보다 더 적당했다.
“그래. 지금은 절개도 다 수술 층으로 보내서, 빈 수술실 있어.”
운화병원 산과 수술실은 제왕 절개가 가장 흥행하던 시절에 지은 것이었다. 정형외과처럼 자재 수입이 큰 것도 아니고, 신경내과처럼 약품 수입이 큰 것도 아니었다. 산과는 약물을 대량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쓸 자재도 없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제왕 절개가 산과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위생국이 아직 제왕 절개 비율에 제한을 두지 않던 시절, 운화병원 같은 병원은 쉴 새 없이 제왕 절개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때는 새로운 입원 병동이 지어지지 않았고, 산과는 수술실 회전율이 너무 낫다고 타박하며 스스로 수술실을 지어 회전율을 높였다. 제왕 절개를 하는 동시에 자궁외임신과 자궁 절제 같은 수술도 했다. 그 밖에 일부 산과 수술은 확실히 응급인 경우가 많은데, 방평죽은 병실에서 20초 만에 산소 부족 태아를 절개해 아직 태어나지 않는 어린 생명을 살린 일로 유명해졌다.
제왕 절개 출산 비율이 엄격하게 제한된 후, 운화병원 산과 수술실에서는 경부 복강경 같은 수술만 하게 되었고, 이용률이 예전과 거론할 수 없을 만큼 떨어졌지만, 기계가 좀 낡아 그렇지 그래도 설비와 기계는 완벽했다.
“혈액 많이 준비해주세요. 방 주임님, 이따 환자 검사 한 번 해주시고요, 혹시 환자가 견딜 수 있으면 전신마취하고 복부 검사하겠습니다. 좌 선생님, 환자 가족과 면담하시고요. 위급 통지서, 사정 동의서 사인받으세요. 그리고 보호자한테 환자 병세가 위급해서 필요하다면 자궁 절제할지 모른다는 것도 설명하세요.”
“넵.”
43세 좌자전이 군사 훈련 중인 학생처럼 큰 소리로 대답하는 모습에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가 모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오랫동안 준비한 이 방법으로 아부를 떨 기회를 기다렸던 좌자전이 교만하게 목을 치켜들었다. 얼마나 오래 생각한 지는 둘째치고, 한 달 넘게 기다린 기회였다.
다른 진료과 의사, 간호사 앞에서 능연의 체면을 크게 치켜세울 수 있다는 것, 그건 아부하는 말을 한바탕 늘어놓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좌자전은 자신의 꼴랑 얼마 되지도 않는 체면 따위,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
43세 레지던트, 머리카락은 다 빠져서 아직 스물 초반의 젊은 의사가 할 일을 하는데 무슨 체면이 있단 말인가.
초짜 의사들은 수군수군했고, 방평죽은 자연스럽게 능연을 바라봤다.
산 1과의 큰 주임이자 과거 산과의 큰 주임인 수하 부주임들이 반기를 들 때까지 이런 존중대(아)우(부)를 받은 적이 없었다.
“방 주임님, 자궁 절제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능연은 복부 해부 구조는 매우 잘 알지만, 자궁 절제 경험은 없었다.
“어.”
좌자전의 모습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방평죽이 어물쩍 대답했다.
“심정맥 채혈하고 진단의학과에 보내고 양수 색전도 검사하고.”
방평죽은 환자를 보자마자 바로 간호사에게 양수 색전 검사를 지시했다. 산과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것이 바로 양수 색전이다.
양수 색전은 분만 과정에서 양수가 갑자기 모체 혈액 순환에 돌입하여 급성 폐색전, 과민성 쇼크, 신부전, 돌연사 등 온갖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양수 안에 대량 포함된 태아의 모발, 각화 상피, 태지(胎脂:vernix caseose), 태변(胎便)이 혈액 순환에 일단 들어가면 바로 균형 파괴를 일으킨다.
운화병원 산 1과에서 방평죽은 대량 출혈 같은 증상이 발생하면 바로 정맥혈을 채취해 빠른 진단을 내리는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방평죽 생각에는 몇 분이라도 일찍 양수 색전을 확진하면 환자의 생존율이 대대적으로 늘어난다.
다만 원래 산과 전체에서 통용되던 이 정책은 지금 산 1과에만 유효하다. 산 2과, 산 3과 주임들은 현재 각자의 포인트가 있고 인원, 시간과 자금을 대량 양수 색전 색출 검사에 쓰려고 하지 않았다. 이런 것 역시 의사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안면도 몰수하고 양쪽이 모두 망하더라도 어떻게든 실권을 장악하는 주임이 되려는 이유 중 하나이다.
실권 있는 큰 주임만이 진료과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온 진료과의 사람, 진료과 돈을 모두 자신이 휘두를 수 있으며 자기가 흥미를 느끼고 자신 있거나 배운 분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산과만 해도 양수 색전 외에도 고위험 임신, 출산 전 진단, 태반 조기 박리 등 영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산과 경험이 없는 능연은 양수 색전 확률 문제는 평가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스트레처 카를 잠시 따라가면서 우선 방평죽이 명령을 내리는 걸 지켜보다가 수술실에 들어간 후에야 입을 열었다.
“출혈은요?”
“음도 출혈 400cc입니다.”
간호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병원에 오래 있다 보면 간호사들도 진료과의 주요 질병과 그 상태에 익숙한데, 이제 막 침대에 올려진 환자 상태는 딱 봐도 매우 좋지 않았다. 같은 여자로서, 이제 막 아가를 낳자마자 빈사 상태에 빠졌다고 상상하자 심각한 표정 말고 무슨 표정을 지어야 좋을지 몰랐다.
홍 주임은 수술실에 따라 들어가지 않고 수술실 밖에서 함께 온 형수를 위로했다.
그는 수술을 못 하는 내과 의사고 설사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해도 홍 주임은 아마 수술을 하지 않을 것이다. 산과 주임과 능연이 같이한 수술에서 살리지 못한다면 다른 외과 의사라고 해도 공을 세우기는 어려우리라.
“복부 검사할까요?”
말투는 방평죽에게 묻는 것 같았지만, 사실 능연은 이미 해야 한다고 확정 짓고 있었다.
그러자 마취의가 저도 모르게 방평죽을 바라봤다. 이곳은 산과의 수술실이고 능연이 다른 사람도 데리고 오지 않았으니 메스를 쓰게 될지 아닐지는 정말로 방평죽에게 달렸다.
능연을 수술실에 들인 이상 이제 거절할 여지가 없는 방평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전신마취는 된 상태였고, 잠시 만에 환자의 피부를 몇 번 눌러본 능연이 바로 개복을 시작했다.
“개복, 복부 검사 시작합니다.”
그 말을 마친 그는 메스를 건네받아 핑거팁 그립으로 쥐고 긴 절개구를 냈다.
방평죽과 다른 의사들은 흠칫 숨을 들이마시며 그 장면을 지켜봤다.
산과에서 평소에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이 바로 복부 절개 수술인데 적게 잘라도 안 되지만 많이 자르면 환자가 언짢아할 것이 분명했다. 의사를 고를 때 절개구 길이를 미리 의논하는 여자도 있다.
그리고 아무리 대단한 산과의사도 능연처럼 한 번에 긴 절개구를 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건 자칫하면 의료 분쟁이 될 수도 있었다.
“능 선생은 아주 대범하게 개복 검사를 하네.”
방평죽은 매우 ‘완곡’하게 말했고 방평죽이 능연을 지적하려는 줄 안 세컨드 어시인 여의사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능 선생, 이렇게 절개구를 길게 내면 나중에 환자한테 의국에 갇혀 혼쭐날 수도 있어.”
“환자가 그럴 수 있다면 이 절개구를 낸 효과가 있다는 뜻이겠죠.”
능연은 눈앞의 수술 구역을 지켜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세컨드 어시는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훅 잘 잡으세요.”
“아, 아, 응.”
상기시키는 능연의 말에 흘끔 능연을 살펴본 여의사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그와 맞선 본 남자들은 능 선생만큼 잘생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내적인 아름다움도 10분의 1, 아니 백 분의 1, 아니 만분의 1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방평죽도 능연의 말에 그를 가볍게 칭찬했다.
“곽 주임이 키운 의사니까 수준이 어떨지 말할 것 없고 모럴은 좋군. 선 구명 후 치료, 맞지?”
곽종군의 명언은 다른 사람들도 잘 알고 있었다.
능연은 그저 싱긋 웃었고 방평죽이 말을 이었다.
“요즘은 환경이 자기네 곽 주임 시절 하고 다르지. 그 당시에 긴급 상황이 닥치면 우리는 어떨 때는 보호자 사인받을 새도 없이 바로 처치하곤 했어. 그렇게 구해낸 산모와 아기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 요즘은 그럴 엄두를 못 내. 사인을 받고도 마음이 안 놓여서 남편한테까지 사인받는 의사도 있거든. 치료, 구명 이걸 어떻게 고를 거냔 말이야.”
그런 화제를 토론할 흥미가 하나도 없는 능연은 이번에도 그저 웃기만 하고 진지하게 수술을 진행했다.
“석션 속도 올리세요.”
능연은 그렇게 말하는 동시에 손을 환자의 복강에 밀어 넣었다.
배에 피가 가득 차 있으니 손으로 만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일반 의사들은 아예 쓸 수도 없는 시간을 다투는 책략이었다. 빨아들여 나오는 혈액량만 봐도 그 안이 얼마나 엉망일지 짐작할 수 있는데, 손으로 조직상태를 만져서 알아내겠다는 건 정말이지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그러나 바로 복강 안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기 때문에, 복강을 열고 압력을 해소한 지금이야말로 서둘러 검사를 할 때였다.
군대가 대치할 때, 정찰병을 보내면 당연히 손실을 보겠지만 보내지 않으면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방평죽은 이제야 홍 주임이 어째서 능연에게 도움을 청했는지 조금 알 것 같아서 긴장한 채 곁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기만 했다.
전에도 능연이 대단하다는 걸 들었지만, 실제로 만나보고 나서야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됐다.
인체가 단순한 것 같아도 인체의 조직 기관을 조금만 바꿔도 제대로 구분 못 하는 의사도 있다. 피로 뒤덮인 가운데 출혈 포인트를 찾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방평죽은 만약에 이런 상황에서 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정말로 눈앞에 있는 지나치게 젊은 의사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삐 움직이던 능연의 팔이 잠시 멈췄고, 방평죽의 얼굴에 기대하는 표정이 저절로 떠올랐다.
능연이 서서히 고개를 들어 방평죽을 한 번 보고 다른 사람도 바라봤다.
“출혈 포인트가 없습니다.”
잠시 멍해졌던 방평죽이 곧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출혈 포인트가 없는데 왜 그런 심각한 표정을 짓는 거니?
“밖으로 드러난 기관 출혈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어쩌면 못 찾은 걸 수도 있지.”
여전히 진지한 얼굴빛으로 말하는 능연의 말을 방평죽이 반박했다.
“그럴 리 없습니다.”
능연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랜드마스터급 맨손 기술로 환자 복강에 그렇게 대량 출혈한 포인트를 잡아내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 점만으로도 능연이 조금 전에 한 맨손 지혈로 이미 많은 가능성을 배제했다.
“그래서,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 것 같나?”
방평죽은 능연의 태도로 언짢아하지 않았다. 산부인과는 원래부터 일이 험하고 어렵기로 유명한 진료과였다. 복잡한 간담췌외과와 비교하는 건 둘째치고, 일반 외과하고 비교해도 산부인과 수술은 난도가 낮지 않았다.
조수들의 심리 상태를 고려할 리 없는 능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바로 대답했다.
“기관 밖에는 출혈 포인트가 없고,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보면······ 확산성 혈관 응혈이 일으킨 자궁 내 출혈일 겁니다.”
“그럼 자궁 절제해야겠네.”
방평죽은 능연의 진단에 대해 평가하지 않았다. 단순한 진단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어떻게 그 진단을 증명하고 정확하게 치료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능연은 살며시 고개를 흔들었다. 전에 자궁 절제를 해본 적이 없어서, 툭하면 자궁 절제를 하고 싶어 하는 산부인과 의사들과 달랐다.
“흡수 봉합사 주세요.”
능연이 손을 뻗었다.
“어딜 꿰매려고?”
방평죽은 환자의 복강 내 오염된 혈액을 바라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B-린치(B-Lynch) 봉합술입니다.”
능연이 말한 건 자궁 전용 봉합 방법이었다. 간단한 것이 특징이면서 출혈을 제어하는 동시에 자궁의 능력을 보존하는 방법이었다.
능연은 이런 수술 방식을 배우기만 했지 실제로 해본 적은 없고 시스템에서 스킬을 얻지도 못했다. 그러나 가진 봉합 기술로 이런 수술의 생소함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다.
원래부터 복잡한 봉합 방법이 아니지만, 교묘하긴 해도 능연의 마스터급 봉합 스킬로는 간단하게 처리 가능한 방법이었다.
방평죽 역시 능연의 B-린치 봉합술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그 이름을 입에 올릴 수 있는 의사라면, 초짜 의사가 아닌 이상 적절한 처리는 문제 없었다.
능력 있는 의사와 초짜 의사의 차이점은 초짜 의사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것에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익숙하지 않은 수술 방식을 보면 일단 수술 방식을 배워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안의 모든 스텝도 배워야 한다. 능력 있는 의사는 모르는 수술 방식이 있으면 방법만 살짝 익히면 조작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대다수 학자는 국제회의에 참석해서 수술 방식 하나를 알게 되면 바로 돌아와 직접 해보면서 효과가 어떤지 볼 능력이 있다.
물론 조금 복잡한 건 개로 우선 시험하고, 간단하거나 변형 수술 같은 건 개를 희생시킬 필요 없이 바로 수술을 진행한다.
사실상 B-린치 봉합 같은 건 자궁 전후 벽을 봉합 가압해서 출혈을 제어하고 출산 능력을 보존하는 거 말고 특별한 점이 없었다.
그러나 방평죽은 지금 자궁 봉합하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방평죽은 마음을 다스리고는 가능한 한 평안하게 말을 꺼냈다.
“능 선생, 자궁 출혈이 의심된다면 자궁 절제하는 게 가장 안전해. 환자는 이미 아이가 있고 말이야.”
“B-린치 봉합과 자궁 절제 효과는 같습니다. 게다가 봉합 예후도 더 좋고요.”
능연은 자기주장을 고집했다.
B-린치 봉합 효과가 좋은 건 당연했다. 자궁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출산이라고 해도 그 외에도 여성 호르몬 시스템에 영향을 준다. 간단히 말하면 자궁을 절제하면 여성은 바로 갱년기에 돌입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는 종종 예측하기 어렵다.
예후만 따져도 좋은 일이 아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가 되자 방평죽도 고집을 부리면서 적당한 말을 찾아 말을 이었다.
“지금은 일단 목숨을 먼저 살려야 하지 않아? 먼저 목숨을 구하고 병을 치료해야지.”
“B-린치 봉합 효과도 나쁘지 않고 목숨도 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네 내부 출혈 범위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 아닌가. 봉합 범위 밖이면 어쩌려고?”
“확률이 낮습니다.”
능연은 잠시 침묵했다가 말을 이었다.
“지금 이미 출혈량이 큽니다. B-린치 봉합으로 지혈이 안 되어서 몇백 cc 출혈이 더 생긴다고 해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때 다시 자궁 절제해도 늦지 않습니다.”
방평죽은 능연의 말이 옳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환자에게 물어봐도 1, 2백 cc가 아니라 천 cc라고 해도 자궁을 보존하길 바랄 것이다.
단지 의사들의 습관이 아니긴 했다.
산과 같은 곳은 자궁에 문제가 생기면 자궁을 절제하지 환자를 위해서 수술을 두 번이나 할 사람이 없었다.
좋게 이야기하면 의사가 결단력이 있고, 나쁘지 않은 판단을 내렸다고 자신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쁘게 이야기하면 의사들도 다른 업계처럼 그다지 명예롭지 않은 어두운 면이 있기 마련이고, 그 어두운 면이 사람과 관련되면, 병원은 종종 속이 검은 곳이 된다.
방평죽은 속이 검은 사람은 아니지만, 의사 생활 30년 하는 동안 어떻게 일 처리하고, 어떤 플로우로 무슨 일을 하는지 이미 뼛속에 배어 있었다.
“자궁 내 출혈인지 아닌지 확정하지 못했지?”
방평죽은 봉합이냐 절제냐에 대해 더는 연연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꺼냈다. 진단과 확진 문제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진단은 그저 추측일 뿐이고, 확진되어야 의학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확정하지 못했다는 것도 그저 방평죽의 생각일 뿐이었다.
“복강 내 출혈이 없으니 자궁 내 출혈이 확실합니다.”
능연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한 번 만져 본 것뿐인데 복강 내 출혈이 없음을 어떻게 확신하지? 가려진 출혈 포인트도 많아.”
방평죽이 복강 내 적혈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연스러운 생각이기도 했다. 대다수 의사는 드러난 출혈 포인트도 반드시 찾으리란 법도 없는데 드러나지 않은 포인트는 어떻겠나.
능연은 방평죽에게 자신의 판단력을 피력하지 않고 각도를 틀어 설명했다.
“환자 자궁 수축이 매우 안 좋습니다. 이것도 지표가 되겠죠.”
기관 출혈마다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 다른 건 몰라도 자궁은 방평죽이 익숙하기 짝이 없는 기관이었다.
능연의 힌트를 얻은 방평죽이 바로 앞으로 나서 자궁 밑을 눌러 보았다.
“수축이 심하진 않아. 그렇지만······.”
방평죽은 여전히 망설였다.
솔직히 자궁 절제라면 바로 했겠지만, B-린치 봉합은 하고 싶지 않았다. B-린치 봉합을 사용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가 바로 자궁 내 출혈인데 지금은 출혈이 100% 확진하지 않은 상태에 심지어 양수 색전 가능성도 있는 상태라서 B-린치 봉합은 오진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자궁 절제를 하고 환자의 출혈이 멎으면 자궁 내 출혈 때문에 절제했다고 할 수 있다. 출혈이 멎지 않아도 다른 합병증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어차피 증거를 모두 절제하고 없으니 말이다.
능연은 의사들이 자신을 보호하는 작은 스킬을 몰랐고, 언어로 소통해서 상대방과 합의를 추구하지도 않았다.
능연은 사람 사이의 인식 차이가 크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끼리 언어로 소통이 될 확률은 대량 출혈 환자를 30명 살리는 것보다 확률이 낮았다.
“석션 속도 올리고 수술 시야 노출하세요.”
능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시를 내렸다.
방평죽은 말없이 뒤로 물러났고, 집도권을 내려놓으면서 책임에서도 물러섰다.
능연은 복강 내 적혈이 완전히 깨끗해지기 전에 벌써 니들홀더를 꺼내서 자궁 앞 벽에 찔러넣고 자궁 끝까지 끌어당겨 후벽까지 돌렸다.
익숙하지 않은 수술 방식이고 익숙하지 않은 기관이지만, 복부 해부에 너무 익숙한 능연은 자궁도 담낭처럼 익숙하게 대했다. 수백 번 해서 더욱 익숙한 간은 비교할 것도 없었다.
“복강 내 출혈 1,800cc.”
퍼스트로 올라간 세컨드 어시 여의사가 드디어 복강 내 적혈을 깨끗하게 빨아냈다.
수술 침대 곁에 있는 커다란 병에 늙은 마녀의 보물처럼 진한 혈액이 반쯤 담겨 있었다.
“네. 수액 보충 주의하세요.”
능연은 전후 벽을 8자로 꿰매면서 지시를 내렸다.
“어. 수액 1,000cc 이미 투여했어. 혈장 400cc도.”
여의사가 피드백을 주었다. 이런 디테일을 직접 관리하는 집도의도 있고 완전히 하급 의사에게 넘기는 집도의도 있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방평죽이 그때 입을 열었다.
“카르보프로스트 트로메타민(Carboprost tromethamine) 주사 투여하면 출혈에 유리할 거야.”
“그렇네요.”
방평죽의 코치를 들은 능연은 바로 찬성하고는 봉합선 매듭을 맺었다.
B-린치 봉합술이 완성됐다.
수술실에 있던 모든 사람이 마녀의 큰 병에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출혈이 있는 거 같은데.”
“다시 볼게요.”
여의사가 나지막이 하는 말에 능연이 느긋한 기분으로 대답했다. 출혈량은 이미 많이 줄었고, 계속 출혈이 된다고 해도 자궁을 절제하면 그만이었다. 기껏해야 봉합사 몇 줄 낭비한 거라 큰일도 아니었다.
현장 사람들도 멈칫했다가 곧바로 출혈 제어가 된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라는 걸 인식했다.
그때 수술실 전화기가 울렸고 전화를 받은 순회 간호사가 고개를 돌려 보고했다.
“방 주임님, 양수 색전 증거가 없답니다.”
양수 색전이 있다면 여러 번 채취한 정맥 혈액에 가장 직접적인 병리 증거인 모발 같은 흔적이 있어야 한다.
“음.”
방평죽이 별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양수 색전은 사망률이 워낙 높은 바람에 중시해서 그렇지 원래 발생 확률이 낮았다. 일일이 시행하는 사전 선별 검사로 양수 색전은 90%에서 60%로도 낮출 수 있고, 운화병원 산과의 양수 색전 사망률은 30%로 평균 수준보다 훨씬 낮아졌다.
“출혈이 멎었습니다.”
마취의가 다시 보고했다.
방평죽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바로 앞으로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면 우선 능 선생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부터 바로 머리에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