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주임은 응급의학과에 침대용 호흡기 두 대를 보냈다.
아이템 넘버 SV800인 호흡기는 국산품 중 첨단 아이템이었고, 병원 납품가 30만 위안이었다. 미드에 자주 나오는 고급품처럼 액정 모니터가 있고 각종 데이터 기능이 있어서 구형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가 났다.
곽종군도 진작에 응급의학과에도 한 대 두고 싶었지만, 설비과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병원에서 매해 구매할 수 있는 의료 설비 수량은 제한되어 있는 데다가 이렇게 보기도 좋고 쓸모 있는 호흡기는 모든 진료과가 원해서 응급의학과까지 차례가 오지 않았다.
원하는 새로운 장난감이 많은 곽종군은 첨단 버전 침대용 호흡기를 쟁취하지 못해도 오래 갈등하지 않고 바로 잊어버렸다.
호흡기를 얻어 냈던 홍 주임은 그 일을 계속 기억하고 있었고, 이번에 진료과로 돌아가 진료과에서 사용하는 호흡기 아이템을 통일해서 유지보수와 조작 난도를 줄이자는 명목으로 침대용 호흡기 두 대를 응급의학과에 ‘대여’해주자고 제안했다.
그 제안은 호흡기과에서 전원 통과했다.
하루에 담배 4갑을 피우는 홍 주임은 호흡기 내과에서 10년 자리 잡고 있었고, 그의 의견에 반대할 만한 의사는 모두 걷어차여 나가고 없었다. 진료과에 지금 있는 의사는, 부주임 의사를 포함해서 모두 그의 학생이었고 후배는 물론이고 후배의 학생까지 밖으로 퍼져 나가 있었다.
병원은 인맥을 반대하는 학교와 완전히 달랐고, 지금 병원은 인맥 위주로 돌아가는 진료과만이 화기애애하지 여기저기 출신이 다른 진료과는 너 죽고 나 살자 다툰 후에야 평온을 찾았다.
“홍가야. 고맙다. 우리 응급의학과의 어려움도 알아주고.”
곽종군은 호흡기를 보내주러 온 홍 주임과 친밀하게 악수하며 체면을 추켜세워줬다.
비뇨기과에서 오래 지낸 사람처럼 누렇게 뜬 손을 가진 홍 주임이 담담하게 웃었다.
“능 선생 있나?”
“회진 돌고 있지.”
“알았네. 그럼 방해 안 하겠네. 호흡기는 마음껏 쓰게. 문제 생기면 메이커에 연락하고.”
홍 주임은 단호하게 자리를 떴다. 일 처리만 하면 됐지, 이러쿵저러쿵 설명할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사실은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이었고, 이왕 감사인 만큼 그에 대한 피드백도 필요하지 않았다.
마음이 전해지면 그만이었다.
진료과에서 쓰는 호흡기를 준 것이고 어차피 호흡기과에 호흡기는 넘쳤다. 첨단 침대용 호흡기라고 해도 그저 겉모습이 좀 예쁘고, 샤프하고, 더 쓸모 있고, 기술적 느낌이 더 클 뿐이어서 오히려 능연에게 더 잘 어울렸다.
능연은 회진을 돌면서 ‘진심 어린 감사’를 회수했다.
지금까지 ‘진심 어린 감사’로 모은 스태미너 포션은 이미 사용한 것을 제외해도 1,100병이 넘었다.
자주 새벽에 회진해서 그렇지, 그게 아니었다면 1, 2백 개 정도는 더 얻었을 수 있었겠다고 능연은 생각했다.
물론 시간이 될 땐 능연도 낮 시간을 이용해 회진을 돌았다.
오늘처럼 8명 아킬레스건 파열과 무릎관절 손상 환자를 치료한 후 낮잠 시간을 틈타 회진을 돌았다. 다른 의사와 간호사는 낮잠이 필요했고 다른 의사와 간호사의 협조 없이 능연도 수술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 시간에 회진을 돌고 수하 의사들이 깨어나면 다른 수술을 이어서 했다.
장안민은 몰래 하품을 하면서 능연의 뒤를 졸래졸래 따랐다.
그는 여전히 간담췌외과 사람이어서 여원이나 다른 의사처럼 새벽 3, 4시에 나와서 준비할 필요는 없지만, 대신 낮잠도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는 여전히 간담췌외과 일을 조금 하면서 능 팀을 도왔는데 무수한 작업이 있는 능 팀은 시간이 모자라서 낮잠 같은 건 꿈이나 꿀 수 있을 뿐이었다.
훈련의 용보과는 꽤 정신이 맑은 편이었다. 능 팀에 부족한 건 힘쓰는 일 할 사람이지 수술실에 쓸 사람은 이미 충분했다. 그래서 힘쓰는 인력이 된 용보과는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어서 6시 심지어 7시에 병원에 오면 됐다.
그리고 지금처럼 산더미 같은 자료를 껴안고 먹이사슬 바닥에서 부유하는 생물처럼 장안민을 따랐다가 능연을 따랐다가 하면서 흔들흔들 8자 걸음을 걷다가 흐느적흐느적 부모 형제도 못 알아볼 걸음을 걸었다. 그렇게 스쳐 지나는 의사, 간호사, 환자와 보호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완전히 자율 성장을 하고 있었다.
“능 선생님이다!”
“서둘러, 능 선생님 오셨어.”
“빨리 치워. 양말, 양말 치워.”
훈련의 용보과의 존재감이 플랑크톤 정도라면 능연의 존재감은 긴수염고래였다.
그가 회진을 도는 순시의 길엔 항상 다른 때보다 사람이 많았고, 병실 안 환자와 보호자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의자-환자 관계 말이 나오면 말이야, 정말 능 선생 대단해 보여. 지금 여기 모습 좀 봐. 환자와 보호자 태도도 다 다르지 않아?”
장안민이 하품을 하고는 잠에서 깰 생각으로 바로 용보과를 향해 화제를 던졌다.
“정가(淨街: 정월 13일에 하는 민속 활동. 거리를 비우고, 위생 관리를 하는 의미를 갖춤.) 호랑이 같네요.”
차트를 산더미처럼 껴안고 새우처럼 고개를 비틀며 부유 생물체의 즐거움을 만끽하던 용보과는 장안민의 말에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뭐라고?”
장안민이 잠이 다 달아난 듯 부르르 떨면서 묻는 말에 용보과도 따라 몸을 떨고는 다시 고민하다가 조금 더 의학적인 명사를 꺼냈다.
“아니면 역귀(疫鬼)?”
“이 새끼가······.”
장안민은 손가락으로 용보과를 가리키다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능 선생이 지나간 자리는 깨끗해지긴 하지.”
“저도 그런 뜻으로 쓴 거예요.”
“그래서 어느 게 더 맞는 거 같은데?”
“정가 호랑이가 더 맞지 않을까요? 능 선생을 역귀라고 했다가 병원에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겠고요.”
용보과가 곰곰이 생각한 듯 대답했다.
“응. 앞으로 능 선생 쪽에 무슨 일 생기면 우선 나한테 알려 줘. 무슨 할 일 있으면 나한테 먼저 와야 한다. 알겠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용보과의 얼굴을 힐끔 본 장안민이 말을 이었다.
“먼저 연문빈이나 다른 사람 부르면, 내가 정가 호랑이, 역귀 사건을 능 선생하고 좌 선생님한테 이야기할 거야. 그럼 너 백퍼 잘릴걸?”
“말도 안 돼. 증거도 없잖습니까.”
순간 눈을 휘둥그렇게 뜬 용보과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다.
“아까 마지막 말은 녹음했어. 그 무슨 일 당할지 모른다는 말 말이야.”
장안민은 플랑크톤을 잡아먹는 어종처럼 새하얀 치아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