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선생님, 능 선생은 왜 안 보여요?”
“어제 왔잖아요.”
마흔 막 넘은 장 누님이 아들 침대 옆에 있는 간이침대에 앉아서 불만스러운 말투로 묻자 국가 대표 선수 이청홍의 혈압을 재던 마연린이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어제 왔다고 오늘 안 와요?”
“오늘 이제 수술 닷새째라 환자 상태도 안정되어서 재활만 시간 맞춰 하고 검사하면 문제없습니다.”
마연린이 억지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선생님 말은 안심이 안 돼요. 능 선생님한테 들어야 안심되지.”
장 누님 태도는 단호했고 말투도 더 딱딱해졌다.
사랑스러운 아들 이청홍이 프로 선수가 된 후에 그를 소홀하게 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병원에서도 전에는 VIP 대우를 받았다. 이번에도 당연히 VIP 대우를 받았고 특수 병동 같은 그런 대접은 장 누님도 흡족했고 수술 효과도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러나 수술 기간의 불안이 사라지자 의사들이 얼마나 대우해주는지에 연연하기 시작했다.
수술을 능연 선생이 했으니, 아킬레스건 보건술 방면에 가장 유명한 능연이 직접 회진을 하길 당연히 바랐다.
물론, 능연 같은 의사는 바쁠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자기 아들도 국가 대표가 된 후에 매일 몹시 바빠졌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능연처럼 바쁜 의사가 빈번하게 병실 회진을 돌면 더 대우하는 느낌이 들지 않겠나 싶었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게 더 체면 세워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고작 훈련의일 뿐인 마연린은 더할 나위 없이 난처했다.
따져보면 장 누님 같은 환자 보호자는 많은 편이라 경험 있는 의사라면 체계적인 대응 방법이 있다. 그러나 마연린은 아직 하찮고 하찮은 훈련의일 뿐이었다.
실습생보다는 조금 귀한 존재지만 레지던트보다 경험이 적었고, 레지던트들도 경험 부족한 걸 생각하면 훈련의의 경험은 더욱 가소로울 정도였다.
“오늘이나 어제나 상태는 비슷합니다. 능 선생이 어제 문제없다고 말했잖습니까.”
마연린은 그저 멍청하게 웃으면서 애잔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말은 소용없고 능 선생 모셔와서 이야기해야 한다니까요.”
장 누님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젊은이, 우리는 능 선생님 때문에 운화병원으로 온 건데, 능 선생님이 나타나지도 않고 초짜 의사 지시나 듣게 하다니. 무례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분이 좋지는 않네요.”
마연린은 속으로 나도 기분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특수 병동에 머무르는 이청홍은 병원 고위층도 중시하는 환자고, 아무리 기분이 좋지 않아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이청홍이 눈을 떴다.
“엄마, 병원에 있는 환자는 무탈한 게 최고라고요. 정말로 의사가 항상 몰려 있다고 생각해봐요. 그게 좋은 일이겠어요?”
“퉤퉤퉤. 그게 무슨 헛소리야. 너는 지금 하루하루 좋아지잖아. 엄마는 네 걱정되어서 그러는 거지. 앞으로 축구 해야 할 사람인데 사실 재활도 전문적인 지도로 해야 하지 않겠니?”
“재활실에 전문 지도사 있잖아요.”
“재활실에 있는 의사가 능 선생이랑 같니? 재활실 의사가 어떤지 다 들었잖니······.”
“엄마, 전공이 다 다르잖아요. 탁구 선수한테 축구 시키면 되겠어요?”
이청홍이 헛웃음을 지었다.
“왜 안 돼? 어쩌면 실력이 더 좋을 수도 있지.”
나오는 대로 투덜거리던 장 누님이 다급하게 한마디 덧붙였다.
“넌 빼고. 아들 넌 다른 국대 선수들이랑 다르니까.”
“엄마, 그런 말은 나하고 있을 때나 하세요. 욕하는 거 같잖아요.”
“그러니?”
“네.”
이청홍의 단호한 대답에 마연린은 웃지도 못하고 묵묵히 병실 밖으로 나갔다.
“마 선생님, 잠시만요. 선생님이 있어야 할 일이 있어요.”
장 누님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치켜들고 아이패드를 꺼내 영상 통화를 걸었다. 마연린은 어리둥절해서 이청홍을 바라봤고, 이청홍은 못 본 척했다.
비 내리는 하늘과 뭔가 하려는 어머니를 어떻게 말린단 말인가.
잠시 후, 영상 통화가 연결되었고 장 누님이 열정적으로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맹 선생님, 잠시만 시간 좀 뺐을게요.”
-네, 말씀하세요.
낮은 맹 선생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맹 선생님, 오늘 청홍이가 오른발 엄지에 살짝 찌르는 통증이 느껴진다네요. 한 번 봐주세요.”
장 누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렌즈를 이청홍 발에 가져다 댔다. 능숙한 걸 보니 오늘 처음 하는 것 같지 않았다.
마연린은 화도 나고 우습기도 한 마음으로 곁에서 지켜봤다.
운화병원에 있으면서 다른 의사를 불러 원정 진단을 하니 당연히 우스웠고 당연히 화가 났다! 일드에 나오는 의사였다면 지금 아마도 ‘돌아가시죠.’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에 따라 사정은 다르다. 미국은 월 백만 달러 버는 의사도 다른 의사의 진단을 허락하니까 말이다.
자신감이 부족한 마연린은 그저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장 누님은 조금 뿌듯해 보였다. 처음부터 마연린 보란 듯이 한 일이었다. 초짜 의사에게 이런 걸 보여 줘야 다음 스텝이 편했다. 진료 같은 건 모르는 분야지만, 궁중 암투 같은 작은 수법 같은 건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 모른다. 그중에 아무거나 골라도 삼십육계까지는 없어도 십팔 계까지는 꺼낼 수 있었다.
“가벼운 통증이면 신경이 자라거나 하는 상황이라 문제가 없을 겁니다.”
아이패드 속의 맹 선생이 장 누님이 대번 알아들을 정도로 쉽게 설명했다.
“문제없으면 됐네요.”
“왜 운화병원 의사한테 봐달라고 하지 않고요? 운화병원 특수 병동 아주 잘해놨다고 하던데요?”
맹 선생 말투에 미묘하게 도발이 느껴졌고 그런 경쟁 분위기를 매우 좋아하는 장 누님은 흡족한 듯 마연린을 힐끔 보면서 불만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맹 선생님이 몰라서 그러세요. 운화병원 의사들 참 딱딱하게 구네요. 역시 동과 병원이 좋아요. 실력도 좋고 태도도 좋고.”
“엄마, 운화병원 치료도 충분히 좋아요. 괜히 작은 거로 트집 잡지 말아요.”
이청홍이 다급하게 엄마의 불평을 잘랐다.
“수술 후 회복 문제가 작은 일이니?”
엄마의 사나운 목소리가 순간 높아졌다.
“저희는 수술 후 재활도 다 표준 플로우가 있습니다.”
마연린이 할 수 없이 말을 꺼냈다.
-이청홍 씨는 국가 대표인데, 운화병원 표준 플로우로 대접하는 건 마땅하지 않지 않을까요?
맹 선생이 떠보는 말투로 말했고 그 말에 이청홍 어머니가 순간 깨달은 듯 씩씩거렸다.
“표준 플로우로 할 거면 뭐하러 능 선생을 찾아왔겠어요? 다른 병원도 다 표준 플로우인 걸요!”
운동선수와 일반인은 생리적으로 확실히 다른 부류이긴 했다.
말실수한 마연린은 당황해서 식은땀을 흘릴 것 같았다.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저희 수술 후 회복 방법은 모두 환자의 상황에 따라서······.”
-조기 활동 부하입니까? 아니면 만기입니까?
아이패드에서 맹 선생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렸다.
머릿속에 맹 선생의 의학 질문에 대한 대답을 떠올리며 이리저리 생각하던 마연린이 순간 뭔가 깨달았다.
“동과의 맹삼 선생님이시군요?”
-오, 나를 아는가?
“논문 본 적 있습니다.”
맹삼이 즐거워하며 묻는 말에 마연린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동과는 외국 자본이 들어간 병원이었다. 개인 소유였지만 외국 자본이 들어간 사립 병원은 중국 본토 사립 병원과 차이가 있었다. 장경 병원이나 예전 협화처럼 외국 자본이 들어간 병원은 자금 우위가 있어서 사실상 기술 우위가 있다.
의사들이 외국 자본 병원을 선택하는 건 돈 때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민영 병원과 비교하면 기술을 배우러 간다는 명목도 있었다.
맹삼의 상황은 조금 더 복잡했다.
그는 삼갑병원 부주임까지 했던 의사고 상당한 전적도 있었다. CBA 운동선수와 갑급 운동선수 수술도 한 적 있는 국내 스포츠의학에서 손꼽히는 능력 있는 의사였다.
그러나 주임이 되지 못하는 의사는 영원히 주임의 부속품일 뿐이다.
맹삼은 자연스럽게 운화병원 산 2과, 산 3과 주임들처럼 일을 키웠다. 게다가 독립적인 진료과의 대권뿐 아니라 거액의 투자금도 바랐다.
결국, 중국에 처음 진입한 동과 병원이 맹삼의 조건을 만족시켰고, 그는 동과 병원 부원장 겸 스포츠의학 센터 주임이라는 신분으로 강호를 돌아다녔다.
몇 년 사이 맹삼의 스포츠의학 방면의 업적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고, 은연중에 골관절 센터와 스포츠의학 센터 다음가는 존재가 되어 외국 자본 사립 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개척했다.
맹삼은 원래 이청홍을 손바닥 위에 놓았다고 생각했었다. 아킬레스건 파열에 유위신의 추천이 겹치지 않았다면 맹삼이 안정적으로 휘황찬란한 전적을 하나 추가했을 것이다.
그리고 맹삼은 지금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공립 병원 의사처럼 일주일에 환자를 30에서 100명이나 보면서 10에서 20건 수술할 필요도 없었다. 맹삼은 받고 싶지 않은 환자, 특히 돈이 안 되는 환자를 자주 거절했고 그래서 이청홍 어머니와 함께 수다 떨 시간이 충분했다.
그것도 맹삼이 사립 병원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소수 환자에 집중할 수 있고, 그러니까 시간과 에너지를 소수의 정상급 운동선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 동과 병원은 재활 방면에도 우세가 있죠. 환자들은 보통 별도의 재활실에서 훈련하면서 재활 의사를 두 명 고를 수도 있습니다.
초짜 의사 마연린의 존재를 무시하는 듯 맹삼의 목소리가 아이패드에서 전해졌다. 그때 에너지를 축적한 마연린이 입을 열었다.
“저희는 조기 활동 부하를 선택했습니다. 이청홍 선수의 병세와 직업을 고려한 선택이죠. 맹 선생님의 동과 병원은 만기 고정 부하 훈련을 선택하시겠죠? 그건 환자의 병세를 고려하지 않고 조정한 표준 플로우를 따른 결과죠.”
마연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이청홍의 어머니를 바라봤고, 장 누님은 얼굴에 미소 지은 채 들었다.
- 하하하하. 재미있군. 표준 플로우라. 저기, 선생. 아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동과 스포츠의학 센터는 운동선수 전문 기관입니다. 우리 표준 플로우란 운동선수에 최적화된 설계란 말이지. 우리는 전문가답게 스포츠 치료 센터를 운영해서 그쪽처럼 정형외과에 달린 스포츠 증상 치료 연구하는 곳과는 아예 개념이 다르다고.
동과 같은 병원은 정말로 운동선수만 상대할 수는 없고 돈 많은 환자가 찾아오면 똑같이 진료해야 했다. 그러나 마연린이 그런 방면으로 맹삼과 옥신각신할 수 없어서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잠시 기다리던 맹삼의 말투는 다시 침착해졌고 마연린의 존재를 잊어버린 듯 말을 이었다.
-장 여사님, 그러니까 이청홍 재활은 사실 우리에게 맡기는 게 가장 좋습니다. 잘 모르시겠지만, 재활 효과는 아킬레스건 길이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아킬레스건 길이는 마지막 회복 정도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요.
“조기 활동 부하, 만기 활동 부하 혹은 만기 고정 부하는 아킬레스건 길이에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이건 논문 자료도 있습니다.”
마연린은 더 던호한 어투로 다시 목소리를 냈다.
능연 팀에서 전문적으로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서포트하는 초짜 의사인 마연린의 아킬레스건 보건술에 대한 이해는 수많은 상급 의사의 수준을 넘어섰다.
맹삼은 학술 면에서 두려울 게 없기에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쪽이 말한 논문 나도 본 적 있어요. 다른 사람은 차이가 없을지 몰라도 나는 다릅니다. 동과에서 만기 고정 부하 훈련을 선택한 데엔 그 나름의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분류도 했습니다. 급성 폐합형 아킬레스건 파열과 급성 개방성 아킬레스건 파열은 구분해야 하죠. tendon bundle 파열이 4cm인 것과 6cm, 10cm······ 차이는 더욱 벌어지죠.
장 누님은 듣다 보니 머리가 핑핑 돌았지만, 그런 전문 용어에 오히려 묘하게 마음이 놓이는 것도 같았다.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권위자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줄어든 마연린은 맹삼의 말을 듣고 똑같이 가소로운 표정을 지었다.
“말씀하신 것 같이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 일부러 사람 놀라게 하는 과장일 뿐이죠. 우리 운화병원 수술 후 환자는 4cm든 6cm든 혹은 10cm든 큰 차이가 없습니다.”
-선생은 누구신가?
맹삼이 눈썹을 찡그렸다.
“저는 운화병원 응급의학과 능 치료팀 마연린입니다.”
마연린은 무의식중에 정형외과가 아닌 응급의학과 이름을 꺼냈고 그의 타이틀을 들은 맹삼은 더욱 체면 차리지 않고 호통쳤다.
-정형외과 의사인 줄 알았더니. 그건 EBM(근거중심의학 Evidence-basedmedicine)이 아니네. 개인적 깨달음은 가치가 없어. 뭔가를 하려면 샘플을 충분히 수집한 다음에 얘기해야지.
맹삼은 운화병원에서도 정형외과 주임이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스물 몇 살의 의사를 대할 때는 그가 실습생이든 훈련의든 레지던트든 혹은 주치의든 전혀 개의치 않고 윗사람의 태도를 보였다.
압박하는 분위기가 심한 정형외과였다면, 마연린도 정말로 뜨끔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얼굴을 직접 마주하고 있는 거라면 조금 뜨끔했을지도 모르고. 그러나 아이패드를 사이에 두고 뭐가 두렵단 말인가. 게다가 아이패드 화면은 환자 보호자를 향해있었다.
목소리만 들리는 상황에서 마연린은 조금 흥분해서 계속해서 반박했다.
“아킬레스건 보건수술 후 회복 상태에 대해 제가 쓴 논문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바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파열상 범위는 수술 자체에 영향이 더 크고 수술 후 영향은 별로 크지 않다는 내용입니다.”
맹삼은 잠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스포츠의학 강자가 맞지만, 가장 정통한 분야는 어깨 쪽이었고 아킬레스건도 하긴 하지만 하는 김에 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다른 진료과보다 정통하고 발전하기 쉬운 정형외과 의사인 그는 아킬레스건에도 꽤 자신이 있었다.
맹삼은 지금 자신이 마주한 젊은 의사가 아킬레스건에 그렇게 익숙할 줄은 몰랐다. 그는 곧 실수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쪽은 수술 후 회복에 대한 이해가 너무 얄팍합니다.
맹삼은 신분으로 사람을 누르며 상황을 모면하고 말을 이었다.
-마 선생과 왈가왈부할 생각도 없고요. 장 여사, 이청홍 선수 재활은 역시 우리 병원으로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자, 이만 끊겠습니다.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말을 마친 맹삼은 바로 영상 통화를 종료했다.
마연린하고 계속 토론할 이유가 없었다. 계속 토론해서 이긴다고 해도 얻는 게 없었다. 상대는 고작 초짜 의사일 뿐이었다.
마연린은 아직도 방금 전의 ‘설전’에 빠져있었다. 상대는 동과의 맹삼이 아닌가!
“내가 이긴 거겠지.”
마연린은 혼잣말하며 병실에서 나갔고, 등 뒤에서 장 누님이 불러도 전혀 듣지 못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서 잠시 고민하다가 좌자전에게 전화를 걸었다.
“좌 선생님, 뭐 하나 물어볼 게 있습니다. 음, 그게. 제가 정형외과에 가지 않고 능 선생 팀에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연린은 자기가 조금 대단해진 것 같았다.
맹삼이 누구란 말인가. 그는 몇 년 전에 벌써 각종 학술회의에 얼굴을 드러내고 영문 SEI에서 논문을 연달아 발간하고 수시로 운동선수 수술하면서 명성이 업계뿐만 아니라 외부 인사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진 사람이었다.
바로 그런 이유로 맹삼은 마흔이 되기 전에 병원에서 분과를 주장했고, 마지막에 외국 자본 병원으로 들어가 브랜드 효과로 스포츠 선수를 여럿 치료했다.
국제적 명성 있는 전문가까지는 아직 멀어서 중국에서 나간 농구, 테니스, 배드민턴 선수 등 국제급 스포츠 스타를 얻지는 못했다고 해도 국내에서는 정상급 의사에 속했다.
그가 운화병원에 온다면 정형외과 주임은 분명 플래카드를 들고 마중 나갈 것이며, 병원 고위층은 신발을 뒤집어 신는 것까지는 아니고 제대로 챙겨 신고 나간다고 해도 최소한 체면은 세워주리라. 물론, 행정 방면의 대우일 뿐일지라도.
학술과 의료 기술 자체는 운화병원 정형외과 주임이 할 수 있는 수술은 맹삼도 할 수 있고, 맹삼이 했던 수술을 정형외과 주임이 이견을 내려면 몇 번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맹삼이 의료 방안을 제시한다면 위로는 운화병원 정형외과 주임에서 아래로는 레지던트까지 유심히 경정하고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
그런데 마연린은 조금 전에 그런 맹삼과 진지한 토론을 한바탕했다. 게다가 이긴 것 같았다.
마연린은 머릿속에서 다시 한번 천천히 그 과정을 되짚어봤다.
“내가 이겼다고?”
의문이 생겼다.
마지막에 마연린은 결국 ‘내가 이겼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맹삼이 어쩌면 아킬레스건 보건술에 정통하지 않다고 추측했다. 어쩌면 맹삼은 운화병원 정형외과 주임보다 아킬레스건 보건술에 정통했을지도 모른다. 운화병원 정형외과 주임은 벌써 몇 년 동안 그 수술을 하지 않았고, 그 수술을 자주 하는 부주임과 주치의라고 해도 맹삼보다 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연린은 그들보다 수술을 더 많이 했다.
능연 밑에 있는 기간 동안 마연린은 능연을 따라 적어도 2백 건 넘는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능연이 집필한 아킬레스건 보건술 논문도 모두 제2 저자, 제3 저자로 참여하고 대량의 케이스를 제공했다. 가장 중요한 건, 아킬레스건 보건술 집도도 적지 않게 해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연린이 장악한 아킬레스건 보건술 지식은 어쩌면 맹삼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그로 인한 자신감이 마연린을 붕 떠오르게 만들고 미칠 것 같이 만들었다.
맹삼을 이겼다는 건, 그게 무슨 이유든, 초짜 의사가 몇 년을 족히 허풍떨 만한 일이었다. 어쩌면 평생 떨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다수 초짜 의사가 빛나는 순간이라고 해봐야 어쩌면 고작 몇 분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아직 말하면 안 돼. 너 이거 이야기하면 정형외과에서 널 놔주지 않을 거다. 누가 봐도 인재 유실인데 주임님이 그런 쪽팔릴 일을 할 리가 없잖아!
좌자전의 당부가 쉴 새 없이 마연린의 귓가에 맴돌았다.
마연린은 참고 또 참으면서 겨우 떠벌리고 싶은 욕망을 눌렀다.
그래도 머리가 맑은 편이었다. 능연 밑에서 일 년 조금 넘게 일하면서 배운 것으로 맹삼을 누를 수 있었는데, 앞으로 몇 년 더 배운다면 평생 남을 누를 만한 걸 배울 것이고, 떠벌릴 만한 일도 평생 분량을 만들 수 있었다.
“능 선생, 오늘 아킬레스건 수술 환자 둘 있는데 다 평범한 환자거든. 그래서 내가 하고 싶어.”
수술 전 진단에서 마연린이 소심하게 요구했다. 수술하고 싶어서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손이 근질근질했다.
테이블 한쪽에 앉은 능연이 말없이 손목에 시계를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오늘 수술이 많은 편이라, 내가 갈 시간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혼자 할 수 있겠습니까?”
상급 의사가 곁에서 돌봐주냐 아니냐는 하급 의사의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표준 답안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같은 난도 문제를 누군가 표준 답안을 제시한다면 과정은 어떻게든 꾸며낼 수 있고 그걸 기준으로 사고회로를 추측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표준 답안이 없다면 그 과정에 굴곡이 많다.
마찬가지로 상급 의사가 곁에 없는 경우 하급 의사는 결정을 내린 후에도 혼란에 빠져서 ‘내가 실수했나? 실수한 건 아닌가? 실수했겠지?’라는 상태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정형외과 수술 중에 쉬운 축에 속하고 마연린은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 심지어 조금 전에 본인이 하겠다고 해놓고 바로 부정할 수가 없었다.
“응, 할 수 있어.”
“그럼 좌 선생님이 마 선생님 따라 들어가세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마연린의 모습에 좌우를 둘러보던 능연이 좌자전을 마연린에게 붙였다.
마연린은 훈련의라서 아직 독립적으로 수술할 수 없고, 좌자전······도 사실 고작 레지던트라서 크게 나을 것도 없었다.
마연린은 지극히 흥분한 상태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술하고 싶은 충동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야 창밖이 아직 어두컴컴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벽 4시에 시작한 수술 전 회진이니 어둠이 당연했다.
마연린은 진정하면서 허리를 비틀고는 다시 앉았다.
좌자전은 부러운 듯 마연린의 허리를 바라봤다.
“허리 아프냐? 수술하려면 허리가 좋아야지.”
“와이프가 공부하러 가서 허리는 좋아요. 손이 아파서 그렇지.”
마연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좌자전의 손을 잡았다.
“좌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