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마연린은 첫 환자 아킬레스건을 펼쳤다.
그는 아킬레온(Achillon)법 최소 절개술을 채택하여 마취가 끝난 후 허벅지에 지혈대를 묶고 표기해둔 아킬레스건 파열 부분에 절개구를 냈다.
일반 환자는 월 단위 회복기라도 상관없어서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쓸 필요가 없었다.
마연린은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할 실력은 되지 않아도 최소 절제술은 여유롭게 할 수 있었다.
정형외과에서도 젊은 의사들은 가끔 손에 넣은 아킬레스건 파열로 연습한다. 3cm 절개구는 일반적인 절개구보다 조금 크지만 그래도 규범에 부합하는 정도였다.
마연린은 조심스럽게 파열된 아킬레스건 위치를 설정하고 아킬레온 양 내각을 합병해서 아킬레스건 주변 막과 가까운 아킬레스건 안으로 삽입했다.
“조직 포셉.”
기구를 건네받은 마연린은 다소 어색한 듯 말을 이었다.
“좌 선생님, 거즈로 주변 청소해주세요.”
“OK. 거즈.”
좌선생의 말에 간호사가 거즈를 꺼냈고, 좌자전은 피로 오염된 시야를 정리해 마연린이 조작하기 쉽게 했다.
마연린이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연문빈과 마찬가지로 마연린의 집도 기회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정말로 그가 바란 대로 정형외과가 아닌 응급의학과에 자리 잡게 된다면 마연린은 점점 더 많은 좋은 기회를 얻게 되리라.
좌자전도 그런 기회를 얻고 싶었지만, 그렇게 서두르지 않았다.
나이가 그의 에너지와 체력을 저하했지만, 인내력을 높였다.
그는 자신에게 적당한 기회가 올 것이라 믿었다.
치익.
수술실 문이 열리고 마스크를 낀 능연이 뒷짐 진 채 조용히 마연린 곁으로 다가갔다.
“능 선생.”
“계속하세요. 잠시 보고 갈게요.”
마연린은 어쩐지 뜨끔해서 능연에게 인사했다.
그랜드마스터급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가진 능연은 환자의 상황을 힐끔 보고도 수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었다. 거론할 문제는 많았지만, 기초적인 부분에서 지금 바로 지적할 착오는 없었다.
봉합하기 쉽도록 아킬레스건을 조정하던 마연린은 능연이 나타나자 조금 당황했고 능연은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봤다.
서서히 마연린도 능연이 곁에서 지켜보는 상황에 익숙해졌다.
파열된 아킬레스건이 드디어 아킬레온 내각 두 가닥 사이에 조절되어 들어갔고 마연린은 저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바늘, 봉합사.”
이제 봉합을 시작할 참이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마연린의 동작이 점점 확신에 가득 찬 것을 보고 능연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
“아킬레스건 수술 환자 더 있습니다. 마 선생님이 이따 가서 하세요.”
“하나 더 있다고?”
“둘이요.”
신나서 묻는 마연린의 말에 능연이 대답했다.
“하루에 아킬레스건 환자 넷? 명절이네, 명절.”
좌자전이 혀를 끌끌 찼다.
“다 광동성에서 온 환자입니다. 무슨 일 있으면 부르고요.”
말을 마친 능연은 바로 수술실 밖으로 나갔다.
마연린은 저도 모르게 입을 오물거리며 좌자전을 바라봤다.
“동과 병원이 광동에 있잖아요.”
“음. 우연이겠지.”
똑똑.
마연린이 능연의 사무실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사람 편안해지게 하는 능연의 목소리가 문을 사이에 두고 흘러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간 마연린은 담담한 시트러스 향을 맡았다. 너스스테이션의 간호사들이 아로마 오일을 새로 바꾼 게 틀림없었다. 혹은 오늘 담당 간호사가 좋아하는 향이거나.
능연이 치료 팀 리더가 된 후로 응급센터 의료진의 수입이 매우 빠르게 올라갔다. 그뿐만 아니라 일상 경비 허용도도 늘어났다. 다른 진료과가 불만을 품을 수도 있어서 상금을 일정 금액까지 주고 나면 그보다 더 주기는 어려웠다. 대신 진료과에서 쓰는 경비는 조금 느슨하게 처리해 줄 수 있었다.
너스스테이션만 해도 지금은 방향제류 제품을 구매할 경비가 생겼고, 수간호사는 ‘병실 케어 서비스 퀄리티를 올리는 방법에 관한 탐구’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쓸 정도로 이제는 단조로운 소독약 냄새만 나던 병실과 의국이 아니었다.
마연린은 능연의 사무실에 들를 일이 있을 때마다 특별히 코를 더 오래 킁킁하면서 냄새를 맡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은 그걸 즐길 겨를이 없었다. 마연린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을 꺼냈다.
“능 선생, 오늘 아침에 온 아킬레스건 파열 환자 두 명, 다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로 하겠대.”
“두 사람 모두 운동선수입니까?”
능연이 마연린에게 환자가 왔음을 알리긴 했지만, 그도 환자를 직접 만난 건 아니고 응급의학과에서 들은 소식을 전했을 뿐이었다.
치료팀 리더로서 능연은 일선 작업을 할 필요가 있었지만, 전방 작업을 할 필요는 없었다. 병력 수집, 간단한 신체 검진, 영상 촬영, 생화 검사 같은 가장 기초적인 일은 모두 아래 의사가 할 일이었다.
초짜 의사가 이런 일마저 뺏긴다면 병원 트레이닝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마연린은 지금 조금 붕괴한 상태였다.
그는 고민이 가득한 머리를 정리하며 능연의 질문에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게 문제야. 둘 다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이야. 그런데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알더라고. 그리고 님을 지정했어. 그것도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해달라고.”
대부분 공립병원은 정상적인 루트로는 의사를 지정할 수 없다.
게다가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일반인에게 생소한 기술이고, 아무리 유명한 수술이라도 해도 일반인이 이름을 알기 쉽지 않다.
“운동선수가 아니면 개방성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몇 살인데요?”
능연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한 분은 48, 또 한 분은 52.”
“왜 개방성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하겠답니까?”
능연은 콜록거리다가 물을 마시고는 물었다.
“환자가 고집하셔. 그리고 최소 절개술이 싫대. 한 분이 기자인데 우리가 거절하면 폭로 기사를 쓰겠대.”
“무슨 폭로요?”
“환자 거절? 환자 비존중?”
수술 두 건을 마친 마연린은 새로운 환자를 진찰하고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병원의 다른 진료팀처럼 환자를 받은 다음엔 침대 관리 의사가 바로 책임자가 된다. 외과는 수술 외의 모든 부분은 침대 관리 의사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작게는 시간 배정부터 크게는 약처방에서 수술 후 회복 관리까지, 상급 의사가 고려하지 않는 부분은 모두 침대 관리 의사의 책임이었다.
아킬레스건 수술 환자의 침대 관리 의사였던 마연린의 손을 거친 환자도 지금은 몇백이 넘었다.
그러나 조금 전 환자 두 사람의 요구를 들은 마연린은 골치와 위험을 감지했다. 크게 연상할 것도 없이 머릿속에 맹삼이라는 이름을 떠올랐지만, 지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마연린은 특별히 힌트를 줄 수밖에 없었다.
“두 환자 모두 광동에서 온 거고, 다른 의사 소개로 왔대. 그런데 어느 의사가 소개한 건지 말을 안 해. 내 생각인데 그 의사한테 우리 병원에 와서 뭐라고 할지까지 다 듣고 온 거 같아. 진짜 기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두 사람 말이 틀린 건 아니네요.”
능연은 의자에서 일어나 서무실 안을 서서히 돌았다.
사무실 면적은 넓지 않지만, 배치가 섬세하게 되어있었고 수시로 배치와 가구를 바꾸는 사람이 있어서 방 안은 늘 신선한 느낌이었다.
논문을 쓰고 수술에 관해 고민하고 수술 전 준비와 수술 후 사고를 할 때, 능연은 요즘 천천히 걷는 걸 좋아했다. 혈액이 흐르면서 사고도 활발해지는 느낌이었다.
“틀린 건 아니라고?”
능연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던 마연린이 조금 멍해져서 물었다.
“네. 우린 의사잖아요. 환자의 뜻을 존중하는 게 확실히 우선이죠.”
능연은 확실히 동의하는 듯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고 마연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맞게 생각하는 것도 아닌데? 마흔 넘고 쉰 넘은 사람들이 개방성 수술하면 삼, 사 개월 동안 누워있을 수도 있어. 분명히 다른 사람 사주받은 거야.”
“그럼 가서 말씀하세요.”
능연은 직접 환자를 상대하지 않고 권한을 마연린에게 넘겼다.
사무실을 나선 마연린은 한참 망설이다가 좌자전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맹삼이 일부러 사람을 보냈다고 생각하는 거야?”
바로 알아들은 좌자전이 물었다.
“네, 그런 거 같아요. 맹삼은 명의잖아요. 환자한테 뭔가 이야기를 했다면······.”
“맹삼이 환자 아킬레스건을 끊어놓을 수는 없잖아? 안 그래?”
좌자전이 고개를 저으며 마연린의 말을 잘랐다. 그러자 마연린이 헛웃음을 지었다.
“웃지 마, 웃을 일이 아니야. 맹삼이 관련됐든 아니든 환자는 리얼인게 핵심이야. 일단 서둘러 환자 만나보자고.”
좌자전이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 위생병원에서 오랜 시간 일한 좌자전은 명백하게 밝힐 수 없는 일이 매우 많은 걸 알고 있었다. 마을에서 생긴 일을 제대로 밝히려면 1900년도도 모자라 적어도 청나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제대로 밝혀냈다고 해도 상대는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좌자전 생각엔 지금 일어난 일도 비슷했다.
본인 절반보다 조금 많은 나이인 마연린을 보며 좌자전은 말투를 조금 누그러뜨렸다.
“능 선생이 속 사정은 모른다고 해도 결정은 옳아. 우리가 환자하고 이야기해보고, 정말로 개방성 수술을 원하면 할 수 있으면 하는 수밖에 없어.”
“회복기 3개월 이상인데 굳이요?”
“그걸 원하는 걸 수도 있잖아.”
“누가 회복기를 3개월이나 원해요.”
“아킬레스건 강도가 더 강해지는 건 사실이잖아.”
“물어봤더니 평소에 헬스도 안 한대요. 그런데 아킬레스건 강도가 왜 필요해요.”
“왜 필요한지는 환자 사정이지. 이건 가치관 문제야. 휴우, 가슴 확대 수술하는 사람도 축소 수술하는 사람도 있잖아. 그건 뭐라고 할래?”
좌자전이 한숨을 내쉬며 하는 말에 마연린이 할 말을 잃었다. 그 문제는 정말로 그의 아픈 곳을 찔렀다.
“같이 가서 환자 만나보자고. 수술 전 면담이 이런 거 하는 거잖냐. 정말로 몇 달 동안 통증을 견디는 거로 최고 강도의 아킬레스건을 원하는 게 진심이라면 축-능 아킬레스건 수술을 못 해줄 것도 없잖아.”
“그럼 치우치시면 안 돼요.”
“당연하지. 굳이 치우치려면 나도 최소 절개 쪽을 찬성하지.”
“우리가 환자 거절할 날이 올 줄은 몰랐네요. 맹삼 이 인간 진짜······.”
“누가 상황을 만들었든, 우린 그냥 본분 내의 일이나 잘하면 돼.”
좌자전이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