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21화 (402/877)

“나한테 사기 칠 생각 마시오. 하나만 물어보지.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이 당신네 능 선생이 가장 잘하는 수술이요, 아니요?”

침대 옆에 앉은 모성문이 다리를 꼬고 가볍게 흔드니 파열된 아킬레스건이 종아리 안에서 흔들렸다.

아무래도 젊은 마연린은 환자의 상처 부위 허벅지 힘줄이 튀는 걸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런 마연린을 힐끔 본 좌자전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능 선생 수술 중에 가장 유명한 수술이긴 합니다.”

“아니라고는 못 하겠지. 하하하. 성으로 이름까지 붙인 건데 당연히 가장 잘하는 수술이겠지.”

“그렇다고 환자분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은 아니죠.”

환자의 그 말을 기다리고 있던 좌자전이 담담하게 말했다.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해당 질환을 치료한 것이 정확한 겁니다. 환자분 손가락에 문제가 생겼는데 심장과 의사를 찾아가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안 그래요?”

“내 손가락엔 문제가 없고 다리 아킬레스건이 끊어졌지. 당신네 능 선생이 다리 의사 아니요? 왜요? 돈이 없을까 봐? 하아, 그럼 숫자를 부르라고, 어쩌고저쩌고 길게 늘어놓지 말고.”

모성문이 힐끔 보더니 하는 말에 좌자전은 그를 향해 웃어 보였고, 속으로 동과 병원에서 온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동과 병원은 외국 자본 사립 병원이고 비싸기로 유명한 병원이기도 했다.

동과 병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운화병원 같은 공립병원에서는 전액 자비로 해결하는 것도 문제없었다.

“돈 문제가 아닙니다. 환자분께 적합한 의료 서비스를 진행하는 문제지요.”

“서비스 어쩌고 말할 거면 능 선생을 불러서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해주란 말이오. 이름이 이게 맞지?”

모성문이 곁에 있는 마흔 넘은 환자 친구를 향해 물었고 환자 친구는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좌자전은 고개를 내저었다.

“저희 병원은 그런 시스템이 아닙니다.”

“그런 시스템이 아니면 어떤 시스템인데?”

모성문이 곁눈으로 좌자전을 흘겨보자 좌자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병원마다 각자 방식이 있지요. 검사하고 진단 후에 축-능 아킬레스건 수술이 적합하면 그렇게 배정해드릴 겁니다. 그렇지만 적합하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분위기가 조금 딱딱해졌지만, 좌자전은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적합한 거요?”

모성문의 말투가 갑자기 누그러졌다.

“운동선수라서 경기에 나갈 필요가 있다면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이 적당하죠. 그리고 만약 체육 애호가라고 나중에 고강도 아킬레스건이 필요하다면······.”

“성모봉에 오를 생각인데, 그건 어떻소?”

모성문이 갑자기 한마디 하자 좌자전은 멍해졌다.

“에베레스트요?”

“그렇소. 내 오랜 꿈이었소. 수술 때문에 꿈을 꺾을 수 없지 않소?”

모성문이 꽤 진지한 모습으로 말하자 좌자전은 순간 진짜인지 구별이 안 되었다.

최근 많은 기업가가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있었다. 직접 올라가는 사람도 있고 헬리콥터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도 있고, 듣기로는 실려서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건, 모성문보다 나이 많은 등산객이 널렸다는 것이다.

좌자전은 모성문의 생각이 틀렸다고 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증명할 필요도 없고.

“그럼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로 수술한 환자는 회복 기간이 더 길다는 건 알아 두셔야 합니다. 흉터도 더 크고요.”

좌자전은 수술의 장단점을 일일이 설명했고 모성문은 짜증 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지요? 그 좋은 수술을 받아도 되겠지요? 공립병원은 참 귀찮게 한다니까. 서비스가 뭔지도 모르고.”

“수술은 좋고 나쁜 게 없습니······.”

“예예. 그럼 그 유명한 수술 받고 싶소.”

“그럼 검사 리스트 발급해 드리죠. 검사 끝난 다음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의 적응증은 수술에 부합했다. 그때 곁에 있던 마흔 넘은 환자도 손을 들고 말을 꺼냈다.

“나도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싶습니다.”

“꿈도 겹치나요?”

“꿈은 서로 영향을 받으니까요. 등산 좋은 거 같아서 나도 축-능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고 싶습니다.”

좌자전이 어이없이 묻는 말에 마흔 넘은 환자가 유들유들 말했다.

“그럼 그러죠. 가서 수술 시간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좌자전은 더는 말릴 생각이 없어졌다.

사실상 관리를 거부할 권리가 있었지만, 능연의 환자가 모자라기도 하고 그도 그냥 환자를 받아들였다.

사무실로 돌아간 좌자전은 대략 상황을 보고했고 능연은 가부를 말하지 않았다.

환자의 뜻과 의사 생각은 종종 달라서 타협점을 찾는 게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이다.

게다가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 후유증은 험난하다고 해도 기껏해야 회복기가 길고 조심할 것이 많다는 점이니 상대가 상황을 이해했다면 그저 병을 고치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수술은 언제로 잡을 생각이야?”

좌자전은 나중에 두 사람이 물어볼 걸 대비해서 먼저 물었다.

“오늘 하죠.”

“잉? 오늘? 이렇게 빨리?”

시간을 보고는 오늘 시간이 비는 걸 확인한 능연이 하는 말에 좌자전이 놀라 물었다.

“이건 파열 수술이니까 당연히 빨리해야죠.”

능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진 나올 시간도 부족할 텐데.”

“이따 영상의학과 가서 재촉 좀 하세요.”

좌자전은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고 가는 길에 침대 관리 의사에게 통지했다. 그리고 곧 모성문과 친구는 소식을 듣게 됐다.

“오늘 바로? 너무 다급한 거 아니요?”

“수술을 빨리하는 게 아킬레스건 파열엔 유리하니까요.”

내심 내키진 않았지만, 좌자전의 말투는 담담했고 모성문의 표정이 순간 조금 굳어졌다. 아무래도 수술이라면 두렵기 마련이니까.

“특별히 시간을 빼서 두 분을 넣은 거라 지금이 싫으면 앞으로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모성문과 절친이 드디어 결정을 내렸고 당부를 하고 인사를 하고 걱정을 하다가 두 사람은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메스.”

“포셉!”

“거즈.”

능연은 수술 전 면담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오히려 순조로움을 느끼면서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진행했다. 프로 운동선수와 비교하면 두 사람의 신체 조건도 다르고 아킬레스건 상태는 더욱 달랐다.

그러니까 이건 능연이 일반인에게 처음 하는 축-능 아킬레스건 수술이었다.

능연은 생각하면서 수술을 진행했고, 그랜드마스터급 아킬레스건 보건술에도 보충할 곳이 있다고 생각했다.

“능 선생, 지정하고 온 환자가 또 왔어. 광동성이야.”

수술실 문이 열리고 연문빈이 다급하게 들어와 보고했다.

“몇이요?”

“이번에도 두 명.”

“정상대로 받으세요. 처리 못 하면 좌 선생님 부르시고요.”

능연은 고개도 들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손을 놀렸고, 심지어 조금 기쁘기까지 했다.

에어컨 바람이 가볍게 부는 운화병원 면담실은 조금 덥고 건조했고, 반 주임의 입김이 목에 닿자 따귀를 날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에피프레넘 잎은 밤을 새운 프로그래머처럼 구부러진 채 잎도 떨어져 있었지만, 젊은 에피프레넘은 어디서 나뭇잎이 떨어졌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여전히 무성했다.

“에피프레넘이 다 익었네요. 바꿔야 할 거 같습니다.”

프로그래머로 보이는 환자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휠체어를 굴리면서 들어와서 방 안 배치를 관찰했다.

“관련 회사에서 알아서 할 겁니다.”

훈련의 용보과가 대답을 한 다음 손에 든 차트를 넘기면서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지금 환자분 신체 상태로는······.”

“말라빠진 에피프레넘은 처리하는 게 좋아요. 늦게 처리하는 것보다 빨리 처리하는 게 낫고요. 에피프레넘은 폼알데하이드인가 뭔가를 흡수한다면서요. 그럼 말라빠진 에피프레넘은 무슨 뜻이겠어요?”

“물 부족?”

생물을 배웠던 용보과 씨가 대답했고, 프로그래머로 보이는 환자가 코웃음을 쳤다.

“일반 식물은 그럴지 몰라도 에피프레넘은 아닙니다. 에피프레넘은 영성이 있어요. 아니면 폼알데하이드를 흡수하겠어요? 에피프레넘은 식물계의 탐지견 같은 거예요. 마약 탐지견처럼······.”

“선생님 아킬레스건은 어떠십니까?”

용보과는 에피프레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 않았지만, 프로그래머로 보이는 환자는 여운이 남은 듯 입을 삐죽였다.

“아프죠. 그래도 참을 수 있어요. 머리카락 빠지는 거에 비하면 아킬레스건 파열이 낫죠.”

“평소에 운동 안 하시죠?”

“운동하든 안 하든 머리는 빠집니다. 당신들은 몰라요. 이건 유전입니다. 유전은 알죠?”

프로그래머가 갑자기 화를 냈고 그를 달래기도 귀찮은 용보과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침착해지길 기다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평소에 운동 안 하는 환자는 개방성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이 제일 좋은 거 아닙니까?”

“그렇지만 선생님한테 적합하지 않습니다. 화학제품을 선생님께 쓰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용보과는 가능한 한 설명을 했다.

“뭐 쓴다고 해도 무서울 것도 없어요. 어차피 빠지기 시작했고, 나중에 이 병원에서 잘못 썼다고 손해 배상도 할 수 있고, 퇴직하고 회사를 열면 되겠네요. 그렇게 삼사 년 버티다가 회사가 망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어요? 그리고 마지막 남은 배상금으로 찻집이나 과일 가게 열어도 좋고.”

환자는 평소에 야근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환상 속에 빠져 혼잣말을 이어갔다.

“선생님은 운동선수가 아니라서 개방성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할 필요가 없고 최소 절제술로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용보과가 눈썹을 잔뜩 찡그리고 천천히 설명했다. 훈련의인 그는 상급 의사가 알려준 대로 엄격하게 따랐다.

환자는 대뇌가 어떤 프로그램으로 활성화된 것처럼 슬쩍 웃었다.

“에베레스트에 오를 준비 중입니다.”

용보과가 멈칫했다.

“등산은 운동이죠? 내 나이랑 직업으로도 할 수 있죠?”

“등산은 운동이 맞지만······. 휴우. 전에 등산하신 적 없지 않아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하나로 몇 달을 고생하시려고······.”

“선생님, 나는 가장 좋은 수술을 받고 싶습니다. 은퇴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제야 운동하려고 할 때 아킬레스건이 안 따라주면 어떡합니까.”

환자가 고개를 내저었다.

“수술은 좋고 나쁜 게 없습니다. 선생님 은퇴하실 때가 되면 아킬레스건 상태도 달라지겠지요.”

용보과가 열심히 설명했지만, 환자는 여전히 고개를 내저었다.

“어쨌든 나는 그 이름 그거 하고 싶어요.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 에베레스트에 갈 겁니다.”

“전에 가보신 적 있습니까?”

용보과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아니요.”

“이렇게 높은 산 올라가 보신 적 있나요?”

“태산이요.”

“태산 같은 산은 개방성 아킬레스건 수술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보세요, 개방성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니까요.”

용보과가 환자의 다리를 찰싹 치면서 껄껄 웃었다.

“에베레스트에 가고 싶습니다.”

“가고 싶어도 소용없어요. 지금 운동량으로는 가지도 못해요. 아킬레스건 강도랑은 전혀 상관이 없어요.”

지금 좌자전을 불러오면 환자가 생각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용보과의 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럼 K2봉을 가면 되죠.”

“지금, 놀리시는 겁니까?”

능글거리는 환자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용보과가 물었다.

“K2봉은 세계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입니다. 검색해 보세요.”

“두 번째로 높은 산도 못 올라가세요. 세계 20번째 봉우리도 선생님하고는 상관없어요. 지금 몸 상태로는 개방성 아킬레스건 수술에 적합하지 않아서 축-능 수술을 할······.”

“쿤양치히시 봉.”

“예?”

“세계에서 21번째 봉우리입니다. 파키스탄에 있어요.”

“농담이시죠?”

이번엔 믿음이 가지 않아서 용보과는 핸드폰을 꺼내서 검색을 시작했다. 잠시 후,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은 용보과가 환자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지리가 취미세요?”

“미쳤어요? 지리가 취미인 사람이 어디 있어요.”

환자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말했다.

“전에 게임을 했었는데 산봉우리에 오르는 게 포인트인 게임이 있었어요. 산봉우리 높이가 가슴인 거죠. 아시겠죠?”

환자는 손으로 그려 보이며 계속 말했다.

“전 세계 100위 고봉은 오렌지 카드가 필요해서 플레이어가 큰돈을 써야만 뽑을 수 있죠. 100은 물론이고 1,000위까지도 잘 압니다. 퍼플 카드도 돈은 꽤 들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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