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능연은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하면서 수술실에서 나왔고 그 뒤를 따르는 여원은 더 크게 하품을 했다.
“힘들어 죽겠네. 치프 생활이 쉽지 않은 건 알았지만 상상보다 더 힘들 줄이야.”
“힘들면 교대해요. 목 좀 눌러 줄게요.”
능연이 그렇게 말하면서 알콜겔을 꺼내자 여원이 고분고분 목을 숙였다.
능연은 알콜겔을 쭉 짜서 손을 여원의 목에 올리고는 강아지를 들어 올리듯이 밀고 당기면서 마사지를 시작했다.
여원은 실눈을 뜬 채 목이 시원하기도 아프기도 하다고 생각하면서 다리를 대충 놀리면서 능연을 따라갔다.
“능 선생, 환자가 와서 무슨 수술을 해달란다고 수술을 해주면 안 돼. 아킬레스건 수술하다가 토할 거 같아.”
축-능 아킬레스건 수술이라고 하지 않았지만, 다들 알아들을 수 있었다.
“환자 요구도 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니까요.”
능연이 여원의 목을 문지르며 대답했다.
“합리적인 건 합리적인 거고, 아킬레스건 수술에 시간이 너무 많이 들잖아.”
“수술하는데 시간 낭비라고 할 수 없죠.”
능연이 눈까지 번뜩였다.
능연은 30분짜리 아킬레스건 수술보다 당연히 130분짜리 수술이 낫다고 생각했다. 130분 동안 할 수 있는 게임을 왜 30분만 한단 말인가.
눈을 껌뻑이던 여원은 쳇 소리를 냈다.
“그래,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음, 환자가 있다는 건 좋은 거잖아요.”
능연은 미소 짓는 얼굴로 손을 몇 번 놀리다가 여원을 한쪽으로 내려놓았다.
“목이 안 아픈 거 같아!”
좌우로 목을 까닥여본 여원이 놀라운 듯 말했다.
“음, 가서 푹 쉬면 좋아질 겁니다. 추나로 모든 문제는 해결할 수 없고요.”
“능 선생.”
그때 좌자전이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또 환자 왔어요?”
“이번엔 간암 환자야. 73세 고혈압, 당뇨병, 알콜성 지방간······. 광동에서 왔어.”
병력을 잔뜩 늘어놓은 좌자전이 마지막에 덧붙였다.
“진짜 못 됐다.”
“너무 하네 진짜.”
“너무 좋네요!”
다들 일제히 한마디씩 하는데 능연의 ‘너무 좋다’는 말만 완전히 반대 의견이었다.
“능 선생?”
좌자전이 답답한 듯 능연을 바라봤다.
“가서 만나 보죠. 나 간암도 할 수 있어요.”
아킬레스건 보건술과 비교해서 간암 수술은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 생각에 능연의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