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은 능연이 좋아하는 증상 유형이 아니라서 그동안 적극적으로 간암 수술을 찾지 않았다.
수량만 따지면, 간 내 담관 결석 발병률이 간암 발병률보다 훨씬 낮았다.
그러나 찾아온 간암 환자를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이 멀리 광동성에서 온 환자는 정말로 ‘좋은’ 환자가 아니었다.
고령에 기초 질환이 대량 있는 환자는 어느 병원에서도 골치 아파하는 케이스였다.
물론 간 원발성 암이라면 능연도 해결할 능력이 있다. 담낭까지 퍼졌다고 해도 능연이 처리할 수 있고 더 멀어지면 능력 범위에서 벗어난다.
능연은 일단 환자를 만나보기로 했다.
그건 능연으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수많은 외과의는 이런저런 이유로 환자 만나기를 꺼렸는데 능연은 순수하게 사교가 싫어서 환자 만나기를 꺼렸다. 하지만 확실히 필요하다면 능연이라고 해도 환자를 만날 생각이 있었다.
척옥천 일가가 모두 특수 병동 1인 병실에 나타났다. 척옥천 노인 외에 아들 둘, 딸 둘, 남자 형제 둘에 그 자녀, 여자 형제 둘에 그 자녀 그리고 손자 한 무리.
“능 선생, 이 노인은 돈도 있고 권세도 있는 거 같아. 할 이야기하는 건 좋은데 그래도 좀 말을 아껴.”
좌자전은 능연의 뒤를 따르며 마을 위생병원 간부의 사고방식으로 나지막이 코치했다.
평소 그의 경험으로 봐서, 대부분 가정에서 노인이 병이 생겼을 때 자녀가 전부 모이는 건 흔한 일이다. 형제자매가 전부 모이는 건 조금 드문 일이고 손자 손녀와 며느리 사위까지 전부 모이는 건 더욱 드물었다.
특히 반항적인 사춘기 소년 소녀는 부모가 시킨다고 해도 말을 들을지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학생 때 공부하기도 바빠서 그들을 다들 모으고 거기에 조용하게까지 한다는 건 일가 가장의 기세와 재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능연은 알아들었는지 어쨌는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척옥천 노인 맞은 편에 앉았다.
“능 선생, 참 젊구려.”
73세 노인 척옥천은 어린 손자를 보듯 능연을 바라봤다. 다른 뜻은 없고 아무리 봐도 상대가 지나치게 젊다고 생각됐다.
척옥천은 조금 실망해서 한숨을 내쉬었다.
“맹삼이가 소개할 때 간 관련 수술을 기막히게 한다고 하던데. 음······. 능 선생, 간암 수술은 얼마나 했나?”
“저희 의사들은 간암 수술을 말할 때 보통 간 절제 수술을 말합니다. 능 선생은 5백 건 넘게 수술했고 모두 운화병원 정상급 수준이었습니다.”
좌자전이 대신 대답했다.
“5백 건이 많은 겁니까?”
척옥천의 형제가 저도 모르게 한마디 하자, 척옥천이 슬쩍 바라봤다.
“그런 문제는 먼저 확실히 알아본 다음에 얘기해라.”
“아, 네.”
예순 넘은 남동생이 고양이처럼 온순하게 굴었다.
“능 선생, 매가 노인 수술도 했다고?”
척옥천은 예상대로 그 케이스를 물었고 능연은 웃기만 하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척옥천도 싱긋 웃었다.
“능 선생도 봐서 알겠지만, 일반인보다 돈이 좀 많다오. 그런데 돈으로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렸으니 선생이 신경 좀 써주시오.”
어느새 노인은 주도권을 자기 손에 넣었다. 능연이 대답하려는 참에 좌자전이 헛기침을 했다.
“능 선생, 잠시만 나 좀 봐.”
좌자전은 능연을 끌고 방에서 나갔다.
척옥천의 말로 맹삼이 환자를 보낸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래서 좌자전은 많은 것을 연상했고, 전에 왔던 아킬레스건 파열 환자를 ‘보통’ 사람이라고 표현한다면, 눈앞의 저분은 누가 봐도 ‘남다른’ 사람이었다.
일단, 특수 병동 1인실에 머물 수 있는 환자였다. 그런 환자는 사립 병원이 가장 좋아하는 유형이었다. 맹삼은 노인과 아는 사이거나 그의 가족을 아는 사이일 테고, 그러니 맹삼 본인이 간 절제를 하지 못해도 노인의 선택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맹삼이 이 척옥천 노인을 자기가 잘 아는 의사에게 소개하지 않고 능연을 추천했다는 게 무슨 뜻일까? 병세가 심각하게 복잡하다는 뜻이었다.
맹삼이 전에 보낸 환자 몇 명은 동과 병원의 환자에 적합하지 않았다. 간단히 말하면 돈이 많지 않고, 유명세도 없는 환자라 사립 병원에서 겨우 접수나 하지만 사립 병원 모든 병원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을 가능성이 있었다.
일반적인 민영 사립 병원이라면 이런 환자라도 어떻게든 받으려고 하겠지만, 맹삼처럼 유명한 스포츠의학 전문가로서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능연에게 보낸 건 귀찮게 하려는 의도가 있거나 무시하려는 의도가 있을지도 모른다, 고 좌자전은 전에 생각했었다.
그런데 눈앞의 환자는 순수하게 당한 건지도 모른다.
73세 노인은 무슨 병에 걸린 것이든 매우 복잡하리라.
간암 같은 증상에 아주 조금이라도 의외가 생기면 환자는 수술대에서 내려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좌자전은 생각하면 할수록 걱정이 되어서 저도 모르게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 전에 간암 수술 싫어했잖아. 환자 나이도 많고 기초 질환도 많아. 그냥 받지 말자. 내가 가서 이야기할게.”
그러나 능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환자의 나이가 많고 기초 질병이 많아서 이 수술 하고 싶은 겁니다.”
“그게 무슨 뜻이야?”
“간암 수술은 5년 생존율이 낮은 편이고 재발 확률이 높죠. 그런데 척옥천 씨 나이면 수술만 잘하면 예기 수명과 생활 퀄리티가 크게 올라갈 겁니다. 완치라고 말하긴 그래도 비슷하게는 될 겁니다.”
능연의 대답은 완전히 좌자전의 예상을 빗나갔다. 물론 딱히 예상한 것도 없지만 말이다.
두 사람 관계에서 좌자전이 주임이라면 아마도 척옥천 수술 중단을 외쳤을 것이나 하필이면 능연이 그의 상급 의사였다. 좌자전은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다.
“능 선생, 그럼 환자한테 다른 질환이 있어서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건 생각 안 해봤어?”
“그건 그래요. 그게 큰 골치죠.”
능연은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간 절제 스킬 등급이 너무 높아서 별일 아닐 수밖에 없었다. 그랜드마스터급 간 절제 스킬을 간암 수술에 쓴다면 효과는 더 좋기만 하다.
“그러니까 내 말은······.”
능연은 손을 휘저으며 좌자전의 설득을 멈추고는 돌아서서 병실로 들어가 척옥천을 눕히고 신체 검진을 시작했다.
“받으세요.”
척옥천과 몇 마디 나눈 능연이 좌자전에게 지시했다.
신체 검진과 PET 필름으로 확인해 본 바로는, 척옥천의 암세포는 아직 퍼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퍼졌다고 해도 환자의 생존율을 올릴 자신이 있었다. 여차하면 다른 전문의와 함께 협력하면 될 일이었다.
73세 노인의 생존율을 올리는 것만으로 굉장한 효과가 있다.
사무실로 돌아온 능연은 가상 인간 스킬을 불러내 척옥천의 신체를 모사했다.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해야 했다.
“오, 정말 특별하긴 하네.”
능연은 가상 인간으로 연습하면서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척옥천의 간암은 조기 발견되었고 본인은 조금도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 형태와 크기도 지름이 5cm보다 작은 상황이라 비교적 괜찮은 편인 작은 암이었다.
가이드에 따르면 이런 작은 간암의 치료 효과가 가장 좋았다.
척옥천은 때마다 건강검진 하는 좋은 습관도 있었다. 혹은 수입이 가지고 오는 피드백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능연이 가상 인간을 해부해서 살펴본 상황으로는 운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
조기에 문정맥에 침입한 간암 세포 확률이 50%로 당첨됐다. 주변 간 조직을 침범할 가능성도 대략 50%로 당첨. 위성 종양 가능성도 40% 가까이 당첨됐다.
종합해서 말하면 척옥천의 작은 간암은 환자 중에 가장 재수 없는 10%에 속했다. 게다가 그의 나이와 기초 질환 때문에 척옥천이 양호한 예후를 얻고 간암 세포가 침입한 간 조직을 깨끗하게 절제하고 순조롭게 수술대에서 살아 내려올 수 있게 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능연은 가상 인간 몸에서 대충 해부해 보고 암의 범위를 확인하고 첫 번째 시도를 재빨리 종료했다.
시스템은 푸른 인체가 사라지기 전에 제시어 한 줄을 보여줬다.
-가상 인간 (마스터급): 잔여 시간 3시간 52분
암의 대략적 범위를 해부하는 데 능연은 벌써 5분을 썼다.
능연은 자신이 너무 규칙대로 움직였다고 생각하며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해부용 시체를 해부하는 방식으로 가상 인간을 해부하느라 괜히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했다.
“좌 선생님, 척옥천 씨 검사 자료 모두 보내주세요.”
능연은 더는 가상 인간을 가동하지 않고 우선 자료를 보기로 결정 내렸다.
척옥천은 사립 병원에서 상당히 전면적인 검사를 모두 마쳤다. 간단한 X-ray부터 CT까지. 그리고 보통 사람은 매우 비싸다고 여길 PET, 각종 생화, 차링드-퓨(Child-Pugh) 간 기능 분류, 인도시아닌그린 체류율 등까지 모두 완벽하게 한 바퀴 검사했다.
돈을 벌려고 했든 아니든, 사립 병원에서 한 풀세트 검사는 척옥천의 신체 상황을 묘사하기에 매우 유리했다.
선임 외과 의사 혹은 외과 수술이 가능한 선임 내과 의사는 모든 영상 자료와 생화 리포트를 통해서 머릿속에 복강 안의 상황을 그려낼 수 있다. 암세포의 대충 범위, 영향을 받은 조직의 현재 상태 등.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가면 암세포의 분화 속도, 조직 침범 가능성 등등도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능연 같은 젊은 외과 의사로서는 직접 보는 방법 말고 저 중에서 절반을 해내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상 운화병원 간담췌외과 주임 하원정 정도가 되어도 많은 바이탈 징후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있었다.
빙 교수 같은 북경의 능력자는 유심히 연구하면 가능할지 모른다. 시간도 많고 의사-환자 비율로도 환자의 상태를 자세히 연구할 상황이 되는 사립 병원의 장점이 바로 이런 점에 있었다.
한 사람이 모자라면 여러 사람, 여러 사람도 모자라면 외부 지원을 요청한다. 공립병원은 외부 지원을 부를 여력이 많지 않지만 사립 병원은 그런 면에서 매우 자유롭다. 사립 병원에서 공립병원 주임에게 몇만 위안에서 십만 위안 가까운 연봉을 때때로 보내는 것도 바로 필요할 때 언제든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였다.
다만 모든 검사가 끝난 다음 결과가 좋지 않고 까다로운 케이스를 만나게 되면 사립 병원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환자를 몰아내서 공립병원으로 트랜스 시키고도 돈을 벌 수 있다.
위험성이 적은 케이스는 아무리 골치 아프고 복잡해도 돈만 주면 사립 병원은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위험성 큰 케이스는 고르고 또 고른다.
척옥천 같은 돈 많은 환자도 맹삼은 결국 유도탄처럼 운화병원으로 쏘아 보내고 만다.
이런 상황이 되면 척옥천에게 한 각종 검사는 오히려 그를 밀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능연이 실력이 부족하고 구원병도 구하지 못하면 척옥천 같은 복잡한 수술에서 실수할 가능성이 커진다.
사실상 척옥천 케이스는 북경으로 보내 능력자를 찾아야만 최종 결론을 낼 수 있는데, 능연이 간담췌외과 수준이 약한 편인 운화병원에서 원내 협진으로는 대단한 구원병을 구할 수 없다.
능연이 바로 운화병원 간담췌외과에서 가장 실력자이니까. 그런 면으로 보면 맹삼이 아픈 점을 찌른 셈이었다.
“능 선생, 정말 척옥천 씨 수술할 거야?”
좌자전은 직접 가지고 온 자료를 근심 가득한 모습으로 내밀었다. 그는 척옥천의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지 모르지만, 맹삼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네. 상황이 확실히 복잡하긴 한데, 컨트롤 가능 범위 안에 있습니다.”
‘컨트롤 가능’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 좌자전은 다시 한번 능연을 설득했다.
“능 선생, 간암 수술하고 싶으면 간담췌외과 사람 중에 고르면 되잖아. 뭐하러 다른 생각이 있는 의사가 보낸 환자를 받아.”
“환자 잘못도 아니지 않습니까.”
능연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환자 간암은 제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팀에 병상도 남고 수술실도 여유롭고. 환자를 거절할 이유가 없어요.”
좌자전은 ‘위험’하다는 것이 환자를 거절할 이유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능연을 잘 아는 그는 그를 설득할 수 없음도 잘 알아서 의학적 각도에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전에 간암 수술도 안 했는데, 지금 한다면 자신이 얼마나 있는데?”“이 환자 말입니다. 척옥천 씨는 저보다 적당한 의사를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능연이 매우 단호하게 하는 말에 좌자전은 순간 할 말이 없었다. 심지어 그는 혹시 누가 들은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뒤를 살폈다.
“그렇게까지 자신하다니······.”
좌자전은 뭐라고 할 말도 없고 감탄스럽기도 했다.
능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상 인간 스킬이 없었다면, 능연도 척옥천을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바로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환자를 받았는데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환자를 받은 의미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해가 된다고 능연은 생각했다. 특히 척옥천 같은 간암 환자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생존기가 적어도 1년은 될 것이고 심지어 더 길 수도 있다. 의사의 보수적인 용어로 말해도 6개월 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수술이 실패하면 당장 수술대에서 내려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화학 치료 3, 4개월을 하다 보면 환자의 면역 시스템을 철저히 훼손해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면에서 우수한 외과 의사와 일반 의사의 차이는 5년 이상의 수명에 있는지도 모른다. 정상급 외과 의사와 일반 외과 의사의 차이는 10년 심지어 더 길 수도 있다.
가상 인간이 없다면 능연은 우수한 외과 의사까지는 될 자신은 있지만, 정상급은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능연은 차라리 환자를 하원정에게 보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능연이 간 내 담당 결석 간 절제를 시작한 다음부터 하원정은 서서히 간암 계통 외과 수술로 방향을 틀었고 꽤 우수한 성적을 냈다.
혹은 환자의 조건으로는 상당히 괜찮은 치료를 받을 수 있을 북경으로 보내거나.
간암은 능연도 팔자를 바꿀 수는 없어서 암을 완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73세가 된 척옥천은 암을 완전히 없애는 게 필요한 게 아니라, 첫째, 암세포가 침입한 조직을 최대한 깨끗이 절제한다, 둘째, 조직을 가능한 한 적게 절제한다는 모순적인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나이와 신체 조건 때문에 큰 범위 절제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암세포가 퍼진 범위가 넓다. 이런 환자는 정말이지, 처리하기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상 인물이 있어서 능연은 자신감이 조금 늘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면, 능연은 자신이 척옥천의 수명을 10년 정도 연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게다가 생활 퀄리티가 높은 10년 말이다.
척옥천은 이미 73세인데 높은 퀄리티로 83세까지 살 수 있다면 암의 영향은 그에게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의료 효과만 따져도 간 내 담석 결정 절제와 비슷할 것이다.
이런 암 수술은 바로 능연이 좋아하는 암 수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