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24화 (405/877)

능연은 척옥천의 필름을 한 번 살피고 다른 생화 리포트도 한 번 살펴본 다음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가상 인간을 다시 불러냈다.

자리에서 일어난 능연은 어깨를 으쓱하며 근골을 움직여 주고는 추나요법으로 자기 목을 마사지했다.

곧바로 그의 앞에 바르게 누운 척옥천의 가상 인간이 나타나서 푸른 빛이 반짝이다가 점점 약해졌다.

능연은 머릿속에서 생각하면서 손을 뻗어 4번 메스를 잡고 빛이 사라지기도 전에 메스를 휘둘러 환자의 몸에 50cm 길이의 L자 대형 절개구를 남겼다. 층을 상관하지 않고 깊숙이 파고든 절개구였다.

정상 수술 절개에서는 나중에 봉합이 편하도록 근막 지방과 피부 등을 의식적으로 분리해야 하지만 지금은 봉합할 필요가 없는 가상 인간이었다.

능연은 자연스럽게 시간을 절약하는 방안을 선택했고, 절개구조차도 표준에서 벗어난 절개구를 선택했다.

지금 하는 간암 수술은 나중에 수술 후 회복을 위해서 의사들은 어떻게든 몇 cm짜리 작은 절개구를 내려고 애를 쓰지만, 수술 과정 중에는 작은 절개구로 인한 장애가 많음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50cm짜리 절개구라니, 다른 의사가 봤다면 부러워서 죽을 것이다.

능연은 손을 안으로 넣어 우선 간을 꺼낸 다음 유심히 주변을 살폈다.

맨눈으로 보기엔 커다란 암 조직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런 식으로 판단하는 건 완전하지 않았다. 암세포 침입은 별별 상황이 다 있고 그래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외과 의사는 보통 병소 주변 정상 조직까지 몇 cm를 떼어내곤 한다.

척옥천 같은 고령 환자는 5cm 혹은 3cm만 많이 잘라도 치명적일 수 있다. 그의 신체 상태로 지나치게 떼어내면 ICU에서 몇 개월 고통받다가 간 쇠약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있고, 운이 좋더라도 몸이 대상효과를 일으킬 수 있지만, 다른 질환을 유발할지 아닐지 예상하기 힘들다. 확실한 것은 수명이 줄어들 것이고 생활 퀄리티도 대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능연은 손을 휘저어 이번 모의도 마쳤다. 그리고 MRI를 불러내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건 능연에게는 MRI도 마찬가지였다.

사립 병원에서 척옥천을 위해 풀세트 MRI 원본을 준비했다. 게다가 최신 버전인 3.0t여서 흔하게 볼 수 있는 1.5t나 0.5t와 비교해서 정밀도도 높았다. 운화병원에도 3.0t는 한 대밖에 없었고, 평소에 예약이 꽉 차 있어서 기다리기 싫은 의사는 그냥 1.5t로 찍었다.

“시스템, 척옥천 씨 가상 인물 다시 꺼내 줘.”

능연은 다시 한번 거칠게 가상 인물을 해부해서 맨눈으로 판별할 수 있는 병소를 찾아내 잠시 관찰하다가 메스를 받아 간을 잘라냈다.

가상 인물의 복강 안에 피가 스며 나와 작은 분수처럼 순식간에 복강을 가득 채웠다.

능연은 지혈 방면 조작을 전혀 하지 않았다.

“석션.”

실제 석션 기구가 나타난 걸 본 능연은 바로 다음 질문을 던졌다.

“현미경도 있어? 그리고 병리 검사 설비, 검경판 같은 거.”

푸른 빛이 번쩍이면서 시스템은 아무런 말 없이 능연의 곁에 병리 검사 설비 세트를 내놓았고 능연이 바라던 현미경, 검경판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좋은데.”

능연은 작은 칭찬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는 잘라낸 간 겉을 얇게 잘라내서 검경판에 놓고 약을 뿌린 다음에 현미경에 놓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암세포와 암세포 조직의 경계를 찾는 것이었다.

현미경에 경계가 또렷한 암세포 조직이 나타난다면 암 조직이 깨끗하게 잘렸다는 뜻이었다. 반대로 경계가 흐릿하면 암 조직이 아직 있고 더 멀리 퍼져 있어서 더 많이 잘라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런 병리학과 외과를 병합한 방법은 많은 병원에서 추진하고 있었고, 그 장점은 세포 경계를 관찰하는 방법으로 정상 조직을 최소한 절제하는 동시에 암 조직을 절제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병리과로 보내 검사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한 번, 두 번, 세 번 보내도 여전히 경계가 모호한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암세포 침투 능력이 종종 3에서 4cm까지 가기 때문에 의사들이 3에서 5cm까지 자르는 것이 많이 자르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병리과 검사를 보내는 방법을 채택하는 것도 사실 1, 2cm 싸움이었다.

그렇다 해도 간암 수술에서 이런 방식을 채택하는 건 지극히 드물었다. 검사 보내는 동안 환자는 배를 열어둔 상태에서 기다리니까 말이다. 장 절제라면 환자가 기다릴 수 있을지 몰라도 간 수술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간문 차단이든 아니든, 간장 혈액 공급 부족 상태에서 안전한 시간은 기껏해야 한 시간이었고 한 시간이 넘는다면 차라리 몇 cm 더 자르는 게 나았다. 그렇게 되면 검사 보낼 수 있는 횟수도 제한되고 예후도 좋지 않아서 검사를 보내는 게 불필요한 일이 된다.

능연도 수술 중에 한두 번 만에 암세포에 침범된 조직을 깔끔하게 잘라낼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척옥천은 위성 종양도 있어서 절제 면적은 더욱 크고 복잡해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병리 검사 방법을 선택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맹삼이 환자를 트랜스 보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척옥천의 간암은 조기 발견 수준이지만, 신체 건강 상태가 이미 말기여서 두 가지가 겹치는 상황이라 수술 방안을 확정 지을 수 없는 것이다.

능연처럼 이렇게 가상 인물이 있지 않은 이상 말이다.

능연은 가상 인간이 있어서 마음껏 간 절제를 할 수 있고 암 조직 경계를 확정할 수 있다. 심지어 수술 전에 다시 최종적으로 암 조직 발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서 MRI나 PET 검사보다 얼마나 더 정확한지 모른다.

능연은 이것이 가상 인물을 가장 좋은 사용법이라도 생각했다.

“좌 선생님, 척옥천 씨 수술 전 준비 하시고 본인과 가족 동의서 받으세요.”

능연은 대략적인 통 검사를 한 다음 쓸만한 방안이라고 생각한 다음 모의 상태를 종료했다.

이제 가상 인물 잔여 시간은 3시간 21분이었다.

“정말로 수술을 한다고? 노인네 나이가 73세야. 염라대왕이 올지도······.”

“환자에게 가장 유리한 수술 방안이고 직접 환자와 가족에게 설명하셔야 합니다.”

전화를 받은 좌자전은 더욱 불안해하며 물었고 능연은 좌자전의 말을 자르며 본인의 태도를 밝혔다.

오만, 혹은 고집스럽게 나가는 것은 외과 의사의 트레이드 마크이며, 이것저것 재는 의사는 외과 의사로 적당하지 않다.

좌자전은 능연의 말투에 본인이 그를 설득할 수 없을 깨달았다.

전화를 끊은 좌자전은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결국 곽종군에게 전화를 걸어 간단하게 사정을 설명하고는 우물쭈물 특수 병동으로 향해 척옥천과 가족들에게 수술 전 설명을 시작했다.

병원의 특수 병동은 언제나 어망처럼 드러나 있어서, 좌자전이 병실로 들어가 ‘수술’이라는 두 글자를 꺼내자마자 소문이 퍼졌다.

특수 병동 의료진은 응급의학과보다 많이 한가하니까 말이다.

“능연 같은 젊은 사람은 작은 자극도 못 참을 걸 알았다니까.”

맹삼은 러닝 머신 위에서 빠르게 팔을 흔들면서, 엄청나게 노력해서 겨우 몸무게를 79.5킬로로 유지하는 아이처럼 웃고 있었다.

“운화병원 응급센터와 간담췌외과에서 참관 수술을 열고 창서 현지 간담췌외과 전문가들을 불렀다고 합니다.”

바다 풍경이 보이는 큰 사무실에서 젊은 비서가 수트 차림에 품에 서류와 자료를 안고 러닝 머신 위에 있는 맹삼에게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맹삼은 콧방귀를 뀌고는 전방을 주시하며 살짝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도저히 승복할 수 없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간담췌외과는 원래 창서성 쪽이 약한데 능연이 갑자기 나타났고 운화병원 배경도 있으니까 성내 자원을 다 잡아먹은 거지. 간 절제 참관회가 아니라 바비큐를 한다고 해도 창서성 간담췌외과 의사들이 가서 자리를 채워줄걸?”

젊은 비서는 표정 없는 얼굴로 가만히 있었다. 맹삼은 다른 의사 칭찬을 할 수 있지만, 그가 따라서 칭찬했다가는 잘못하면 ‘전’ 비서가 될지도 모른다.

“그냥 현장 참관이야? 아니면 인터넷에서 볼 수 있어?”

맹삼이 갑자기 한마디 물었다.

“볼 수 있습니다. 운리 제약에서 시스템을 만들어서 자격 있는 의료 기관은 돈 안 내고도 고화질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운리가 원래 그런 건 잘하지. 음, 시간 조율 좀 해 봐. 이따 한 번 봐야겠군.”

비서는 대답한 후 맹삼이 러닝 머신 속도를 조절하는 걸 보고 묵묵히 사무실에서 나갔다.

잠시 러닝 머신을 달리던 맹삼은 재미없어져서 정지 버튼을 꾹 눌러서 서서히 속도를 줄인 다음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맹삼은 조금 혼탁한 바다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능연이 그 늙은이 간암 절제를 해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척옥천 케이스는 그가 자세히 연구한 후 다른 성의 전문가도 초빙해서 수술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낸 후에야 운화병원으로 보낸 것이다.

2, 30%라도 가능성이 있었으면 아는 의사를 불러 출장 수술을 하지 능연에게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맹삼도 능연이 바보라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바보라면 수술을 잘할 수 없고 유위신을 국제 경기에 내보낼 수 있을 리 없고 이청홍 수술을 그렇게 완벽하게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맹삼은 운화병원 특수 병동을 통해서 이미 이청홍의 후기 영상을 보았기에 능연의 아킬레스건 보건술이 자기보다 강해 보임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맹삼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었다.

국내 스포츠의학 분야는 스타트가 늦었다. 프로 선수는 오래전부터 발전해 왔는데 스포츠의학은 여전히 별 볼 일 없었다. 국내 공립병원은 지금까지도 스포츠의학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아니라면 맹삼도 사립 병원으로 가지 않았으리라.

스포츠의학 분야 규모는 적지만, 정상에 선 맹삼은 그래도 수많은 장점을 누렸고 계속 누리고 싶었다. 적어도 앞으로 5년, 8년은 유지하고 싶었고 처음엔 그럴 자신도 있었다.

의사를 키우는 데 그 정도 시간이 들고 지금 아래 의사들은 맹삼의 현재 위치를 대체할 능력이 전혀 되지 않는다.

그런 맹삼이 생각하지 못한 것이 바로 능연의 등장이었다.

처음엔 유위신, 그다음에 이청홍. 이청홍이 경기장으로 돌아가면 능연의 이름값이 당연히 올라가고 직업을 생명처럼 여기는 운동선수들은 어떻게든 능연을 찾아 수술을 받으려고 할 것이라는 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동과가 일반 사립 병원보다 잘 버티고 유명세가 높은 것은 바로 그들이 제대로 된 수술을 할 수 있어서였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스포츠의학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은 별로 많지 않고 골관절 & 스포츠의학 센터가 최강이었다. 그러나 축 원사는 나이가 너무 많아서 본인이 직접 수술에 나서지 않은 지 오래되었고 수하 의사가 수술하면서 축 원사는 지도만 하고 있으니 직접 수술하는 맹삼이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능연이 고작 몇 살이란 말인가. 그리고 수술을 얼마나 많이 해대고 있단 말인가.

맹삼 역시 개인 병원이라 자신이 없어서 ‘폭탄’ 환자를 운화병원으로 보낸 것이다. 원래 있던 병원에서 주임을 했다면 맹삼도 분명히 운화병원으로 가서 한 번 도전했으리라.

물론 원래 있던 병원에서 주임을 했다면 스포츠의학에 이토록 집착했을지, 그건 또 모를 일이지만.

한창 생각에 잠겼던 맹삼은 단숨에 머신을 끄고 물병을 집어 들고는 뿜어져 나온 물이 가슴을 흘러 배꼽을 흘러 고환을 흘러 무릎을 흘러 아킬레스건을 흐르는 걸 그대로 두면서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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