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26화 (407/877)

현장에 공간이 제한된 바람에 곽종군도 참관실로 향했고, 운리 제약회사 직원에게 방송을 연결하라고 했다.

운화병원 자체 참관실에 제약회사에서 끌어온 신호를 써야 한다는 건 곽종군도 아쉬워했다.

그러나 오늘 곽종군의 포인트는 능연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신호 프로그램 어쩌고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곽 주임 오셨습니까.”

더 일찍 와 있던 하원정이 웃는 듯 마는 듯 곽종군을 향해 인사했다.

곽종군 체면을 세워주려는 것이었다.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능연이 전에는 간 내 담관 결석 간 절제 수술을 하고 응급 간 절제 수술을 할 때는 그래도 참았다. 어쨌든 간 절제 수술은 다양하고 가장 중요한 건 간암 수술이니까.

그런데 능연이 이제 간암 수술을 시작했다.

여기서 체면을 세워주지 않으면 하원정이 어렵게 얻어온 간담췌외과 주임 자리가 담낭 외과 주임으로 될지도 모른다.

하늘이 무심하게도 담이 크지 않았다.

“하 주임 왔구만.”

하원정을 본 곽종군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고 미안함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곽종군이 옛날에도 어느 의학회의에서 어느 의사를 두들겨 패면서도 그는 전혀 미안함을 보이지 않았다. 어느 의학회의라고 하는 이유는, 너무 그런 경우가 많아서 본인도 기억하지 못해서였다.

하원정 같은 하찮은 주임의 체면을 생각할 곽종군은 더욱 아니었다. 게다가 곽종군 눈엔 운화병원 간담췌외과나 담낭 외과나 별 차이가 없었다.

하원정은 조심스럽게 곽종군의 표정을 살피다가 걱정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73세에 기초 질환도 여러 가지 있는 간암 환자인데, 이런 환자 수술하는데 걱정 안 됩니까?”

“걱정 안 되면 안 왔겠지.”

곽종군은 자기 사람이 다른 진료과 수술을 하는 것에 대해 전혀 머쓱함도 없고 오히려 지적하는 말투로 대답했다.

“수술하기로 이왕 결정한 거, 그럼 차라리 대범하게 참관 수술을 여는 게 낫지. 성공하면 학습 경험이 되는 거고 실패한대도 학습 경험이 되니까. 안 그런가?”

곽종군은 능연이 실패한대도 걱정하지 않았다. 물론 성공하면 좋지만,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외과 의사가 몇이나 된단 말인가.

능연은 지금 전국 범위로 간 절제 출장 수술을 하고 있고, 실패하면 곧바로 전국에 소문이 날 것이다.

다른 외과 의사가 암암리에 실패 원인을 추측하게 만드느니 차라리 공개적으로 참관하게 하는 게 나았다. 성공하면 좋고, 성공하지 못하면······.

곽종군은 능연의 실력이라면 사람들의 인상에 깊게 남으리라 믿었다.

사실상 능연이 지금 장악한 간 절제 스킬, 지혈 스킬, 심폐소생 스킬로 환자가 순탄하게 그의 눈앞에서 죽게 두기도 쉽지 않았다.

“시작하겠습니다.”

모니터에서 능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참관실에 있는 참관인을 비롯해 목소리가 다 작아졌다.

“별말도 없이 시작해요?”

능연의 수술을 별로 본 적 없는, 그냥 지나가다 들른 운화병원 의사였다.

“능연이 연설하고 수술하는 거 봤어?”

능연의 수술을 자주 보고 일부러 보러온 운화병원 의사였다.

“능 선생이 연설하면 얼마나 좋을까.”

여자 의사였다.

능연은 수술실에서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수술을 시작했다.

조금 전 휴게실에서 28분 동안 척옥천의 간암 세포 침범 범위를 확인했고 그 바람에 가상 인간의 사용 시간이 2시간 52분으로 줄었다.

암세포의 확산 능력을 고려하면 간암 세포 테두리가 더 밖으로 퍼지도록 시간을 더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성내 각지에서 온 의사들은 알아서 입을 다물고 참관하기 시작했다.

능력 있는 의사들은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학습 시간과 기회가 적기에 사실 초짜 의사들보다 시범 수술 같은 학습 기회를 더 소중히 여겼다.

초짜 의사들은 집도의가 되기 전에 종종 상급 의사들에게 시달리지만, 그래도 무슨 의문이 생기면 대다수 상급 의사가 대답해준다. 뭔가 실수했을 때는 살기 싫을 정도로 상급 의사에게 시달리면서 덕분에 가볍게 인생의 기억 거리로 가슴에 남게 된다.

그러나 일단 초짜 의사가 집도하게 되면 상급 의사들도 상대적으로 체면을 차리게 되고 그때부터는 집도하는 초짜 의사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해도 매우 어려워진다.

결론적으로 괴롭히는 상급 의사가 많을수록 하급 의사의 성장이 더 빠르고, 괴롭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성장한 후에는 거기서 더 성장하려면 온전히 본인의 힘으로 해야만 했다.

운화병원 하원정만 해도 능연을 만나기 전에는 기술 성장 속도가 매우 느렸다.

북경에 대가가 자리를 잡고 있는 진료과에는 능력자가 끊임없이 나온다. 그보다 더 대단한 능력자가 내려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 의사는 그런 기회가 없고, 특히 지방 병원 의사들은 주치의나 부주임쯤 되면 스스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출장 수술 혹은 더 능력 있는 의사의 시범 수술을 참관하는 건 그들에게 모처럼의 배움의 시간이었다.

능연이 짧은 일 년이라는 시간에 출장 수술로 이름을 알린 건 그의 실력 때문이기도 했고 성격 때문이기도 했다.

“좀 더 벌리세요. 일단 간문 해부부터 합니다.”

능연은 재빠르게 수술을 진행하면서 어시의 진도와 다음 스텝을 수시로 코치했다.

73세 환자는 많이 검사하지 않아도 수술 시간을 견딜 능력이 떨어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간 절제할 때 병리 검사에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 것까지 고려한 능연은 앞부분에 걸리는 시간을 당기려고 매우 노력했다.

여원은 수풀에서 뒤통수만 내밀고 고기를 문 새끼 치타처럼 힘껏 훅을 잡고 있었다. 능연의 키가 너무 크고 수술대는 집도의의 신체에 맞춰 높낮이를 조절하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조수와 집도의의 신체 조건 차이가 클 때는 종종 희한한 직업병이 생긴다. 키가 작은 조수는 자주 목 통증을 겪고, 키 큰 조수는 허리가 구부러지고 아픈 증상을 겪는다.

퍼스트인 연문빈은 키가 큰 편이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는 허둥지둥 능연을 따라 손을 놀리면서 앞으로 조작하다가 종양 세포가 새어 나와 문정맥을 통해 우측 간에 들어가지 않도록 간문 좌동맥과 문정맥 좌측 분기를 격리했다.

그와 동시에 능연이 쉴새 없이 코치했다.

“문정맥 벽 잘 유지하세요.”

“간 끝부분 건드리지 마세요.”

“실 매듭 조심하세요.”

연문빈은 이마에 땀이 뻘뻘 날 정도로 바빴고, 간호사가 땀을 닦아 줄 때나 잠시 쉴 시간이 있었다.

수술실에 모인 의사들은 그런 연문빈을 보며 재미있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다.

그들이 능연을 출장 수술에 초빙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배우기 위해서였다. 혹은 훔치기 위해서.

그러나 연문빈처럼 이렇게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눈앞의 수술만 해도 수술실에 있는 사람 절반은 집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73세 노인네의 간을 건들 엄두를 내는 의사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연문빈은 기술이 떨어지는데도 수술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이런 건 북경의 위원회 소속 의사들도 드문 경험이었다.

“지금 좌 정맥 처리 중입니다. 15초 쉬면서 정신 집중합시다.”

능연은 자신의 리듬으로 진행하면서 동시에 조수들의 상태도 살폈다.

간 좌 정맥과 하대 정맥의 거리는 매우 가까워서 여차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코치하거나 호통만으로는 부족하고 신경 써서 조수의 상태를 조율할 필요가 있었다.

마스터급 간 절제 스킬로는 모든 것을 알맞게 살필 수 없어서 어떤 책략을 채택할지, 혹은 수술 중에 어떻게 타협할지가 매우 중요했다.

아직 정통하지 않은 조수는 좀 더 많이 코치해주면서 중요한 순간에 숨 쉴 시간을 주어야 했다.

능연도 그 틈을 타 간을 관찰했다. 본인도 간 봉합 방식을 결정할 시간이 필요했다.

“계속합시다.”

능연은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고는 다시 열심히 손을 놀렸다.

가상 인간을 가지고 거칠게 조작할 때와 달리 진짜 사람의 간 절제를 진행할 때는 절제된 부분 이외의 처리에 진정으로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었다.

간의 절개구도 환자마다 다른 결정으로 반드시 사전에 설정해야 한다.

능연은 오늘 순각(唇角)을 채택했다. 전문 용어로는 순형 간 절제법이었고 그 방법을 쓰기 위해서는 인대를 충분히 박리하고 간 단면을 엄밀하게 밀폐한 다음 간을 들어올려 간 절제를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간 절제 범위를 간 단면을 밀폐하는 그 순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잘못 자르면 다시 직전 스텝을 반복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너무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능연이 간 단면을 밀폐할 때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저렇게 짧게 자른다고?”

“모자랄 거 같은데요.”

“그런데 저렇게 할 수밖에 없어. 환자가 못 견디잖아. 73살이야.”

“환자가 못 견디면 수술을 하지 말아야지. 저렇게 자르면 몇 달 뒤에 재발할 텐데 그건 더 힘들지.”

좌자전이 목을 가다듬으며 헛기침을 하자 수술실이 순간 고요해졌다.

이어서 능연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간을 잘랐다.

“병리과에 보내서 암세포 경계 확인하세요.”

능연은 잘라낸 간 조직을 조심스럽게 병 안에 넣고는 병을 보온상자에 넣었다.

간호사 왕가가 상자를 들고 재빨리 병리과로 향했다.

수술실의 의사들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웅성웅성 대기 시작했다.

“능 선생 그만큼만 자른다고?”

무신 시 제1 병원 유자산은 간담 전공 부주임 의사였다. 물론 능연을 만나기 전에는 간 절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주로 담낭 수술을 하면서 간 관련 논문을 썼다.

정기적으로 능연을 초빙해 간 수술을 한 결과 유자산 등 의사들의 실력이 수직 상승해서 지금은 간단한 간 수술은 집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사고가 생긴 다음 무신 시에서 운화병원까지 환자를 보낼 시간이 없으므로 능연을 초빙해 지켜볼 때나 직접 집도했다.

능연은 돈을 받고 하는 지도 수술에서도 할 말은 하는 성격이었고, 처음엔 사람을 언짢게 했지만, 습관이 된 후로는······ 유자산 등도 언짢아하지 않게 되었다.

유자산도 능연과 같이 수술을 하는 동안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묻는 습관이 생겼다.

쉰 가까워진 부주임인 그도 간암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최대한 작게 잘라야 수술 후 회복에 유리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하면 깨끗하게 안 잘릴 텐데.”

능연 역시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했고 유자산은 적응되지 않는 듯 말했다.

“검사 결과 봐야죠.”

“검사 결과에서 깨끗하지 않으면 어쩌려고?”

유자산은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다.

“그럼 좀 더 자르고 다시 검사하죠.”

“그래도 안 깨끗하면?”

“그럼 더 자르고 수술을 끝낼 겁니다.”

두 번 잘라도 깨끗이 자를 수 없다면 목을 빼고 수술을 진행해도 무의미한 걸 알 정도로 능연은 냉철했다.

다만 오늘 환자는 간을 너무 많이 자르면 깨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가 문제였고 그게 모순적인 문제였다.

동과의 맹삼이 정말로 좋은 케이스를 보냈다고 할 수 있었다.

잘 끝내면 병원에서 상금을 줄 것이고 잘못 끝내면 병원에서 퇴직금을 줄 것이다. 아주 잘.

수술실에 의사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봤다.

그들 눈에는 능연의 태도가 너무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였다. 혹은 지나치게 신중하거나.

“간암 절제인데, 그렇게 검사 결과를 기다릴 시간이 있을까? 내 말은, 한 번이나 두 번은 괜찮아도 세 번은 너무 길지 않냐는 거야.”

유자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시간 안에 간 혈액 부족 시간을 제어하면 정상적인 상황에 속한다. 그런데 검사를 세 번이나 하면 한 시간은 걸린다. 간 절제는 지극히 복잡해서 지혈, 봉합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세 번이라는 건 마지노선이고요. 두 번 자르면 확정 결과가 나올 겁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의사들이 모두 팔짱을 끼고 진단 결과를 기다리는 수술 휴식 기간이라 능연은 아예 수술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척옥천 환자는 올해 73세고 간장 기능이 약한 편입니다. 간 보호 처리를 해도 겨우 합격선에 있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최대한 다른 조직을 적게 잘라야 합니다. 동시에 최대한 깔끔하게 잘라야 하죠. 환자가 화학 치료를 견디지 못할 테니까요. 그러니 검사 결과에 따라서 간 절제를 최소화하는 게 유일한 방안입니다.”

암 조직을 깔끔하게 잘라내면 화학 치료를 많이 할 필요가 없이 기껏해야 최소량의 예방성 화학 치료를 하면 된다.

그러나 깔끔하게 자르지 못하면 화학 치료 빈도와 강도는 완전 다른 개념으로 진행된다. 능연은 척옥천이 그걸 버텨내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다른 병원 의사들은 하고 싶은 말이 가득한 의문이 넘치는 표정이었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런 환자는 수술을 아예 시작하면 안 된다니까.”

동과 회의실에도 의사들이 모여서 보고 있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포 교수님 말씀이 옳습니다.”

맹삼이 아무렇지 않은 듯 한마디 건넸다.

그의 맞은편에 앉은 포 교수가 최초에 척옥천을 진찰한 의사였다. 그러나 맹삼과 달리 포 교수는 여전히 공립 병원에 재직 중이었고 환자가 있으면 사립 동과 병원에 가서 비자금을 벌었다.

일반 외과 출신 전문가인 포 교수는 모니터의 수술 영상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 척옥천 씨는 집에 광산이 있지. 진짜 광산 말이야. 그러니 여러 병원을 돌면서 진찰받았단 말이야. 수술만 해준다면 미국이라도 가지 뭐하러 운화에 있는 병원에 갔겠어.”

“미국 의사들도 이 수술은 못 하죠.”

“할 수가 없지. 암이라는 건 수술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못 하는 것도 있어. 못하는 걸 어쩌겠어.”

포 교수는 담담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다 본인이 잘났다고 생각하지. 사실은 말이야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해야 진정으로 잘난 건데 말이지.”

“포 교수님 말씀이 옳습니다.”

맹삼은 포 교수 같은 겸임 교수를 기본적으로 추켜세우는 태도로 대했다.

겸임 교수는 일하는 양으로 돈을 받는데 사립 병원은 원래 일이 많지 않으니 그나마 태도가 좋아야 사람을 붙잡을 수 있다.

맹삼처럼 돈을 상당히 버는 부원장은 동료 의사를 조금 추켜세우는 것엔 인색하지 않았다.

추켜세워진 포 교수는 매우 기뻐하며 말을 이었다.

“우리 외과 의사는 주제를 알고 일을 해야 해. 척옥천 같은 신체 조건에 나이에 암에 걸리면 정말 보수 치료를 할 수밖에 없어. 이 능연이라는 녀석, 생각은 잘했어. 대장암 같은 거라면 동보 병리 검사해도 되겠지. 저게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은 왜 안 하는지 생각을 왜 안 하나 몰라.”

“그러니까 말입니다.”

곁에 있던 일반 외과 의사도 자연스럽게 맞장구를 쳤다.

“시간 낭비야. 이러다가 환자가 수술대에서 내려올 수 있는 것만 해도 잘 된 거겠네. 환자나 보호자도 그래. 이렇게 긴 수술을 73세 노인이 버티겠냐고.”

“암세포를 깔끔하게 잘라낼 수 있어야지 수술한 보람이 있죠. 깔끔하게 못 하면 뭐, 사람 목숨으로 장난친 거죠.”

“그러니까 자를 때 많이 잘랐어야······.”

포 교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니터 안의 수술실 전화가 띠리링 울렸다.

“1번 수술실입니다.”

순회 간호사가 달려가 전화를 받았다. 잠시 후 전화를 끊은 순회 간호사가 능연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경계가 불분명하답니다.”

수술실에서 일제히 탄성이 흘러나왔다.

각지에서 인터넷을 통해 수술을 참관하는 의사들은 더욱 떠들썩해졌다.

어시하던 연문빈과 여원도 조금 불안한 듯 능연을 바라봤다.

“조금만 더 자르면 문제없을 겁니다.”

능연은 태연하게 웃으면서 앞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환자의 간을 얇게 잘라냈다.

아까는 테두리를 따라 잘라냈었다. 기억에 의지하며 판단을 내려야 했고, 손이 미끄러지면 간을 1cm 더 자를 수도 있어서 매우 보수적으로 간을 잘라냈었다. 첫 절제에 착오가 있어도 상관없었다. 간 혈류는 이미 차단했고 한 시간 이내엔 큰 차이가 없었다.

능연은 자신만만하게 간을 자르고 간호사를 보내고는 아무런 걱정 없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능 선생, 차라리 신중하게 조금 많이 자르지.”

“또 검사 보낼 순 없잖아.”

“너무 얇게 잘랐어. 차라리 지금 더 자르지.”

대다수 의사는 안정적 상황을 우선시했고, 그들은 가상 인간이 없으니 곁에서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능연은 팔짱을 끼고 미소 지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비슷한 광경은 그의 인생에서 수도 없이 펼쳐졌었고, 능연도 진작 습관이 되어 있었다.

좌자전은 걱정스러운 듯 능연을 바라봤다.

수술 걱정은 되지 않았다. 능연의 능력으로 환자가 수술대에서 죽는 일은 없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다른 의사들이 어떻게 능연을 평가할지 모를 일이었다.

파격적인 일은 종종 파격적인 결과를 가지고 오는데 좋은 성과를 부를 수도, 손가락질을 부를 수도 있다.

수술실 밖에서는 아직은 호기심을 가지고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 업계든 정상에 이르면 피라미드 구조가 된다.

전국에 간담췌외과에 종사하는 의사가 얼마나 있는지 몰라도 간 절제 수술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의사는 기본적으로 각종 협회 학회에서 궐기한 사람이다. 간담췌외과 의사가 중국 남쪽에서 북쪽으로 회의하러 가면 만나는 사람은 모두 아는 얼굴이고, 다들 장소를 바꿔서 농담이나 하며 업체의 돈을 까먹는 것에 불과했다.

능연은 돌발적으로 나온 새로운 세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창서성이 아무리 척박하다고 해도 인구 수천만인 큰 성이고 특히 천만 인구인 운화 시는 해마다 간 수술 환자가 적은 편은 아니었다. 전국에서 유명한 출장 수술 선수도 어쨌든 운화에 한두 번은 걸음하곤 한다.

능연의 출현은 국내 간담췌외과의 생태를 철저히 바꿨다. 그 점만으로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유일한 장점은 의사 업계는 공업계와 달리 죽기 살기로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좋은 의사는 수술이 끝이 없고 뺏어서 하는 상황은 드물어서 사람들의 호기심은 능연 본인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나라면 지금이라도 2cm 더 자른 다음 봉합하고 배를 닫겠네. 그리고 면허가 날아가기 전에 환자를 ICU로 보낼 텐데 말이지.”

포 교수는 동과 회의실에 앉아서 갑자기 비웃기 시작했고 곁에 있던 의사들이 모두 포 교수를 바라봤다.

동과 병원은 공립 병원처럼 모든 진료과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최대한 여러 진료를 커버할 수 있는 의사를 모았고, 현장에는 안과, 정형외과, 종양과, 항문 위주로 보는 일반 외과, 위를 위주로 보는 일반 외과 의사들이 모여 있으니 포 교수가 간담췌외과 방면에 가장 권위자라서 그의 말을 다들 듣고 있었다.

포 교수는 흡족한 듯 껄껄 웃었다.

“사실 다들 결과를 짐작하겠지. 이제 두 번째 검사 보내는 건데 이번에 조직 경계가 깨끗하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능연이 대단한 건지. 하지만 깨끗하지 않으면 저걸 또 해야 한다는 거야.”

“그렇겠죠.”

“세 번째 검사 보내면 검사 결과가 나오는 걸 기다리지 못한다고. 그냥 배를 닫고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어. 이건 뭐, 스스로 골칫거리를 만드는 거지. 수술실에서 끝내야 할 일을 수술 끝내고 해결하려고 하다니. 척가가 그렇게 만만한가?”

“만만하지 않나요?”

“집에 광산이 있으면 만만하게 보일 일도 만만해 보이지 않지 않을까?”

포 교수가 입을 삐쭉이며 말을 이었다.

“척옥천 두 아들 두 딸, 어느 자식 하나 만만한 사람이 없지. 돈 써야 할 땐 호탕하게 쓰지만, 아닐 땐 아니겠지?”

포 교수가 맹삼을 바라보며 싱긋 웃자 맹삼도 미소 지었다.

“젊은 사람이 주제를 모르고 나서면 이런 결과를 맞이하는 거야. 이번에도 봐, 너무 소심하게 잘랐어. 이번에도 테두리가 모호하면 다음은 정말 진퇴양난이지.”

동과에서 항문외과 의사 노릇을 하는 일반 외과 의사도 나이를 믿고 한마디 했다.

사립 병원을 선호하는 의사는 대부분 60 넘은 노인이었다. 실력이 좀 되는 쉰 넘은 의사는 그래도 아직 진료과 주임 자리에 희망을 걸었고 65살이 넘은 의사는 대부분 수술할 수도 없고 갓 60 넘은 의사라도 해도 진료과 주임이 되지 못하면 사립 병원의 꼬임에 넘어가 겸직 의사가 된다.

맹삼은 갑자기 능연의 지금 처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생각이 들었다.

“능연 같은 젊은 의사는 운화병원에서도 배척받고 있겠군요. 우리 중국인들은 잘난 사람을 보면 때리지 못해 안달이니까요. 특히 병원은 말이죠. 이번에 성공하면 어쩌면 숨통이 트일 수 있겠군요. 그것도 아주 크게요. 실패한다고 해도 더 나빠질 것도 없겠는데요?”

“동과로 끌어오지그래?”

포 교수가 하하 웃으며 제안했다.

“돈도 많이 안 줘도 돼. 전국에 출장 수술을 하러 간다지만 그것도 다 운화병원 이름값이지. 운화병원을 떠나면 딱 그만큼이라고. 월급을 조금 주고 인센티브로 돈 벌게 하는 게 나을 거야. 물론 그것도 이번 수술을 어느 정도는 해야 가능하지 환자가 수술대에서 죽으면 말할 것도 없어. 최저 임금을 준대도 올걸?”

그때 수술실 전화가 다시 울렸고 순회 간호사가 아무런 말도 없이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

“네 1 수술실입니다.”

몇 초 만에 전화를 내려놓은 순회 간호사가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때 얼굴에 기쁜 기색이 가득했다.

“선명하답니다!”

연문빈은 완벽한 애플힙과 이두근을 본 것처럼 믿을 수 없어 하며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선명하다고? 우리가 암 조직을 깔끔하게 잘랐단 말이에요?”

대답할 의무가 없는 순회 간호사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배 닫죠.”

능연은 한마디 하고는 정말로 배를 닫는 게 아니라 마무리 작업을 시작했다. 잠시 멍하니 있던 연문빈이 다시 냉큼 달려들었다.

수술실은 고요했다.

능연이 절개구를 봉합하자 간 절개구가 자연스럽게 직선으로 변했다. 응급 간 절제 수술은 아무리 해도 이런 절개구가 나오지 않는다.

완전히 봉합된 절개구를 바라보며 수술실이 순간 떠들썩해졌다.

“깔끔하게 잘랐다고?”

“운이 좋아도 너무 좋은 거 아냐?”

“이게 운이겠어?”

“병리학으로 알아낸 걸 수도 있지.”

“그럼 자네도 해 보라고.”

운화병원 참관실, 생리 참관실, 동과 회의실, 운화 대학 강의실······.

수술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고, 수술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도 머릿속이 온갖 생각으로 가득했다.

북경.

빙지상 교수는 계단식 교실 맨 앞줄에 엄숙하고 진지하게 앉아서 눈앞의 156인치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운화에서 그다지 성공이라고 할 수 없는 수술을 한 번 펼친 이래, 빙지상은 운화병원과 능연의 발전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번에 막 북경 업무를 시작한 운리에서 운화병원에서 진행되는 수술을 고해상도로 방송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하자 빙지상 교수는 가격도 따지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

빙지상 뒤엔 곽명성을 비롯한 수많은 제자와 더 많은 제자의 제자가 앉아 있었다.

스크린에는 운화병원 1번 수술실 광경이 나오고 있었고, 입술 모양 간이 살짝 피가 스며 나오는 아주 신선해 보이는 모습으로 비췄다.

스피커를 통해 능연의 젊은 목소리가 나왔다.

“인대 위치 주의하세요.”

“이제 매듭 짓습니다.”

“단면 봉합.”

스피커에서는 능연의 목소리와 기계의 길고 짧은 띠띠 소리만 들렸다. 능연은 젊은 수사자가 간단한 울음소리만 내며 자신의 영지를 둘러보는 것처럼 움직였다.

빙지상 교수는 늙은 사자왕이었다.

일반 외과에서 출발한 빙지상은 능력 있는 의사들을 한 무리, 한 무리 길러냈다. 간담췌외과, 소화기외과, 항문외과도 있고 그처럼 계속해서 일반 외과 권위를 유지하면서 대대손손 일반 외과 대가를 길러내는 의사도 있었다.

지금 부원장 타이틀을 단 빙지상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의학과 권력을 다 갖췄다. 그러나 빙지상은 평생 오로지 권력이 아닌 의학만을 신경 썼다.

빙지상 뒤에는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고 그의 뒤를 따를 의사들이 있었다. 그들도 대부분 의학을 추구하고 있었고, 적어도 지금은 그랬다.

의학의 눈으로 스크린을 바라보는 그들은 숨을 죽이고 응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위험한 일을 했군.”

첫 번째 검사 결과를 들은 빙지상이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교수가 말을 꺼내자 뒤에 있는 제자들의 엄숙하던 표정도 조금 풀렸다.

“수술 중에 검사 보내는 방법을 우리도 안 해 본 건 아니죠. 능연도 참, 이걸 어떻게 참관 수술에서 할 생각을 했을까요.”

제자 중에 나이 많은 편인 웅중염이 따라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그렇게 계획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참관 수술할 때 성공하면 제일 좋지만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수술 중에 검사 보낸다는 시도도 신선한 거니까요.”

다른 제자 하나가 나지막이 한마디 거들었다.

“능연은 그럴 사람이 아니네.”

대장이 그렇게 말하자 제자들은 단호하게 입을 다물었다.

“능연의 간 절제나 지혈 실력은 문제없습니다. 이름을 알리고 싶은 생각이라면 이렇게 복잡하고 골치 아픈 방법으로 할 필요가 없어요.”

같이 운화에 갔었고 거기서 크게 당했던 곽명성이 한마디 보탰다.

“하는 것만 봐도 실력은 대단해 보이네.”

“외과가 손놀림만 된다고 되는 건 아니지.”

제자들은 수군수군 토론했고 제자의 제자는 기세에 눌려 달달 떨고 있었다.

제자라고 해도 빙지상의 제자라서 그렇지, 이 교실에서 나가면 다들 주임이고 주임인 의사들이었다.

제자의 제자조차도 부주임인 의사가 두 자릿수인데 그런 부주임들조차 선배를 따라 수술실에 들어가면 아직도 언제 목이 졸릴지 몰라서 전전긍긍했다.

그러니 이중 어느 의사의 케이스가 이 계단식 교실에 들어올 수 있다면 그것만 해도 지대한 영광이었다.

‘대단하다’는 말이 나온 것, 심지어 질투하는 듯한 ‘손놀림만 된다고’라는 말이 나온 것으로도 이들의 젊은 의사에 대한 인식이 뒤집혔다고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저절로 스크린으로 향했다.

큰 스크린에 렌즈가 마침 서서히 돌아가 수술 시야에서 수술실 내부로 화면이 바뀌었다.

촬영을 담당하는 운리 촬영사가 잠시 쉬는 타이밍을 틈타 운화병원 수술실, 특히 기구와 설비를 한 번 전시했다.

다른 의사들은 참관 수술을 통해 운화병원의 방식을 배우고 싶어 했고, 그럴 땐 의학 설비, 기구와 약품을 포함한 운화병원 수술실의 모든 것을 카피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확실히 기구와 설비에 사로잡혔고 커다랗게 박힌 ‘운리 제약’이라는 브랜드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시선을 가장 많이 사로잡은 것은 역시나 능연이었다.

계단식 교실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그들은 능연이 새로 간을 잘라 두 번째로 검사 보내는 걸 지켜봤다.

빙지상은 깊은 생각에 빠졌고 그를 잘 아는 제자와 제자의 제자는 고분고분 자리에 앉아 똑같이 생각에 잠긴 척했다.

몇 분 후 빙지상이 고개를 들었다.

“능연이 무언가를 연구해냈는지도 모르겠군.”

“왜 그런 말씀을?”

제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한 번 검사 보낼 때마다 본인과 환자를 사지로 몰아넣는 건데. 방법을 아는 게 아니고서야 능연이 저렇게 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드네.”

빙지상은 그렇게 분석하면서 마침 돌아온 앵글을 가리켰다.

“능연 표정을 좀 보라고. 자신 없다면 저런 표정이 나오겠나?”

사람들은 모두 능연의 얼굴을 바라봤고 계단식 교실 안이 다시 고요해졌다.

띠리링.

운화병원 1번 수술실에서 울려퍼지는 전화벨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우렁차게 퍼져 나왔다.

“선명하답니다!”

“배 닫죠.”

간호사와 능연의 대화가 앞뒤로 전해지자 순간 계단식 교실의 고요함이 깨졌다.

“당첨?”

“깔끔하게 잘랐다고?”

“저걸 어떻게······.”

몇 사람이나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냈다.

“능연이 뭔가 연구해 낸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겠지.”

능연이 펼치는 기술을 직접 목격했던 곽명성은 덤덤하게 입을 열었고 다른 의사들이 그 말의 의미를 곱씹고 있는 사이 빙지상이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간암 수술을 하면서 검사 보낼 엄두를 내다니.”

누군가의 말에 빙지상이 코웃음을 쳤다.

“실력이 있는데 못할 게 뭐라고. 내가 왜 기본을 강조하는지 아는가?”

의사들이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기본기가 좋으면 생각을 잘못하거나 수술 중에 착오가 생겨도 환자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지.”

빙지상은 모두가 의외로 생각하는 대답을 내놓았다.

“명성아, 능연을 불러서 강좌 하나 열 방법 생각해 봐.”

“능연을 불러서 우리 병원에서 강의한단 말입니까?”

곽명성은 그 생각엔 찬성했지만, 내심 뜨끔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 이번 수술 말일세.”

빙지상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