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29화 (410/877)

“또 능연 찾는 사람이군요.”

곽명성이 ICU 문밖 로비 구석에서 서은을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낯이 익는 게 같은 북경 의사인 것 같네요. 아니면 자주 북경에 가거나.”

“요즘 애들은 횡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사부를 구하거나 절세 비기를 구하지 못해요. 손자 놈이 보는 책에 다 이런 내용이더라고.”

곽명성 곁엔 운화병원 일반 외과 나이든 부주임 위군이 함께 있었다.

위군은 젊을 때 북경에 연수 가서 빙지상 교수 밑에 몇 개월 있으면서 곽명성을 알게 되었고, 능연의 일로 다시 연락하게 되었다.

위군은 운화병원에서 순조롭지 않아서 수염까지 샐 정도였고, 주임 의사 타이틀 하나 얻는 것도 기약이 없어서 뭘 봐도 곱게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마흔에서 쉰은 되어 보이는데요?”

곽명성은 아무래도 듣기 거북해서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애지. 의사는 마흔이 되어야 겨우 사람 노릇 하니까.”

“그럼 마흔 전은요?”

곽명성은 조금 우스워져서 그렇게 물었다.

“그건 너무 모욕적이라 말로 할 수 없지.”

말을 끝낸 위군은 ‘나이 어린’ 의사들을 무시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고 곽명성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남 눈치를 잘 살피는 편이 아닌 위군은 곽명성이 대꾸를 하지 않아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 말을 했다.

“능연 같은 경우는 드물지. 사실 나도 병원에서 능연이 수술하는 걸 자주 봤는데, 쟤가 하는 수술도 몇 가지 안 돼.”

곽명성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그저 웃기만 했다.

“내 말 믿으라고. 내가 손으로 꼽아서 보여줄게. 간 절제, 능연이 이 수술을 하지. 잘해. 문제도 없고. 두 번째, 단지 이식이랑 탕 봉합을 해. 그렇지? 그리고 아킬레스건이랑 무릎. 응급 수술도 한다고 하더라고. 비장 절제도 하고, 충수염도 하고. 고환도 했다는 거 같고. 이제 없을걸?”

전부 다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억은 하고 있었다. 어쨌든 같은 병원 의사니 다른 의사가 뭘 하는지 바로 온 병원에 소문나는데 능연이 한 수술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음, 말씀하신 것만 해도 적은 건 아닌데요.”

“하지만 일반 의사는 이런 식으로 연습하지 않지. 안 그런가? 다른 건 몰라도 일반 수술은 능연이 거의 안 건들잖아. 내가 아는 바로는 장 위는 건들지도 않아.”

“아······.”

“내 말이 맞아. 못 믿겠으면 나중에 지켜보라고. 걔는 수술을 하나하나 따로 배운다니까.”

위군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면서 말을 이었다.

“이건 정말 체계적이지 않다니까. 알잖나, 이런 식으로 배우는 건 처음에야 이득 보는 것 같아도 가면 갈수록 허점이 드러난다니까. 내 생각에 우리가 기회를 만들어서 혼쭐을 내줘야 할 것 같아.”

위군은 그런 말을 하며 진지한 눈빛으로 곽명성을 봤고, 이야기를 들으며 멍해진 곽명성이 멍한 표정으로 위군을 바라봤다.

수염이 하얗게 난 위군이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안 믿어? 이게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흠, 위 주임님, 능연 방식이 체계적이 아니고 그냥 처음에나 이득 보는 거 같다고 하셨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희는 어떻게 하면 그런 이득을 볼 수 있을까요?”

“응?”

“아시다시피 제가 지금 문정맥 고압 분야를 하고 있는데요, 제 간 절제 기술이 능연 수준이 된다면 진작에 이 분야를 끝냈겠지요?”

곽명성은 어깨를 으쓱하며 미소 지었고, 위군은 이번엔 그의 말뜻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번엔······ 능연에게 비법을 물으러 왔나?”

“비법이 아니라 협력 이야기를 해 보려고요.”

앞에 위군이 했던 말을 떠올린 곽명성의 얼굴이 순간 흐려졌다.

“능연이랑 자네랑 같이 수술을······. 음······.”

위군은 이제 알 것 같았다. 요즘 상급 의사가 지도 수술을 하는 게 바로 그런 방식이었다. 상급 의사가 대충 진행하면서 주요 부분을 하급 의사에게 시키고 이름은 자기 이름을 걸고 상급 의사가 받는 수술비 전부를 가지고 가고.

곽명성은 곧 관에 들어갈 노인네 상대로 많은 이야기를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냐는 생각이 들어 설명하기도 귀찮아졌다. 이번에 운화병원 내부에 동맹군을 만들어 보려고 온 것이었다. 지난번 출장 수술을 실패하는 바람에 운화병원을 자기 병원 세력 범위 안에 넣지 못한 게 지금도 유감이었다. 시간이 흘러 생각해 보니, 주변 사람부터 관계를 넓혀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위군의 스타일이 너무 괴이했다. 어쩐지 은퇴할 때가 됐는데 아직 부주임이더라 싶었다.

위군은 전혀 자각하지 못한 듯 하하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능연하고 수술하는 게 쉽지는 않을 걸세. 이제 집도도 하고 자기 팀도 있는데 뭘로 설득하려고. 북경으로 데리고 간다고?”

곽명성은 고개를 흔들고는 그다지 감출 생각도 없는 듯 위군을 바라봤다.

“간 이식 기회를 줄 생각입니다.”

위군은 순간 멍해졌다.

국내에서 간 이식은 그야말로 첨단 기술 중 첨단 기술이었다.

운화병원 간담췌외과 실력으로는 지금까지 접촉할 기회조차 많지 않았다. 위군은 속으로 별별 생각을 다 했다.

“이식할 간은 있고?”

곽명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들에게도 이식 환자는 많지 않았고 능연을 간 이식 팀에 넣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쌍방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렸다.

물론 능연의 기술은 분명 충분했다. 다른 건 둘째치고 그의 지혈 기술로 수술대 곁에 서 있기만 해도 의사들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곽명성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들었고, 마침 의사 하나가 ICU에서 걸어 나와 흥분한 듯 척옥천 가족들과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봤다.

“척옥천 씨 가족과 이야기 나누는 건 무슨 과 의사입니까?”

“못 본 얼굴인데. 척가에서 데리고 온 의사겠지.”

쿡쿡 찌르면서 묻는 곽명성의 말에 위군이 힐끔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마음이 안 놓여서 그러는 거군요.”

무슨 상황인지 바로 파악한 곽명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운이 좋았던 건데. 다른 병원 다른 의사였으면 반년을 못 넘겼을 겁니다.”

“깔끔하게 제거했다고 하더라고.”

위군이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했고 곽명성은 대충 흘려들었다. 수술 과정을 직접 봤으니 수술이 어땠는지 위군 같은 이류 의사에게 설명 들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