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은 너스스테이션으로 향해 물 한 잔 들고 서서히 들어 올리는 동시에 시스템을 향해 보물상자 오픈 명령을 내렸다.
찬란한 빛 사이로 번쩍거리는 책 한 권이 능연 앞에 나타났다.
- 단일항목 스킬북: 파생 스킬 획득—콜리스 골절 복위(그랜드마스터급)
능연은 이번에 시간 들여 완성한 퀘스트 보장이 제법 괜찮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콜리스 골절(Colles's fracture)은 정형외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골절 형식이고 모든 골절 형식 중 6.4%의 발생률에 달한다. 능연은 거의 매일 콜리스 골절 환자를 만나지만 전에는 자신이 없어서 정형외과로 트랜스 보내곤 했었다.
요골하단 관절, 척골 돌기 골절 등 의학 용어를 접어두고, 콜리스 골절 중에 가장 흔한 형식이 누군가 앞으로 넘어지면서 한 손으로 바닥을 짚어 발생하는 팔뚝에서 가까운 손 골절을 말한다. 이런 형식은 대부분 콜리스 골절이다.
거꾸로, 손을 바닥과 반대되게 바닥을 짚으면 반 콜리스 골절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스미스 골절이 된다. 그러나 스미스 골절 발생 확률은 매우 낮아 평균적으로 콜리스 골절의 10% 정도 밖에 안 된다.
능연은 손을 흔드는 사이 단일항목 스킬북을 흡수했고, 묵묵히 물을 다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오늘 콜리스 골절 환자 오면 저한테 알려주세요.”
“에? 아, 네.”
너스스테이션에 있던 간호사는 어쩐지 영혼이 나간 것 같은 모습으로 잠시 머뭇거리다가 정신을 차렸다.
뒤에 있던 의사들은 어리둥절해졌다. 갑자기 웬 콜리스 골절? 간암 수술은 어디로 가고?
능연 곁으로 간 좌자전이 헛기침했다.
“능 선생, 외지에서 의사들이 이렇게 많이 오셨는데, 뭔가 대접해야 하지 않겠어?”
“네.”
능연은 그런 일에서는 다른 사람 의견을 잘 따랐다.
좌자전은 곁에 있는 훈련의에게 냉큼 눈치를 주고는 사람들을 불러 다른 곳도 아닌 회의실로 향했다.
곧 훈련의가 사람을 데리고 밀크티를 잔뜩 가지고 왔다. 좌자전의 안색이 다 흐려졌다.
“왜 밀크티를?”
“손에 안 묻는 간식이라고 하셔서······.”
훈련의 용보과의 음성이 공중에서 흔들렸다. 좌자전은 고개를 숙여 밀크티를 바라봤다. 조건에 부합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건 정말 꼴이 아니었다! 마흔, 쉰 가까운 중년 의사들이 빨대를 꽂고 밀크티를 마시는 모습이라니. 여기 계시는 분들은 모두 각 병원의 중견 의사로 평소에 뭘 꽂아야 할 땐 못해도 요도관은 되어야 꽂는 사람들이었다.
“맛있네요.”
밀크티를 맛본 곽명성이 한마디 칭찬하자 다른 의사들도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다들 밀크티를 들고 쫍쫍대고 있었다. 중학교 대문 앞의 변태 같은 모습이었다. 좌자전은 힘껏 고개를 내저었다.
“다들 밀크티 좋아하시는군요.”
“배가 고파서.”
“목도 마르고.”
“밀크티가 이런 거군요.”
병원에서 일하면 좋은 습관 두 가지가 생긴다. 하나는 태산이 무너져도 까딱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과 또 하나는 세상과 동떨어져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특히 항상 수술실에 사는 의사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말든 나는 내 간을 자른다······ 마인드였다.
운화병원에 온 지 일 년이 넘었지만, 대부분 시간을 수술실에 보낸 좌자전은 그런 생각이 들자 본인도 밀크티 하나를 집어 들어 쪽쪽 빨았다.
“우리 순서 정하죠.”
서은은 사람이 많기도 많다고 생각하며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내가 1등. 기본 수술 세 건. 건당 만 위안.”
“출장 수술 말씀이십니까?”
좌자전이 어리둥절한 듯 물었다.
“네. 케이스도 없이 능 선생을 불러서 입으로 설명하라고 해봐야 설명하지도 못할 거고, 차라리 돌아가서 케이스 수집한 다음에 수술하면서 설명 듣는 게 훨씬 효율도 높겠죠. 안 그렇습니까?”
밖에 나와서 ‘배움’을 구하는 횟수가 많은 서은은 그런 면에서 유리했다.
그의 말대로,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능연이 일대일로 가르쳐 주는 건 둘째치고 작은 클래스 하나 만들어도 수술실이 미어터질 것이다. 능연이 그들을 위해 교육 수술을 할 리도 없다고 서은은 생각했다.
출장 수술 자체가 가장 좋은 과외이리라. 북경 큰 병원 부주임 겸 치료팀 팀장인 서은은 출장 수술 의사를 초빙할 권력도 돈도 있었다. 그 점만으로도 현장에 있는 의사 반은 젖힐 수 있었다.
그리고 본인 학습 능력에도 자신감이 있었다.
적당한 케이스를 찾아 능연을 출장 수술로 몇 번 부르면 능연이 일일이 기승전결을 설명하지 않아도 자기가 뭐든 연구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대 신궁수들이 어디 함수를 알고 활을 쏘았나? 말도 안 된다. 그러나 쏴 죽일 사람은 다 쏴 죽였다.
간 절제에 익숙한 서은은 능연이 한 스텝, 한 스텝 가르쳐줄 필요도 없이 결정적 스텝만 보고 배우면 된다고 여겼다.
운화 같은 지방에서는 케이스 찾기도 어렵겠지만, 북경에서는 어떤 간암 케이스도 그다지 어렵게 찾을 수 있었다. 중국은 세계 제일의 간암국이니까 말이다!
서은이 말을 꺼내자 다른 사람들은 확실히 기가 죽었다.
다른 건 몰라도 출장 수술을 누구나 제시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곽명성만 봐도 부주임이지만, 앞에 선배들이 줄지어 있고 스승 빙지상 교수도 전권을 주지 않아서 묵묵히 끽소리 없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 서은이 낸 만 위안이라는 출장 수술 가격도 다른 사람들은 도저히 제시할 수 없는 값이었다.
쓰레기 같은 국산 의료 기구도 몇만 위안이나 하지만, 국내 실정으로는 세계급 정상 외과 의사 출장 수술 비용도 고작 몇만 위안이었다. 그것도 수술 시간이 엄청나게 긴 심장, 뇌 수술 같은. 게다가 출장 수술 의사는 대다수 원사 같은 타이틀을 걸고 있었다.
현장에 있는 의사는 출장 수술을 요청할 자격이 된다고 해도 만 위안이란 가격을 제시할 자격은 없었다. 본인 병원의 가격 체계가 이것으로 무너지진 않을까도 걱정해야 했다.
“우리도 능 선생이 계속 출장 수술을 해줬으면 좋겠소.”
현장에 있던 무신 시 병원 의사는 매우 통쾌하게 출장 수술을 요청했다. 물론, 가격 이야기는 따로 꺼내지 않았다.
국내 의료 시장에서 출장 수술은 비교적 마켓화된 행위였고, 의사의 작업 시간이 한계가 있어서 부하가 꽉 찼다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고 출장 수술 가격이 점점 높아지면 작업량이 줄어들거나 앞으로 다가올 마켓 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럼 우리가 세 번째로 줄을 서지요.”
운화 시 4병원 의사가 입을 열었다.
좌자전은 불안한 듯 엉덩이를 들썩였다.
“제가 이걸 이야기할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가 네 번째요.”
외과 의사들은 밀크티를 마시며 안하무인처럼 굴었다.
“다섯 번째.”
“여섯!”
사람들은 아무도 좌자전의 고민을 아랑곳하지 않고 숫자를 불렀고, 곧 좌자전은 매우 빠르게 고민을 버렸다. 어쨌든 북경으로 출장 수술 가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