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34화 (415/877)

동과 병원은 광동성 긴자라고 불리는 중심 위치에 있는 6층짜리 오래된 개축 건물이었다. 석조 외형에 모니터가 많이 걸려 있어서 고대 건축의 풍모를 남기면서도 현대 기술의 선진성을 선보였다. 그래서 현지 노인들은 그 건물을 반은 서양, 반은 동양인 이도 저도 아닌 건물이라고 평가했다.

사람들은 동과 병원 비용 방식을 가장 싫어했다.

경제력이 있는 광동성에 거대한 병원이 생기니, 사람들이 종종 들어가 이것저것 물으며 진찰받기도 했다. 특히 집에 아이가 병이 나서 응급 상황이 되면 정신없어진 부모들이 신용카드를 들고 병원으로 들이닥쳤다.

3천 위안에서 5천 위안까지 차등으로 나뉘는 접수비, 6백 위안부터 시작하는 검사비, 수입 약품과 의사 비용이 천정부지로 높았다.

동과 병원에 오는 중산 계층은 종종 인생에 회의를 느낀다.

맹삼은 전부터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동과는 최첨단을 걷는 사립 병원이라 원래 타깃이 저런 중산 계층은 아니었다.

딩가딩!

딩가딩!

잠시 쉬던 사자춤 무리가 다시 시끄러워졌고, 맹삼의 짜증이 극도에 달했다.

요즘 의료소동은 모두 사자춤 무리를 불러오는데, 이게 여간 짜증 나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큰돈을 들이는 것만 봐도 소동을 일으킨 쪽은 쉽게 끝낼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자춤 무리를 고용하는 돈만 생각해도 적어도 상대는, 고작 십만 위안 정도의 적은 돈을 바라는 게 아닌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사자춤 무리의 홍보 효과도 대단했다. 동과 시 중심에 문 앞에 보이는 작은 광장은 원래 맹삼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가장 걱정스러운 곳이 되어 버렸다.

“찾아냈어?”

“아직 찾고 있습니다.”

맹삼이 묻는 말에 프로 경영인인 그의 부사수가 골치 아프다는 듯 대답했다.

“어떻게든 연줄을 찾아봐. 중국에서 연줄 없이 되는 게 있어?”

맹삼이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 부사수를 구할 때 동과 배후에 있는 투자 회사들과 관계를 잘 맺을 수 있는 상대를 구했었다. 그게 본인의 약점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상황이 닥치자 부사수가 속수무책일 줄이야.

맹삼은 사실 이유도 모르고 있었다. 본인 연줄은 광동성에 없고, 공립 병원을 떠난 후 의사라는 직업이 가져다주는 부가 효과도 바로 사라졌다. 전에 부주임 의사일 땐 시, 성, 심지어 전국 범위로 환자가 찾아왔고, 환자는 침대를 위해서 그리고 남보다 조금 더 보살핌받기 위해서 공손한 태도를 보였고 여기저기 연줄을 대주며 인정을 베풀었다.

그러나 동과 병원에서는 사립 병원의 비싼 비용이 모든 인간관계를 허물었다. 동과 병원의 환자는 돈이 많아서 환자가 인정을 베풀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맹삼이 인정을 베풀어서 구해와야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고 사교활동으로 얻는 대가를 그리 바라지도 않았다. 그러나 현실 문제가 되니 이젠 그게 단점이 되었다.

예전에는 이런 일은 모두 원장이 직접 처리했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맹삼은 더는 고민하지 않고 부사수를 돌려보낸 다음 직접 전화를 집어 들었다.

동과 병원 원장은 전에 광동 병원 상무 부원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그러나 확실한 연줄 없이는 공립 병원 원장이 될 수 없었고, 그는 순서에 밀려 은퇴한 다음 동과 병원 손을 잡고 뒤에서 조직 관리하는 그런 일을 해왔다.

동과 내부에서는, 간호사, 조무사 혹은 구매 같은 일은 대부분 원장이 책임지고, 의사, 의료와 소모품 같은 건 맹삼이 관리하면서 양쪽 모두 만족했었다. 어쨌든 사립 병원은 구역이 좁고 돈 나올 구멍도 적지만 다들 월급이 높아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맹삼은 지금까지 할 수 있는 한 원장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었고, 그래서 줄곧 원장에게는 전화하지 않고 버텼었다.

전화가 연결되는 소리에 맹삼은 호흡을 한 번 고르고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지금 의료소동을 벌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 병원 입구에 사자춤 무리를 불러왔습니다.”

“현장 상황은 안다네. 무슨 일인가?”

원장이 단숨에 맹삼의 말을 잘랐고, 맹삼은 하마터면 ‘이 새끼가!’ 하고 외칠 뻔했다.

챙챙챙챙챙.

문밖에 사자춤 무리도 아주 협조적으로 일부러 그러는 게 분명하게 기괴한 소리를 냈고 하필 그걸 지켜보는 사람도 매우 많았다. 눈물로 호소하는 의료 분쟁에 사자춤까지, 그것도 시 중심에서, 바로 앞에는 지하철역도 있고 밥 먹기도 편한 곳이라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맹삼은 한숨을 내쉬면서 멀리 떨어뜨려 놓았던 수화기를 다시 끌어당겼다.

“사실 큰일도 아닙니다. 환자는 어린아이인데, 감기로 병원에 왔어요. 접수받은 의사가 기본 검사를 하고 화학 검사랑 영상 검사 처방을 내렸는데 보호자가 비싸다면서 다는 못 한다고 몇 가지만 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놓쳤군.”

“네. 사실 큰일도 아닙니다. 나중에 수액 이틀 맞았는데 상황이 더 안 좋아져서 바로 다른 병원 의사를 불러 협진했더니 바이러스성 신근염이더라고요. 그래서 방안을 새로 조절해서 치료를 시작했죠. 지금은 완치했습니다만 후유증이 조금 남아서 가슴 통증이 있고 숨이 짧아서 한동안은 체육활동은 금물입니다. 사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호전될 거고요. 환자 가정 상황이 보통이라, 돈 문제로 이러는 거 같습니다.”

“보험 없나?”

“우리병원에서 쓸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얼마나?”

“82만이요. 자투리는 떼고.”

원장이 전화기 너머에서 침묵했다. 본인이 공립 병원 출신이라 그런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공립 병원에서는 이런 일이 더 많고, 소아 신근염 자체가 진단 내리기 어려워서 감기나 폐렴으로 치료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공립 병원에서는 아무리 해도 치료비가 82만 위안이나 나오지는 않는다.

원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화제를 돌렸다.

“내가 알아봤는데, 이런 일을 벌일 만한 환경이 전혀 아니더군. 사태를 키우려고 해도 이런 식은 아니었을 거야.”

“다른 사람 사주라도 받았다는 말씀이신가요?”

사실 맹삼도 그렇게 추측했었다.

“음. 보호자가 자네를 지명했지? 안 그런가?”

“무슨 뜻이십니까?”

맹삼이 눈썹을 찌푸리며 묻는 말에 원장이 껄껄 웃었다.

“솔직히 말하지. 상대는 자네를 노리고 왔네.”

맹삼은 멈칫하고는 수화기를 꾹 쥐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상대가 감추지 않았으니까. 척옥천 환자 기억하지? 그 사자춤 무리, 바로 척가 회사에서 고용한 걸세.”

“그게······.”

맹삼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러니까 자네가 처리할 일이란 말이지. 충고 하나 하겠네. 알아서 처리하게. 사과하든, 그쪽에서 무슨 요구를 하든지 알아서 말일세. 상대를 고소하겠다거나 그런 생각 말고. 중국은 그런 거 안 통하는 거 알지 않나.”

“저는 그냥 제안한 것뿐입니다. 게다가 환자는 치료를 받았고요······.”

“나한테 할 이야기는 아니지.”

할 말이 없을 상황임에도 변명하는 맹삼의 모습에 원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 잘 듣게. 어쩌면 척가에서 두고 보자고 이러는지도 몰라. 사자춤 무리와 의료소동을 일으킨 가족을 잘 처리하면 상대도 없는 일로 할지 모르지. 그런데 자네가 제대로 처리 못 한다? 자, 그럼 척가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 처리 하는지 잘 알아보고 알아서 하시게.”

수화기를 쥔 맹삼의 손가락 끝이 새하얘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