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삼은 요즘 보이지 않는 족쇄가 목을 채운 것처럼 일이 순조롭지 못했다.
예정된 식사 자리가 취소되고, 논의 끝난 건강검진 계약이 중지되었고, 약속된 환자가 줄줄이 취소되었다. 맹삼은 우습기까지 했다. 병원 일이 잘못된다고, 내 기술까지 없던 일이 된단 말인가?
여기저기 물었더니 ‘인품이 별로’라는 평가가 돌아왔다. 맹삼은 화도 나고 다급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어 안절부절못했다.
의사로서 명성이 중요한가?
좋은 플랫폼이 있는 의사라면 명성은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국내 어느 삼갑병원이라고 해도 전문가 접수는 줄 서는 사람이 차고 넘쳤다. 일주일 중에 반나절, 하루 심지어 사흘 동안 전문가 진찰을 열어도 사람이 무수히 밀려들었고, 대다수 의사 본인의 명성이 아닌 삼갑병원 전문가라는 이름을 보고 줄을 선다.
삼갑병원 부주임이고 능력까지 있으면 이 년도 안 되어서 본인의 명성을 세울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온 환자를 다 볼 수 없어서 외래 진료를 줄이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플랫폼을 떠난 후에는 그전에 쌓아온 명성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맹삼 같은 의사는 본인을 찾아오는 환자로 어떻게든 굴러가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기도 했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끊기고 심지어 안 좋은 평판까지 돌기 시작한다면······. 머지않아 의사라는 직업으로 먹고살지 못하게 된다.
의사는 기술이 있어도 그 기술을 발휘할 환자가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다른 업계와 달리 의사는 최종 소비자를 마주하는 직업이다. 중국 고대 의사들이 어째서 신체검사를 매우 중시했는가 하면, 고대에는 어의를 제외하고는 좋은 플랫폼이 없어서였다.
‘인품이 별로’라는 평가로는 마찬가지 상황이 된다.
집으로 돌아온 맹삼은 담담한 저 몇 글자 때문에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다.
“오늘 왜 그래요?”
그 때문에 덩달아 잠이 들지 못한 세컨드가 아예 불을 켜며 물었다.
“그지 같은 일 때문이지.”
“그냥 의료소동이잖아. 병원에 그런 일 흔하지 않아요?”
“다르지. 공립 병원에서는 의료소동을 두려워하는 건 초짜 의사지만, 사립 병원은 반대라고. 우리 같은 사람이 의료소동을 제일 두려워한다고. 초짜 의사들은 수틀리면 그냥 위약금 몇 푼 물고 엉덩이 털고 가면 그만이야.”
“그럼 어떻게 해요?”
맹삼은 대답하지 않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에 무협지 읽은 적 있어?”“그냥 말해요.”
“큰 문파가 누군가에게 공격당하잖아?? 나가는 족족 죽는 거야. 왜인지, 누구한테 밉보였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오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거지.”
맹삼의 말꼬리가 흐려지자 세컨드는 깜짝 놀랐다.
“공포 영화 같은데.”
“공포 영화면 차라리 낫지. 나 가볼게.”
맹삼이 침대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쥐자 세컨드가 눈을 부릅떴다.
“또 어떤 년한테 가려고!”
“북경 갈 거야.”
말씨름하기도 귀찮아진 맹삼은 바로 답을 하고는 옷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북경, 경화 6병원에 의사들이 의문을 가득 품은 채 능연의 수술을 지켜보았다.
수술은 모두 세 가지 부분이었다.
첫 부분, 모두 능연을 의심했다. 이 부분에서 능연은 간 우측 테두리를 잘라내고 또 간 주변 인대를 절단했다. 가장 둔한 의사도 능연이 간 주변 부유 조직을 박리할 때 자신의 의심에 문제가 있었음을 거의 깨달았다. 어쨌든 간 절제의 핵심 문제는 주변 조직 박리에 있었고, 주변 조직을 이렇게 순조롭게 박리할 수 있는 건 환자가 고분고분해서가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그리고 이어서 당연한 일이 발생했다.
두 번째 부분, 모두 세상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정상적인 혈류 차단, 정상적인 예비 절개선 처리는 어느 의사에게도 쉽다고만은 할 수 없는 작업이었다. 능수능란하게 식은 죽 먹기처럼 하는 건 역시 매우 어려운 일이고, 이토록 순조롭고 빠르게 끝난다는 건 대부분 꿈에서나 바라는 일이었다.
그러나 꿈에서 바라는 일이 눈앞에 일어났다. 그러니 세상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능연이 간 종양을 절제하자 세상을 의심하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수술의 세 번째 부분이기도 했다.
나는 왜 간 수술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몰랐지? 왜 이걸 알아보지? 왜 이제야 알았지? 내가 대체 뭘 아는 거지?
수술대 곁에서 의사들은 쉴 새 없이 자신에게 물었다.
능연이 장갑을 벗고 수술 완성을 선포했을 때, 수술실 위쪽에 있는 참관실에서는 더욱 난리가 났다.
“영상 보는데 다 거짓 같더라니까. 정말로 수술을 이렇게 하는 사람이 있다고?”
“간암 수술 중에 검사를 보내다니. 이걸 누가 믿겠어.”
“감으로 했다잖아. 대체 얼마나 수술을 많이 하면 감으로 느낄 수 있다는 거야.”
의사들은 격앙해서 너도나도 한마디 주고받았고, 서은은 흥분해서 눈물이 다 흐를 것 같았다.
레전드 재현이란 어쩌면 처음 볼 때보다 더 흥분되는지 모른다.
“이걸 어찌 믿어, 이걸 어찌 믿어!”
참관실 정중앙에 앉아 있던 6 병원 부원장 왕안지가 감탄해서 외쳤다. 그는 서은의 스승 중 하나였고 간암 대가였다.
‘암의 왕’이라고 불리는 간암 수술의 난도는 말할 필요도 없다.
경화 6 병원은 명문대 학생, 그러니까 전국 대학 시험에 참가하는 900만 명 수험생 중에 18만 명에 드는 학생이 아니면 들어올 자격이 없는 병원이었다. 평균적으로 성마다 6,000등 안에 드는 학생만 경화 6 병원에 들어올 자격이 있었다.
그러니 그렇게 들어온 이상 아무래도 바보일 리가 없는 사람들이 5년에서 6년, 심하면 8년 10년 의대 교육을 받고 몇 년간 레지던트 훈련을 받은 다음에도 또 선별을 거쳐야 간담췌외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10년 넘는 시간을 투자해야 간암 전문가 축에 들 수 있었다. 전문가인지 아닌지, 이력서를 볼 필요도 없이 환자의 생존율만 보면 알 수 있었다.
부원장이 된 왕안지는 기술 방면에 당연히 강했지만, 능연의 수월한 수술 과정을 보는 내내 ‘상상할 수도 없다’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가서 능 선생 좀 만나보세.”
마무리 봉합까지 볼 생각은 없었다. 다른 젊은 의사들처럼 서로 토론할 이유도 없는 그는 바로 참관실에서 나갔다.
경화 6병원 참관실은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레이아웃으로 수술실 위쪽에 투명 유리창이 있는 방이며 독립된 출입 방식과 대화 시스템이 있었다.
이런 참관실에서 수술을 보면 수술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최대한 자유롭게 참관할 수 있었다. 단점은 수술실에 들어가면 다른 쪽으로 나와야 한다는 점이었다.
능연도 그때 아래쪽에서 수술 경험을 정리하고 있었다.
오늘 수술을 위해 가상 인간을 21분 17초 사용했다. 전보다 훨씬 짧게 쓴 것이었다.
예전이라면 수술을 하든 해부용 시신으로 연습하든 실제 수술과 다름없는 질서 정연한 방법을 채택해야 했고 기껏해야 전자 메스를 사용할 뿐이었다. 하지만, 가상 인간을 쓸 때는 그렇게까지 조심스럽게 하지 않아도 됐다.
능연은 다음에 가상 인간을 쓰게 된다면 사용 시간을 반으로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을 절약해도 가상 인간 사용 시간은 어쨌든 줄어든다.
능연은 알콜겔을 꺼내 짜서 문지르면서 생각에 잠겼다.
딩-.
시스템이 튀어나오면서 능연 앞에 퀘스트 두 개를 내놓았다.
- 퀘스트 1: 통증 해소
- 퀘스트 목표: 환자 100명 통증 해소
- 퀘스트 보상: 가상 인간 2시간
- 퀘스트 2: 통증 해소
- 퀘스트 목표: 환자 300명 통증 해소
- 퀘스트 보상: 중급 보물상자
그리고 시스템은 ‘퀘스트 두 개 중 하나를 고르시오’라고 설명했다.
퀘스트 2는 능연이 직전에 끝낸 퀘스트와 같았다.
중급 보물 상자에서 스킬북도 나오고 4시간짜리 가상 인간도 나온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퀘스트 2의 장점이 크다. 어찌 됐든 스킬북의 활용 범위는 넓으니까.
스킬북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손해는 아니고.
그래도 능연은 잠시만 망설이다가, 퀘스트 1을 선택했다.
퀘스트 페이지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고개를 들어보니 왼쪽 위에 퀘스트 완성도가 나타났다.
0/100. 현재 상태인데 살짝 눈이 부셨다.
“능 선생.”
서은과 그의 스승 왕안지 그리고 한 무리 의사가 참관실에서 내려왔다. 능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좌자전은 온순한 중년 남자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알콜겔을 내밀었다. 여긴 잔도, 찻잎도 없어서 알콜겔로 대접할 수밖에 없었다. 운화병원 응급의학과 능 치료팀 스타일이 이제 좌자전의 마음에 깊게 박혀있었다.
경화 6 병원 의사들은 알콜겔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봤다.
능연을 만나려면 깔끔이 씻어야 하는 건가?
목욕재계 강화버전 뭐 그런 거야?
손만 닦으라는 거야 몸도 닦으라는 거야?
“능 선생, 수술 정말 훌륭했어요.”
“감사합니다.”
왕안지가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서 능연과 악수했고 능연은 규범적인 대답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서은이 자네를 불러온다고 했을 때 처음엔 좀 의아했지. 고령 환자 자체가 위험 요소인데 원발성 간암은 처리하기 쉽지 않아서 이걸 주제로 삼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네.”
서은은 고개를 숙이고 선생님 말씀을 들으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왕안지는 힐끔 능연을 보며 물었다.
“능 선생, 이 항목에 몰입한 게 얼마나 되셨나?”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능연은 자기가 과연 이 항목에 몰입하긴 한 건가 의심스러워하며 대답했다. 그러나 왕안지는 벌써 흥분해서 난리였다.
“우리 6 병원이 자네가 이 항목을 퍼트릴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네.”
수술 방식 혹은 수술 방안을 누구나 사용하게 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누구나라고 할 것도 없이, 운화병원 산과 방평죽의 예만 봐도 그가 사용하는 양수 색전 선별 검사를 자기 진료과에서나 쓰지 같은 병원 다른 진료과에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것만 봐도 기술을 퍼트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6 병원이 능연을 도와 간암 수술 방안을 퍼트려 준다면······ 사실 개뿔 소용도 없었다.
경화 6 병원은 북경에서 그렇게 손에 꼽히는 병원이 아니었고, 북경을 벗어나 전국으로 퍼지고 싶은 건 꿈도 꾸지 말아야 했다. 면적이든 인구든 차라리 운화병원의 유명세가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이것이 북경에 있는 어중간하게 대단한 병원이 겪는 어려움이었다. 기술이 강한가? 종합적인 실력만 따지면 경화 6 병원이 운화병원보다 강할 것이다. 특히 중요한 진료과 설립 같은 것은 북경 의사들이 태생적으로 유리하다. 예를 들면 능연이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는 건 원래 쉽지 않다. 전이되지 않은 원발성 간암은 강렬한 수술 의지가 있다고 해도 정상적인 방안으로는 목적을 이룰 수 없다.
운화병원 자체는 이런 적당한 환자를 찾기 어렵지만, 경화 6 병원은 쉽게 이런 환자를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경화 6 병원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북경의 강자들 사이에 끼어서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북경의 의료 자원을 운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운화병원에서 무슨무슨 회의를 열고 창서성 OO국제 회의를 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지만, 경화 6 병원은 그렇게 할 수 없고 허가 받아야 할 서류만 산더미라서 이내 포기하게 된다.
좌자전은 능연 뒤에 서서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다시 알콜겔을 왕안지에게 내밀었다.
“아까 그건 별로 안 좋아하시는 거 같아서요. 여기 체리 향하고 시트러스 향입니다.”
좌자전이 손을 내밀자 안에 알콜겔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그러자 능연도 자연스럽게 하나를 집어 들었다.
“간암 수술은 저도 막 시작해서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닙니다.”
가상 인간도 없이 퍼트리긴 뭘 퍼트린단 말인가. 그러나 왕안지의 눈이 커다래졌다.
“이제 막 시작했다고?”
그의 눈빛이 사실이냐고 묻는 듯 서은에게 향했고 서은이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능 선생은 전엔 간 절제 수술을 자주 하고 간암 수술은 별로 안 했습니다.”
그 말에 왕안지가 뭔가 생각 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매가 어르신 수술을 했었지?”
“예.”
서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능 선생은 간 절제 수술을 3백 건 이상했을 겁니다.”
“5백입니다.”
좌자전이 곁에서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왕안지가 다급하게 감탄의 뜻을 전했다.
“그럼 일단 논증부터 하면 되지요. 6 병원에서 환자를 책임지고, 능 선생은 자기 팀을 데리고 오고 싶소? 아니면 우리 중에서 고를 테요?”
현장에 있던 초짜 의사가 모두 왕안지를 바라봤다. 좌자전은 이번에는 헛기침하지 않고 화술에 감탄한 듯 왕안지를 바라봤다.
“간암 수술은 며칠 쉬고 다른 거부터 하고 싶은데, 될까요?”
능연은 여전히 흥미 없다는 듯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멋있게 물었다.
“다른 거? 뭘 하고 싶소?”
부원장인 왕안지는 그 정도 권한은 있었다.
“응급 데브리망, 콜리스 골절 혹은 마사지 다 괜찮습니다.”
능연은 자세히 말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환자 100짜리 퀘스트를 경화 병원에서 할 수 있으면 하고 안 되면 운화로 돌아가서 하면 그만이었다.
왕안지의 표정이 의아함에 가득해졌다. 이게 무슨 요구?
“우리 능 선생은 평소에 할 일이 없으면 응급수술하는 걸 좋아합니다. 일반인들이 산책하면서 머리를 식히는 거랑 비슷한 거지요.”
좌자전이 곁에서 머리를 굴리며 대답했다. 아내가 윗사람 차에서 내리는 걸 봤을 때도 이렇게까지 머리를 쓰진 않았다.
왕안지는 능연 한 번, 좌자전 한 번 보다가 결국 서은을 바라봤다.
“네 생각은 어떠냐?”
“능 선생이 그러시다면 제가 가서 응급의학과 주임에게 이야기해두겠습니다.”
“네, 사흘 정도가 좋겠네요.”
환자 백 명, 평균적으로 하루에 33명 처리하면 된다. 운화병원 응급의학과 효율로 따지면 사흘이면 충분하리라.
서은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응급의학과로 직접 향했다.
곽종군이 잡고 있는 운화병원 응급의학과와 달리 경화 6 병원 응급의학과는 상대적으로 약한 진료과였고 성격도 좋아서 서은의 설명에 따라 능연이 응급의학과에서 ‘사흘 노는 걸’ 허락했다.
서은의 피드백을 들은 능연은 1초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간담췌외과에서 응급의학과로 달려갔다.
간담췌외과 의사들은 자기도 모르게 몇 명이나 능연의 뒤를 따랐다.
여자 의사 하나가 핸드폰을 들고 능연을 찍으면서 실시간으로 SNS에 업로드했다.
10분 후, 능연은 경화 6 병원 응급의학과에서 손에 게 다리에 찔린 상처 처리를 제대로 못 해서 염증이 생긴 환자를 하나 포착했다.
능연은 바로 시트를 깔고 데브리망하고 소독하고 약을 바른 다음 껄껄 웃으며 좌자전에게 드레싱을 넘겼다. 두 사람은 노련하고 순조롭게 협력했다.
환자가 붕대 처리가 끝난 후, 능연은 시스템을 불러냈고 아무런 말도 필요 없이 좌측 위의 숫자가 1/100로 변한 걸 봤다.
능연은 저도 모르게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작은 상처는 제대로 처리만 하면 환자의 고통이 바로 해소된다.
능연의 흡족한 모습을 본 좌자전도 흡족해서 웃었다.
동영상을 찍는 여자 의사, 간담췌외과 의사들, 그리고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웃고 있는 능연과 좌자전을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바라봤다.
운화 의사들은 게를 처음 본 거야, 뭐야.
경화 6 병원 응급의학과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의사들은 오고 가고 또 가고 오며 새로 도착한 해산물을 구경하는 것처럼 능연을 구경했다.
능연은 게에 찔린 남자 데브리망을 마친 후 이어서 찰과상 입은 아이에게 약을 발라준 다음 다리를 벤 중학생 사진과 약 처방을 내린 후 치료는 직접 하지 않고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다.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왕안지는 눈이 아파졌다.
그는 부원장이었다. ‘부’자긴 해도 병원에서 바쁜 축에 끼는 사람이라서 다른 진료과에서 무슨 이벤트를 열어 그를 부를 때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서야 그를 불렀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간단한 처치를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실습생이나 훈련의를 이끄는 시범 수술이라고 해도 난도 높은 수술이어야 하지 않겠냐 말이다.
데브리망은 쪼랩 중에 쪼쪼랩인데 약 바르고 하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차라리 아이 달래는 게 더 어렵겠지.
“저기, 능 선생. 얼마나 쉴 생각인가요?”
초짜 의사 하나가 왕안지의 눈짓을 받고 나지막이 물었다. 능연은 의미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고, 3/100으로 변한 숫자를 보고는 약을 타와서 감사 인사를 하러 온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쉴 생각 없는데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이런 작은, 데브리망 같은 건 얼마나 하실 생각인지.”
“사흘이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정말로 사흘 동안 한다고요?”
능연이 이상하다는 듯 대답하자 왕안지가 못 참겠다는 듯 물었다. 간 절제 수술을 사흘 보는 것도 아니고 아이 달래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사흘이나 본단 말인가. 앞으로 소아과 의사를 얼굴 보고 뽑으란 말인가?
능연은 왕안지의 의문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잠시 생각하다가 의아한 듯 물었다.
“환자가 모자라나요?”
“그 뜻이 아니야.”
좌자전이 못 들어주겠다는 듯 끼어들었다. 이러다가 멀쩡한 일도 망칠 것 같았다.
좌자전은 사람들 사이에서 앞으로 나와 헛기침하고는 왕안지를 바라봤다.
“왕 원장님, 사실 능 선생은 지금 응급의학과에서 쉬는 거랍니다. 환자를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도 주면서요. 한두 건 하자고 능 선생을 요청해 간암 수술을 한 건 아니겠지요?”
“당연히 아니지요. 계획은 4건입니다. 능 선생이 원하고 상황이 되면 6건, 7건이면 더 좋고요.”
왕안지는 대범하게 대답했다. 북경 병원으로서 출장 수술의 중점은 출장 수술 자체에 있었지 비용은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출장 수술 체면을 생각하면 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좌자전은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북경으로 출장 수술 왔다는 일은 원래 크게 허풍을 떨 수 있는 일이었다. 사실상 능연이 순조롭게 이번 출장을 마칠 수 있게 하려는 게 아니었다면 운화병원에서도 벌써 소식을 퍼트렸을 것이다. 이번에 순조롭게 끝내고 돌아가면 얼마나 퍼트릴지 뻔한 일이었다.
그런 명성을 생각하면 수술에 드는 수술 비용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들 출장 수술은 수량보다 퀄리티를 요구했다.
그 점을 확인한 좌자전은 싱긋 미소 지어 보였다.
“왕 원장님, 그럼 말씀하신 대로 우리 능 선생이 6건 할 수 있으면 조건에 맞는 환자 6명을 구할 수 있으십니까?”
“환자는 어떻게든 구하면 되지요.”
왕안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능 선생 수술은 환자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흔한 간 절제 수술이라면 뭐하러 굳이 중간에 병리 검사를 하는 방식으로 치료하겠습니까.”
“수술 중에 잘라낸 조직을 검사 보내는 걸 줄일수록 환자 예후에 좋은 거 아닙니까? 특히 간 기능에요. 이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기술 문제가 나오면 왕안지도 할 말이 많았다. 말문이 막힌 좌자전은 금세 화제를 바꿨다.
“예후보다도 사람을 구하는 가치가 더 크지 않을까요? 6 병원에 이미 있는 기술을 우리가 중요성을 더 부각하는 거니까요.”
왕안지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환자 몇 더 찾아서 선별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한 번에 환자가 여럿 와도 수술 배정은 괜찮나요?”
간암 수술은 사전과 사후에 처리할 일이 많아서 온 팀이 다 돌아가야 한다. 옛날에는 수술 준비만으로도 1, 2주 걸렸다.
능연의 스타일을 잘 아는 좌자전은 그저 싱긋 웃었다.
“능 선생은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그리고 우리 팀도 자주 밤을 새워서, 원장님이 적당한 환자만 찾아오시면 다 가능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왕안지는 일단 믿기로 했다.
상대의 첨단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출장 수술을 여는 것이라 그만큼 협조하는 것도 당연했다. 왕안지의 시선이 다시 능연에게 향했다.
스물 몇 살짜리 의사가 북경으로 출장 수술을 오다니. 서은이 고집하지 않았다면 왕안지는 허락은커녕 다른 곳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으면 믿지도 않았을 것이다.
“약 드실래요? 마사지해 드릴까요?”
신체 검진을 마친 능연이 바로 검사 처방을 내리지 않고 먼저 물었다.
“이게 마사지로 됩니까?”
검사대에 누워있던 젊은이가 몸을 일으켰다.
“당연하죠.”
“얼마······ 인데요?”
젊은 환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능연은 곁에 있는 젊은 의사를 바라봤고, 젊은 의사는 재빨리 컴퓨터를 조작해 마사지 항목을 불러냈다.
“15위안도 있고 25위안도 있습니다.”
“15위안입니다.”
“그럼 할래요.”
능연의 말에 젊은이가 망설이지도 않고 결정을 내렸다.
환자를 다시 눕힌 능연은 오른손으로 왼손을 누르고 시계 방향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무슨 병입니까?”“장이 너무 느리게 움직입니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변비요.”
의아한 듯 묻는 젊은이의 말에 능연은 이번엔 통속적으로 대답했다. 젊은이는 놀라고 또 의아한 듯 고함쳤다.
“변비? 변비라고요? 변비?”
“간단히 말해서 똥이 나오지 않는 거죠.”
그가 의문을 가진 것으로만 생각한 능연이 상세히 설명했다.
“알아요! 그렇게 자세히 설명할 것 없어요.”
젊은이는 당황해서 고함쳤지만, 능연은 계속 마사지를 했고 잠시 후 젊은이의 배가 꾸르륵대기 시작했다. 능연이 문지를수록 젊은이의 배는 점점 더 크게 울었고, 곧 방귀를 두 번 뀐 젊은이가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능연의 퀘스트 수치는 의심할 여지 없이 올라갔다.
우리, 사람 불러서 똥처리 한 거야?
왕안지 등 지켜보는 사람들이 모두 입을 벌렸다.
“능 선생, 정말 힘을 적당하게 잘 주는군요.”
서은이 뿌듯한 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