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36화 (417/877)

맹삼은 준비를 하고 아침 비행기를 타고 북경으로 향했다.

광동에서 북경으로 가는 아침 비행기엔 수트 차림의 엘리트가 가득했다. 비즈니스 클래스에 앉은 맹삼은 곁에 있는 사람을 힐끔대고는 뒤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이중 누가 다쳐도 다들 나를 찾아와야 한다는 자부심을 묘하게 느꼈다.

그러나 자부심 다음에 묘한 공허감이 밀려왔다.

최근 며칠 맹삼은 수술을 별로 하지 않았고, 동과의 업무도 확 줄었다.

물론 그전에도 업무는 별로 없어서 평소에도 아이 감기라던가, 산모 신체 검사 하던가 그런 간단한 것들이었다. 어차피 돈은 줄 서기 싫어하는 사람한테 버는 것이었다.

정말로 수술을 해야 할 때는 대부분 중산층은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고 맹삼도 그런 사람들 목 졸라 돈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맹삼은 대단한 비즈니스 인물을 개척하고 싶었다. 지금 비행기 옆자리에 탄 사람들 말이다.

전부터 맹삼은 동행을 살피는 걸 좋아했고, 그들의 태도나 동작까지 살폈다. 그렇게 하면 나중에 그런 부류의 수술을 하게 될 때 정확히 판단할 수 있어서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허튼짓하는 게 아니었는데.”

맹삼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능연을 괴롭히는 건 손바닥 뒤집듯이 쉬운 일일 줄 알았다. 적어도 그 당시엔 소일거리로 생각했다. 아무 생각 없이 내리친 채찍이 이렇게 본인에게 돌아올 줄이야.

그러나 후회도 잠시, 이제 북경으로 가 능연을 잘 설득해서 사과할 거 하면 사태를 무마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척가가 아니라 능연을 찾아가는 것도 척가를 찾아가려면 대가가 더 크다는 것을 잘 알아서였다.

척가 같은 벼락부자는 우세를 잡으면 한 입으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맹삼은 몇 입이나 물릴 본전도 없었다.

그에 비해 능연은 말하기가 쉬우리라 여겼다. 정 안 되면 차 한 대 선물하면 충분하리라. 그런 생각에 맹삼은 속이 쓰렸다.

차 한 대라고 해도 적은 돈이 아니었다. 능연이 평소에 제타를 타는 건 알지만 적어도 BMW가 아니면 안 되지 않을까? 게다가 사죄하고 어쩌고 하다 보면 잘못하면 기름이 새지 않는 벤츠 정도는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사립 병원 의사이긴 해도 맹삼은 삼갑병원 주임 수준밖에 못 벌었고, 정형외과 주임 같은 핫한 진료과 주임 수입보다는 낮았다.

그래서 정말로 그 돈을 써야 할지 말지는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가는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는 비행기에서 내려 화장실로 가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작은 수트케이스를 들고 재빨리 공항을 빠져나가 게이트 앞에서 북경에서 사는 옛친구를 만났다.

“어이, 흑 선생!”

맹삼은 옛친구의 손을 꼭 쥐었다. 힘들수록 친구 사이의 우정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맹삼은 학교 다닐 때 성적이 좋았지만, 친구들과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공부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맹삼은 흑 선생의 손을 힘껏 흔들면서 그를 위아래로 살폈다.

흑 선생은 다크서클에 적은 머리숱, 변형된 체형과 손가락을 갖춘 전형적인 중년 의사였고 최근에도 열심히 일해온 모습이었다. 그러나 맹삼이 아는 바로는 흑 선생은 그렇게 순조롭지 않았다. 적어도 맹삼처럼 순조롭지는 않았다.

흑 선생은 북경에서 정직원 채용된 것 외에 의사 생활이 순조롭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부주임에 머물러 있었다. 병원에 부주임이 모자라던 시절에, 부주임 조건이 되어서 자연스럽게 승진한 케이스였다. 병원은 당분간은 그를 부주임 대우하겠지만, 적당한 때가 되면 밀려날 가능성이 컸다.

북경에서 흑 선생 같은 조건은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흑 선생 본인은 친구 좋아하는 낙천파라 수술을 하다가 척추에 문제가 생겨도 허리를 곧추세우고 웃음을 짓는 사람이었다.

“얼굴 보기 힘들구만. 이번엔 며칠 있을 생각인가? 우리 병원 앞에 호텔 잡아뒀네. 그런데 그렇게 좋은 호텔은 아니야······.”

“호텔은 내가 알아서 할게.”

맹삼의 어깨를 두드리며 하는 흑 선생의 말에 맹삼이 그를 다독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골치가 생겨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온 걸세.”

“이야기 들었어. 반 선생이 전화했더라고. 무슨 방법 없겠냐고.”

“반가 그놈 사람이 좋지.”

숨김없이 하는 흑 선생의 말에 맹삼이 그리운 말투로 대답했다.

“우리 의대 다닐 때는 의사만 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의사가 되고 보니 참 복잡하구만. 음. 그래서 어쩔 생각인가?”

잠시 학창시절 기억에 잠겼던 흑 선생이 묻는 말에 맹삼이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뭘 어쩌겠어. 일단 능연을 찾아가서 뭘 바라는지 알아봐야지.”

그는 차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런 일은 아무래도 몰래 처리하는 게 나았고, 아무리 옛친구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상세히 말할 필요가 없었다. 흑 선생은 상관없다는 듯 맹삼을 데리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 능연, 지금 경화 6 병원에 있어. 사람 시켜 알아봤는데 수술 한 건 하고는 멈췄다더라고.”

“무슨 일 났대?”

맹삼이 순간 기뻐하며 물었다. 능연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면, 특히 의료 사고라면 그가 한층 수월해진다. 그러나 흑 선생은 어깨를 으쓱했다.

“자세한 건 나도 몰라. 그런데 그 출장 수술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대. 가서 보고 온 의사도 있는데 예후가 상당히 좋다더라고.”

“간암 예후는 모르는 거야. 겉으로 봐서는 모르는 게 많아.”

거기까지 이야기한 맹삼은 갑자기 서둘러 능연을 만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흑 선생, 나 그 환자 좀 볼 수 있을까? 그 능연이 출장 수술한 환자 말이야.”

“간단해.”

흑 선생이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게 대답했다.

6 병원에 도착한 맹삼은 흑 선생이 어째서 그렇게 시원스럽게 대답했는지 알게 됐다. 6 병원은 소식을 막거나 참관을 제한할 뜻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능연이 수술한 환자를 독립 특별 병실에 보내고, 다른 병원 의사라도 기록만 남기면 유리를 사이에 두고 환자를 관찰할 수 있었다.

구체적인 자료 혹은 환자를 직접 만나는 건 상대적으로 복잡했지만, 6 병원 행정과 역시 대대적으로 편의를 봐주었고, 신분증만 제시하면 규정된 시간 안엔 들어가게 해주었다. 환자와 보호자도 그에 대해 협의했고 의료진들이 빈번하게 병실에 출입하는 것에 반감을 품지 않았다.

맹삼은 흑 선생을 따라 환자를 살피고 영상 자료를 본 다음 여러 날 동안 쌓인 화학 검사 데이터를 읽어내려갔다. 하나하나 확인해 본 맹삼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스포츠의학 전공이었지만, 일반 의학 검사도 문제없었고 간암 환자의 수술 후 상황이 어떤지는 자료를 살짝만 확인해도 다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이 환자는 누가 봐도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능 선생 기술은 정말 트집 잡을 수가 없군요. 환자 회복이 매우 잘 되고 있어요.”

곁에서 누가 ‘능’ 소리를 내자 맹삼과 흑 선생이 귀를 쫑긋 세웠다.

“간암 수술을 이 정도까지 해낸다는 건, 기술 측면에서는 정말 흠잡을 게 없죠. 환자 간 절제도 적게 했고, 간 기능 회복도 매우 빠르고. 특히 고령 환자에게는 능 선생 같은 방법이 실제 효율도 대단하고요.”

“실제 효율뿐만 아니죠. 이런 수술 방법은 정말로 발전시켜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중간에 병리 검사를 보내는 것만 빼고요. 이건 대다수 사람이 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 빼면 모든 수술 처리가 훌륭해요.”

맹삼이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마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의사 둘의 옆모습이 보였다. 잠시 지켜보던 그는 바로 그들이 누군지 알아차렸다. 맹삼은 고개를 돌려 흑 선생에게 나지막이 말을 걸었다.

“하나는 능연 밑에 있는 의사고, 하나는 6 병원 서은이야.”

“서은은 만난 적 있는데.”

흑 선생은 뭐가 할 말이 있는 거 같더니 말을 멈추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저도 모르게 한마디 했다.

“서은이 저렇게 아부를 잘할 줄은 몰랐네.”

“상대에 따른 거지.”

맹삼은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마음속엔 큰 종이 울렸다.

아무리 순박한 사람도 저렇게 계속 누군가가 아부 떨고 추켜세우면 거만해지는 법. 지금 상황으로 보니, 능연을 설득하려면 언변에서 적어도 눈앞의 두 사람보다 훌륭해야 할 것 같았다.

맹삼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미간을 좁혔다.

“적당한 환자가 세 명 있습니다. 언제 능 선생이 와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유리창 앞에서 서은이 좌자전과 상의했다.

유리창 안의 환자는 안정적이라 부주임인 서은이 들어가서 회진을 해도 되고 들어가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사실, 환자가 6 병원 교육 관련 협의에 동의한 후 매일 수십에서 백 명 넘는 의료진이 회진을 돌았고, 진정으로 꼼꼼히 살피고 있어서 문제가 생길 일은 거의 없었다.

좌자전은 회진 방면으로 겨우 합격선에 든 의사지만 능연의 수술 시간 배정만큼은 순간 무수한 디테일을 그릴 정도였다.

“세 명 모두 협의서에 사인했습니까?”

“네. 실험성 치료법, 환자들도 다 동의했습니다.”

“그렇다면, 장안민 선생을 불러와서 기본 검사를 하게 하죠. 능 선생 조건에 들어맞으면 바로 구체적인 수술 시간을 배정하고요. 환자가 이런 걸 다 이해한 거 맞죠?”

좌자전은 직접 못 하는 일에 대해서도 배정만큼은 착실하게 했다.

서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설명했습니다. 능 절제 적응증은 고령 원발성 간암 환자라서 대부분 병원에서 수술 건의를 하지 않습니다. 이 환자들은 수술을 강하게 희망하니 분명히 우리 뜻을 따를 겁니다.”

“그래도 선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예, 환자들도 이해합니다.”

서은이 어깨를 으쓱였다. 어찌 됐든 생명에 관련된 일이니 정말로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달리 보면, 예를 들어 암세포가 이미 전이 됐거나 혹은 기본적인 간 절제도 견디지 못할 신체조건이라 환자 적응증이 들어맞지 않는다면 수술대에 오를 의미가 없다.

환자들이 아무리 입으로 ‘죽을 몸을 살리는 치료’라고 해도 오래 의사 생활을 한 사람은 환자가 정말로 자신을 죽을 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환자와 환자 보호자 모두 기적을 믿지만, 의사는 유일하게 기적을 믿지 않는 곳이 병원이었다.

좌자전은 중년에 가까워져서야 삼갑병원에 들어왔고, 일하는 스타일이나 사고방식 모두 보통 의사와 조금 달랐다. 생각은 더 많은 편이었다. 그는 서은을 바라보며 특별히 당부하듯 덧붙였다.

“능 선생은 수술에 시간을 더 많이 들일 때가 있습니다. 이건 우리가 신경 써야 합니다.”

“그럼요. 그런 정신이 능 선생의 지금을 있게 한 거 아닙니까.”

서은은 망설이지도 않고 승낙했다.

“능 선생은 의학 방면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요. 다른 사람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당연하죠. 능 선생 수처 실력만 봐도 그건 다른 의사들이 몇 년을 해도 해내지 못하는 겁니다. 능 선생이 니들홀더를 잡는 동작만 봐도 그건 정말 보통 연습으로 나온 게 아니거든요.”

맹삼은 도저히 못 들어주겠다고 생각했다.

방 한구석에서 맹삼은 툴툴거리며 흑 선생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 공립 병원 정말 못 쓰겠군. 아부를 저렇게까지 떨다니. 사람이 앞에 있는 것도 아닌데 저렇게까지 해야 해?”

흑 선생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도 공립 병원 사람이라 할 수만 있다면 저런 아부 기교를 배우고 싶었다. 오히려 저 두 사람의 아부 책략이 꽤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두 사람의 대화가 본인에게 전해지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까.

거기까지 생각한 흑 선생은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맹삼은 공립 병원 의사가 아니지만, 자신은 북경 병원에서 버텨야 했다.

“능 선생이 간암을 할 수 있는 건 대단한 게 맞지만 저렇게까지 아부할 필요는 없지.”

맹삼은 언짢은 듯 중얼거렸다. 아부로 사회생활 밑천을 끌어 올리려고 하다니, 정말이지 혐오스러웠다. 흑 선생은 여전히 그저 웃기만 했다.

“사진이나 찍어 돌아가서 연구해 보자고.”

직접 살펴봐도 구멍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능연이 새로 개발한 새 수술 방식에 구멍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 세상에 구멍 없는 수술 방식은 없다. 의문을 찾으려면 분명 찾을 수 있으리라.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라서 맹삼은 혼자는 어렵고 누군가 도움이 필요했다.

처음부터 도우러 온 흑 선생은 ‘응’하고 말을 이었다.

“사진 찍고 나면 내가 검사 리포트 뒤져 볼게.”

두 사람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환자를 보러 온 의사가 사진을 찍는 건 매우 정상적인 일이었다. 다만 두 사람이 너무 오래 찍어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곧 정장 차림의 아름다운 여자가 그들에게 다가가 웃는 얼굴로 명함을 건넸다.

“두 분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운리 제약 유정희입니다. 능 절제에 관한 정보를 원하신다면 회의실에 더 많은 자료를 준비했으니 저랑 같이 가시면 됩니다.”

맹삼과 흑 선생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추진 설명회까지 열었단 말이요?”

“소개 위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화 6 병원에서 능 절제 앞날이 매우 밝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운리는 경화 6 병원, 운화병원, 그리고 능연 선생을 서포트하고 있으니까요. 음, 이쪽으로 가시죠.”

아름다운 여자는 설득력이 있었고 말만으로 금세 맹삼과 흑 선생을 데리고 가까운 곳에 있는 회의실로 향했다.

30평 남짓한 회의실에 간단한 음식이 모두 벽 쪽으로 붙어 진열되어 있었다. 술과 음료도 그득했고 좌석 앞뒤에 스크린이 설치되어 자료를 재생하고 있었다.

회의실 중앙 테이블엔 갖가지 자료가 놓여 있었고, 맹삼이 앞으로 나가 읽어보니 역시 수많은 사진과 카피본이 있어서 그가 알고 싶은 내용이 대부분 있었다.

맹삼은 순간 흥미진진해졌다.

제약회사 직원은 두 사람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미소 지었다.

“회의실은 밤 10까지 개방됩니다. 안에서 영상이나 자료를 마음껏 보시면 되고요 식사도 하실 수 있습니다. 자료는 가져가실 봉투도 준비되어 있고요. 맞다, 두 분 데이터 등록해도 될까요?”

“제가 하죠.”

흑 선생이 나서서 본인의 신분증을 입력하고 같은 진료과 의사의 자료로 맹삼의 자료도 채웠다.

유정희는 그들이 다 쓰길 기다렸다가 다시 미소 지었다.

“흑 선생님, 왕 선생님 그럼 편하게 보세요.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전화 주시고요. 아니면 여기 다른 직원도 괜찮습니다.”

그는 두 사람에게 미소 지어 보이며 자리를 떠났다.

“능 절제라니. 아주 대단하구만.”

흐린 표정으로 잠시 서 있던 맹삼은 곧 술 한잔 담아와서 단숨에 마시고는 자료를 뒤적였다.

“이게 실현되면 정말로 대단해지는 거지. 지금은 아직 5년 생존율이 나올지 몰라서 그렇지만 수술 못 할 환자라면 이 나이쯤 되면 기껏해야 일 년 남짓 살지 않겠어? 수술하고 나서 적어도 2, 3년 연장되는 거지.”

흑 선생도 고개를 숙이고 자료를 넘겼다.

“그렇게 계산하면 안 되지. 간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를 수술하는 거 자체가 모험이야. 수술 성공했다고 해도 환자한테 꼭 이득이 되리란 법도 없어.”

맹삼은 인정하기 싫다는 듯 대답했고 흑 선생은 당연히 그와 입씨름하지 않았다. 생존율이라는 건 몇 년 후에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었다.

때가 되면 환자의 생존 시간과 생존율이 해당 기술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

어쨌든 환자 몸에 나타나는 효과가 마지막에 기술을 결정하는 골든 지표가 된다.

“저한테도 능 절제를 묻는 사람이 생겼어요.”

회의실 앞에 서 있는 몇 사람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맹삼은 혹해서 자료를 말아 쥐고 그쪽으로 걸음 했다.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의사 몇 명도 여기서 알게 된 사람들이었고 스크린에 재생되는 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암이라는 건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률이 높죠. 현대인의 평균 수명이 높아졌잖아요. 전엔 70세에 암에 걸리면 기본적으로 보존 치료를 했지만, 지금은 다르죠.”

“기대치가 다르니까요. 그리고 중국도 요즘은 전보다 부자가 됐잖아요. 치료하느라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빚더미가 되는 걸 바라는 노인은 없죠. 그러나 집에 돈이 있으면 그래도 어떻게든 치료하려고 하죠.”

“사람은 죽어도 돈은 남으니까요.”

곁에 있던 의사가 웃으며 말했다.

“공공의료로 치료받는 사람도 있고요. 내가 보이겐, 능 절제 기술이라면 5년 생존율도 무리가 아니에요. 방법이 있다면 몇 년 더 살 수 있는 걸 누가 마다하겠어요.”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이 껄껄 웃으며 하는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맹삼도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앞으로 걸어나가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그렇게 말하자면, 능 절제라는 게 확대 가치가 있는 거네요.”

“당연하죠.”

“능 선생이 안 보이네요. 이런 때인데 숨어 있는 건가요?”

“그 능 선생이 성격이 참 특이하더라고요.”

맹삼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처음 말을 꺼낸 의사가 맹삼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낯이 익은데, 우리 만난 적 있나요?”

“아, 저는 우의 병원 닥터 왕입니다. 일반 외과 회의 같은 데 자주 참석해서 뵀을 수도 있죠. 그런데 성격이 특이하다고요?”

맹삼은 흑 선생 동료의 자료로 자신을 소개하고는 다시 화제를 끌어왔다.

“네. 며칠 동안 그 능연이 뭐 하고 있는 줄 아십니까? 응급의학과에서 환자 데브리망을 한대요. 보고는 웃겨 죽을 뻔했다니까요. 마사지까지 해요. 광장에 아주머니들을 다 끌어왔다니까요.”

현장에 있는 의사 모두 웃음을 터트렸고 맹삼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 이상하긴 하네요.”

“더 이상한 것도 있다니까요? 능 선생이 데브리망을 하고 있댔잖아요? 누가 출장 수술 요청을 했대요. 비싼 건 5만 위안짜리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안 갔대요.”

“수술 한 번에 5만이요? 너무 센데요? 그런 가격이 어디 있습니까.”

“고령 간암 수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하려는 사람이 몇 없잖아요. 목숨값이 비싼 게 어디 있습니까?”

“히야, 끝내주네요.”

이야기를 들을수록 맹삼은 답답해졌다. 5만 위안 출장 수술도 거절한다면 상대하기 쉬운 사람은 아닐 텐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제약회사 유정희가 또각또각 하이힐을 밟으며 돌아왔다.

“안녕하세요. 능 선생 다음 수술 시간이 정해졌습니다. 내일 아침 6시예요. 자세한 건 벽에 붙여 놓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프린트된 종이를 벽에 붙였다.

의사들은 일제히 몰려가서 시간이 너무 이르다고 투덜대면서 이름을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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