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37화 (418/877)

새벽 1시, 능연은 여전히 6 병원 응급실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서은은 그 뒤를 따라 휘청대고 있었다. 그라고 밤을 안 새운 건 아니었다. 의사라는 건 밤을 새우는 게 기본적인 상태였다. 그러나 능연처럼 밤을 새우면서 이틀이 흐르니 아무래도 견딜 수가 없었다.

운화에서 달려온 장안민은 거만하게 서은을 내려다보며 ‘능팀에서 휴식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 꼴이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좀 가서 쉬어야겠어요.”

서은은 정신이 멀쩡한 능연을 바라보며 포기를 선언했다. 여기서 더 버티다가는 내일 수술에 도저히 참석할 수 없었다.

“네. 내일 수술 하나밖에 없으면 좀 늦게 오셔도 됩니다.”

“그래요······.”

서은은 기운 없이 대답했다. 아침 6시 수술인데 늦어봐야 얼마나 늦는다고.

서은은 흔들흔들 휴게실로 향해 자리를 골라 바로 곯아떨어졌다. 시계를 본 장안민도 가서 자야겠다고 했다.

“그러세요.”

능연은 지금 마사지 중이었고, 정신도 말짱했고 조수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병원에서 잘 거니까, 무슨 일 있으면 불러.”

장안민은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일할 때 필요해서 병원에서 자는 것임을 강조했다.

운화병원 출장비는 고정되어 있었고, 의사들이 자비로 좋은 호텔에 묵든 제약회사 지출로 해결하든 모두 자유였다. 장안민 같은 쪼쪼랩 주치의는 제약회사 혜택으로 호텔에 머물 능력도 없으니 알아서 할 수밖에 없었다.

생활력이 강한 남자인 장안민은 병원에서 자기로 결정 내렸다.

특히 경화 6 병원쯤 되는 큰 병원은 당직실 환경도 나쁘지 않았다. 침대는 대학 기숙사보다 좋고 깨끗했다. 돈이 안 들뿐만 아니라 가끔 의사들이 건네는 과일, 우유도 받을 수 있었다.

요즘 웰컴 드링크나 과일을 주는 호텔이 얼마나 비싼데, 어차피 잠은 침대에서 자는 거고 심지어 병원보다 깨끗하리란 법도 없었다.

능연은 장안민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조수가 알아서 쉬러 가는 걸 원래 상관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장안민이 도망간 다음 능연은 하품하는 좌자전의 시중을 받으면서 마사지를 계속했다.

경화 6 병원이 북경에 있긴 해도 응급 환자는 운화병원과 같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인구가 천만 넘는 대도시인 운화에 정상급 병원은 운화병원, 성립, 그리고 육군 병원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운화병원 응급센터가 많은 주변 환자를 끌어들였다. 그에 비하면, 북경엔 좋은 병원이 너무 많고 경화 6 병원은 그렇게까지 유명하지 않아서 데브리망 봉합 환자도 얼마 없었다. 오히려 마사지를 받고 싶어 하는 환자 찾기가 좀더 쉬웠다.

996 근무(*9시 출근 9시 퇴근 주 6일 근무)가 일상인 도시에서 머리통부터 발뼈까지 아픈 환자가 너무 많았다.

능연은 찾아온 환자들을 골라서 마사지를 해주고 ‘통증해소’를 내놓으면 받고 그렇지 못해도 연습한 셈 쳤다.

경화 6 병원에 실습생 혹은 교류 학자 신분으로 온 거라 곁에 6 병원 의사들이 항시 따라서 환자 수량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가상 인간’ 스킬도 아직 2시간 27분 남아 있어서 앞으로 할 수술엔 충분하니 그다지 급할 것도 없었다.

새벽 3시가 되자 좌자전도 더는 버티지 못했다.

“능 선생도 좀 쉬라고. 내일 아침까지 기운을 잘 비축해둬.”

곁에 있던 경화 6 병원 의사가 곁눈으로 두 사람을 흘겨보면서 자연스럽게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며 운화 사람의 ‘기운을 잘 비축하다’라는 개념을 무시했다.

“그것도 좋죠. 두 시간 쉬어야겠어요.”

능연도 시원스럽게 받아들였다.

휴게실로 향한 능연은 알람을 맞추고 잠이 들었다. 스태미너 포션을 마신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능연에게 지금은 낮잠 시간 같았다. 낮잠이란 기운을 잘 비축하는 작용이 분명 있었다.

새벽 5시, 능연은 정확하게 일어나서 간단히 세수하고 수술실로 향했다.

그 순간 수술실에서 수술 전 준비하던 간호사들은 능연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거울 앞에서 준비했던 표정과 동작을 지어 보였다.

“저 상관 말고 일 보세요.”

능연은 운화 병원에서처럼 한마디 하고 수술대 앞으로 가서 양손을 살며시 들었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가상 인간을 불러냈다.

푸른 가상 인간이 수술대 위에 나타났고 현장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능연 눈에만 보였지만, 현장 효과는 작은 방에 웅크려 인체를 자르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깨끗하고 빛나는 수술실에서 인체를 해부하는 건 대단한 일 같지만, 작고 어두운 당직실에 숨어 인체를 해부하는 건 어쩐지 변태 같은 느낌이 들었다.

“메스.”

능연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손을 뻗어 메스를 받았다. 이어서 눈앞의 가상 인간을 잘라내고 피부층 분리나 지혈 같은 동작 없이 오른손을 뻗어 그대로 가상 인간의 간을 꺼냈다.

병소를 찾고 범위를 확인하고 수술 루트를 고민했다.

그 과정 내내 능연은 사람들이 있는 걸 아랑곳도 하지 않고 입으로 중얼거리며 의학 용어를 읊어댔다. 수술실에 있는 간호사, 마취의 그리고 참관 의사들은 그런 능연의 모습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의사들이 수술 전에 수술 전체 과정을 모의하는 건 병원에서는 흔한 일이고 이상할 것도 아니었다. 능연의 동작이 조금 거칠긴 했지만, 누가 신경 쓴단 말인가.

진작에 참관실에 앉아 있던 왕안지 부원장도 능연의 그런 동작을 무시했다.

“6시입니다.”

마취의가 시간이 되자 보고했다.

“잠시만 기다리죠.”

주위를 살핀 능연은 서은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때 에어타이트 도어가 열리고 서은이 양팔을 들고 침착한 표정으로 수술실로 들어왔다.

“수술 시작하겠습니다.”

능연은 서은이 옷을 다 갈아입길 기다리지 않고 바로 수술을 시작했다. 간 절제 수술은 너무나 익숙해서 조수 의존율이 너무 낮았고 서은이 수술실에 들어온 걸 봤으니 더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아침을 막 먹었거나 아니면 굶주린 채로 참관실에 있던 의사들이 미처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능연이 메스를 그었다.

환자 신체를 완전히 이해한 것처럼 노련한 동작이었다.

사실, 진짜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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