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40화 (421/877)

“메스.”

“거즈.”

“전동메스.”

능연은 손을 뻗어 수술 시작을 선포했다. 그리고 수술 진도는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경화 6 병원 수술팀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능연의 수술에 조금 익숙해진 간호사와 조수 그리고 마취의는 상당히 잘 협조했다.

물론 경화 6 병원 수술팀 간호사들도 노력한 결과였다. 밤에는 수술 방식을 외우고 낮에는 능연의 수술 영상을 전달하며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런 학습 기제를 보인다는 건 능력이 있다는 뜻이었다.

서은과 장안민은 각각 퍼스트와 세컨드 어시스던트를 맡았다.

서은은 표면적으로 여전히 안정적으로 움직였고 수술 난도나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전혀 영향받지 않았다.

그러나 장안민은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간담췌외과 생활을 그렇게 오래 했고 능연을 따라 백 건 가까이 간 절제 수술을 했지만, 전체적으로 서은과 나란히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능연의 조수를 한다는 건, 퍼스트든 세컨드는 그만한 지위와 능력이 있다는 소리였다.

다만 자신감이라는 건 기술처럼 시간이 쌓였다고 생기는 건 아니었다.

장안민은 요즘 평소 수술과 회진을 제외하면 주말에 팔채향에 출장 수술갈 때 가장 자신감이 넘쳤다. 솔직히, 팔채향에 있는 시간이 장안민이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북경에서 장안민은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서른 넘은 주치의였고, 더는 철없는 레지던트가 아니었다. 좌자전 같은 철없는 나이 많은 레지던트도 아니라서 운화와 북경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끼고 있었다.

북경에서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경화 6 병원이라고 해도 수준 높은 삼갑병원이었고, 몇십 년 동안 배출해낸 하급 병원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간담췌외과가 조금 약하긴 해도 정치 중심 도시라는 플러스 요인도 있어서, 장안민 같은 주치의에게는 여전히 심오함을 쉽게 알 수 없는 존재였다.

주치의라는 건 평소에 쉽게, 이유도 없이 기분만으로 레지던트, 훈련의 실습생 목을 조일 수 있는 존재지만, 그 외의 모든 존재에겐 목이 졸리기도 했다.

“장 선생님, 석션 주의.”

능연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리자 장안민이 놀라서 털이 다 곤두섰다.

“아, 응.”

장안민의 목소리가 다 떨렸다.

능연은 바로 장안민의 동작이 어딘가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세컨드 어시라서 동작이 그것보다 더 이상해져도 수술에 큰 영향은 없었고, 대다수 의사는 거기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집도한다는 것 자체로 수술 부담이 큰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나.

그러나 능연은 그런 집도의가 아니었다.

능연은 보통 사람이 마작 테이블에 집중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본인의 수술실에 집중했다.

능연은 세컨드 어시의 이상 상태를 지켜볼 사람이 아니었다. 특히 그럴 능력이 있는 조수라면 더욱.

“장 선생님.”

“네.”

능연이 다시 부르는 소리에 장안민은 배가 다 당겼다.

“글리슨 법과 제1 간문 차단 방식에 어떤 차이와 장단점이 있나요?”

“아······.”

능연이 아무렇지 않게 묻는 말에 장안민은 멍해졌다. 주치의가 된 이래 수술 중에 그런 질문을 받을 기회도 줄어들었다. 하원정 위신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라서 주치의를 세게 누르지 못하는 이유도 컸다.

그러나 능연은 가끔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데 보통은 분위기 환기나 하급 의사에게 코치를 주는 의도였다.

순간 장안민의 집중력도 높아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의 동작과 표현이 어떨지 걱정했다면, 지금은 모든 생각이 능연의 질문에 집중되었다.

여기서 대답을 못 하면 엄청나게 창피한 일이었다.

“제1 간문 차단 수술은 비교적 전통적인 방안이고, 간문과 간 조작을 통과하는 혈관을 차단하는 데 중점이 있습니다.”

장안민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말투도 점점 단호해져서 다음 스텝을 술술 읊었다.

“제1 간문 차단 수술은 수술 중 출혈량을 제어할 수 있지만, 정상 간 조직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글리슨 법은 수술 중에 간 조직 전체 혈류를 막는 것으로 정상 간 조직 상해를 방지합니다. 그리고 국부 혈액 공급을 과학적으로 제어해서 위장 등 구역에 어혈을 방지합니다.”

“음, 지금처럼 집중하세요.”

장안민이 평소 수준으로 회복된 걸 깨달은 능연은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 수술 중에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정말로 모든 부분을 다 챙길 수 있는 의사가 있을 수도 없고.

마음을 다스린 장안민은 곧 능연이 잘 아는 수준으로 돌아왔고, 수술 진도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능연은 곧 간문 혈액을 차단했다.

“응? 글리슨 차단법 쓰는 거 아니었어?”

“왜 글리슨 법을 씁니까?”

장안민이 의아한 듯 묻는 말에 능연이 되물었다.

“아까 물어봤잖아······.”

“그냥 물어본 건데요. 지금은 제1 간문 차단이 더 적합합니다.”

“아?”

“서 선생님, 설명해주세요.”

세컨드 어시라서 할 일이 많지 않은 장안민은 바로 서은을 바라봤다. 능연의 조수를 하느라 바쁜 서은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더 손에 익어서겠지?”

“예?”

장안민은 머리가 텅 비는 것 같았다.

“맞습니다. 글리슨 차단법이 장점은 있지만 그렇다고 장점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 저는 차라리 제1 간문 차단을 쓰는 게 더 익숙합니다.”

“단순히 그거야?”

“네.”

장안민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묻는 말에 능연이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안민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입을 뻐끔대며 위층에 참관실을 힐끔 보고는 말을 이었다.

“능 선생이 글리슨 법으로 수술하는 거 내가 여러 번 봤는데?”

“일반 수술에선 크게 티가 안 나니까요.”

능연은 리듬 있는 콧소리를 흥얼거리며 대답했다. 요즘 간암 수술을 하려고 드는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일반 간 절제 수술은 마스터급 간 절제 수술을 장악한 사람이 하기엔 너무 평범했다. 그러나 정상 간암 수술은 하기 싫었고 고령 원발성 환자가 더 좋았다.

진정한 치유라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참관실에 있는 원사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다들 70 넘은 사람들이라 평소에 젊은이를 대할 땐 엄숙하기 그지없었는데, 능연이 하급 의사를 조련하는 모습을 보니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졌다.

물론 그것도 능연이 세계 정상급 수준을 선보여서 가능한 얘기였다. 실력 있는 사람이라면 유머러스하지만, 그게 아니면 입만 살아 있는 거니까.

신이 나고 흥분해서 지켜보던 전칠은 곁에 있는 맥순을 끌어당기며 나직이 말을 꺼냈다.

“우리 어플 만들어야겠는데. 의사들의 각종 데이터를 입력하고 의사들이 정통한 질병 유형을 기재하는 거지. 제일 중요한 건, 환자 평가를 넣는 거야. 피드백 의견으로 말이지. 의사가 유머러스하다, 기술이 좋다, 잘생겼다, 이런 거.”

“그런 어플 있습니다.”

맥순이 두려워하며 전칠에게 보고했고 전칠은 바로 사들이라고 지시했다.

두 원사는 겉으로는 평온하게 생각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아래 수술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축동익은 몇 번이고 그런 두 원사를 걱정스러운 듯 바라봤지만,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수술실 장면은 자극적이긴 해도 공포는 아니었다.

우선 수술실의 의사와 간호사 안색은 평온했고 눈빛은 진지해서 사람을 조각내는 비정상적인 느낌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수술대 위에서 ‘사람 형체’를 잃은 환자도 시각적 충격을 줄여 주었다. 참관실에서 내려다보면 녹색 시트 몇 개가 환자를 위에서 아래까지 덮고 중간엔 기구가 지나고 있어서 유심히 보지 않으면 인간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드러난 작은 네모 부분도 무영등이 환히 비춘 데다가 의사들이 시종일관 무혈 상태를 추구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각종 인체 조직을 볼 때도 징그럽다기보다 일상적으로 보였다.

병원 안엔 일반인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평상적인 느낌이 온통 감돌았다.

“두 원사, 계속 볼 텐가?”

능연이 간문을 절단해 피가 흐르는 걸 본 축동익은 더 보고 싶지 않아졌다. 실수하기 가장 쉬운 부분이었고 가장 지루한 부분이라 두 원사가 이런저런 생각을 할까 봐 두려웠다.

“내 걱정은 말게. 사실 수술을 한두 번 보는 게 아니거든.”

그러나 두 원사는 태연하게 웃으면서 서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기억 안 나나? 전에 나 지질팀에 있었잖나. 10년 가까이 있었는걸. 그때 고과 준비한다고 산 넘고 물 건너는 건 흔한 일이었지. 자칫하면 넘어져서 다리 부러지고 말이야. 물 잘못 마셔서 맹장염 생긴 경우도 봤다네. 목숨 걸고 다른 현으로 갔지만, 마을이 너무 작아서 뭐가 있어야 말이지. 그런데 시로 보낼 시간은 없지, 그래서 길에서 수술할 수밖에 없었지.”

두 원사는 기억에 잠긴 듯 그렇게 말하고는 피식 웃었다.

“병원에 사람이 없어서 내가 들어가서 조수도 했어.”

“그건 벌써 40년 전 아닌가. 그때야 작은 현 병원 수준이 다 그랬지. 광산 병원보다 못했을걸.”

“현지에 그런 병원밖에 없었어. 인구 천 명도 안 되는 마을이라 기대할 수도 없었지. 그 병원에서 맹장 수술해본 의사도 몇 없어서 맹장 찾는 거만 한참을 찾았다고.”

이야기를 듣던 축동익이 부르르 떨었다. 맹장 찾는 것 자체가 맹장 수술의 난점과 중점이긴 했다. 의대에서 맹장 시험을 중점 항목으로 둔다면 졸업 못 할 학생도 많으리라.

두 원사는 수술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땐 수술실 환경이 진짜 지금이랑 달랐지. 바닥에 거즈가 가득했는데, 수술하다가 거즈가 모자라면 주워서 쓰기도 했어. 마지막엔 절개구를 어깨까지 길게 내서는 장을 온통 헤집어서 겨우 맹장을 찾아냈지.”

“지금은 그때랑 다르지.”

축동익은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일반인이 의사를 따라 장을 뒤지게 하다니, 그것도 동료의 장을. 그런 느낌을 깊게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두 원사는 추억에 잠겨서 웃는 모습을 보였다.

“당연히 달라야지. 내 그 동료는 결국 못 깨어났거든.”

축동익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설명하자고 들면 할 말이 많았다. 의사의 기술과 경험이 달라졌고, 환자의 상태가 달라졌고, 마취의의 수준도 달라졌다. 지금은 약물조차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의사 생활을 4, 50년 해온 축동익은 쉽게 단언하지 않았다. 의학의 불완전성은 끝이 없었다. 두 원사가 당시에 겪은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병으로 죽는 사람, 죽지 말아야 할 병으로 죽는 사람은 여전히 많았다.

“능연은 다르다네.”

축동익은 시스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두 원사 상대로만 이야기하기로 했다.

“두 원사, 자네도 학자니까 나도 백프로라고 장담하지는 않겠네. 그래도 하나는 말할 수 있지. 능연이 수술하는 게 생존율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일세.”

“수술대에서 내려와 침대에서 한동안 고생하면서 죽는 걸 기다리면서 올리는 생존율이라면 생존이라고 할 수 없지.”

두 원사의 말투가 담담했다.

“동의하네.”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보장 못 하지 않나.”

“지질 조사할 때 자네는 어디에 광산이 있다고 자신하고 재산을 쏟아부을 수 있나?”

“이게 같나?”

“다른가?”

축동익이 되묻자 두 원사는 한숨을 내쉬며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축동익도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 병에 걸린 것도 두 원사고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는 것도 두 원사이니, 결정도 당연히 두 원사 본인이 내려야 했다.

수술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집도의가 순조로운지 아닌지, 모두 볼 수 있었다.

다른 집도의였다면 지금쯤 온갖 허풍 기술을 동원해서 자기를 추켜세우고 있을 것이다. 물론 지켜보는 사람이 많으니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해도 정상이었다.

능연은 시종일관 침묵을 유지했지만, 그를 잘 아는 의사와 간호사 눈엔 그 침묵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특히 서은과 장안민은 능연을 보지도 않고 그의 손놀림만으로 단서를 얻었다.

일종의 느낌이었다. 서은과 장안민은 능연의 수술 동작에 벌써 익숙해져 있었다.

능연은 확실히 기분이 좋았다.

오늘 수술도 가상 인간의 시간을 사용해서 더 충분한 준비를 했다.

지금은 가상 인간을 15분 정도 사용하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고령 원발성 간암 수술을 한 건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15분으로 10년 이상의 생명을 구해 오는 것이다.

15: 5256000이라는 환율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됐습니다. 알아서 봉합하세요.”

능연은 장갑을 벗음으로써 수술의 중요 부분이 끝났음을 알렸다.

그때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던 두 원사가 2층 참관실에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능 선생, 수술 성공했나?”

“성공입니다.”

“환자가 얼마나 더 오래 살 거 같나.”

“한 10년이요.”

“암은 다시 재발할 우려가 있지 않나?”

“환자 나이로 봐서 다른 암을 더 걱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질환이나요. 간암 재발은 아닐 겁니다.”

두 사람이 티키타카 주고받는 속도가 하도 빨라서 6 병원 왕 원장은 그제야 나설 수 있었다.

“두 원사님, 대화 시스템을 이렇게 쓰시면 안 됩니다.”

두 원사는 콧방귀를 뀌며 몇 걸음 물러났고, 현장의 의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다.

평소 참관실에서 이런 광경을 어디 볼 수 있겠냐 말이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수술한 의사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의사라면 이런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겠지.

그러나 사람들의 주의력은 곧 더 중요한 대답 때문에 분산되었다.

“생존기가 10년이라고? 말도 안 돼.”

“5년 생존율도 미지수인데 말이야. 저런 말을 어떻게 하지.”

“원발성 간암이라면 확실히 근거 데이터가 있긴 하지······.”

“너무 무모해.”

“젊어서 그런지 참 자신감에 넘치는군.”

두 원사는 의사들이 중얼거리는 말을 듣지 않고 고개를 돌려 축동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축 원사, 능연과 이야기 좀 할 수 있겠나.”

“알았네.”

축동익은 단번에 승낙했고, 참관실에 있던 의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다가 점점 목소리가 사그라졌다.

맹삼도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까다로운 환자를 실력으로 설득하는 것, 그래서 그 사람이 자원해서 치료받게 만드는 것. 그것이 공립 병원에 있을 때 그가 가장 바라던 일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