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원사는 신이 나서 자기 소장품을 소개하고는 기지개를 켰다.
“나도 요즘 한참 이 짓을 안 했어. 음, 능 선생 느낌이 어떤가?”
“잘 모르겠습니다.”
능연은 어쨌든 재질이 안정적인 물건이라 돌이 싫지는 않았다.
“그렇겠지. 젊은이들은 손질되지 않은 돌에 흥미를 그다지 느끼지 않겠지.”
두 원사는 내가 다 이해한다는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그의 퍼포먼스에 좌자전은 속으로 그걸 이제 알았냐고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좋은 거 주우러 가세나.”
두 원사가 손뼉을 짝짝 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여기는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보석 교류 중심인데 사실 보석뿐만 아니라 광물도 많아. 소장할 만한 물건이거나 흥미를 느낄만한 거라면 뭐든 팔지.”
“거기 안 간다면 병원으로 돌아가도 됩니까?”
“아이고, 능 선생 내 앞에서 체면 차릴 필요가 뭐 있다고. 이따 마음껏 고르라고. 내가 옆에서 잘 지켜봐 줄게. 가치 모르고 파는 사람이 많다니까, 아무렇게 골라도 한 달 월급은 나오네.”
능연이 하는 말에 두 원사가 열정적으로 능연을 잡아끌었다.
좌자전은 고개를 들어 커다란 창고를 둘러보다가 곁에 있는 손자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할아버지 재산이 다 그런 식으로 헐값에 보물을 사 왔다는 건가?”
“보물이 어디 시간만큼 소중한가요.”
손자가 고개를 저으며 좀 더 심각해진 말투로 대답했고 좌자전은 멍해졌다.
양고기 골목은 곳곳에 양 크기만 한 작은 가게가 널려 있었다. 가게 주인과 직원도 끼니를 기다리는 양처럼 평소엔 가게 안을 어슬렁어슬렁했고 손님이 오면 풀이라도 발견한 듯 메메대며 우르르 몰려들었다.
능연은 그들이 뭐라고 우는지 듣기도 귀찮아했고, 전칠은 들을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양들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두 사람을 관찰했다.
남자는 잘생겼고 여자는 예쁘고. 게다가 여자 손목엔 리처드 밀 시계를 차고 있었다. 어쩐지 보디가드도 대동했더라니. 일반인이 평생 먹을 걱정 안 해도 될 만한 시계였다.
“사장님, 우리 능 선생한테 좋은 것 좀 골라 주시게. 새로 들어온 것 있나?”
두 원사는 어떤 유형인지 고르지 않고 뭐든 보여달라고 했다.
그는 정통 국내 지질학 전문가였고 평생 돌을 가지고 논 사람이었다. 화전옥이든, 전황(田黃: 복건성에서 나는 보석)이든 혹은 비취든 그 광산을 얼마나 많이 봐왔는지 모른다. 평소에 타지에 회의하러 갈 때도 툭하면 끌려가 참관하고, 일반인이 평생 가도 못 볼 드문 광경을 구경하곤 한 그는 작은 보석 가게에서 주인이 가치를 모르는 보석을 헐값에 사는 재미를 누리곤 했다.
“싼 거 좀 많이 가져와 보게. 대충 보고 고르게. 이건 얼마인가?”
두 원사는 대머리독수리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못생긴 돌 하나를 아무렇지 않게 집어 들고 가격을 물었다.
제대로 된 돌을 하나 골라 집도의에게 선물할 작정이었다.
두 원사는 ‘이건 뇌물이 아니야. 그냥 내일 집도할 의사에게 존경을 표시하는 거지. 내 목숨값이지.’ 하고 스스로 위안했다.
양고기 골목 안의 가게 사장들은 두 원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원사님이라면 800에 드리죠.”
사장은 긴말하지 않고 가격을 불렀다.
“오, 비싸구만.”
두 원사도 두말없이 별로 개의치 않는 듯 못생긴 돌을 던졌다. 사장은 눈썹을 치켜뜨고는 유심히 그 돌을 바라보면서 기억에 해두었고 좌자전은 딱 보고 두 원사가 책략을 펼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사장도 그 수법을 잘 알고 있다는 것도.
“능 선생, 이거 한 번 보게”
두 원사는 다른 돌을 들고는 능연에게 선보이며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이건 껍질에 싸인 밀납이라네. 껍질을 벗기고 조각으로 만들면 50%는 가치가 더 나갈 걸세.”
그는 조금 낮춰서 말했다. 50% 판매가만 해도 버는 거였고, 현재 시세로 보면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다. 아무래도 헐값에 사는 것이다 보니 사는 족족 큰 이득을 볼 수는 없었다.
능연은 좋다고 말한 다음 바로 사고 나면 돌아가도 되냐고 물었다.
“이제 시작인걸. 조금 더 골라보세.”
두 원사는 그 돌을 남겨두고 신이 나서 다른 걸 뒤적였다.
“원사님 내일 수술 사전 준비도 해야 합니다.”
“나도 아네, 알아.”
능연이 상기시키는 말에 두 원사는 별말 하지 않고 변함없이 돌을 골랐다.
“두 원사님 어디 아프신가요? 심각합니까?”
사장이 놀라서 물었다.
“병이 다 그렇지. 심하다고 하면 심한 거고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거지. 그건 됐고, 이 돌, 이건 얼만가?”
두 원사는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녹송석 하나를 또다시 들어 올렸다.
“3,200입니다. 다른 사람은 3,500 줘도 안 파는 겁니다.”
“밀납은?”
“1,700 어떠십니까? 크잖아요.”
“그럼 밀납으로 하겠네.”
두 원사는 뿌듯한 듯 돈을 냈다.
“이게 괜찮아 보이십니까? 제 생각엔 안에 없는 거 같은데요.”
“있기만 한 게 아니라 색도 제법 괜찮네. 오늘은 시간이 없고, 다음에 기회 있으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세.”
사장이 껄껄 웃으며 묻는 말에 두 원사도 따라 웃었다.
“그러지요.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사장도 손해 본 거 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말했다.
“너무 아무거나 팔아서 그렇지. 이런 건 하나하나 배워야만 하네. 무턱대고 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 말이지. 나중에 하나를 알게 된 다음 정통하면 또 하나 하고, 그래야 전문가가 될 수 있지.”
두 원사는 전에는 이런 식으로 사장하고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특별히 말이 많아졌다.
사장은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태도만은 적극적이었다.
두 원사는 너무 많이 설명했다고 깨달았다. 순간 ‘마지막 수업’이라는 말이 떠올라서였다.
두 원사는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문 앞에 선 두 원사는 조금 전에 산 밀납을 꺼내 손으로 굴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옛날 같지 않아. 헐값에 보물 고르기도 쉽지 않다니까. 전에는 시장에 널리고 널렸었는데 말이지.”
능연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못 믿겠나?”
두 원사가 능연을 바라봤다.
“전 잘 모르니까요.”
“자넨 몰라도 되네. 내가 알면 됐지. 능 선생, 이 밀납 자네 마음에 들면 내가 원가에 주겠네. 어떤가?”
두 원사가 밀납을 다시 건넸다.
“헐값에 보물 골라주겠다고는 했지만, 얼마나 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옛날이라면 능 선생 하나, 전칠 씨 하나, 우리 큰 손자, 작은 손자 하나씩 다 골라주는 것도 문제가 아니었을 텐데.”
마치 뒷일을 부탁하는 것처럼 하나하나 배정하는 모습에 손자의 눈시울이 바로 붉어졌다.
“할아버지.”
“녀석.”
두 원사가 손자의 퉁퉁한 어깨를 두드렸다.
“두 원사님, 헐값에 보물 고르는 건 그냥 재미잖아요. 걸리든 아니든 즐거우면 됐죠.”
능연의 표정을 살핀 전칠이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 그런데 지금은 암에 걸렸잖아.”
두 원사는 자기 병으로 농담했지만, 웃을 수가 없었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니 어떻게든 풀고 싶었다. 일단 수술대에 올라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 모르니 말이다.
“그럼 같이 찾아요.”
전칠은 조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재빨리 뒤쪽으로 눈치를 주었다.
그러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형님, 제가 같이 고르면 어떻겠습니까?”
“누구신지?”
두 원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평성 광업 고문 이학초라고 합니다. 전에 할리버튼 석유 탐사를 했고요, 나중에 유색 금속 탐사도 했지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말했다.
두 원사는 동행을 만나자 고집스러운 모습을 조금 거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할리버튼 같은 큰 회사에서 유색 금속으로 전환하다니. 업계 차이가 꽤 컸구만요.”
“하하하, 보석 광석 쪽도 좀 아는 편인데, 같이 고르는 게 어떻겠습니까?”
“알아서 각자 고르지요, 그럼.”
하하 웃으며 하는 이학초의 말을 두 원사는 완강하게 거절했다. 돌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넘쳤다.
이학초는 웃으면서 몇 마디 더 건네고는 물러섰다. 그는 전칠을 힐끔 바라보고는 조용히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두 원사는 본인이 이겼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고, 다른 가게로 가서 다시 기분을 다스리고 큰 소리로 고함쳤다.
“사장! 요즘 수집한 것 다 꺼내 오게. 싼 거로.”
“예, 갑니다.”
안쪽 방에서 큰 소리로 대답한 사장은 잠시 후에 쓰레받기 하나를 들고나왔다.
기다리는 사이 몇 사람이 가게로 들어왔다. 두 원사는 양고기 골목에서 유명한 편이었다. 그가 왔다는 소식이 퍼지자 한가한 가게 사람들이 모두 달려왔다.
촤르륵, 쓰레받기에 가득한 돌이 철제 카운터 위에 떨어졌다.
“공장 판매가라서 물건이 쌉니다. 에누리 없이요.”
사장이 기세등등하게 하는 말을 두 원사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물건을 골랐다. 양고기 골목엔 작은 가게가 많아서 새로 열고 닫는 가게도 있었다. 보아하니 이 집은 액세서리 가공 위주로 재료 판매를 하는 모양이었다.
두 원사가 가장 좋아하는 가게였다. 잡다한 물건이 많아서 사장이 두 원사처럼 모든 걸 깊게 파고들지는 못했고 여차하면 좋은 물건을 건질 기회가 있었다.
“능 선생, 같이 고르겠나?”
두 원사는 자신의 집도의를 콕 집어 불렀다. 능연은 마음 내키는 대로 걸어 나가 무심히 돌들을 뒤적였다.
두 원사는 매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하나하나 뒤적이다가 중간에 있는 마노를 발견하고는 집어 들었다.
“이건 얼마요?”
“3,800입니다.”
두 원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상대를 보면서 역시나 문외한이라고 생각했다.
“에누리 없습니다.”
두 원사의 표정을 본 사장은 단호한 말투로 대답했다.
두 원사는 허허 비웃으며 마노를 내려놓고 그길로 나가려고 했다.
“능 선생, 이게 마음에 드시나?”
이학초가 그때 입을 열었다.
두 원사가 고개를 돌려보니 능연이 손에 오렌지색 석류석을 들고 있는 걸 보고는 고개를 끄떡였다.
“환타석이 예쁘기는 하지.”
환타석이란 스페사틴의 상품명으로, 돌의 색이 환타랑 비슷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보석 중에 환타석은 신흥 계층에 속했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좋아했다.
그러나 신층 계층인 보석인 만큼 가격이 투명해서 헐값에 얻을 가능성이 작았다.
“880입니다.”
사장이 냉정하게 하는 말에 두 원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사장을 바라보며 역시 문외한이라고 생각했다.
사장은 두 원사의 눈빛에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에누리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