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화 6 병원 수술실.
녹색 페인트가 칠해진 벽면에 파란 시트가 수술대를 덮고 있었다.
마취의는 바짝 긴장한 채 약품을 조절하고 있었다.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아무렇게나 하고 아무렇게 고치고 아무렇게 볼 수 없었다. 오늘 수술은 병원 고위층만 해도 몇 명이나 현장에 있는지 모른다. 그중에 까다로운 사람이 있다면 태클 한 번에 목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간호사들도 혹시 수술에 영향을 줄까 봐 한 번 또 한 번 자세히 검사했다.
현장을 지휘하는 서은은 퍼스트 어시 신분으로 전체를 감독하면서 가끔 고개를 들어서 촘촘히 참관실 유리 벽에 붙어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왕 원장의 기대하는 눈빛에 6 병원 고위층들의 실루엣이 여럿 보였다.
참관실 구석에 빙지상 교수의 모습이 이 수술의 관심도를 더 높였다.
빙지상 교수는 운화에서 출장 수술할 때 실수한 혐의가 있었지만, 그의 신분 지위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첫째, 환자가 안전 무사했고 둘째, 아무리 대단한 교수라도 실수할 때가 있어서 의학계에서도 완전무결을 기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환자가 수술대 위에서 위기 상황이 생기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수술대는 원래 생사 난관을 겪는 곳이다. 어떻게 난관을 해결하는지가 능력 있는 의사의 강점이었다. 환자가 대량 출혈 상태에서 회복된 것이 오히려 빙지상 교수의 공로로 여겨졌다. 다만, 그가 능연이라는 의사를 도구로 썼을 뿐이다.
빙지상 교수의 일반 외과의 명성으로는 정말로 능연 같은 의사를 도구로 사용할 만한 자격이 있었다.
그리고 그가 능연이 집도하는 수술 현장에 나타나 수술을 참관하는 것으로 능연의 지위도 높아졌다. 의학계에서 지위란 이런 식으로 조금씩 쌓아 올라가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서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눈앞에 능력 있는 의사들이 이렇게 많이 나타났다는 건 ‘조금씩’이라고 볼 수 없는 일이긴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앞으로 북경 의사들이 능연을 거론할 때 더는 등한시 하지 못하리라. 서은이 이제 능연을 다시 출장 수술 의사로 초빙할 때는 지방 병원 의사라는 건 더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서은이 시선을 능연에게 돌렸다.
능연은 이번에 빈자리에 서서 두 손을 휘두르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악기 연습 중이라고 생각하리라.
그러나 현장에 있는 의사들은 능연이 지금 머릿속에 수술 장면을 시연 중이라는 걸 잘 알았다.
수많은 의사가 비슷한 습관이 있는데 능연은 최근에야 이런 습관이 생겼다.
능연의 동작을 보면서 서은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감탄스러웠다.
능연 같은 실력을 갖춘 의사가 아직도 어떻게든 실력을 올리려고 노력한다니, 그런 태도만으로도 배울 점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능연은 머릿속으로 기술 디테일을 고민하면서 두 원사가 어제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능연에게 두 원사는 특수한 환자가 아닐 수 없었다.
지금까지 능연은 비교적 응급인 수술이거나 아니면 아킬레스건 보건술 혹은 간 내 담관 결석 같은 위중하지 않은 수술을 해왔다. 간암 수술도 몇 건 했지만, 환자 중에 두 원사의 삶에 대한 욕구가 가장 강했다.
젊은 사람만큼 의지가 강했다. 혹은 두 원사는 젊은 사람처럼 열정과 희망을 품고 꿈을 추구한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능연은 인간관계에 서투른 사람이었지만, 두 원사를 보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학생이 신나게 숙제를 하고 있는데 미처 끝내기도 전에 부모가 숙제를 채간 것과 비슷한 마음이었다. 아직 끝내지 못한 숙제에 대한 갈망, 숙제를 끝내지 못해서 직성이 풀리지 않는 마음, 그때를 능연은 아직 생생히 기억했다.
“능 선생, 준비 끝났네.”
시간을 확인한 서은은 다른 준비 상태도 확인하고는 능연에게 통지했다.
능연은 알았다며 양손을 거둬들이고는 허공에 손을 치켜들고 수술대 앞에 섰다. 그러나 바로 수술을 시작하지 않고 잠시 침묵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 수술의 주요 리스크는 환자 문정맥이 암세포 영향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혈관 부분을 아주 조심스럽게 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환자가 지방간, 간경화 그리고 고혈압 같은 합병증이 있습니다. 위궤양, 장염 병력도 있고요. 심장에 부분 관상 동맥 경화도 심하고요. 나이가 많은 것도 있어서 최대한 빨리 수술을 끝내고 수혈을 적게 해야 합니다.”
서은과 장안민이 냉큼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간호사와 마취의는 더 빠르게 끄덕였다.
능연이 본인들 들으라고 하는 말인 걸 잘 알고 있었다.
같은 소속이 아니라서, 능연이 지금 하는 수술은 어쨌든 출장 수술 성질을 띠고 있었고 수술 전에 협진했더라도 수술 전후에 여러 번 소통할 필요가 있다.
왕안지는 참관실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상황을 소개했다.
“능 선생은 수혈을 적게 하자고 하지만, 혈액을 충분히 준비해야 합니다. 환자의 혈관이 매우 취약해서 수술 중에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어요. 환자의 간 기능이 너무 약해서 최대한 적게 간을 떼어내야 합니다. 이건 시간도 걸리고, 그만큼 집중해야 하겠지요. 환자는 명망 있는 공정원 원사입니다. 바쁜 몸이지요. 이 보기 드문 수술을 통해서 환자 목숨을 되돌릴 뿐만 아니라 환자의 직업 생활도 되돌려 두 원사가 업무 위치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참관실 의사들이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술 참관 온 의사가 모두 환자의 병력 등 관련 소식을 다 아는 건 아니라서 설명을 듣고 나면 앞으로 수술을 지켜볼 때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빙지상은 특히 진지하게 아래를 주시했고 능연이 수술을 시작하자 더욱 진지하게 집중했다.
사실 벌써 능연의 수술을 여러 번 봤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각각의 환자마다 능연이 서로 다른 기술을 발휘하는 점이 빙지상을 놀라게 하는 점이었다.
“대단하죠?”
빙지상 곁에 선 축동익이 뿌듯한 듯 물었다. 빙지상은 싱긋 웃으며 속으로 ‘정형외과 의사 주제에 능연이 얼마나 대단한 수술을 하는지 진정으로 알까?’하고 생각했다.
일반 외과 의사들의 그런 무시하는 시선에 너무나 익숙한 축동익도 비슷한 웃음을 되돌려 주었다.
‘웃기시네, 우리 능연 실력이 어떤지 보기만 하는 주제에.’
축동익을 모시고 온 100킬로 레지던트는 그때 구석에 서서 자기네 대장과 빙지상 교수의 소리 없는 눈빛 교환을 지켜보면서 교감 신경이 다 아파지는 것 같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에 든 물병 뚜껑을 따서 꿀꺽꿀꺽 마시고는 100.5킬로 레지던트가 되었다.
꿀꺽꿀꺽 소리에 빙지상이 데리고 온 일반 외과의가 바로 고개를 돌려 100.5킬로 레지던트를 바라봤다. 100.5킬로 레지던트는 입을 삐죽이며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으로 아래를 보다가 서서히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북경에 온 것이고, 사고무친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었지만, 주위를 훑어봐도 약간 낯익은 사람 외에는 아는 사람이라곤 능연밖에 없었다. 능연은 골관절 센터에 있었을 때처럼 변함없는 모습으로 진지하게 수술을 하고 있었고, 100.5킬로 레지던트는 심지어 묘한 친밀감을 느꼈다.
“전동 메스.”
수술대에서 능연은 이미 얇은 혈관 처리를 시작했다.
그는 매우 빠른 동작으로 순식간에 지혈 과정을 마무리했다. 이어서 니들홀더를 들고 간을 겨냥했다.
간은 약하기로 유명한 장기다. 간경화 된 간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고 조금만 힘에 문제가 생겨도 바로 실수가 생긴다.
한편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 수술 절개구도 해마다 작아지고 있었다.
능연은 두 주먹만 한 크기의 절개구를 통해 서서히 간을 건드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