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47화 (428/877)

수술실 복도 앞 대기 로비에 사람들이 무리 지어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조용히 기다리느라 분위기가 다소 처져 있었다. 수술실 복도 앞 쌍여닫이 문이 열리고 환자가 나올 때나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두씨 가문 사람들도 양측으로 길게 늘어서서 침울하게 앉아 있었다.

두 원사의 큰 손자는 맨 앞에 앉아서 양손으로 팔짱을 끼고 수술실 복도 대문을 바라보면서 할아버지의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그의 고모와 어머니, 그리고 사촌들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사실 보존 치료를 하는 게 옳지 않았나 싶어요.”

딸이 눈물을 훔치며 곁에 있는 올케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두 사람은 사이가 괜찮은 편이었고, 두 살 많은 올케는 언제나 주관이 뚜렷했는데 지금은 눈물이 그득한 모습이었다.

“아버님 간 상태가 안 좋고 질환도 많아서 안 된다잖아요. 보존 치료를 얼마나 많이 알아봤어요. 아버님 간 상태로는······ 보존 치료도 낙관적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보존 치료는 적어도 살아는 계시잖아요. 혹시라도 수술하다가······.”

딸은 몇 마디하고는 훌쩍이기 시작했다.

딸이라고 해도 벌써 60 넘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울음을 터트리자 남편과 아들은 어쩔 줄 몰라 했고 역시 며느리가 앞으로 다가가 손을 잡고 토닥였고 두 원사의 큰 손자도 퉁퉁한 팔뚝을 내려놓고 간절하게 설득했다.

“고모, 축 원사님이 추천한 의사잖아요. 저도 만나 봤는데, 젊긴 해도 대단해 보였어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고모는 조금 집착하며 물었다.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젊잖아요. 그러니까 중년 의사보다 더 대단한 거죠. 아니면 축 원사님이 그렇게 신임하겠어요? 6 병원도 마찬가지예요. 능 선생이 대단한 의사가 아니라면 차라리 본인 병원 의사를 내세우겠죠.”

손자는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속으로는 내가 저렇게 잘 생겼으면 실력이 대단하지 않은 이상 의사 생활은 개뿔, 진작에 다른 길로 나갔다고 생각했다.

그 말에 고모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은퇴할 나이가 다 되어가다 보니 그녀도 생각이 많아졌다. 나이가 젊다는 건 의사에게 확실히 제약이었다.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을 때도 다들 나이 많은 의사 진료를 선택한다. 젊은 의사가 똑같은 대우를 받으려면 얼마나 많이 노력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거의 불가능했다.

젊은 의사가 동년배를 훌쩍 뛰어넘는 재능과 노력을 해서 동년배를 훌쩍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한다면 높은 평가를 받겠지만, 그렇다고 그 젊은 의사의 능력이 절대로 나이 많은 의사를 뛰어넘는다고 할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나는 혹시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다물었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걱정도 늘었고, 걱정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할까 봐 두려웠다.

“혹시는 무슨!”

줄곧 앞에 앉아 있던 두가 장남, 그러니까 퉁퉁한 손자의 아버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가족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를 향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인제 와서 후회하면 뭘 해. 심지어 안에 상황이 어떤지 모르지 않아요. 이건 구멍 뚫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드릴을 꺼내서 뚫기 시작했는데 혹시, 혹시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다는 거요!”

재킷을 입은 두가 장남 두택재의 시커먼 얼굴이 보기만 해도 두려웠다. 가족들은 그를 두려워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끽소리 내지 않았다.

두택재도 60 가까운 나이였고, 콧방귀를 뀌는 기세가 매우 등등했다.

“다들 너무 긴장해서 그러지 말라고요. 이제 다 내 말만 들어요.”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잠시 후, 두택재가 힘겹게 여행 가방을 끌고 올라왔다.

그는 별말 없이 우선 작은 의자를 하나 옮겨 긴 벤치 사이 넓은 곳에 두고는 여행 가방을 눕히고 지퍼를 열어 안에서 조심스럽게 붉은 융단에 싸인 기둥형 물건을 꺼냈다.

붉은 원단을 벗겨내니 자수정 원석이 모두의 앞에 드러났다.

두택재는 다시 여행 가방에서 커다란 나무 받침대를 꺼내 낑낑대며 자수정 원석을 나무 받침대에 끼웠다.

“다들 절해요. 이 자수정 원석 영험하니까.”

“아버지······.”

퉁퉁한 손자가 울지도 웃지도 못할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런 걸 왜 꺼내와요. 그것도 병원에서. 여기다 절하는 걸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아들의 말을 두택재는 콧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뭐라고 생각하든 말든, 병원이 무슨 상관인데. 아버지를 반드시 살릴 수 있다고 하면 나도 병원이 시키는 대로 하겠다. 동굴을 뚫는 것도 말이야, 반드시 뚫을 수 있다고 누가 보장하면 뭐하러 이 무거운 걸 들고 산길을 걷겠냐. 어떤 동굴일지 보장할 수 없으니까 다들 절하고 그러는 것 아니냐.”

두택재는 그렇게 말하면서 여행 가방에서 전자 초를 꺼내 자수정 원석 앞에 두었다.

그는 작은 의자를 걷어찬 후, 자수정 원석 앞에 서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이번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아버지는 젊을 때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산촌에서 나와서 자수성가하고 험난한 세월을 겪으면서 가족을 먹여 살리면서 어머니 병원비를 구하기까지 했지요. 그래서 공부도 틈을 내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바람에 몇 년이나 시간을 낭비해서 겨우 학교를 마쳤고요, 아버지가 하는 일로 수많은 사람을 도왔습니다. 여러 곳의 어려움을 해결했고요. 아버지의 마지막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앞으로 시간을 조금만 더 주세요. 가능하면 몇 년 더 주셔서 손자 재롱 보면서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세요.”

손자는 아버지 등 뒤에서 부끄럽기도 하고 한스럽기도 한 마음으로 서 있었다. 뚱뚱해서 조금은 어려 보여도 벌써 서른 넘은 나이라 할아버지한테 재롱을 부리기도 쉽지 않았다.

두택재는 느릿한 말투로 한참을 중얼거리다가 마지막에 세 번 절을 하고는 자리에서 비켜났다.

“다들 절해요.”

가족들은 빛을 내는 자수정을 어이없어서 일그러진 표정으로 바라봤다.

두가 사람뿐만 아니라 로비에서 기다리는 백 명 가까운 사람들 모두 빛을 반사하는 예쁘게 생긴 자수정 원석을 바라봤다.

지나가던 의료진은 더욱 신기한 눈으로 그쪽을 바라봤고, 심지어 몰래 핸드폰을 꺼내는 사람도 있었다.

불경을 외우며 중얼거리는 노부인을 본 적도 있고 바닥에 꿇어앉아 기도하는 사람도 본 적 있지만, 자수정 원석?

두택재는 사람들 시선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 자수정 원석은 다 고증된 겁니다. 동굴 뚫던 당시에 자수정 원석 4개를 썼지요. 이건 정말 효험이 대단해요. 귀남 동굴도 이걸로 절해서 얻어 낸 거라고요.”

“오빠.”

두 원사 딸은 무슨 말로 오빠를 설득해야 좋을지 몰랐다. 이야기에 구멍이 너무 많아서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부터 문제였다.

“에휴, 그래 절하자 해.”

긴 벤치 끝에 줄곧 앉아 있던 두 원사 사촌 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이고 절을 했다.

건전지를 넣은 전자 초의 불꽃이 매우 안정적이었다.

두 원사 딸은 멍하니 굳어 버렸다. 그의 기억 속에 종고모는 우아한 초등학교 선생님이었고, 은퇴 후에도 매일 노래를 부르고 꽃꽂이를 하는 매우 지적인 느낌이었다.

그런 종고모가 오빠의 기괴한 행동에 동의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우리 오빠는 우리 가족의 중심이며 직장의 대들보입니다. 십 년 동안 가족을 위해 마음 쓰고 나라를 위해 몸 바치면서 항상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깊은 산에 들어가 일을 해왔습니다. 부디 몇 년만 시간을 주세요.”

종고모는 천천히 몸을 기울여 절을 했다.

올케도 한숨을 내쉬며 가서 절을 했다.

다른 가족들은 빛나는 자수정 원석을 보며 황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두택재는 담배 하나를 꺼내 불을 붙이지 않고 코 아래 두고 조용히 냄새를 맡으면서 먼눈으로 수술실 방향을 바라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