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 주의하세요.”
능연은 손으로 매우 조심스럽게 환자의 간을 건드렸다.
70 몇 살 노인은 신체가 건강하다고 해도 열어보면 간이 약하고 딱딱하다. 내장 쇠약은 피부 쇠약과 마찬가지로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
젊은이의 피부는 붉고 탄력 있으며 간도 분홍빛으로 탱탱한데 나이가 들면 피부는 아무리 화장품을 많이 써도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우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간 2차 상해를 피할 수 있었다.
서은과 장안민 두 사람은 노출된 간을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면서 가능성 있는 출혈 포인트를 피하려고 애썼다.
“없네.”
“없어.”
두 사람이 앞뒤로 대답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검사를 끝내지 않고 진지하게 다시 한번 체크했다.
의학은 디테일 때문에 복잡하기 마련이었다.
지금 출혈 포인트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로 안 보인다고 끝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한두 군데 찾았다고 끝도 아니고 정말로 출혈 포인트가 없는 걸 확신해야 끝이 난다.
그런데 하필 간은 복강 안에 감춰져 있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서 검사하기에 부담감이 매우 컸다.
“출혈 없으면 계속하겠습니다.”
능연은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48분이 흘러 있었다. 그러나 해야 할 스텝을 넘길 수는 없었다.
조금 전에 출혈 포인트를 체크하지 않거나 조금 간단하게 처리했다면 시간을 몇 분 정도 절약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로 인해 리스크가 생길지도 모르니, 그럴 가치가 있는지는 고려해야 할 점이었다.
외과 의사는 수술대에 서는 순간부터 쉴 새 없이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복잡한 수술일수록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각종 가이드, 의학 증명, 분석이 있는 것이다.
능연은 그랜드마스터급 맨손 지혈로 끊임없이 출혈 포인트를 판단하며 출혈을 예방했다.
전자 메스를 들 때마다 그랜드마스터급 열 지혈 스킬이 또 효과를 발휘했다. 그랜드마스터급 열 지혈 스킬로 취약한 간에 출혈을 멎게 하는 동시에 화상은 입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 아마추어가 엄마를 부르며 울게 만들 수 있다.
동시에 마스터급 간 절제 수술과 그랜드마스터급 림프 제거 스킬은 수술이 안정되게 진행되도록 보장한다.
국부 복부 해부 경험, MRI 판독 스킬, X-ray 판독 스킬, 그리고 심폐소생 스킬 모두 수술 안전도를 높인다.
참관실에 있는 모든 실력자도 능연이 일사불란하게 수술하고 있다는 걸 알 뿐, 수술 난도를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능연은 평소처럼 순서대로 한 스텝, 한 스텝 진행하면서 각 인대를 박리한 다음 각자 다른 색 끈으로 관도를 들어 올려서 간 우동맥 오른쪽 앞부분과 뒷부분을 구분해냈다.
수술은 지극히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수술실과 참관실 모두 평화로운 미소가 가득했다.
모두 수술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오로지 서은만 이 수술이 얼마나 어려운지 조금 깨닫고 속으로 정말 대단한 수술이라고 감탄했다.
“혈압이 높아집니다.”
마취의가 갑자기 기계 경보음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고함쳤다.
띠띠띠띠.
그리고 곧바로 기계 경보가 울렸다.
그 순간에 마취의의 얼굴을 바라본다면, 아마 극도 긴장과 ‘왜 하필 재수없게 나야.’ 하는 복합형 표정을 읽을 수 있으리라.
그러나 아무도 마취의를 보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능연에게 향했다.
집도의가 바로 수술 중의 최종 결정자였다.
능연의 사고도 순간 멎었다.
다음 순간 능연은 손에 든 기구를 던지면서 냉철하게 명령을 내렸다.
“다들 움직이지 마세요. 멈춰요!”
말이 끝나자마자 복강에서 피가 치솟았다.
높이가 높지 않지만 분수처럼 부글부글 간문 위치에서 뿜어져 나왔다.
서은과 장안민은 식은땀을 흘렸다.
‘시발, 혈관 터졌나?’
간 수술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 바로 혈관 파열이었다. 하필 가장 두려운 상황이 닥치다니······.
순간 장안민은 혈관을 막으려고 손을 치켜들었다.
“움직이지 마세요!”
능연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면서 장안민의 동작을 막았다.
집도의인 능연도 바로 손을 쓰지 않았다.
그러니 수술대를 에워싼 두 조수, 스크럽 간호사 하나,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마취의까지 모두 굳은 채 환자를 바라봤다. 환자의 절개 부위에서 피가 부글부글 뿜어 나왔다.
능연은 눈도 깜짝이지 않고 아래를 바라봤다.
가상 인간으로 모의할 때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광경이었다.
능연은 가상 인간으로 수술 전체를 모의하지는 않아서 이런 순간이 닥칠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혹은 가상 인간으로 수술 전체를 모의했다고 해도 곁에 있는 마취의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올 수 있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
수만 가지 생각이 능연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왜지? 혈압이 왜 높아졌지?
이것이 능연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그러나 능연은 계속 그 방향으로 파고들지 않았다. 수술 중 혈압이 높아지는 이유는 너무 많았다. 통증, 저 산소, 고탄산 혈증, 혹은 체온 저하, 혈액양 과다 등 모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혈압이 높아졌는지 따질 때가 아니었다. 문제는 어떻게 적시에 지혈하냐는 것이다.
혈압이 높아진 이유와 지혈 방법이 충돌하지만 않으면 혈압 문제는 마취의가 처리하도록 두면 그만이었다.
뒤이어 더 많은 문제가 떠올랐다.
혈관이 왜 파열되었지?
능연은 그 문제에서 가로막혔다. 그는 아래쪽 출혈구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생각하고 또 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장 선생님, 우선 석션. 가장자리부터, 조직은 절대 건들지 않게요.”
참관실과 수술실에서 거의 동시에 안도의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현장에 있는 모든 이는 능연이 놀랐거나 굳어 버린 줄 알고 마음을 바짝 졸였다.
비슷한 경우를 겪은 의사는 사실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혈관 파열로 선혈이 뿜어 나오는 압력을 모든 의사가 견딜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능연은 이런 경험이 거의 없었고, 시스템에서도 유사한 기능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응급의학과에 머무는 일 년 넘는 시간 동안 능연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스트레스를 적지 않게 받았다.
익숙한 석션 소리를 들으면서 능연은 손으로 피가 뿜어져 나오는 곳을 가리켰다.
“여기 혈관이 취약해서 그럴 수 있습니다. 암세포 침투에 다른 조직까지 압박하다가 지금 압박이 사라지고 나니 피가 뿜어 나온 거죠.”
“혈관이 다······ 느슨해졌다고?”
서은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간담췌외과 의사에게 충격적인 말이었다.
현장에 있는 의사들은 그제야 능연이 왜 아까 움직이지 말라고 몇 번이고 강조했는지 깨달았다.
혈관이 정말 느슨해졌다면 손으로 살짝만 눌러도 혈관 파편이 혈관 안으로 파고들어 다른 부분에 색전을 일으킬 수 있다.
능연은 뿜어져 나오는 혈류를 눈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 바로 막지 않았고 진중하게 입을 열었다.
“혈관이 느슨해져도 상관없습니다. 잘 봉합하면 똑같아요. 다만 봉합 난도가 높아지고 수술 후에 약 처방 주의해야 합니다. 마취의 선생님, 혈압 내리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금방 효과 나타날 겁니다. 그게······ 출혈이 너무 심해서.”
마취의는 두피가 다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환자님 몸 상태가 약해도 너무 약했다. 비지도 아니고. 어쩐지 의사들이 다 수술하려 들지 않더라니.
능연은 마취를 잘 모르니 지시할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담담하게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바라봤다.
“앞부분이 순조로워서 피를 좀 흘려도 상관없습니다. 됐습니다, 보입니다. 포셉!”
스크럽 간호사가 냉큼 포셉을 능연에게 건넸고 능연은 혈류에서 드러난 혈관 파편을 재빨리 집었다.
“가위.”
가위로 파편을 잘라 투명한 볼에 담은 능연이 가위를 내려놓았다.
“됐어요.”
능연은 이어서 니들홀더를 받아 혈관 봉합을 시작했다.
혈압이 내려감에 따라 꾸르륵대던 혈류도 위력을 잃고 금세 출혈이 멎었다.
“880cc.”
마취의가 낮은 목소리로 숫자를 보고했다.
“예상을 넘어섰네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능연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능 선생 임기응변이 대단해서 그래.”
“이럴 때 다른 사람이었으면 완전히 끝장났을걸?”
한숨 돌린 서은이 그 김에 아부도 한 번 하자, 장안민도 선배의 말투를 따라 한마디 덧붙였다.
“잘라낸 조직, 검사 보낼까요?”
그들의 아부 의식이 끝나길 기다리던 순회 간호사가 물었다.
“필요 없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피커에서 참관실 빙지상의 목소리가 들렸다.
“능연, 잘라낸 혈관 파편, 필요 없으면 우리가 한 번 봐도 되겠나?”
“다들 궁금해한다네. 음, 의학적 호기심이지.”
축동익도 한마디 덧붙였고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보내서 가지고 가십시오.”
말을 끝낸 능연은 다시 수술에 집중했다.
참관실에 있는 사람 모두 호기심과 열정이 가득한 얼굴로 각자 앞에 있는 고해상도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C: 647 호두 파이 혈관
경화 6 병원 수술실과 참관실은 서로 보이지만 출입 통로는 달랐다.
수술실 간호사는 수술실에서 혈관 파편을 담은 투명 볼을 들고 측문으로 나가서 참관실로 조심스럽게 들고 올라갔다.
빙지상 교수, 축동익와 왕 원장 세 사람은 초조하게 참관실 문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이리 주게.”
“음.”
“여기······.”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자 혈관을 들고 있던 어린 간호사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리 주게.”
왕 원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린 간호사는 고분고분 유리 볼을 그에게 건넸다.
“같이 보시죠.”
왕 원장은 작은 유리 볼을 참관실 중앙에 두었고, 곁에 있던 초짜 의사가 깨끗한 핀셋 등 기구를 건넸다.
왕 원장은 볼을 잘 놓고 핀셋으로 혈관 파편을 조심스럽게 찔렀다.
“어떤가요?”
등 뒤에 서 있던 일반 외과 부주임이 궁금한 듯 물었다.
“직접 해보게.”
왕 원장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핀셋으로 혈관 파편을 집어 올리려고 팔을 뻗었다가 거둬들였다.
그리고 자리를 비워주었다.
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빙지상이 핀셋을 받아서 ‘내 차례’라고 중얼거리며 가장 좋은 중간 자리를 독차지했다.
그는 진정한 일반 외과 대가였다. 간담췌외과뿐만 아니라 일반 외과에서도 말이다.
일반 외과의 학습 강도가 높은 편이 아니라서 공정원 원사가 될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의학계에서 갖춰야 할 명성은 모두 갖췄고 의학 전문가 신분으로 축동익 앞에서도 기가 죽지 않았다. 공정원 원사면 뭐? 그냥 정형외과 의사일 뿐이잖아.
나이가 든 축동익은 뺏고 뺏기는 것에 이미 연연하지 않았다. 그가 조금 물러나니 다른 사람은 더욱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의사 몇 명은 벌써 핀셋을 들고도 팔을 밀어 넣지 못했다.
빙지상은 핀셋을 잡고 가볍게 혈관 파편을 건드렸다가 바로 멈칫했다.
수술만 4, 50년 한 사람인 그가 인체 혈관에 대해 얼마나 노련할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모 미식가가 22세부터 하루 세끼 같은 훠궈 가게에 가서 밥을 먹고 끼니마다 황훠우를 연속으로 4, 50년 먹었다면, 그 미식가가 황훠우에 대해 얼마나 익숙할까? 빙지상 같은 대가는 인체 익숙도가 그 미식가의 10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빙지상이 그런 혈관 파편을 핀셋으로 찔러보고 느낀 것은 미식가가 가게에서 황훠우를 젓가락으로 찔러본 것과 비슷하다고 상상하면 된다.
오늘 황훠우가 야들야들한지, 신선한지, 얼마나 끓여야 적당할지, 40년 동안 황훠우를 먹은 사람이 젓가락으로 찔러서 알아내지 못한다면 미식가라고 부를 수가 없다.
빙지상은 손을 올리자마자 바로 느낌이 왔지만, 왕 원장처럼 적시에 바로 손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손목을 들어 슥슥 핀셋을 몇 번 돌리다가 자세를 낮춰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혈관 찌꺼기를 집었다.
두 원사 간에서 잘라낸 혈관 파편이 허공에서 덜덜 떨렸다.
참관실 의사들이 모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빙지상을 바라봤다.
그러나 빙지상의 신분 때문에 아무도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빙지상은 싱긋 웃으며 자리를 비켜주며 ‘플리즈’라는 듯 다들 직접 만져보라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왕 원장이 헛기침하며 축 원사를 불렀다.
멀리서 온 손님이기도 했고, 심지어 상대는 원사였다.
“그럼 나도 한 번 해보지.”
축동익은 양보하지 않고 앞으로 나와 핀셋을 들고 대범하게 혈관 파편을 찌르려고 했다. 팔이 거의 볼에 닿았을 때 빙지상 입가의 가벼운 미소가 곁눈에 보였다.
일반 외과 의사가 정형외과 의사를 무시하는 태생적인 조롱의 미소였다.
축동익은 화들짝 놀랐다.
일반 외과 놈들은 역시 좋은 것이 없어. 경화 6 병원 왕 원장도 일반 외과 출신이지?
그리고 그는 핀셋을 들고 가볍게 혈관 파편을 찔렀다.
축동익이 순간 실눈을 떴다.
나이로 따지면 그가 빙지상보다 일고여덟 살 많았다. 미식가로 비유하자면, 미식가 축동익은 빙지상 미식가보다 황훠우를 적어도 7,665번 많이 먹었을 것이다.
정형외과 의사는 일반 의사보다 대단할 것 없다 해도, 혈관에 대한 이해는 비슷했다.
축동익은 싱긋 웃어 보이고는 혈관 파편을 살며시 집고 보란 듯이 허공에서 쳐다보고는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축동익도 자리를 내주었다.
“아니, 지금 제스처 놀이하십니까.”
경화 6 병원 간담췌외과 부주임은 아까부터 초조해하다가 조금 언짢은 기분으로 핀셋을 잡고 투덜거리면서 찔렀다.
빠직하고 혈관이 부서지자 부주임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축동익과 빙지상이 동시에 히히 웃음을 터트렸고, 자기 병원 의사라 대놓고 웃지는 못했지만, 왕 원장 입가도 실룩였다.
“무슨 혈관이 이래.”
부주임은 그제야 조금 상황 파악이 되었다. 그는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했다.
“호두 파이 혈관.”
빙지상이 혀를 끌끌 찼다.
“지금 지은 이름인데, 어떤가?”
“호두 파이를 반투명하게 만들면 이런 손맛이 나겠군.”
축동익이 찬성했다.
참관실 의사들은 드디어 의미를 깨닫고는 일제히 핀셋을 들고 앞으로 몰려들었다.
새끼손가락 반만 한 혈관 파편이 쉴 새 없이 조각났고 이제는 도무지 집을 수가 없을 지경이 됐을 때, 참관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두 원사 혈관이 이렇게 약했단 말인가요. 이런데도 수술을?”
“전부 다 이 꼴은 아니겠죠.”
“비슷할 거야. 게다가 이 부분이 이 모양인데, 다른 부분이라고 크게 다르겠어?”
심적 부담이 적은 초짜 의사들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며 토론했다. 그러나 현장에 상급 의사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취약한 혈관을 대응하는 건 외과 의사로서 매우 기본적인 일이었다.
빙지상은 아까 일부러 혈관 파편을 집어 올렸고, 축동익도 그랬다. 두 사람이 기본 내공 싸움을 한 것인데 왕 원장은 그럴 엄두도 내지 못했다. 사실 혈관 파편을 조각낸 부주임보다 크게 나을 것도 없었다.
그러나 빙지상이든 축동익이든 자기가 혈관 파편을 집어 들 수 있다고 해서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능연이 수술하는 동안 그가 처리하는 혈관이 이런 호두 파이 같은 혈관이라는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이런 것이 외과 의사의 가장 큰 차이였다.
기본기 같은 건 너무 기본이라 초짜 의사 때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주임, 부주임이 되고 나면 그때 가서 연습하고 싶어도 연습으로 얻을 수 없다.
운화병원 수부외과가 다년간 정상을 유지하는 이유도 그들의 연습실 공이 컸다. 젊은 의사들이 쥐꼬리로 연습한 혈관 봉합 실력이 나이 들어서까지 쭉 이어져 그들의 혈관 봉합 수준을 나타내게 된다는 말이다.
큰 혈관 봉합하는 의사, 세밀한 작은 혈관을 봉합하는 의사, 쥐꼬리를 봉합하는 의사, 모두 삼류 의사였다.
호두 파이 혈관을 봉합하는 기본 내공을 가진 의사는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절제 시작하네요.”
초짜 의사가 나지막이 한마디 하자 빙지상 등 모두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모니터를 바라봤다.
능연이 간원 인대(肝圓 靭帶:ligamentum teres hepatis)를 들고 간을 뒤집으며 혈관 결찰하고 혈관 박리했다. 모두 평소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참관실에 있는 어느 의사 하나, 평소처럼 마음이 평온한 사람이 없었다.
“진단의학과로 보내세요.”
능연은 잘라낸 간을 투명 유리관에 넣고 뚜껑을 닫은 다음 보온상자에 넣고 대기하고 있던 간호사에게 건넸다.
간호사가 종종걸음으로 수술실에서 나가는 걸 지켜본 의사들은 손을 끼고 기다렸다.
평소 같으면 웃고 떠들면서 수다 떨 시간이었다.
사실, 수술 내내 하하호호 수다 떠는 모습이야말로 정상이었다. 욕설이 오가는 것도 정상이고. 그런데 오늘 수술은 모두 녹화되고 대빵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연기라도 해서 잡담 없이 책임감 넘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의사나 간호사들은 자유롭게 움직여도 상관없지만, 동영상에서 ‘주의할 인물’로 지적당하고 싶지 않아서 고분고분 손을 세우고 있었다. 마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이라도 하는 듯이.
참관실 의사들도 아까부터 술래의 눈을 피하는 아이처럼 굳은 채 서서 혹은 앉아 있었다.
오늘 수술이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실력자 의사들이 모두 큰 충격에 빠졌다. 아마추어 5단 바둑 기사가 프로 1단 기사 두 명을 따라다니면서 고수의 대국을 참관하다가 문득 그중 한 명의 레벨이 너무 높아서 도무지 진짜 몇 단인지 알아볼 수 없는 상황과 비슷했다.
이런 장면은 사실 미묘하게 껄끄럽기도 했다.
축동익은 그나마 목공과(木工科) 의사였고 탁월한 기술이 능사가 아닌 진료과라 괜찮았지만, 빙지상 교수는 운화에 출장 수술 갔던 날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다들 ‘우연한 실수’니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날이 있다’느니 이야기해도, 빙지상 본인은 그날 대량 출혈 환자를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방법이 없는 게 정상이었다. 외과 의사가 수술하다 보면 환자가 죽음에 이르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아무리 환자가 수술대에서 죽는 게 가장 최악의 경험이라도 해도, 그래도 수술대에서 죽는 환자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현대 의학으로 천만번 당부하고 무수한 안전 처치를 해도 임상 의학은 불완전한 법이다.
그런데 그런 대량 출혈 환자를 능연이 결국 살려냈다. 빙지상은 그때 이미 능연이 대단하다는 걸 알았다. 그가 응급의학과 의사라는 걸 고려해 보면, 빙지상은 능연 같은 천재 의사가 적재적소에 있는 거라고 한때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늘 수술로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능연은 분명 천재 의사가 맞지만, 응급 수술에만 정통한 게 아니었다. 간담췌외과 스킬도 마찬가지로 말도 안 되게 정통했다. 심지어, 능연의 기술이 본인 기술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강산엔 대대로 인재가 나오고, 임상 기술은 계속 깔아뭉개지는 것을 현실 속 의사들은 사실 이해할 수 있었다.
빙지상쯤 되는 지위가 되면 임상 기술만을 능력으로 치는 단계가 아니었다. 그러나 능연의 나이를 고려하고, 능연의 파괴 등급을 고려하면, 빙지상 눈에는 능연이 자기를 깔아뭉개는 것뿐만 아니라 북경에서 그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 중간에 검사를 보내는 간 수술만 해도 원래 창조성을 띤 임상 기술 개발이었다. 그래서 빙지상이 일부러 참관하러 온 것이고.
그런데 능연이 메인 요리가 올라오기도 전에 애피타이저로 사람들을 놀라자빠지게 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때 수술실 안의 전화가 울렸고, 긴장한 채 전화를 기다리던 순회 간호사가 바로 달려가 수화기를 들었다.
“1번 수술실입니다.”
굳어 있던 사람들이 모두 전화기를 바라봤다.
“선명하답니다.”
순회 간호사는 흥분을 억누르며 수화기를 내려놓고 정중하게 보고했고 수술실에서 ‘하아’하고 가볍게 숨을 뱉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테두리가 선명하다는 소리에 다들 한숨 돌렸다. 그건 종양이 깨끗하게 절제됐다는 뜻이었고, 나머지 세세한 부분이 남았지만, 종양 절제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참관실 의사들은 여전히 고요했다.
굳이 따지자면 이것이 그들이 보고 싶던 내용이었다. 시간은 총 10분 정도? 그러나 다들 돌아가서 오늘 수술을 복기할 때 검사 부분에 중점을 두는 사람은 아마도 아무도 없으리라.
“고령 리스크 환자 수술을 할 수 있다니, 능연이 충분히 준비했겠지.”
왕 완장이 참관실은 이렇게 조용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분위기가 너무 딱딱했다.
“충분하다는 말로 부족하네요. 능 선생 기술은 정말로 어느 경지에 올랐네요. 고령 리스크 환자 분야에서는 아마 1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혈관 파편을 터트렸던 부주임이 아까 그건 단순한 모래사장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날갯짓하며 능연을 붕 띄웠다.
왕 원장 역시 그런 그를 힐끔 보며 웃었다.
“간 수술 중 병리 검사 부분도 가능성이 크지 싶군.”
“이건 아무래도 저희가 전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아서 그런 거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디테일한 정밀 의학이 미래 발전 방향이지 않습니까. 전에는 위암, 췌장암 하면서 비슷하게 서서히 쌓아 올라온 거니까, 우리도 쌓아 올라가면 되지 않을까요?”
혈관을 터트린 부주임은 화제를 전환하려고 열심이었고 왕 원장은 어느 정도 설득됐는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능연의 수술을 완전히 카피한다는 건 기술 난도가 높지. 고령 리스크에 기초 질환 다발성 환자는 확실히 어려워. 그리고 요즘 주류도 아니고. 그러나 현대 노령화가 얼마나 심각한가. 만성 질환 환자도 점점 많아지고. 현실 상황만 봐도 우리가 한 발 나아가 고민할 때가 됐다네.”
그 말에 조금 전까지 1문 1답 하며 분위기를 풀던 부주임의 말문이 막혔다. 고령 리스크 기초 질환 다발성이라는 글을 풀어 보면 얼마나 많은 연구 방향이 나온단 말인가. 그걸 한 번에 처리할 의사가 과연 그렇게 많을까?
경화 6 병원의 평범한 부주임 의사인 혈관을 터트린 부주임은 사실 기술 방면에 대단히 추구하는 바도 없었다. 주임이 된다는 건 밤에 잠잘 때나 하는 망상이었다. 이제 막 알에서 부화한 것도 아니고, 중고등학교 시험부터 의대 시절 고생에 주치의가 된 후에도 이어진 마음 졸임까지. 혈관 파열 부주임은 자기가 울트라 천재가 아니라는 걸 벌써 알고 있었다.
삼갑병원 체계 아래에, 특히 북경 삼갑병원에서 일하는 울트라가 안 붙은 천재는 모두 걸림돌일 뿐이었다. 혈관 파열 부주임은 자기가 신이 아닌 걸 잘 알고 있었고, 하느님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아들이 되고 싶다는 갈망은 진작에 접었다.
왕 원장 말에서 느껴지는 갈망에 대해 혈관 파열 부주임은 한마디도 대답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불똥이 본인에게 튄다면 그야말로 골칫거리였다.
주변을 둘러보던 왕 원장은 자기 병원 의사가 모두 시선을 피하는 걸 보고 순간 화가 났다.
왕 원장은 크게 목을 가다듬었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진단의학과를 수술실 가까이에 두는 게 어떤가 하는 거였네. 그러면 검사 속도가 빨라질 거 아닌가. 진단의학과에도 어떻게든 좋은 검사 기구를 넣고 사람도 더 충원하는 거지. 그리고 트레이닝을 거듭해서 임상을 더욱 잘 서포트할 수 있게······.”
그 말에 6 병원 의사들이 순간 긴장을 풀었다.
진단의학과를 수술실 가까이 두겠다는 건 리모델링을 대대적으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속도 빠른 기구를 배치하는 건 돈이 엄청나게 들고, 사람을 늘린다는 말은 더욱 즐거웠다.
“환자 나이를 조금 낮춰도 될 것 같습니다.”
“기초 질환 수량도 엄중하게 컨트롤하고요. 아니면 아까 같은 환자 상태라면 피가 그냥 뿜어져 나올 겁니다.”
의사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왕 원장에게 호응하게 시작했다.
외부 의사들은 못 들은 척 아래 수술실을 주시했다. 6 병원 내부에서 기구를 사든가 팔든가······. 아이고 부럽다.
누군가는 저도 모르게 핑계가 좋다고 생각했다. 기구도 사고, 인원도 늘리고, 능연처럼 수준이 높을 필요도 없고, 환자도······ 이득 보고. 그러나 능연의 기술은 배울 필요가 있었다. 목표가 있어야 상상할 공간도 늘어나는 법이다.
“능 선생 수술 아직 몇 건 남았습니까?”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
“아직 여러 건 있지.”
왕 원장도 내심 긴장해서 언제라도 손을 뻗을 것 같은 다른 병원 의사들을 바라봤다.
‘요즘 정말 일 하나 하기 힘들군. 조용히 비밀스럽게 하려니 일이 안 되고, 티 나게 하면 뺏길까 걱정이고.’
다행히 수술실에서 능연의 목소리가 들려서 그 화제는 더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
“오늘 수술은 여기까지입니다. 수술 끝.”
참관실 모두 박수치기 시작했고 왕 원장은 더욱 열정적으로 앞으로 나가 스피커를 켰다. 아래 수술실에도 짝짝짝 박수 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