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남편의 수술은 바로 중지되었고, 환자는 마취제를 맡기도 전이라 스스로 신을 신고 소생실로 가서 병원의 결정을 기다렸다.
경화 6 병원은 재빨리 빙지상 대빵이 협진실로 사용할 새 회의실을 하나 준비했다.
대빵 의사와 일반 잘난 의사의 차이점이란?
잘난 의사가 아직 출장 수술을 찾고 있을 때, 대빵이 출장 수술이라고 말하는 순간 모든 현지 병원들이 어떻게든 출장 수술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경화 6 병원은 등급 낮은 병원이 아니지만, 회의실 하나, 환자 하나도 빙지상 교수를 기쁘게 할 수 있다면 기꺼이 양팔을 들어 바칠 것이다.
“회의실이 초라합니다. 부디 양해 바랍니다.”
왕 원장은 고위층을 동원해 30분 만에 세팅한 회의실 안에 서서 조금 뿌듯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아무리 우리 경화 6 병원 실력이 떨어져도, 우리 경화 6 병원 설비가 뒤처져도, 우리 경화 6 병원 학술 능력이 떨어져도, 그래도 조직 능력은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고! 그리고 정치, 지휘도!
빙지상은 안을 휙 둘러보고는 미소 지었다.
“괜찮은걸. 왕 원장 고생했구만.”
“고생은요, 고생은요. 수술도 끝났겠다. 차라도 한잔하실까요? 빙 교수님, 벽라춘(*중국 명차 중 하나) 좋아하신다고 기억합니다만.”
왕 원장이 기억할 리가 없고, 조금 전에 제약회사 직원에게 전화로 물은 것이다.
접대라는 건, 아무리 병원이 잘한다고 해도 제약회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빙지상 교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 보였다. 아부하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축동익 원사가 그때 시험하는 눈으로 왕 원장을 바라봤다.
“축 원사님은 우롱차 좋아하시죠?”
시선을 바로 의식한 왕 원장이 물었다.
아까 확실히 축동익을 소홀히 대한 감이 있었다. 축동익은 어쨌든 상해 의사고 중간에 천릿길이 떨어져 있으니 북경-상해선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축동익 원사는 정형외과였다. 솔직히 말해서 정형외과 전공으로 공정원 원사가 된 축동익은 정말로 대단했다.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 같은 수술 방식을 여러 개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골반 관절 치환술에 쓰이는 국산 정형외과 재료도 그가 개발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북경 땅에서는 위력이 부족했다.
일반 외과 대가 신분으로 북경과 각 하급 병원 곳곳에 제자를 많이 만들어 쉽게 다른 사람의 위엄을 꺾는 빙지상과는 달랐다.
그러나 왕 원장은 이유 없이 축동익에게 밉보일 생각도 없어서, 우선 찻잎 이야기를 꺼낸 후 그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을 이었다.
“축 원사님 드시고 싶은 간식 있으신가요? 병원 앞에 괜찮은 곳이 있답니다.”
축동익이 말을 꺼내기 전에 회의실에 있던 맥순이 손을 들었다.
“간식은 제가 준비할게요. 프랑스에서 모셔온 셰프가 있습니다.”
맥순은 어쩔 수 없이 말을 꺼냈다. 정상적인 제약회사 직원이라면 이런 때 끼어들지 않으리라. 자칫 찍힐 수 있을뿐더러, 쓸데없이 돈 낭비하는 셈이니 말이다.
제약회사에서 의사들 접대를 하는 건 봉 잡히려는 것이 아니라 쓴 돈을 어떤 형식이든 돌려받으려는 것인데, 의사가 바라지도 않는데 굳이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전칠이 뒤에서 압박하는데 맥순이 뭘 어쩐단 말인가. 당연히 전칠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허락을 받은 맥순은 뒤로 물러나서 낮은 목소리로 전칠에게 물었다.
“우리한테 프랑스 셰프가 있나요?”
“없어?”
전칠이 되묻는 말에 맥순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전칠을 바라봤다.
“왜 있다고 생각하셨는데요?”
“내가 만나는 셰프는 거의 프랑스에서 왔다고 하던데? 아니면 프랑스 사람이거나.”
전칠이 이상하다는 듯 맥순을 바라봤다.
“우리 회사엔 그런 셰프 없어? 맥순 씨도 못 만나봤고?”
“저는 보통 자장면 먹으니까요. 그런 가게에 무슨 프랑스 셰프가 있겠어요?”
“회식 때는? 그때도 프랑스 셰프가 없어?”
“없습니다.”
“왜?”
전칠이 마주 보며 묻는 말에 맥순의 입가가 떨렸다.
“프랑스 셰프가 왜 있겠어요. 그럼 이제 어쩌죠? 어디서 갑자기 프랑스 셰프를 구해요? 사실 프랑스 셰프라고 말할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죠. 그냥 애프터눈 티를 준비하겠다고 할걸.”
“당황하지 마.”
전칠이 맥순을 달래면서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집에 북경에서 식당 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찾아서 물어보면 돼.”
쓸 만한 대답에 맥순이 침착해졌다.
그때 경화 6 병원 의사들이 환자의 차트를 정리해서 가지고 왔다.
일반 외과 주치의가 끌려와 소개를 맡았고, 능연은 컴퓨터를 달래서 환자 영상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해당 병원 환자는 자료를 바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시스템에서 바로 불러오면 되니 협진할 때 이런저런 골치가 없었다.
특히 부원장이 직접 참여하는 협진은 영상의학과와 기술과 모두 사람을 보내 참석시키니, 원하는 대로 다 손에 넣을 수 있어서 통쾌했다.
현장에는 경화 6 병원 의사, 능연, 축동익 그리고 빙지상 외에 다른 병원 의사들도 섞여 있었다. 일부러 그들을 내보낼 필요는 없었다. 일단 빙지상 교수가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 외과에서 수술하면 남이 봐주길 바라 마지않는다. 각종 국제회의에서는 돈을 써서 의사를 불러 참관시키는데, 다른 병원 의사가 원해서 참관하겠다는데 막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다른 병원 의사로서는 빙지상 교수가 출장 수술을 한다는데 안 보면 손해였다.
맹삼 역시 정신을 집중해서 회의 테이블을 주시했다. 아까 수술, 그리고 축동익과 빙지상이 얼마나 능연을 높이 사는지, 모두 봤던 맹삼은 지금 조금 불안했다.
그렇다고 그냥 가기는 억울해서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그때, 회의 테이블 끝에 앉은 빙지상이 수술 방안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담낭 근치술에 부분 간장 절제술은 빙지상에게 이미 익숙했고, 지금은 방안을 확정하고 환자 상황에 따라 임무를 배정하면 그만이었다.
“능연, 자네가 간 절제 수술하는 게 어떻겠나?”
빙지상이 주요 목적대로 능연과 상의했고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괜찮습니다.”
“담낭 절제도 해 봤지?”
빙지상이 불안한 듯 한마디 덧붙였다.
“많이는 아닙니다. 총 12건 했습니다.”
운화에 있을 때 담낭에 미쳐있던 시절이 있었다. 능연의 담낭 절제는 시스템 기술이 아니라 스스로 조금씩 키운 것이었다.
축동익 뒤에 서 있던 100.5킬로 레지던트가 꿀꺽꿀꺽 생수를 마셨다. 천장을 바라보면서 머릿속으로 자신의 수술 경험을 회상해보니 저절로 비장해졌다. 12건이 많지 않다고?
그때 빙지상 교수가 온화한 얼굴로 위로하듯 말을 건넸다.
“12건이면 확실히 많은 건 아니군. 그래도 다들 그렇게 조금씩 연습해 나간다네.”
꿀꺽꿀꺽, 101킬로 레지던트가 또 물 한 병을 비웠다. 빙지상은 그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는 계속 했다.
“능연, 그럼 담낭은 내 조수를 하겠나?”“아, 네.”
능연이 승낙하자 빙지상은 미소 짓고는 축동익을 바라봤다.
“두 원사가 깼는데 능연한테 꼭 할 말이 있다고 한다네. 그래서 녹음을 보내라고 했네.”
축동익이 핸드폰을 치켜들었고, 핸드폰에서 잠시 잡음이 들리더니 곧 두 원사의 허약한 목소리가 들렸다.
-능 선생, 고맙네. 나중에 자네가 공정원 원사 평가받을 때, 내가 살아 있다면 반드시 자네에게 한 표 주겠네.
짧은 녹음은 금방 끝났고, 축동익은 핸드폰을 거두고 빙지상을 바라봤다.
“우리 공정원 늙은이들은 젊은 원사가 생기기를 엄청나게 바란다네.”
빙지상은 그때까지 살 수는 있냐고 묻고 싶었지만, 현장에 사람도 많고 해서 겨우 참았다.
“차 가지고 왔습니다.”
맥순이 그 틈을 타 한마디 하고는 허락을 받았고, 나이 든 집사처럼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다.
“바쁘신 분들이라고 해서 간단하게 배 채울 수 있는 간식을 준비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빙지상이 체면 차리며 하는 말에 집사가 손뼉을 짝짝 치자 셰프 모자를 쓴 사람들이 줄지어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 거의 회의실을 한 바퀴 두를 만한 인원과 음식이었다.
“시간이 촉박해서 26가지밖에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집사가 공손하게 하는 말에, 아직 케이스를 분석하던 의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빙지상과 축동익의 시선은 맥순에게 향했다.
“회사가 어디라고?”
“운리제약입니다.”
빙지상이 묻는 말에 맥순은 다급하게 대답하고는 앞으로 나가 명함을 건네고는 축동익과 왕 원장에게도 건넸다.
“음, 괜찮군. 큰 회사 같아.”
빙지상이 고개를 끄덕였고, 왕 원장과 축동익도 명함을 보고는 챙겨 넣었다.
맥순은 마음이 터질 것 같이 흥분했다.
그리고 회의실 구석에서 안에 푸아그라 빵을 받은 맹삼은 한입에 삼키고는 재빨리 결정을 내렸다.
‘아무래도 척가로 가서 혼나는 게 낫겠어. 능연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야.’
26가지 간식을 게 눈 감추듯 먹은 의사들은 위풍당당하게 수술실로 돌아갔다.
현장에 있는 의사는 아무도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지만, 다른 업계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일하는 건 너무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환자가 회복실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으냐 말이다. 다급히 달려가 수술을 못 할망정 이리저리 미루다니, 자기 골칫거리를 스스로 사는 일 아닌가?
어떤 면에서 보면 의사들의 노동 강도가 높은 것도 질병 때문이었다. 그리고 환자와 의사 비율 문제였다. 의사가 훨씬 많아진다면 의사 부담은 분명히 줄어들 것이다.
물론, 이런 모순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6 병원에서 다른 생각을 하거나 혹은 머리에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당연히 병원의 경력이 될 빙지상 교수가 출동한 수술실엔 능력 있는 스크럽 간호사, 문제 해결에 유능한 머리가 빨리 돌아가고 환경에 익숙한 순회 간호사, 약 처리에 정통하고 약 특성에 노련하고 경험이 풍부하고 수면 시간이 충분한 마취의를 비롯한 가장 훌륭한 수술팀을 꾸려 줄 것이다.
빙지상 교수가 사용할 수술실은 가장 좋은 수술실이고 기구와 소모품도 최고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환자 본인이 수입 약품과 수입 소모품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병원은 똑같이 사용할 것이다. 나중에 국내 약품 가격으로 계산하면 되니까.
물론, 이런 것은 모두 작은 부분이다. 이런 것들로 수술 결과가 좋아지긴 하겠지만, 최종적으로 수술 결과에 영향을 주는 건 이런 간단한 디테일이 아니다.
빙지상도 그걸 매우 잘 안다. 세척실로 들어간 다음 미소를 거둔 그는 사람이 다 엄숙해졌다.
“능연, 담낭암 수술, 해본 적 있나?”
“없습니다.”
능연은 진지하게 손을 씻었다. 다른 의사처럼 손 씻는 걸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릴렉스하고 즐기면서 좀 더 오래 씻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빙지상은 고개를 비틀어 능연을 보면서 살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다가 얼른 감추고는 다시 말했다.
“담낭암 수술도 한 번 안 해보고 감히 퍼스트 서겠다고 한 건가?”
능연이 진지한 표정으로 빙지상을 바라봤다.
“복강 내 해부 구조는 매우 확실하게 알고 있습니다. 담낭 절제술도 여러 번 했고요. 그리고 림프도 잘합니다. 그리고 간장 절제술도 있고요. 쓸 만할 겁니다.”
자주 아래 의사들을 겁주면서 하는 농담인데 능연에겐 전혀 소용없다는 생각에 빙지상은 할 말이 없어졌다.
“그래 잊어버릴 뻔했군. 집도도 여러 번 한 사람인데. 흠흠, 그렇다면, 자네가 집도의라면 어떻게 임무를 배분하겠나?”
그러자 능연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가 집도할 때는 조수의 능력을 언제나 주의 깊게 살펴보고 조수의 능력에 맞게 일을 나눠주었었다. 그건 그가 다년간 단체 생활하면서 총결해낸 경험이었다. 비록 사교 활동을 좋아하진 않지만, 유치원에 들어간 후로 갖가지 단체 활동을 피할 수가 없었다.
단체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능연은 조금씩 하나의 이치를 깨달았다. 단체 구성원이 하는 말은 종종 진실이 아니라는 것. 특히 본인의 능력에 관해 서술하는 건 더 믿으면 안 된다는 것.
단체 활동을 좋아한다는 구성원은 싸움을 좋아할 가능성이 컸고, 독립적으로 일을 하는 데 소질 있다는 구성원은 냄비 사용에 소질 있을 가능성이 컸다.
진지한 책임형 학생인 능연은 점점 구성원의 자기소개가 아닌 본인의 판단을 믿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빙지상의 질문을 받은 능연은 망설임 없이 집도의 위치에 서서 자신이라면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제가 교수님이라면, 제게 일을 배분하라고 하신다면······.”
잠시 모호하게 말하던 능연은 바로 사고와 언어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말을 이었다.
“우선 책을 보겠습니다.”
멈칫했던 빙지상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드러냈다.
“생각이 너무 다이렉트군. 그렇지만, 음······. 우선 책을 읽고 싶나?”
“좋죠. 우선 책 읽겠습니다.”
능연은 담낭암 수술을 안 해본 것뿐만 아니라 관련 자료도 그다지 읽지 않았었다.
의학 서적을 달달 외우는 의사는 하나도 없다. 아무리 기초적인 서적이라고 해도 그건 불가능하다.
병원 레지던트나 주치의가 진료하면서 책을 보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부주임급이 된다고 책을 볼 필요 없어지는 건 아니다. 진료 범위가 줄어들기도 하고, 또 하나, 자기 사무실이 생기기 때문에 몰래 책을 볼 수 있는 것뿐이다.
능연은 몰래 책을 볼 생각은 없었다.
그는 수술실에 들어가지도 않고 세척실에 서서 유리를 사이에 두고 수술 준비하는 모습을 잠시 보다가, 초짜 의사가 들고 온 두꺼운 책을 받아들고는 느릿느릿 읽기 시작했다.
참관실에 있는 의사들은 아래 수술실에서 빙지상 대가가 진지하게 수술 전 체크를 하고, 기대 받는 퍼스트 어시 능연은 책 한 권을 끼고 느긋하게 책을 읽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담낭암 수술 분기를 집중해서 보게. 이따 열어서 대조해 볼 수 있게 말이야. 사진 있을 걸세. 그리고 담낭암은 보통 결석에 붙어 생긴다네. 지금까지는 물리 자극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네. 이따 실제로 검증해 보게. 수술 스텝을 단단히 기억해 두고. 뭐, 자네는 문제없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열어서 볼 때 상황이 어떤지에 달렸네. 간까지 퍼졌다고 확인되었지만, 다른 장기가 어떨지 모르는 일이니 말이야.”
빙지상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능연에게 현장 학습을 해주고 있었다. 수술실 분위기가 교실 같아졌지만, 의사들이 알고 있는 학습 장면과 확연히 달랐다.
혈관 파열 부주임이 견디지 못하고 한탄했다.
“나는 당시에 수술 하나 하려고 사흘 내내 책 읽고 논문 외우고 케이스를 달달 외웠는데, 마지막에 수술할 때 집도의가 저한테 딱 세 마디 하셨죠.”
“세 마디가 뭔데?”
“시작, 길 막지 마, 비켜.”
혈관 파열 부주임의 말투는 마음을 다친 듯한 말투였다.
102.5킬로 레지던트는 몰래 혈관 파열 부주임의 배를 훔쳐보고는 동병상련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