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51화 (432/877)

빙지상은 서둘러 수술을 시작할 생각 없이 느긋하게 수술실을 둘러봤다.

그는 요즘 수술 준비도 매우 느리게 했고 특히 담낭암 같은 큰 수술은 더 그렇지만, 급하게 메스부터 대지 않았다.

어렵게 시범 수술이나 생중계 수술을 얻었는데 혹시라도 기다리는 사람이 지겨워져서 자리를 뜰까 봐 서술로 수술을 시작하는 젊은 의사들과 달랐다.

빙지상 교수 나이와 지위쯤 되면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의사들이 배우고 싶어 한다고 딱히 나서서 가르치지도 않겠지만, 배우고 싶어 하지 않는 의사를 불러와서까지 보라고 할 일은 더 없다.

요즘 병원엔 배우길 바라는 의사가 널렸다. 의사들로서는 배울 기회가 안타까울 정도로 적었고, 어렵게 찾아온 대가 의사의 학급 기회에 수술실 안팎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환자는 벌써 준비됐습니다.”

담당 레지던트가 흥분해서 보고했다.

그가 수술실에 들어올 수 있던 건 순전히 운이었다. 그저 훅맨 역할이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수술을 지켜 보고 빙지상 교수와 적게나마 교류할 수 있다는 건 초짜 의사에겐 이미 완벽한 일이었다.

그것도 빙지상 교수가 수술할 때 지휘하기 좋은 훅맨을 원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상황을 모르는 주치의를 쓰느니 차라리 담당 레지던트를 더 원했다.

어차피 훅 당기는 일이니, 초짜 의사 쪽이 체력이 더 좋기도 하고.

서은이 이번에도 세컨드 어시를 받았다. 원래부터 경화 6 병원에서 밀고 있는 부주임 의사였고, 비록 말수는 적지만 사부는 많고 기술도 좋아서 무슨 일이든 잘 해냈다.

빙지상이 그때 고개를 돌려 창밖의 능연을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책은 다 읽었나? 이제 시작할 걸세.”

“그럼 손 씻겠습니다.”

능연은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내밀고 수술실 안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초짜 의사를 향해 시간 있는 사람이 책 좀 들고 있어 달라고 말했다.

“제가 할게요!”

하얀 가운을 입었는데도 좋은 몸매가 드러나던 젊은 여자 의사가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부탁드려요.”

능연은 책을 그에게 넘기고 앞으로 들고 있으라고 한 다음 본인 손 씻기에 집중했다.

외과의는 사람을 부려먹는 고질병이 있다. 혹은 사람을 도구로 쓰는 습관이 있다고 해야 할까. 훅맨 같은 조수도 훅을 더 쉽게 당기는 도구일 뿐이다. 물론, 집도의가 기분이 좋을 땐 농담하듯 훅맨에게 질문 몇 개를 던지면서 그의 인식체계를 뒤흔들기도 한다. 석션 조수도 비슷하다. 특히 기계 석션이 유행하기 전에 발로 밟아 석션하던 시절엔 조수가 더욱 필요했다.

능연은 지금 책받이가 필요했다.

6 병원 의사가 책을 가슴 앞에 두고 미소 지으며 능연을 바라봤지만, 그는 손 씻기와 책보기에만 집중하며 입으로도 ‘넘겨주세요, 감사합니다’만 반복했다.

“저는 유의림이라고 해요.”

의사가 낮은 목소리로 자기 이름을 말했다.

“안녕하세요.”

능연은 변함없이 매너 있는 모습으로 시선을 유의림을 향해 슬쩍 돌렸다. 유의림은 그걸로도 매우 기뻐하면서 몰래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분명히 앞으로도 사람이 필요할 거야. 계속 신경 써야지.’

“고생하셨어요.”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깨끗이 닦고는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유의림은 뒤에서 주먹을 쥐고는 뒤를 따라 들어갔다. 그 아우라에 안에 있는 남자 의사들이 비참해하며 묵묵히 뒤로 물러났다.

빙지상이 혀를 끌끌 차며 웃었다.

“능 선생, 참 부럽구만.”

말을 마친 그는 손을 휘두르면서 시작하겠다고 말을 이었다.

“자, 우선 개복해서 어떤지 한 번 봅시다.”

MRI든 초음파든 영상으로 얻은 정보는 눈으로 직접 보는 정보에 비할 수가 없다. 그건 외과 의사는 눈으로 본 정보를 더 잘 처리하기 때문이다.

초기에 복강경 같은 기술이 퍼지면서 발생했던 핵심 문제는 모두 외과 의사의 습관 문제였다.

의사는 파일럿이나 군인 같은 직업과 다른 특수한 점이 있다. 항공사가 비행기를 바꾸면 파일럿은 어떻게든 거기에 적응했고 정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는다. 군인도 마찬가지로, 군대에 새로운 장비가 필요할 때 일선 직업 군인의 발언권은 상당히 약해서 알아서 적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의사가 어떤 기구, 장비를 선택할지는 태생적으로 커다란 발언권이 있다.

어떤 의사는 항상 같은 아이템 메스를 사용하거나 특정 전기 메스를 사용한다. 그 아이템이 이미 도태되었다고 해도 해당 의사가 사용하기에 익숙하다면 계속 고집해서 쓸 수 있다. 수술 효과가 바로 최종 결정권을 가지게 되니까.

상대적으로 약품은 그렇게까지 고집할 수 없는 면이 있지만, 의사가 약품 추천대로 약 처방을 내리지 않거나, 표준 약 처방을 넘어서 처방을 내리는 것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었다.

빙지상 같은 나이 든 의사가 눈으로 직접 보는 수술을 고집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 점은 능연과 태생적인 차이가 있었다.

“메스.”

빙지상의 미소가 수술 마스크에 가려졌다.

능연은 빙지상 맞은편에 서서 아래쪽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책에 있는 내용을 회상하고 있었다. 집도만 한참 하다가 다시 조수를 서도 별 부담이 없었다.

“음······. 보자.”

빙지상은 경쾌하게 환자의 복강을 열면서 말을 이었다.

“개복은 간단한 스텝이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해야 하네. 그리고 개복 과정은 외과 의사가 몰입할 수 있게 해주지. 우리가 지금 단순한 기계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인체를 해부하고 있다는 것,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을 의식해야 하네.”

“네.”

능연은 수업 때와 마찬가지로 대답했다.

전동메스를 받은 빙지상은 여전히 가볍게 손을 놀렸다.

“요즘 젊은이들은 빠른 수술을 선호하지. 나는 그렇지 않다네. 수술 리듬이 너무 빠르면 집중력이 분산된다네. 좋은 습관이 아니야.”

“수술을 많이 해서 그럴 수도 있죠.”

빙지상을 거들면서 하는 능연의 말에 빙지상은 멈칫했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그 점을 놓친 모양일세. 음, 역시 같은 젊은 의사가 젊은 의사를 이해하는군.”

“그냥 매일 수술실에 틀어박혀 있을 뿐입니다.”

“수술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않나?”

“저는 수술이 좋습니다.”

능연은 간단, 단순하게 대답했다. 능연의 그런 눈빛에 빙지상은 그를 더욱 높이 샀다.

“젊은 의사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스스로 방법이 있다는 거군. 맞나?”

능연은 빙지상 교수를 힐끔 보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빙지상 교수의 미소가 마스크를 뚫고 나왔다.

“너무 쑥스러워하지 말게. 자네 같은 젊은이는 정말 드물다네. 수신제가 평천하라는 말이 자네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겠나. 그래도 젊은이는 젊은이다워야지.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내 앞에서는 다 해도 된다네.”

그리고 빙지상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정말 느리시네요.”

능연은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푸학!

젊은 의사가 웃음소리를 내고는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유의림에게 자기는 괜찮다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는 속으로 유 선생의 시선을 끌었다고, 이따가 뭐라고 자기소개를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내심 뿌듯해했다.

그렇게 그의 뇌파가 빠르게 교차하는 틈에 빙지상의 시선도 젊은 의사를 향해 꽂혔다.

“수술실 규칙도 다 잊어버렸나?”

빙지상의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가 강의실에서처럼 울렸다.

수술실에 있던 젊은 의사들은 잠시 사고 회로가 정지했다.

이런 말투, 매우 위험해.

아까 웃음을 터트렸던 의사는 벌써 굳어서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빙지상 교수를 바라봤다.

“불교이살위지학(不敎而殺謂之學: 교화하지도 않고 죽이는 것은 학대라는 뜻-논어)이라고 하지.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알겠나?”

빙지상은 손에 메스를 든 채 웃음을 터트린 의사를 노려봤다.

‘살’과 ‘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젊은 의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타액은 수술실을 오염시킵니다.”

“음, 오염시키는 게 아니라 오염시킬 수 있지. 그래서 우리가 마스크를 끼는 거 아니겠나? 안 그런가?”

빙지상 교수가 차근차근 타이르듯 말했다.

그러자 젊은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 내서 대답하게.”

잠시 엄한 표정을 지었던 빙지상이 다시 온화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아. 네. 맞습니다.”

“음.”

빙지상 교수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됐네. 꺼지게.”

“아······.”

젊은 의사가 멈칫하는 사이, 친구가 그를 슬쩍 밀었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는 다급하게 수술실에서 나갔다. 젊은 의사가 수술실에서 쫓겨나는 건 일상다반사라 특별할 것도 없었고 다들 동정조차 하지 않았다.

다행히 자기 진료과 주임이 아니라서 망정이지, 앞으로 수술할 때마다 큰일 날 뻔했다.

고개를 돌린 빙지상 교수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미소 짓는 얼굴로 능연을 바라봤다.

“우린 계속하지. 환자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개복 검사해보세.”

참관실에 있던 왕 원장이 웃음을 터트렸다.

“빙 교수님은 전부터 이랬지. 똑똑한 젊은 의사를 좋아하고 나머지는 다 싫어했어.” “재능 있으면 의사가 되는 거고, 재능도 없는데 남아서 자원 낭비할 거 없다. 전에 빙지상 교수가 이런 식으로 말을 했었죠. 나중엔 그런 말씀도 안 하시더라고요.”

혈관 파열 부주임이 고개를 흔들면서 그렇게 말했다.

“자리가 달라지면 말도 달라지는 법이지.”

곁에 있던 주임이 껄껄 웃으며 한마디 했다.

참관실 의사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이제 그 단계는 지난 상급 의사들이라, 다른 상급 의사가 어떻게 초짜 의사를 굴리든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능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기억 속에 인간은 사교 활동 중에 변화무쌍한 태도를 보인다. 1초 전에 다른 사람에게 화내던 여자아이가 능연을 보자마자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능연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정리하려 들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객관적인 시계(視界)를 더 신경 썼다.

예를 들어 지금 눈앞에 있는 환자 이강이라던가.

능연은 조심스럽게 환자를 검사했다. 검사 결과로 환자가 수술을 견딜 수 있는지 없는지 결정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담낭암은 비교적 잔혹한 부분이기도 하다. 보통 늦게 발견되기 때문에, 대다수 담낭암 환자는 배를 연 다음 복부 검사하고 나서 예상보다 암이 많이 퍼진 걸 발견하면 배를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닥친다.

환자가 수술대에서 죽지 않는다고 해도 수술 예후가 좋지 않을 수가 있다. 어떤 환자는 수술하고 나서 생존 기간이 오히려 수술하지 않은 것보다 짧을 수도 있다. 그런 수술은 의미가 없다.

“걱정 말고 만져들 보게.”

말을 마친 빙지상은 다른 조수 두 명에게도 말했다.

“다들 한 번 나와서 환자 복강 상태를 보게. 만져보는 건 괜찮다네. 인체 해부도는 수술 중에 보는 거랑 또 다르지. 특히 암조직은. 오늘 환자는 비교적 전형적인 케이스라네. 다들 와서 만져보게.”

그래서 능연이 복강 검사를 마친 후, 서은과 곁에 있던 서드 어시도 앞으로 나와 만져보았다.

서은이야 그렇다 치고, 곁에 있던 서드 어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드러냈다.

그는 환자의 침대 관리 담당 의사였다. 그 뜻은 의료 시스템에서 최하층민이라는 뜻. 수술실 같은 고급 장소에서 대다수 담당 의사는 들어와 수치를 보고하고 환자의 일상 상태와 금기 약품, 금기 증상 등을 설명하고는 쫓겨 나가기 마련이라, 일반 수술에서 서드를 서는 것조차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그저 만져보기만 하는 것일지라도 그런 기회가 오늘 자신에게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않았다.

수술실에 있는 다른 초짜 의사들도 부러움에 비명을 질렀고, 아까 쫓겨난 의사의 이름이 뭐였는지도 기억조차 못 했다.

빙지상은 세 사람 모두 만져본 다음 그제야 웃으며 말을 꺼냈다.

“내가 예전에 의대 졸업하고 병원에서 가장 놀란 건 의사들이 간이 작다는 거였네. 물론, 그때는 의사 실력도 제한적이었지. 아니, 이렇게 돌려 말할 필요도 없지. 그래, 실력이 떨어졌다네. 설비도 안 좋고, 교육 조건도 형편없고. 그래서 그 제한적인 수술 기회에 집도의도 전전긍긍했는데 우리가 나설 기회가 어디 있었겠나.”

능연 등은 끼어들 틈도 없이 그냥 빙지상이 박리를 진행하는 걸 지켜봤다.

“처음으로 담낭을 만져 본 게, 아마 열 번째 수술 때였나? 불쌍하기도 하지. 그때 의사들은 수술을 잘하지 못해서 책대로 했다니까. 수술하면서 그 긴장감이란 말이지, 아이고, 말도 못 하게 했었지. 우리 초짜들은 모르는 게 있으면 처음엔 그냥 물었거든? 그럼 집도의가 바로 ‘그 입 다물라!’ 하면서 사극 말투로 우리를 놀라게 했었지. 그때는 뭘 좀 배우려고 해도 수술이 끝나고 연습하고 또 하고 그래야만 했어. 그리고 시험도. 이론도 외워야 했지. 지금 보니 잘못된 이론이 많아. 하지만 그 시절에 나이 든 의사들이 어디 그런 걸 알겠나? 엄한 의사는 100점 맞아야 한다고 했었지. 100점 맞아야 수술할 수 있다고. 그래서 다들 목숨 걸고 외웠어. 그렇게 수술실에 들어간다고 해도 꼭 수술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 정말 괴로웠다네.”

빙지상은 정상 의사가 수술실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을 하고 있었다. ‘수다’

능연은 본인이 수다를 싫어해서 집도할 때 수다를 전혀 떨지 않는다.

사실 서은도 조금 그런 경향이 있었다. 본인이 집도하는 수술이라면 기껏해야 음악을 흥얼거릴 뿐이었다. 그러나 서은은 사부를 여럿 모셨던 몸이고, 같이 수다 떨어주는 기본기는 되어 있었다. 그는 빙지상이 신나게 대화하는 모습에 협조하면서 쓸데없는 질문을 던져 주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특히 신경 쓰셨군요?”

“그렇지. 낡은 건 배웠다가도 버려야 할지 몰라.”

누군가 말을 이어주자 빙지상은 더욱 신이 났다.

공개 수술이나 시범 수술을 너무 많이 해와서, 두려움 같은 건 진작에 사라지고 없었다.

빙지상 정도 지위가 되면 그야말로 모든 것이 마음 가는 대로였다. 그래도 수술 내내 본인 습관대로 하든 말든 지적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누가 지적하든 말든 본인도 개의치 않았다.

그래서 수술실에는 빙지상의 목소리만 가득했다. 대부분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었다.

참관실 의사들도 그저 들을 수밖에 없었고, 그중 주임 하나가 듣다 듣다 도저히 못 견디고 고함쳤다.

“전 이 이야기 벌써 두 번째입니다.”

“난 세 번.”

“전 네 번이요.”

“듣고 싶어도 기회가 없군.”

왕 원장과 혈관 파열 부주임이 하는 말을 거들던 축동익은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자 담담하게 한마디 덧붙였다.

“나는 정형외과 아닌가. 저 양반 잔소리를 들을 일이 없지.”

사람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 나니 수술실이 조용해진 걸 깨달았다.

왕 원장이 안색이 변해서 다급하게 마이크가 눌려 있던 건 아닌가 확인했지만, 정상이었다. 그제야 한숨 돌리는데 수술실에서 바로 빙지상의 음성이 들렸다.

“환자 운이 별로 좋지 않군. 췌두(head of pancreas) 림프까지 제거해야 한다니 말이야.”

“그래도 다행히 췌장까지는 전이되지 않았네요.

“음, 작업량이 많겠군.”

서은이 나지막이 하는 말에 빙지상이 대답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 나이쯤 되면 림프 제거는 힘들고 피곤한 작업이었다.

“제가 돕겠습니다.”

능연이 선 위치를 조금 바꿨다. 그랜드마스터급 림프 제거 기술이 있었고 겸손을 떨 필요는 더욱 없었다.

빙지상은 당연히 동의했고,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각자 림프 제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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