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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레이트 닥터-452화 (433/877)

림프샘 청소는 각 암 수술 중에 에너지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부분이다.

림프샘은 인체 림프 시스템 중 일부분이며 다른 장기 주변에 작은 크기로 여기저기 분포되어서 크기도 다르고 위치도 달랐다.

심장이 오른쪽에 있는 사람도 있는 자연계를 생각해 보면, 림프샘을 완전히 청소한다는 건 인체에서 술래잡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술래잡기보다 더 골치 아픈 건, 인체는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는 점이다. 의사는 사람 몸에서 조작할 때 상중하 위치를 고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내부 공간의 내부 공간까지 고려하거나, 혹은 장기, 근육 그리고 지방 등 조직에 포함된 폐쇄 공간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러니 드러난 림프뿐 아니라 주변, 그리고 폐쇄 공간 안의 림프도 청소해야 한다.

그럴 땐 해부 내공이 매우 중요해진다. 인간의 복강은 사실 그다지 크지 않다. 고개를 숙인 다음 자신의 배에 6조각 복근이 있는 걸 상상해보자. 상상이 되지 않으면 14살 때 배의 크기를 상상하고, 거기에 간담췌, 비장, 신장 등이 있는 걸 상상해보자. 그럼 남은 공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특히 림프샘을 청소한다는 건 여차하면 다른 장기의 림프까지 제거할 수 있는 일이다. 환자의 허약한 신체에서 실수로 림프를 제거하는 리스크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빙지상이 능연이 림프를 제거하는 걸 허락하긴 했어도 유심히 그의 동작을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손대게 한 것도 빙지상의 일하는 방식이 그래서이기도 하지만, 능연이 간 주변 림프 처리하는 걸 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빙지상 생각으로는 능연이 적어도 간 주변 림프를 제거할 수 있으리라 믿었고, 그 작업만 해도 본인이 수월하리라 여겼다.

물론 간 주변 림프를 청소할 수 있다면 다른 부분 청소도 분명히 문제없을 것이다. 대놓고 이야기하자면, 해부에 능숙해지면 림프 청소 같은 스텝 자체는 기술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 된다.

그러나 림프 청소는 그래도 내공이 필요한 부분이라서 자칫 잘못하면 빠뜨리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림프 청소의 목적 자체가 만일을 대비하는 것이다. 림프 내 암세포를 예방하려고 하는 것인데 빠뜨리는 부분이 생긴다면 환자에게도 무책임하지만, 본인의 노동에도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다. 암세포가 앞으로 퍼지기까지 한다면, 수술은 헛것이 된다.

빙지상은 림프 제거를 하면서 능연의 처리를 바라보았고 충고까지 늘어놓았다.

“림프 제거는 천천히 해도 되고 틀려도 되지만 놓치면 안 된다네. 그러니 너무 급하게 할 거 없어. 수술을 급하게 할 필요는 전혀 없어.”

그것이 빙지상의 이론이었고, 능연은 ‘네’하고 대답했지만, 손놀림에 변화는 없었다.

그랜드마스터급 림프 제거 기술은 능연이 수술 중에 명확히 판단할 수 있게 했고, 빙지상의 코치는 별 효과가 없었으며 지금 가장 적합한 선택이 아니기도 했다.

능연이 림프 제거를 노련하게 하는 걸 본 빙지상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본인의 할 일에 집중했다.

“림프라는 놈은 참 의사한테 비우호적이야. 양도 많고 정밀함을 요구하고. 우리 같은 나이 많은 의사는 힘겹지. 그런데 젊은 의사는 실수하기 쉽고 말이야.”

“교수님 너무 겸손하십니다. 전에 교수님 수술 봤었는데 림프를 매우 깨끗이 제거해서 환자 예후가 아주 좋았습니다.”

능연이 대화할 마음이 없다는 걸 깨달은 서은은 계속 말상대가 될 수밖에 없었고 그 김에 아부 한 번 했다.

“그렇지. 예후가 좋은 건 아주 중요하지. 예후를 좋게 하려고 수술하는 게 아닌가. 수술 과정을 깨끗하고 멋지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야. 나는 칼만 휘두르는 그런 수술은 질색일세. 박리할 땐 자르고 지혈은 지지고. 수술 내내 자르고 지지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요리하는 줄 알겠네. 흥!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환자가 수술 후에 툭하면 대량 출혈이고, 계속 그런 식으로 하다가는 큰일 날 거라고!”

서은은 배꼽이 다 튀어나오는 느낌이라서 어떻게 계속 아부해 나가야 할지도 몰랐다.

빙지상이 말로는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겠다고 해도, 좁은 업계에서 메스로 자르고 지혈할 땐 지지는 방식을 쓰는 의사를 모를 사람은 없었다.

“능 선생, 수처 참 깔끔하네.”

고심하던 서은이 마침 능연이 봉합 포인트를 찾아 재빠르게 봉합하는 걸 보고 겨우 한마디 했다. 힐끔 본 빙지상은 더욱 흡족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출혈이 보이면 봉합하면 되지. 이렇게 하면 누가 뭐라고 해. 요즘은 피만 보면 지지는 의사가 있어. 전동메스를 올려놓고 깊은 상처는 한 번에 십몇 초, 몇 십초도 지진다고. 조직까지 다 태워놓고는. 그래, 수술 중에야 피가 나지 않겠지. 그런데 수술이 끝나면? 조직이 다 파괴되었는데 그 손상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능 선생은 수처가 참 노력합니다. 기본기가 탄탄해요.”

서은은 빙지상의 말에 호응할 엄두는 못 내지만 그렇다고 거스를 수는 없어서 묘하게 호응했다.

빙지상은 가볍게 ‘음’하고 대답하고는 속으로 오늘 대화가 그럭저럭 유쾌한 편이라고 생각하며 수술을 계속 진행했다. 서은이 호응을 잘하긴 해도 가까운 사이가 아니고 본인의 간지러운 곳을 잘 모른다고 생각했다. 빙지상 본인의 일반 외과 센터에는 이번에 대동하지 않았을 뿐, 그보다 더한 아부쟁이가 넘쳤다.

“빙 교수님, 췌두 쪽도 제가할까요?”

능연이 목을 빼고 어깨, 목 근육을 풀어주면서 빙지상이 자리를 조금 더 비켜주길 기다렸다. 멈칫하던 빙지상이 고개를 숙여 보고는 놀라서 입을 벌렸다.

“간 부분 다 했나?”

“네.”

“이렇게 빨리?”

잠시 신경 쓰지 않았을 뿐인데, 지금 검사해보니 과연 깔끔하게 처리되어 있었다.

림프 청소 후 수술한 다음엔 림프액이 분비되지 않지만, 인체는 새로운 회류 통로를 재빨리 건설하기 마련이고, 림프를 깨끗하게 청소하면 할수록 수술 결과가 좋다.

“빙 교수님?”

능연이 다시 한번 재촉하자 빙 지상은 능연의 시선을 따라 보고는 자신의 위치가 능연을 조금 가렸음을 발견했다.

비록 능연은 지금 퍼스트지만 같이 림프를 제거하자고 한 이상 그렇게까지 따질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빙지상은 조금 몸을 움직여 자리를 비워주었다.

“계속하겠습니다.”

능연은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고개를 숙여 여전히 빠른 속도로 열심히 림프를 청소했다.

한참 열심히 하던 빙지상이 고개를 들어보니 능연은 또 커다란 구역을 끝냈고, 두 사람의 속도는 달팽이와 소가 풀 먹는 대결하는 속도와 비슷했다.

“나머지는 다 자네가 하게.”

빙지상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얼굴이 검은 편이라 별로 티 나지 않았다. 그는 아예 집도의 권한으로 나머지 일을 다 능연에게 맡겨버렸다. 능연은 ‘네’하고 대답하고는 계속 손을 놀렸다.

환자 복강 안, 보기만 해도 불편해지는 나쁜 조직들이 점점 줄어들어 차차 사라졌다.

빙지상은 양손을 가슴 앞에 세운 채 보기만 해도 편안한 느낌을 즐겼다.

“불행 중 다행이네.”

쉴 새 없이 머리를 박던 중년 여자를 떠올린 빙지상이 마음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떠올렸다.

경화 6 병원 대기 로비에는 항상 사람이 가득했다.

수술실에는 쉴 새 없이 수술이 진행됐고, 수술실 밖의 가족도 쉴 새 없이 늘었다. 대부분 환자 가족은 평온했다. 물론 표정은 괴롭고 우울했지만, 흥분한 사람은 드물었다.

날짜를 잡고 하는 수술은 환자에게 운명을 결정할 시간을 선택하는 것이고 환자 가족에게는 마음을 정리하고 사실을 받아들일 시간을 준다.

그러나 아무래도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갑자기 큰 병이 생겨서 바로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 가족은 쉽게 흥분했고, 집안 사정이 좋지 않으면 거기에 근심 걱정까지 더했다. 병도 병이고, 그로 인한 부채는 더욱더 무거운 짐이었다.

중년 여자 왕설매는 서명하고 남편을 수술실에 보낸 이래 자수정 원석 앞에 꿇어앉아 일어나지 않았다.

교육 수준이 높지 않았지만, 수술 동의서 내용은 알아볼 수 있었다. 병원 의사와 간호사라고 언제나 무섭고, 바쁘고, 짜증 내는 건 아니었다. 어떨 때는 온화하고 다정하고 인내심이 가득하기도 했다. 환자가 큰 병에 걸렸거나, 더 정확히 말해서 해당 진료과에서 환자의 질환을 정상급 수준으로 처리할 수 있을 때, 환자는 좋은 대우를 받는다.

6 병원에서 담낭암 환자는 높은 레벨에 속했고, 지금은 빙지상 교수가 출장 수술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블랙홀이 되고 싶은 초짜 의사는 아무도 없었고, 그들은 할 수 있는 한 모든 일을 잘 처리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환자 보호자의 기분은 아무래도 편해지지 않았다. 의사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고통이 너무 심해서였다.

왕설매는 울고 또 울고 쉴 새 없이 울고 있는 힘껏 울었다.

그의 교육 수준이 높았다면 눈물로 시를 썼으리라. 고난이 가득한 그의 인생이 마침 시인의 환경에 매우 부합했다. 그런데 인생이 실로 너무 고돼서 자신의 고된 인생을 서술할 만큼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북경에 오면 괜찮을 거라고 다들 그랬어. 북경에 오면 괜찮을 거랬어.”

왕설매는 중얼중얼 염불을 외우며 손가락으로 자수정을 건드리려다가 흠칫해서 팔을 거둬들였다.

기도의 힘을 빌리고 싶었지만, 오히려 화를 입을까 걱정이었다.

“병원 바닥 차갑소. 그만 일어나요. 한참 꿇었으니 이제 좀 앉아 있어요.”

새로 온 노인 하나가 다가가 설득했다. 그 말에 왕설매는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무릎 밑에 밀어 넣었다.

설득하러 온 노인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다가, 잠시 후 허리 받침대를 하나 건넸다.

“작긴 해도 대충 쓰시오. 저기 용화궁이 영험하다던데, 차라리 거기에 가보지 그러슈. 거긴 제대로 된 절이고 향도 피우고 있다오. 전에 내 친구 하나도 여기저기 고질병도 많았는데 사람 시켜 용화궁 가서 향을 피우고는 바로 좋아졌다오. 장사도 아주 잘 되지.”

“용화궁 향? 그게 얼마나 비싼데요. 거기에 향 피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다들 돈 때문에 못 가지.”

뒤에 있던 사람이 못 들어 주겠다는 듯 비꼬자 노인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럼 그쪽이 와서 말리던가.”

“말리긴 뭘 말려요. 꿇고 싶으면 꿇으라고 해요. 무릎 꿇는다고 다 될 거 같으면 의사가 무슨 소용입니까?”

아까부터 중년 여자가 못마땅하던 남자는 조롱하는 어투로 내뱉었다.

현장에 두가 사람은 퉁퉁한 손자 하나 남아 있었고, 그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자기 집 자수정 원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꼭 가지고 돌아와야 한다는 아버지 엄명이 아니었다면 신경 쓰기도 싫었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그냥 가지고 간단 말인가. 손자는 어서 무릎 꿇은 왕설매가 정신을 차리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왕설매는 사람들을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이 사람들 말을 들어봐야 속을 것 같아서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왕설매는 쿵쿵쿵 다시 세 번 머리를 박는 거로 사람들의 말에 대답하는 셈 쳤다.

요란한 소리에 현장에 있던 환자 보호자는 도무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었다.

“아이고, 저렇게 차가운 데 앉아 있다가 나중에 늙으면 고생할 텐데. 지금 내 다리도 젊었을 때 고생해서 그런 거라고.”

“그러게요. 저도 임신했을 때 시어머니가 나는 열이 많다며 얇은 이불만 줬어요. 다른 집 며느리는 두꺼운 솜이불 덮을 때요.”

“우리 남편도 전엔 내 말을 안 들었지. 만날 얇은 옷만 입고 다니면서 말이야. 어찌나 화가 나는지 슬리퍼를 다리에 던졌었다니까.”

“아이고, 세네요. 그래서요? 나중엔 남편분이 말 잘 들어요?”

“모르지. 아직 수술실에 있으니까 말이야.”

그때 수술실 문이 철컥 열리자 무슨 마력을 부리는 듯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이강 보호자분 계세요?”

담당 의사가 큰 소리로 고함치는 옆에 서은도 서 있었다. 서은은 6 병원 의사고 집도의 빙지상이나 퍼스트 어시 능연 모두 출장 수술 의사였다.

이강이라는 두 글자를 들은 왕설매가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나려 했지만 바로 주저앉았다.

“다리 쥐가 났네.”

왕설매는 혼잣말하면서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면서 번쩍 손을 들었다.

“제가 이강 가족입니다.”

그러고는 여자가 다리를 절며 그쪽으로 향하자 서은이 다급하게 앞으로 나갔다.

“서두르지 마세요. 남편분은 지금 ICU로 들어갔습니다. 중환자실이요. 수술은 성공했고, 앞으로 회복 상황을 봐야 합니다.”

“중······중환자라면 중병이라는 말이죠?”

왕설매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담낭암 말기로 확진됐습니다. 악성 종양이고요. 그러나 수술이 매우 순조로워서 이미 깔끔하게 제거했습니다. 앞으로 순조롭게 회복하면 목숨은 살릴 수 있습니다.”

서은은 왕설매의 말을 고쳐주지 않고 다른 각도로 다시 설명했다. 망설이던 왕설매가 다시 물었다.

“재발할까요?”

“그건 저희도 뭐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럼 얼마나 입원해야 하나요? 출근은 언제 할 수 있고요.”

왕설매의 사고 회로가 재빨리 빚 상환 문제로 돌아갔다. 두 사람 모두 일해서 그와 남편의 수입은 적지 않았다. 자주 일자리를 바꾸긴 해도 일 년에 십몇만 위안은 벌었고 십만 위안 정도는 남겼다. 고향에 집을 짓지만 않았어도 훨씬 충족하게 살 수 있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이강이 이번에 병이 났을 때 왕설매가 그리 힘들지 않게 돈을 빌려서 북경으로 올 수 있었다.

그러나 돈은 수술에 쓰려고 한 것이고 수술이 끝났으니 아낄 수 있는 돈은 아끼고 싶었다.

서은은 왕설매 같은 환자가 너무 익숙했다.

“비용 문제는 담당 의사와 이야기하세요. 가정 상황이 확실히 안 좋으면 병원에 그린 패스 제도도 있고, 상황을 봐서 감면 할 수 있습니다.”

서은은 집도의니 출장 수술이니 하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빙지상 교수의 출장 수술 가격은 대외적으로 왕복 비즈니스 클래스와 조수 비용을 제외하고 10만 위안 이상이었다. 물론 더 현실적인 우정 할인가라서 보통은 3, 4만 위안이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출장비와 조수 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라 다 하면 한 7만 위안 정도였다.

중국에서 교과서에 나오는 의사는 그 정도 가격이라 6 병원은 정말 저렴하다고 생각했지만, 왕설매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전에 협의한 적 없으니 3, 4만 위안도 내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능연의 출장 수술 비용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다행히 오늘은 왕 부원장이 현장에 있으니, 환자가 빙지상 교수를 잡고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공금 처리로 깔끔하게 해결할 것이다.

서은이 그린 패스 이야기를 꺼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빙지상 교수와 능연 선생이 한 공동수술이니 수술 후 약 처방이나 케어 면에서도 최대한 좋은 게 좋았다. 비용 문제로 환자가 치료 방안을 바꾼다면 잘못하면 한꺼번에 대가 의사 둘에게 밉보일 수도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비용이 절감된다는 말에 왕설매의 얼굴에 벌써 웃음이 피었다.

“저희 집이 어렵긴 하죠. 위에 어른도 모시고 있고 아이도 있고. 시골 노인이라 퇴직금도 없고 의료 보험도 없어요. 그런데 남편이 이렇게 자리에 누워있고 저는 간병해야 하니 친척 도움 없었으면 굶어 죽을 거예요.”

서은은 싱긋 웃어 보이고는 그 화제를 계속 이어나가지 않고 돌렸다.

“비용 문제는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사람부터 제대로 치료하죠. 문제 생기면 여기 왕 선생한테 이야기하세요.”

“네. 아이고 선생님도 왕 씨군요. 저도 왕이에요. 500년 전엔 한 가족이었죠.”

“네······. 자, 저랑 같이 가시죠. 설명하겠습니다.”

왕설매는 고개를 힘껏 끄덕이고는 곁에 있는 왕 선생하고 관계를 맺어 볼까 말을 걸었고, 오늘 수술도 했고 기분이 좋은 편인 왕 선생은 바로 그를 한쪽으로 안내했다. 괜히 대기실에서 이야기했다가 누군가 녹화라도 하게 되면 큰일이었다.

왕설매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혹시라도 놓칠까 봐 다급하게 담당 의사를 따랐다. 그러나 자수정 원석 앞을 지나치자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주머니에 있던 모든 동전을 꺼내 안으로 몽땅 던졌다.

그리고 자수정을 향해 허리를 굽히고는 냉큼 담당 의사를 따라 자리를 떠났다.

뒤에 남은 사람들은 자수정을 바라보면서 요란스러워졌다.

퍽.

동전 하나가 자수정 겉을 맞고 튕겨 나왔다.

퍽퍽퍽.

더 많은 동전이 날아왔다.

로비 가득한 보호자들이 저도 모르게 앞으로 밀려들어 동전을 던지기 시작했다.

작은 자수정에 동전을 맞추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동전을 맞고 자수정이 딩딩 소리를 냈다.

자수정 회수를 맡은 퉁퉁한 두가 손자는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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