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동자승 동한생이 승복을 입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경화 6 병원 입원 병동에 들어섰다.
동한생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몸에 매우 알맞아서 보기만 해도 기운이 나는, 올해 새로 맞춘 승복으로 일부러 갈아입었다. 그 옷만 입으면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능연 선생님이 여기 계신가요?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을까요?”
동한생은 지나가는 간호사 하나를 붙잡고 합장하며 물었다.
다급하게 길을 지나던 간호사는 평소 같으면 길 묻는 말에 짜증이 났을 테지만, 능연이라는 말을 듣고는 바로 걸음을 멈췄고, 동한생의 작은 민머리와 승복을 바라보았다.
“능 선생님을 알아? 무슨 사이니?”
“저는 12천사 동자승 동한생입니다. 능 선생님과는 아는 사이입니다.”
“정말 스님이라고? 능 선생님은 왜? 혼자 왔니?”
고분고분 대답하는 동한생의 말에 간호사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사부님 치질이 재발해서 차를 탈 수 없어서 혼자 북경으로 배움을 구하러 왔습니다.”
“뭘 배우러 왔니?”
“불교원 연수요.”
“불교원도 연수를 하니?”
놀라서 묻는 간호사의 말에 동한생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보살님, 인간은 죽을 때까지 배우는 것이며 불교도 당연히 연수해야지요. 보살님, 능연 선생님 지금 어디에 계시는지요?”
“아이고, 그럴싸하네. 능 선생님 아침에 쉬러 가셨어. 오후에나 오실걸? 수술 층에서 기다리렴. 차 타고 오시면 바로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오실 거야.”
간호사는 당연히 능연의 듀티를 꿰고 있었다. 경화 6 병원도 간호사가 천 명에 이르는 대조직이었고, 조직간 소통과 홍보 능력이 뛰어난 편이었다. 능연과 관련된 단톡방은 불난 집처럼 소란스러웠다.
“나무아미타불. 보살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동한생은 허리를 굽혀 인사한 후 바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려갔다.
간호사는 뒤에서 그런 모습을 재미있게 지켜보았다. 자리를 비울 수는 없고, 그녀는 그저 슬그머니 핸드폰을 꺼내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꼬마 스님이 능 선생님을 찾아왔어. 만지고 싶은 머리통을 하고는 불교원 연수 왔대. 엄청 귀여워.
‘경화 6 병원의 연’ 단톡방이 순간 메시지가 난무했다.
-능 선생님이 꼬마 스님을 안다고? 이거 위험한데?
-뭐가 위험해. 더 좋은 거 아냐? 능 선생님이 갑자기 삭발한다면 그것도 그 나름 멋질 거 같다.
-스님이 왜 능 선생님을 찾아와. 불교원 연수랑 능 선생님이 무슨 상관있다고. 아무나 찾는다고 보내면 어떡해. 능 선생님 바쁜 사람이라고.
메시지를 보내놓고 잠시 있다가 핸드폰을 다시 확인했더니 다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메시지가 넘쳤다.
그때 단톡방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약하는 운리 제약회사 맥순이 한 마디 남겼다.
-동한생이지? 동한생은 하구 가게들이랑도 다 친하게 지낸다고. 옛날에 사부님이 동한생을 늘 안고 다니면서 동냥 다녔대. 동한생이 너무 귀여워서 사부님이 배가 터질 정도로 음식을 구할 수 있었다더라.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본 간호사가 메시지를 남겼다.
-맞아요, 그 이름이었던 거 같아요.
단톡방에 다시 메시지가 난무했다.
-와, 맥순님 역시 전문가네요.
-운리 역시 대단해 .
-제약회사는 많지만 맥순님만 제대로 일을 한다니까요.
-맥순 씨, 그 동자승 잘 챙기고, 시간 낭비하면서 진료과 돌게 하지 말고, 이따 다들 알아서 제약회사 업무 완성하도록.
자기 딸 얼굴을 프로필에 건 수술과 수간호사가 산부인과 수간호사, 일반 외과 수간호사 등도 소환해서 엄숙한 말투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소환당한 다른 과 수간호사들도 일제히 동의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연못가에서 물고기 먹이를 던져 주던 전칠이 생긋 웃으며 핸드폰을 맥순에게 넘겼다.
“제약회사 일도 재미있다니까.”
“네.”
맥순은 할 말 없다는 표정으로 연못의 잉어를 바라봤다. 전칠이 운리를 구매하기 전까지만 해도 제약회사 영업직이 이렇게 수월하지 않았다. 아니 수월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지금은 회사 이윤이 올라서 월급과 보너스가 올랐을 뿐이지, 업무는 늘어났다. 그리고 회사 업무가 창서성 전 지역과 북경 상해로 확장된 바람에 맥순은 달마다 출장을 가야 했다.
“가서 채식 예약 좀 해. 북경에 유명한 데 있나? 경화 6 병원으로 음식 한 상 보내라고 해.”
전칠은 손에 든 먹이를 모두 던져 버리고는 기지개를 켜면서 말을 이었다.
“옆에 공원 좀 달리고 저녁에 맛있는 거 먹어야겠다.”
“아, 네.”
맥순은 아직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시각, 여기저기 동냥 밥을 먹으면서 큰 동한생은 흥분한 상태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북경의 모든 것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운화도 큰 도시라고는 하지만 북경과 비교할 수 없었다. 고속철도도 북경보다 작았고, 병원에 사람도 북경보다 적었다.
동한생은 어느 병원이 더 좋은지 판단할 수 없지만, 그가 보기에 경화 6 병원의 환자가 운화병원보다 많아 보였다.
동한생은 사람이 많으면 향도 많아지고, 사람이 많아야 만사가 흥하고 절에 공양도 많이 한다던 사부의 말을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
요즘 절에 방문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기는 했다. 절뿐만 아니라 근처 도관(道觀: 도교 사원)에도 사람이 점점 줄었다.
동한생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적당한 곳을 찾아 앉으려고 벤치가 잔뜩 있는 로비로 향했다. 몇 발짝 더 가는데 곁에 사람들이 하는 말이 들렸다.
“되게 용해. 우리 남편이 지금 줄 서고 있어요. 이따 가면 절할 수 있을 거야.”
“향 값도 필요 없어요. 내고 싶으면 내고 말고 싶으면 말고.”
“그래도 동전을 던지면 더 용해진대요. 지금은 동전 넣기도 쉽지 않대요.”
동한생은 호기심이 생겨서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었고, 창가에 동전이 가득 꽂힌 이상한 돌이 있는 걸 발견했다. 그 옆에는 음식, 담배, 약, 마스크······ 까지 공물이 가득했다.
“이게 무슨······.”
동한생은 머리가 깨져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 그를 발견한 나이 든 남자가 꽥 고함쳤다.
“아이고! 꼬마 스님까지 오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