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57화 (438/877)

“금 선생님, 이분은 고령 간암 절제 수술하러 우리 병원에 오신 능연 선생입니다.”

페키니즈를 닮은 현지 의사가 미소를 발산했다.

그는 일반 외과 초짜 의사지만 일반 외과보다 응급의학과에 더 자주 오가서 금운등과는 아는 사이였다. 그는 정중함을 표시하기 위해 말투를 특별히 신경 썼다.

금운등은 바로 알아듣고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능연을 바라봤다. 너무하잖아. 정말로 이렇게 잘생긴 의사가 있다고?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그는 페키니즈 의사 말에 숨겨진 뜻도 알아들었다. 병원에서 모셔온 의사이고 모모 대가의 제자일지도 모른다는.

대가급 의사가 출장 수술 올 때 조수 한두 명 데리고 오는 것도 정상이다. 게다가 고령 간암 절제를 할 수 있는 의사는 실력 면에서도 대단하리라.

금운등은 더는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병원 ‘무시 사슬’로 봐도 금운등 같은 응급의학과 의사가 상대를 물고 늘어질 수는 없었다.

요즘 병원에서는 간 수술하는 의사가 담낭 수술하는 의사를 무시하고, 담낭은 위를, 위는 장을, 장은 항문을 무시한다. 그런데 응급의학과를 마주할 때는 다들 ‘우리 일반 외과 대동단결’이란 태도를 보인다.

평범한 응급의학과 주치의인 금운등은 직접 본 간보다 간 수술하는 의사를 더 많이 봤다. 그런 생각을 하자 능연의 얼굴을 다시 볼 때 금운등은 그렇게까지 기세등등하지 못했다.

“우리 병원 의사도 아닌데, 끼어들지 말아요.”

금운등은 고개를 숙이고 삽관을 시작하며 한마디 내뱉었다.

맞은편에 있던 페키니즈 의사는 그가 오해했음을 깨닫고 쓴웃음을 지었다.

금운등이 능연이 바로 오늘 출장 수술 주인공인 걸 알았다면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으리라. 병원에 사람 몸에 칼도 대러 온 사람이(그것도 돈 받고), 그 병원 의사가 심폐소생 하는 걸 보고 한두 마디 거드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

누가 봐도 금운등이 망친 상황이었다.

금운등은 젊은 의사 상대로 그렇게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말투는 좀 달라졌지만, 응당한 존중 표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페키니즈 레지던트는 몰래 고개를 흔들었다. 괜히 화살이 돌아올까 봐 이럴 때 끼어들 수도 없었다.

금운등은 알아서 제 할 일을 하며 삽관을 하고 또 했다.

여러 번 해도 실패하자 금운등은 할 수 없이 메스를 들고 기도를 절개했다.

능연은 계속해서 지켜보기만 할 뿐, 끼어들지 않았다.

의사마다 치료 방안에 다른 견해가 있는 법이다. 수학 문제는 한 문제에 여러 가지 해법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하는 방식은 더 많고, 꼭 한 가지 해법과 사고방식으로 풀라는 법은 없었다. 아무리 가장 우수한 방법일지라도 중점은 문제의 답을 구하는 것에 있었다.

의료 방안 제정할 때 의사마다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는 것도 정상이고 억지로 고치라고 해봤자 상황이 더 복잡해질 뿐이다.

의사가 선택한 방안이 난관에 봉착해 결론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스트레처 카 위 의사의 팔에 힘이 점점 빠졌다.

“교대.”

금운등은 어쩔 수 없이 스트레처 카 위에 직접 올라갔다. 응급실에 있는 세 번째 의사는 다른 환자를 처리하고 있어서 당분간 손 쓸 틈이 없었다.

금운등이 지치면 다시 바꾸고 중간에 제세동을 진행했다.

그렇게 몇 바퀴 돌면서 금운등은 점점 자신감을 잃었다.

한 번 더 돈 다음 금운등은 스트레처 카로 올라가지 않고 이마의 땀을 훔치며 ‘사망 시간 선고한다.’라고 말했다.

심폐소생 실패는 사망이다. 동황구 병원 같은 병원은 평소에 본인들이 해결할 수 없는 환자는 상급 병원으로 보내곤 해서 사망 케이스는 드물었다.

금운등의 미간은 정말로 굳어 버린 것처럼 한 번도 펴진 적 없었다.

“제가 한번 해보죠.”

능연은 앞에 의사가 손을 놓은 틈을 타서 바로 스트레처 카로 올라가 환자 옆에 무릎을 꿇고 힘껏 누르기 시작했다.

금운등은 막고 싶었지만, 막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수술도 아니고 심폐소생 하는 건데 막을 이유가 뭐가 있을까.

헐떡이며 1분 동안 심폐소생을 진행한 능연이 에피네프렌을 요구했다.

그러자 간호사가 금운등을 바라봤다.

“줘.”

금운등은 답답한 마음으로 짧게 대답했다.

계속 누르던 능연이 잠시 후 산소량 증가를 요구하자 금운등은 짜증 난 듯 중얼거렸다.

“계속할 겁니까?”

“환자가 아직입니다.”

능연이 고개를 들고 하는 말에 금운등의 말과 생각이 모두 멈췄다.

병원이란 곳에는 무수한 규칙과 제도가 있고 갖가지 규정, 제약이 있지만, 그 근본은 모두 사람 목숨이 핵심 목표였다.

금운등은 꾹 참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잘생기면 다냐? 잘생기면 남의 병원에서 의사 노릇 해도 되냐?’고 투덜댔다.

그렇게 원기를 모으고 있는 참에 윗선들이 측문으로 밀고 들어왔다.

동황구 병원 일반 외과 큰 주임과 부원장 등이 빙지상과 축동익과 함께 길을 따라 들어왔다.

입으로 새로운 항목, 새로운 수술 방식을 떠들면서 고개를 들다가 스트레처 카 위에서 열심히 심폐소생 중인 능연을 발견했다.

“무슨 일인가?”

부원장이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다른 병원에서 오신 의사인데 심폐소생을 반드시 돕겠다고 해서요.”

금운등은 ‘돕겠다’는 말에 억양을 주고는 윗선의 평가를 기다렸다.

부원장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빙지상 등을 바라봤다.

“능 선생은 원래 운화병원 응급의학과 출신이죠. 심폐소생 경험도 상당하답니다.”

축동익이 간단하게 하는 말에 곁에 있던 좌자전이 거들었다.

“우리 능 팀은 운화병원에서 심폐소생 팀 트레이닝을 맡고 있습니다. 벌써 세 팀이나 키웠습니다.”

좌자전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우리 능 선생 손을 거친 심폐소생 환자 중 장시간 심폐소생을 통해 살아난 환자가 셋입니다. 능 선생이 돕겠다고 한 걸 이 환자분도 분명히 기뻐할 겁니다.”

그 말을 들은 부원장은 싱긋 웃고는 별말 없이 고개를 돌리곤 새로운 화제를 꺼냈다.

좌자전과 장안민은 능연 곁으로 다가가 교대 준비를 했다.

능연 팀은 모두 심폐소생 훈련을 받았고 장안민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른 병원에서 훈련받은 구급대원에 비해 능연의 능 팀 심폐소생은 매우 완벽했다. 이론상으로 심폐소생을 지휘할 만한 실력이었다.

세 사람은 30초 간격으로 중간에 거의 쉬는 틈이 없이 빠르게 로테이션했다.

다른 사람들은 응급실에 서서 묵묵히 세 사람이 심폐소생 하는 장면을 바라봤다.

1분.

2분.

5분.

능연이 중지하라고 하지 않자 심폐소생은 끝도 없는 운동처럼 쉬지 않고 진행됐다.

처음에만 해도 사고가 나서 차가 막히면 앞에 차에 짜증이 나는 것처럼 답답한 듯 지켜보던 사람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안정되어 갔다.

현장에 있는 사람도 모두 의사이니 다들 능연의 행동이 아무런 효과를 얻을 수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큰 걸 잘 알지만, 능연이 이렇게 많은 전문가 앞에서 아무런 효과 없는 행동을 하는 걸 보고 오히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켜보기만 해도 힘든 작업인데, 능연은 지금 얼마나 힘들까.

“제세동.”

능연이 스트레처 카에서 뛰어 내려와 장안민에게 바톤을 넘겼다.

띠.

모니터링기의 심전도가 순간 휙 뛰더니 곧 정상 심박으로 돌아왔다.

능연이 심폐소생을 10분 했을 때 현장에 긴장된 분위기가 많이 풀렸다.

동황구 병원 의사들이 했던 응급처치까지 합하면 환자 심장 정지 시간은 이미 십 분이 넘었고 일반 의사들은 포기를 선언해도 된다고 판단할 것이다.

능연은 환자가 아직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포기하지 않았다.

중년인 남자 환자는 가족력도 없고, 재수 없이 심장이 멈췄을 가능성이 컸다. 3, 40년 동안 일한 심장이 갑자기 한 번 멈추는 것을 일을 오래 해온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잠시 접촉했을 뿐이지만, 능연은 환자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장기 쇠약 흔적이 없는 것도 좋은 일이고, 대뇌에 산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런 환자는, 능연의 경험으로 한두 시간 심폐소생하고도 살리지 못하면 그때 가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살아난다면 약 처방으로 많은 후유증을 완화할 수 있다. 예후는 안 좋을 수 있어도 중풍을 맞아 살려낸 환자보다는 훨씬 낫다.

중풍에서 회복된 후에도 여전히 괜찮은 생활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는 걸 고려하면 심폐소생을 멈출 이유가 없었다.

물론, 이건 능연의 생각일 뿐이었다.

그는 그랜드마스터급 심폐소생 스킬을 터득했다. 그러므로 그의 판단력, 행동력은 동황구 병원 의사 수준을 훌쩍 넘는다.

다른 건 몰라도 장시간 심폐소생을 해본 적 없는 의사, 혹은 장시간 심폐소생에 성공해 본 적 없는 의사는 한두 시간짜리 심폐소생으로 사람을 구할 자신도 없고 심폐소생 성공 후에 합리적인 케어를 할 자신은 더욱 없었다.

대부분 장시간 심폐소생 결과는 식물인간이 될 뿐이었다.

그런 상황이니 동황구 병원 의사들로서는 심폐소생을 멈추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었다.

모니터링기에 규칙적인 심박이 나타나고 띠-띠 소리가 울리자 동황구 병원 의사들은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시발, 심장이 뛰어?”

“얼마나 됐지?”

“20분이요. 조금만 더 했으면 장시간이네요.”

“지금도 이미 장시간이야. 장시간 CPR로 깨어난 환자 처음 봐.”

동황구 병원 의료진들은 저도 모르게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능연을 데리러 온 의사들도 눈썹을 치켜들었다.

내용 자체로 보면 심폐소생은 무미건조한 작업일 뿐만 아니라 심적 부담이 큰 작업이다.

심폐소생을 순수한 기계 작업이라고 본다면 단순하게 무미건조한데 운동량은 격투기와 맞먹고 지루함 지수는 역도보다 더 하다.

심폐소생을 사람 목숨을 구하는 신성한 작업으로 본다면, 심리적 자극, 공포, 걱정, 두려움이 사람을 못살게 한다.

심폐소생 시간이 길어질수록 무미건조 정도는 높아지고 운동량은 커지고 심적 부담은 강해진다.

동황구 병원 의사들은 사실 벌써 포기했다. 그러나 무미건조한 정도를 지나 성공한 다음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쾌감은 더 강하다.

부원장은 심지어 이런 좋은 기회를 온전히 자기들이 해냈다면 얼마나 큰 이득이 있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 ‘이런 못난 놈들’이라는 뜻을 품은 그의 시선이 금운등 등 의사에게 닿았다.

“ICU에 보내세요. 좌 선생님, 따라가시고.”

능연은 앞에 있는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는 본인 알콜겔을 짜서 균일하게 발랐다.

미리 봐둔 세면대였고 좋아하는 향의 알콜겔이었다. 이렇게 씻고 바르니 다시 평상심을 찾은 것 같았다.

좌자전은 큰 소리로 ‘넵’하고 대답했다. 이런 때 당연히 대빵 체면을 살려줘야 했다.

빙지상이 옆에서 목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능 선생의 치료팀은 심폐소생 관련 논문도 여러 편 발표했지요. 능 팀은 심폐소생, 특히 장시간 심폐소생 회복에도 특별함이 있습니다.”

“예, 괜찮습니다. 능 선생 사람더러 환자를 돌보라고 합시다. 기술이 안 되면 기술 좋은 의사한테 많이 배워야지요. 이번에 수술을 요청한 것도 수술을 통해 배울 수 있길 기대해서입니다. 그렇게 같이 성장해야지요.”

부원장은 대범하게 행동하며 유심히 능연을 살폈다.

처음에 능연을 본 사람은 겉모습에 놀라지만, 알게 되면 그의 일하는 스타일에 더욱 놀라게 된다.

부원장은 독단적인 능연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빙지상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능 선생은 정말 마이웨이군요.”

부원장 입에서 나온 그 말은 사실 칭찬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웠다. 빙지상도 그저 웃으며 대답했다.

“머릿속에 사람 구할 생각밖에 없어서 사고가 비교적 단순합니다. 그러나 능 선생 실력이 뛰어나니 환자한테는 좋은 일이지요.”

빙지상도 자세히 해명할 생각이 없었다. 고작 동황구 병원에 출장 수술로 간 제거 하나 온 것뿐이니 말이다. 대단한 윗선 머리 교체 수술도 아니고.

부원장은 하하하 웃으며 그것도 그렇다고 넘겼다.

삼갑병원에서 부원장을 한다는 건 보통 매우 똑똑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대단한 뒷배경이나 큰 명성이 없어서 원장이 되지 못한다. 바로 그런 이유로 부원장이란 직위는 병원에 깊숙이 관여하는 자리였다. 그에 비해 오히려 원장이 마음이 붕붕 떠서 병원 외 부분에 집중하기도 한다.

병리과를 확장하고 새로운 수술 방식을 추가하는 이런 일도 부원장이 더 신경 쓴다. 부원장은 시계를 내려다보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수술실로 갈까요? 환자는 벌써 준비 중입니다.”

“올라가지요.”

축동익이 능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향하며 동시에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왜 직접 CPR을 하게 된 건가.”

“응급의학과 실력이 안 좋아서요.”

능연은 조금도 완곡하게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운화병원 기준으로 응급실은 접수 간호사부터 환자를 딱 보면 상태를 파악해야 하고 환자의 땀이나 통증을 관찰해서 흉통 가능성을 떠올려야 한다. 그것도 떠올리지 못하거나 살피지 못하는 간호사라면 입을 열어 묻기라도 해야 한다.

의사들은 구조 경험이 어떻든, 일단 본인과 파트너의 실력이 어떤지 알아야 한다. 경험 있는 간호사 혹은 책임질 수 있는 레지던트를 만나면 당연히 마음을 놓아도 되지만, 초짜 혹은 실습생을 만나면 본인이 알아서 신경 써야 한다. 그런데 금운등은 눈앞의 환자만 챙기느라 응급실 다른 상황은 전혀 살피지 못했다.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해 보였지만, 현실은 다른 복통 환자 문진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일반 외과 주임은 능연의 평가를 듣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자기 병원 응급의학과가 부족한 건 사람들이 다 아는 비밀이었다. 일반 외과 주임으로서 응급의학과를 한 번 욕해주는 것도 의무 중 하나였다.

부원장은 우선 멈칫했다가 곧 아무것도 못 들은 것처럼 태연하게 주위를 바라봤다. 그러나 오늘 응급의학과가 한 짓은 마음에 단단히 새겨 두었다.

축동익은 웃기기는 하는데 웃을 수는 없고, 흠흠 헛기침을 하며 능연을 끌어당겼다.

“살렸으면 됐지. 여기는 병원이 많아서 응급의학과 규모가 그렇게 클 필요가 없다네.”

“응급의학과를 배치했으면 제대로 트레이닝 해야죠.”

능연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관리한다면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새로 배워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능연의 성격을 잘 아는 축동익은 말씨름하지 않고 화제를 바꿨다.

“간 절제 수술 환자 이미 수술실에 있다고 하네. 필요한 게 있으면 지금 말하게.”

“준비할 시간이 30분 정도 필요합니다. 수술실에서요.”

원래는 미리 가 있을 생각이었는데 심폐소생 때문에 시간이 미뤄졌다.

“수술실도 다 준비했는데요.”

일반 외과 주임이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수술 전에 수술 과정을 한 번 되짚어 봐야 합니다.”

능연이 매우 솔직하게 대답했다. 외과 의사의 버릇이 발동하면 병원 윗선이라고 해도 억지로 그를 수술대에 끌어다 놓을 수가 없었다. 동황구 병원 일반 외과 주임도 고개를 숙이고 묵인할 수밖에 없었다.

능연도 길게 해명하지 않고 수술 층으로 가 새로 옷을 갈아입고 안으로 들어갔다.

환자를 만나 가상 인간을 꺼낸 능연은 터프한 방안을 배제했다.

터프하게 가상 인간의 복강을 열면 시간은 절약되지만, 능연은 자기 판단대로 간 절제를 진행해보고 싶었다.

가상 인간은 간 절제 하기 전에 한 시간 혈류를 단절하거나 간 인대를 분리하거나 예비 절단선을 만들어야 하는 진짜 사람 몸과 달랐다. 가상 인간을 사용하면 산 채로 바로 절단할 수 있었다.

능연은 드러난 간을 손으로 살며시 건드렸다. 환자의 MRI 등 영상 자료를 떠올리면서 거리를 판단하고는 가상 인간의 간을 단숨에 잘라버렸다.

피가 강처럼 흘렀지만, 그건 능연이 신경 쓰는 포인트가 아니었다. 포인트는 침범 범위가 추측한 대로냐 아니냐였다.

이 판단이 맞다면, 수술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고 고령 간 절제를 하나의 형식으로 만들어 확장 난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