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58화 (439/877)

능연은 최근에 고령 간암 절제를 여러 건 하면서 본인의 손맛을 키워냈다.

오늘의 작은 테스트는 간을 우선 떼어내고 암세포 침범 범위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그냥 칼로 단숨에 자르고 자신의 판단이 맞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매우 정확히 자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더 잘라낸 부분이 고작 1cm 못 미치는 크기였다.

정상적인 간암 절제에서 외과 의사들은 3cm 정도 더 자르는 습관이 있었다. 간 자체가 괜찮은 편인 환자들은 용납할 수 있지만, 고령에 간 기능이 쇠약한 환자는 일반적인 플로우로 수술하면 생존율이 너무 낮아져서 깨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정확히 자를 수 있냐 없냐 관건은 판단, 그리고 노련함에 달렸다.

능연은 몇 분 더 시간을 사용해서 본인의 절제 정확도를 테스트했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다음 수술에서는 가상 인간을 쓰지 않아도 된다.

가상 인간의 시간은 제한적이고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도 없어서 수술 방식을 확장하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술해야만 했다.

임상 의학이란 원래 경험 의학이고 수많은 것들은 이론이 아니라 모두 연습으로 오는 것이다.

심폐소생 같은 경우도 처음에 주장하던 이론과 지금의 이론은 완전히 달라졌다. 심폐소생 방법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고, 21세기가 된 지금도 심폐소생 가이드는 여전히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최신 ‘검증 의학’은 끊임없이 ‘경험 의학’을 개량하려고 시도했지만, 그렇다고 경험 의학을 바로 중단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비슷한 예로, 제세동기 이론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었다. 100년 넘게 사용해온 질산글리세린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한지 모른다. 그리고 그 원리가 내피세포 이완 인자에 있음을 총결해서 노벨상을 탄 건 더 나중 일이었다. 그리고 내피세포 이완 인자는 세상에 비아그라를 가져다줬다.

외과에 국한하면 경험으로 얻은 것은 더 많아진다.

간 절제 중 간 혈액 차단 시간에 대해서도 확실한 이론이 없다. 외과 전문가가 처음에는 15분 차단은 괜찮다고 했고 나중에는 1시간도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나중엔 15분마다 5분 개방을 주장하는 사람도 생겼고, 원리는······ 별다른 원리가 없고 통계적인 결과일 뿐이다.

각 대형 외과가 엄격하게 상하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대부분 경험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하급 의사는 상급 의사를 통해서 무언가를 배워야 하니 고분고분 굴 수밖에 없고.

사제 간에 전해 내려오는 외과 기술은 비록 점차 완벽해지지만 높은 기술일수록 딱히 이론적으로 말할 것이 없는 경우가 많다.

능연도 간 절제 이론을 설명할 생각은 없었고 방법이 유용하면 그만이라 여겼다. 실제로 구한 사람 목숨이 존재했고, 환자도 의사한테 이론을 설명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환자는 병을 고치고 살아남아서 좀 더 오래 살면 그만이었다.

외과 의사들끼리도 사실은 이론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다. 대다수 외과 의사가 쓰는 방법은 원리를 설명하기 힘들고 꼭 진리라고 할 수도 없었다.

능연은 그 방면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는 가상 인간이 없어도 절제할 수 있다는 것만 확인하고 싶었다. 수십 건, 혹은 수백 건 연습해야 절제할 수 있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외과 의사들의 배움은 원래 처음엔 보고 돕다가 2, 3년 동안 같은 수술 방식을 배우는 건 흔한 일이니까.

일반 간 절제라고 쉬운 것은 아니고 한동안 높은 사망률로 이름났던 수술이다.

배우는 사람이 많으면 쓰는 사람이 많고 총결할 경험이 많아지면서 사망률이 점점 낮아진 것이다.

고령 간암 자체가 쉬운 질병이 아니었다. 능연은 수술대 앞으로 돌아가 수술대에 누운 노부인을 바라보면서 마취의에게 약을 놓으라고 눈짓하고는 다시 집도 자리로 돌아왔다.

“수술 준비.”

경화 6 병원 수술과와 비교하면 동황구 병원에서 보낸 수술팀은 눈에 띄게 실력이 약했다. 동작과 조직력도 산만하고, 비록 표준 이상이고 꽤 적극적이기는 해도 평소의 수술 훈련이 운화 수준도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삼갑병원이니, 최악은 아니었다. 능연은 살짝 속도를 늦췄다가 다시 서서히 속도를 올려서 수술팀이 적응할 수 있게 했다.

참관하러 온 의사들도 제법 편안하게 지켜봤다.

“꽤 괜찮은데.”

일반 외과 주임 허금억이 능연 맞은편에서 부원장과 같은 받침대에 발을 올리고 팔짱을 끼고 탁 트인 시야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

동황구 병원에는 참관실이 없어서 현장에서 보는 게 제일 편했다.

곁에 있던 일반 외과 부주임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꽤 잘하네요.”

두 사람의 찬양 중에는 ‘나도 잘함’이라는 우월감이 은연중에 있었고 태도가 제법 우호적이었다.

이런 수준이라면 가볍게 새로운 수술을 배울 수 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꽤 괜찮다’ ‘꽤 잘한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반 외과 다른 부주임 몇 명도 히히호호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동황구 병원엔 간담췌외과가 없어서 주임과 다른 부주임 몇이 직접 간 수술을 했다.

주임 허금억이 췌장을 하기 때문에 췌장은 주임 놀이터가 됐고, 부주임이 할 수 있든 말든 언터처블이었다. 그래서 다들 간을 노리고 있었다.

나중에 4, 5년이 흐른 후 주임이 은퇴하면 여기 부주임들의 큰 전쟁이 일어나고 승자는 일반 외과의 큰 주임이 되고 패자 중에 능력자는 어쩌면 간담췌외과를 새로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동황구 병원은 지금 분위기가 좋은 편이고 부주임들도 배움에 대한 욕구가 높아서 능연이 간단하고 느긋하게 수술하는 걸 기분 좋게 보고 있었다.

능연은 다른 사람한테 신경 쓸 생각이 없었고, 간 인대 박리까지는 느긋하게 하다가 시간을 보고는 바로 속도를 올렸다.

수술팀 전체가 자연스럽게 따라 속도를 냈다.

간원 인대, 우삼각 인대, 좌삼각 인대, 간 관상 인대 등 인대 절단을 마칠 때마다 능연은 속도를 조금씩 올렸고, 간 십이지장 인대까지 했을 때 주변의 대화 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10년 이상 외과 생활을 한 의사들은 능연의 능수능란한 손놀림을 보며 속도 변화의 이유를 알아차렸다.

“끝내주네.”

일반 외과 주임 허금억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그와 잘 아는 빙지상도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아직 끝내주려면 멀었다네.”

그의 머릿속에 호두 파이 같던 혈관 봉합이 떠올랐다.

지금 수술받는 노부인은 몸 상태가 괜찮은 편이었다. 사실 노부인 몸이 수술할 수 있는 상태와 수술할 수 없는 상태 사이가 아니었다면 동황구 병원에서는 출장 수술을 요청할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능연이 제2 간문을 노출하고 이어서 혈류를 차단하고 정맥을 노출했다. 그 일련의 동작을 다른 외과 의사가 했다면 점점 더 느려졌을 텐데 능연은 점점 더 빨라졌다.

이제 어려운 건 능연 본인의 일이었고, 곁에 있는 스크럽 간호사가 능연이 요구하는 것보다 빨리 도구를 건넬 수도 있게 되었다. 능연의 수술은 출혈이 거의 없고 쓸데없는 절개구도 거의 없어서 환자 바이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 마취의의 작업은 더 간단했다.

수술을 지켜보는 의사들은 점점 말이 없어졌다.

단 몇 분 만에 능연은 예비 절개선을 완성하고 비활성화 간장 박리를 끝냈다.

“검사 보내세요.”

능연은 간호사가 수술실을 나간 후에 미끈거리는 장갑을 바로 벗고 손을 씻으러 갔다.

수술실에 그제야 말소리가 들렸다.

“세상에!”

“헐, 이게 뭐람.”

“끝내준다, 끝내줘.”

잠시 후, 검사 결과가 돌아왔고 ‘테두리 선명’이라는 결과였다.

수술실 의사들은 이제 뭐라고 찬양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주임 허금억은 조용히 빙지상을 끌어당겨 수술실 밖으로 나와 나지막이 말했다.

“빙 교수님, 저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빙지상이 껄껄 웃으며 하는 말에 허금억이 말을 다시 꺼냈다.

“능 선생이 제 수술을 해줬으면 합니다.”

빙지상은 위아래로 진지하게 허금억을 살피고는 입을 열었다.

“간 문젠가?”

“건강 검진에서 나왔는데 위치가 안 좋습니다. 일단 입을 막아 두었어요.”

허금억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해서 기분을 잘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담담한 것도 표현의 일종이었다. 빙지상은 수많은 환자를 봐왔고 허금억도 그런 환자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어쩔 셈인가?”

“스승님께 연락했더니 국내에서 수술하고 앤더슨 암센터로 가서 후반 화학 치료를 하라고 하시네요.”

허금억은 빙지상을 힐끔 보고는 말을 이었다.

“원래 교수님한테 부탁할 생각이었는데, 오늘 능 선생 수술을 보고 나니 그에게 부탁하고 싶어져서요.”

“추켜세울 것 없네. 국내 간 절제 의사가 얼마나 많은데, 내 차례가 오겠나.”

정말로 실력이 뛰어난 간 절제 의사를 찾으려면 빙지상은 아닐 것이다.

허금억도 길게 변명하지 않았다.

“능 선생을 만난 적 없고, 아까 만났을 때도 별로 유쾌하게 대하지 않아서 말입니다. 교수님이 말씀 잘해줄 수 있을까요?”

“음. 일부러 하는 소리가 아니라, 능 선생 성격이 좀······ 직접적이라네. 지금 능 선생은 일반 간 절제로는 할 수 없는 간암 환자만 받는 데다가 수술 방식도 그것 위주라네. 그래서 자네 수술을 맡을지 아닐지, 나도 장담 못 하네.”

“당연하죠, 의사가 싫다면 저도 어쩔 수 없지요. 환자가 되어 보니 알겠습니다. 의사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네요.”

허금억이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그 말에 빙지상은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하나만 묻겠네. 왜 능 선생한테 수술받기로 결심했나?”

“전에도 이름은 들었죠. 그때는 자세히 안 봤는데, 오늘 능 선생 수술을 유심히 보다 보니 참 정교하더군요.”

“그렇지. 능연은 수술할 때 항상 정교하지. 시작뿐만 아니라 디테일도 꼼꼼하다네.”

빙지상도 동의했다. 그가 능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능연이 수술을 따지면서 하는 점이었다.

전날 말한 대로 빙지상은 정교함을 모르는 의사를 가장 무시했다. 메스를 잡으면 자르고 출혈은 지지는 그런 의사가 하는 환자의 수술은 살아 있는 동안 재발률 혹은 출혈량 같은 데이터는 사실 나쁘지 않고 어떤 데이터는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환자 예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환자는 단순히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활을 위해서 수술을 선택한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고통 속에 살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대다수 환자는 질병이 생겼을 때, 질병 치료 후 마주하게 되는 국면을 잘 알지 못한다.

대부분 치료 후 일을 못하게 된다는 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몰라도 치료 후 생활력을 잃게 된다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의사인 허금억은 그것을 잘 알았다.

사실 허금억도 간 절제 전문가였다. 전국에서 손에 꼽히는 그런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문가 축에 속했다. 그래서 CT를 본 다음 바로 전문가 리스트를 뽑았다. 그때는 능연은 리스트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 능연의 수술을 본 허금억은 ‘능 선생에게 수술을 받아야겠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능 선생은 환자 상황에 따라 미세 조정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경험상 능 선생처럼 수술하면 환자 예후가 아무래도 좋겠죠.”

허금억은 의견을 구하는 모습으로 빙지상을 바라봤다.

빙지상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는 바로는 그렇다네.”

“매가 어르신도 상태가 좋다고 하고.”

“매가 어르신은 간 내 담관 결석이었네.”

“음, 그래도 간단한 수술이 아니었겠죠. 매가에서도 많은 의사를 조사하다가 나중에 능연을 골랐다던데요.”

허금억은 한숨을 내쉬다가 궁금한 듯 물었고 빙지상은 그저 싱긋 웃어 보였다.

“그야 나는 모르지.”

“매가야 그럴 형편이 되는 사람이고, 저는 부딪혀 볼 수밖에 없겠네요.”

허금억은 본인이 앤더슨 암센터에 갈 능력이 된다는 건 그다지 대단할 거 없다고 여겼다. 미국에 가서 치료한다고 해도 몇백만 위안이면 그만이고, 큰 주임 생활을 몇 년이나 한 허금억으로서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누가 집도할 건지가 문제였다. 그건 한 번밖에 고를 수 없는 문제니까.

빙지상은 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야기 한 번 해봄세. 여기에서 할 셈인가? 아니면 다른 병원?”

“스승님 병원으로 갈 생각입니다. 부속 2병원.”

허금억은 이미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빙지상이 생각해도 그러리라 했다. 동황구 병원은 삼갑병원이라고 해도 북경 의료 수준으로는 아무리 봐도 부족했다. 다른 건 둘째 치고 수술팀 실력만 봐도 본질적인 차이가 났다.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수술실로 돌아가 보니, 장안민이 벌써 환자 배를 닫은 다음 환자를 회복실로 보내고 동황구 병원 의사와 함께 지키고 있었다.

능연은 다시 손을 씻은 다음 주변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밥 먹으러 갈 준비를 했다.

동황구 병원에서는 출장 수술을 한 건만 준비했고, 병원 설비와 인원 생각을 한 능연은 여기서 더 버틸 생각이 없었다.

“능 선생, 상황은 괜찮은가?”

“순조로운 편입니다.”

빙지상이 싱긋 웃으면서 인사하자 능연도 수술을 되새기며 대답했다.

오늘 수술은 가상 인간 간 절제도 그렇고 조금 전에 마친 실제 조작도 그렇고, 본인의 판단을 넣은 수술이 두 번 다 순조로워서 능연은 본인의 컨트롤 능력이 조금 더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빙지상 역시 능연의 자신감을 읽었고 저도 모르게 암암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밤에 저녁 사겠네. 축 원사님과 함께하지. 북경에 왔으니 내 도리는 해야지.”

능연은 잠시 머뭇거렸다. 이제 곧 퀘스트 완료를 앞두고 있어서, 스태미너 포션 하나 마시고 일하면 두 시간짜리 가상 인간을 벌 수도 있었다.

“좋은 케이스가 하나 있네. 그리고 현지 궁정 요리 잘하는 식당도 골라놨지. 맛있을 걸세.”

빙지상은 매우 끌리는 제안을 했고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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