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서 가장 유명한 궁정 요리 식당인 방선반장(仿膳飯庄)은 북해에 자리 잡은 지 80년 역사를 가진 식당이었다. 중간에 영업을 중지한 적 있지만, 궁중 주방장의 실력은 여전히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빙지상은 능연을 데리고 로비로 들어가 특별히 식당의 궁정식 실내를 구경시켰다.
“특별히 주방장에게 연락했다네. 이따 음식 맛 한 번 보게. 맞다. 축 원사님 남방에 오래 사셨는데 북방 음식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잘 먹어요.”
축동익은 거하게 폼을 잡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북방 건물은 폼 나고 면적도 넓지요. 남방은 면적도 좁고 너무 비좁아요. 그래도 음식 솜씨는 남방이 조금 더 정교하지요.”
“소주(蘇州) 요리 저도 좋아합니다.”
빙지상은 맞설 생각 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북경 간식 중에 남방에서 온 주방장이 개량한 것도 많지요. 휘극(徽劇)은 북경으로 와서 경극으로 발전했고, 화이양 요리도 북경에서 크게 유명해졌죠.”
10살 젊은 축동익의 늙은 얼굴이 드디어 조금 밝아졌고 고개를 끄덕였다.
“객관적으로 말씀하시네요.”
“자, 오늘 북경 궁정 요리를 맛보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봅시다.”
빙지상이 축동익과 능연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자 안에 먼저 와 있던 세 사람이 다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여기는 기사로 데리고 온 레지던트고요, 여기는 이원 주임, 부속 2병원 일반 외과 주임입니다. 안 그래도 계속 능연을 만나고 싶어 했지요. 그리고 이분은······.”
“저는 구은열이라고 해요. 역강건 제약 영업과장입니다.”
돈을 내러 온 골드미스 구은열이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자자, 일단 앉읍시다.”
서로 소개를 마친 빙지상은 술을 완곡하게 거절하고 화제를 찾아 이야기를 이끌기 시작했다.
능연의 성격을 이제는 잘 알았고, 능연이 일반 간암 수술을 싫어한다는 걸 알아서, 자칫 능연이 허금억 수술을 거절해서 입장이 난처해질까 걱정이었다.
구은열은 웃는 얼굴로 종업원을 불렀다.
“아까 내가 시킨 메뉴 확인할게요. 더 시킬 것 있으면 시키고요.”
“네.”
그렇게 젊은 편은 아닌 종업원 아가씨가 고개를 숙이고 메뉴를 읊었고, 구은열이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특히 능연을 콕 찝어 바라보며 물었다.
“뭐 좀 더 시킬까요?”
“됐습니다. 충분해요. 이것도 다 못 먹겠네.”
축동익이 웃는 듯 마는 듯 상대를 바라봤다. 과하게 대접받는 건 의사로서 너무나 익숙한 장면이었다.
한 테이블에 가볍게 몇천 위안 넘는 음식에 축동익도 흥미가 생겼다. 능연도 안 될 게 뭐 있냐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충분하다고 대답했다.
“모자랄까 봐 그렇지, 남는 건 문제가 아니죠.”
구은열은 손을 흔들어 종업원에게 나가보라고 눈치 주고 바로 말을 이었다.
“능 선생님, 요즘 많이 힘드시죠? 매일 수술을 그렇게 많이 하신다니.”
“요즘 수술 별로 안 합니다.”
능연은 생각난 듯 입을 삐죽였다. 창서성에 있을 때 출장 수술 빈도가 더 높았고, 운화병원에서도 수술이 많았다.
좌자전과 장안민 등이 너무 흥분해서 매일 능연을 끌고 다니는 것만 아니라면 진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빙지상이 헛기침하며 바로 화제를 바꿔 궁정 요리 이야기를 시작했고, 이원이 냉큼 호응했다.
60 넘은 이원도 요즘은 수술 집도를 그다지 하지 않고 오히려 접대에 익숙했다. 거기에 구은열, 그리고 태클 거는 축동익 원사까지 네 명이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니 식사 분위기가 금방 불타올랐다.
능연도 맛있게 식사를 즐겼다. 그는 야들야들한 해삼 양파 볶음을 먹으면서 제법 만족했는데, 묘하게 소가 식당이 그리웠다.
방선반장은 요리도 맛있고, 인테리어도 멋지지만, 소가 식당은 갈 때마다 더 기대됐다. 소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꼬치구이가 맛있을 뿐만 아니라 소 사장 본인이 자주 서프라이즈를 선사하니까 말이다. 새로운 토끼라든가, 양이라든가 소라든가.
능연은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꺼내 소 사장 위챗을 열었고 3일 전에 올린 X-ray 사진을 발견했다.
“콜리스 골절?”
능연은 X-ray를 보면서 저절로 소리를 냈다.
“능 선생님, 식사가 별로인가요.”
능연이 핸드폰을 만지기 시작한 걸 본 구은열이 물었다. 놀랍기도 했다. 큰 주임이 셋이나 같이 하는 자리에서 다른 초짜 의사라면······.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103킬로 레지던트에게 향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찻잔을 비웠고, 종업원은 매우 싹싹하게 잔을 비우자마자 잔을 채우고, 두 사람은 경쟁하듯 잔을 비우고 채웠다.
“능 선생, 이 궁보계정(중국식 닭요리) 좀 맛봐요. 일부러 시킨 거랍니다. 보기에 평범하고 어디에나 있는 것 같아도 원래는 궁중 요리랍니다. 일반 궁보계정이랑은 달라요. 국가 연회에도 자주 나가는 음식이지요.”
이원 주임이 그렇게 말하면서 깨끗한 스푼으로 한 스푼 떠서 능연에게 건넸다.
“네. 먹었습니다. 맛있더라고요.”
능연도 음식 맛에는 제법 만족했다. 최근에 먹은 것 중에 가장 맛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손에 꼽을 만했다.
“능연, 잘 모르겠지만 이원 주임은 허금억 주임의 스승이라네. 음, 나도 허금억을 가르친 적 있고.”
빙지상은 다들 배불리 먹은 것 같자 아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이원도 젓가락을 내려놓고 생각이 많은 말투로 말을 이었다.
“허금억이 내 밑에서 공부할 때 자주 빙 주임 이야기를 했지. 그때 같이 췌장 연구를 하면서 쉬어야겠다 싶어 시계를 보면 벌써 가게가 다 닫은 시간이라 할 수 없이 찐빵을 먹었지.”
“그 시절엔 배달도 없는 시절이니까요.”
구은열이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컵라면도 비쌌지. 의사라고 해도 높은 위치가 아니면 돈을 못 벌었어. 허금억은 지금 제일 좋을 때지. 진료과 주임이고, 기술도 정상에 이르렀고, 병원에서도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그야말로 이제 날개를 펼칠 때가 아닌가요.”
“그렇지.”
“생각해 보면 의사도 참 불쌍하지. 젊을 때는 먹고 마시고 일할 수 있는데 먹을 것도 마실 것도 할 일도 없지. 나중에 늙어서 다 갖추면 먹을 힘도 마실 힘도 일할 기운도 없으니 말이야.”
이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허금억 주임이 암에 걸렸네. 간암.”
빙지상이 능연을 바라봤다.
“허 주임은 자네가 수술해 줬으면 한다네.”
“간 절제요?”
능연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렇다네.”
빙지상은 고개를 끄덕였고, 축동익이 목을 가다듬었다.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허 주임은 아직 60도 안 됐지요? 간 절제를 한다고 해도 사는 동안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데 주임 의사 생활하느라 수술을 미루느니 빨리 수술하는 게 낫지 않나요?”
“네. 수술을 서둘러 하는 게 최우선이죠.”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술 끝나면 미국 앤더슨 암센터에 가서 후속 치료를 할 생각입니다. 지금 절차를 밟고 있고요. 앤더슨 암센터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암 치료 센터 아닙니까. 그러니 능연 자네가 수술을 해준다면 허금억은 세계 최고의 암 대책을 얻는 셈이지.”
“그렇다고 생존율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빙지상의 말에 능연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런 보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암의 가장 잔혹한 부분이었다.
“허금억은 그걸로 만족할 걸세. 환자가 만족하면 그만 아닌가?”
빙지상의 말에 능연이 멈칫했고 축동익이 다시 목을 가다듬었다.
“허 주임은 귀국 후에 계속 일을 할 걸세.”
빙지상은 축동익의 발언을 막았고 계속했다.
“동황구 병원 일반 외과 주임이 능연 선생의 간 절제 수술을 받은 후 신속하게 일터로 돌아갔다. 그런 타이틀이 북경에 걸릴 걸세.”
“필름은 가지고 왔나?”
축동익은 능연이 홀라당 속아 넘어가기 전에 본인이 잘 잡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노트북에 담아 왔습니다.”
이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구은열이 다급하게 루이뷔통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덮개를 여니 사전에 준비한 MRI 원본이 바로 보였다.
구은열은 웃는 얼굴로 능연 옆에 노트북을 세팅해주었다.
“저희 회사 노트북입니다. 가지고 가셔서 보셔도 돼요. 나중에 아무 때나 돌려주시면 됩니다.”
“이따 USB에 옮기고, 알아볼 수 있게 위에 표시를 해주시지요.”
능연이 뭐라고 하기 전에 곁에 있던 축동익이 먼저 대답했다. 딱히 체면을 챙겨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의 말투가 매우 엄숙했다.
구은열은 속으로 뜨끔해서 다급하게 알았다고 했다. 제약회사 영업하면서 거절당하는 선물이 보내는 선물보다 많아서, 표정은 아무렇지 않고 담담했다.
능연이 이유 없는 노트북 선물을 받지 않는대도 정상이었다.
능연은 두 사람이 뭐라고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필름을 읽었다.
“어떤가?”
이원 주임이 능연의 표정을 주시하다가 그가 모든 자료를 다 읽은 다음에 바로 물었다.
“전형적인 중기 간암입니다. 할 수 있는 의사 많을 겁니다.”
능연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허금억의 MRI나 CT로 봐서 병소의 위치가 좋지는 않지만, 특수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정상 범주였다. 대부분 간암은 원래 좋은 위치라는 평가를 받기가 어려웠다. 좋은 위치의 간암이 오히려 비전형이었다.
“금억이는 능 선생 수술을 본 다음에 능 선생 수술이 정교하다고 생각해서 능 선생이 수술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원은 빙지상을 힐끔 보고는 계속했다.
“능 선생, 금억이는 아직 60도 안 되었다네. 은퇴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살릴지 몰라. 몇 백, 몇 천 명도 살릴걸? 게다가 본인도 의사니까, 간암 위험과 재발률을 잘 알고 있어서 지나친 요구는 하지 않을 걸세.”
능연이 말없이 고민에 잠겼다. 능연은 사실 자기가 수술한 환자가 같은 병으로 병원에 다시 돌아오는 게 보기 싫을 뿐이었다. 혹은 본질적으로 암 같이 컨트롤 되지 않는 질병이 싫었다.
이 세상에 도전을 좋아하는 의사는 많다. 자신에게 도전하고, 세계에 도전하고, 상식에 도전하는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평생을 걸고 이길 수 없는 질병에 용감히 도전하는 의사가 있다. 평생을 걸어도 이길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지만.
그런데 능연은 그런 도전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인생엔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 학교 끝나고 신나게 집에 와서 기분 좋게 숙제하다가 배가 고파졌을 때 그제야 엄마가 아빠랑 같이 놀러 나갔다가 시간에 맞춰 돌아오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던가······.
능연은 컨트롤 되는 수술실, 수술 그리고 컨트롤 되는 질병이 좋았다.
“제가 하든 다른 의사가 하든 차이가 없을 겁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간암 재발이죠. 허금억 주임님 연세로 봐서 거의 재발은 확정입니다. 생존 시간과 생존 퀄리티는 거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가 수술을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요.”
능연은 맛있는 해삼 양파도 먹었겠다, 설명을 좀 길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원은 웃음을 터트리며 실눈을 가늘게 떴다.
“정말로 큰 차이가 없을까? 내가 보기엔 차이가 클 것 같네만. 능 선생, 자네 수술과 다른 사람 수술에 큰 차이가 없다면 어째서 다들 자네를 출장 의사로 모시려고 안달일 거 같나?”
잠시 생각하던 능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차이가 크긴 하네요.”
“그렇지? 능 선생. 그러니까 동의한 거지?”
이원은 말재주가 있는 편이었다.
“허 주임님은 어디서 수술하실 겁니까?”
“부속 2 병원, 우리 과에서 할 걸세. 며칠 전부터 수액 맞고 사전 처치는 했어. 내일이라도 당장 수술해도 되네.”
“좋습니다. 내일 예정된 수술이 없네요.”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사전 처치까지 하는 이렇게 고분고분한 환자도 확실히 드물긴 했다.
“잘됐네. 그럼 금억이에게 통보하겠네. 내일 수술한다고? 몇 시가 좋겠나?”
이원이 크게 흥분해서 물었다.
“일단 허 주임님부터 만나보고요. 그리고 주임님 병원 수술팀하고 우선 협력 수술 한 번 하는 게 좋겠습니다.”
능연은 전에 출장 수술을 할 때 어시뿐만 아니라 익숙한 스크럽 간호사와 마취의도 함께 다녔다. 이번엔 북경이라 그렇게 많은 인원이 함께 움직일 수 없었는데, 동황구 병원 수술 환경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 말에 이원은 더욱 기뻐했다.
“그거 좋지. 무슨 수술이 좋겠나, 내가 준비하겠네.”
“단지 이식하죠. 시간이 좀 기니까. 아, 적어도 두 손가락 이상이요.”
능연은 거의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을 내놓고는 당부도 덧붙였다. 손가락 하나는 너무 순식간에 끝나서 상황 파악하기도 전에 봉합이 끝날 것이다. 그러면 의미가 없을 테니 말이다.
이원은 할 말을 잃었다. 간 절제 대가가 정형외과 단지 이식을 하고 싶어 하면 어떻게 한다? 남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
“전화 좀 걸고 오겠네.”
이원은 전화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북경 인구는 운화의 3, 4배이고 파급력이 더 넓다. 매일 생기는 손가락 절단 환자도 더 많다. 1,500만 가정에서 매일 식칼이나 다른 도구를 휘두르는 횟수는 3억 번을 넘고 그중에 실수할 확률이 1%라고 해도 300번이다.
물론 북경엔 병원도 많아서 환자가 몰리는 일이 드물지만, 이원 주임이 하나도 찾아내지 못할 정도로 꼭꼭 숨을 리가 없다. 그러니 이원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손가락 절단 환자를 구하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
역시나 이원은 10분 후 자리로 돌아왔다.
“연락되었네. 오늘 좀 늦게 병원으로 가면 적당한 환자가 와 있을 걸세.”
“늦게 갈 것 없습니다. 지금 병원 응급실에 가서 기다리죠.”
능연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배도 부르고 수술에 대한 흥미가 가득했다.
한 시간도 안 되어서 다들 방에서 나가서 거리로 나갔다. 이원은 앞에 걷는 능연의 뒷모습을 보며 우습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해서 축동익과 빙지상을 바라봤다.
“효율을 따지자면 효율적이긴 합니다.”
“게다가 투지도 높고 에너지도 충만하지요. 하하하, 이제 젊은이의 세상이네.”
“그러게요. 젊은이의 세상입니다.”
축동익도 감탄하며 한마디 했다.
석양이 지자 능연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