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속 2 병원 병실에 허금억이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으며 멀리서 온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신 상태가 맑은 편이었고 사실 병원에 있을 때보다 컨디션이 더 좋았는데, 그를 둘러싼 사람들 얼굴엔 동정하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주임님.”
동황구 병원의 의사들이 속속 병실로 들어왔다.
“아, 이 선생, 왕 선생도 왔구만.”
허금억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일일이 이름을 부르며 자상하게 대했다.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이 선생이 한숨을 쉬며 허금억 손을 붙잡고 앉았다.
“자자, 다들 앉게. 다들 퇴근하고 온 건가? 당직은 있어야지.”
“훈련의들이 알아서 오늘은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주임님을 위해서 힘이 되고 싶어 합니다.”
왕 선생이 빈말을 아무렇게 늘어놓았다.
“그래, 마음 써주는구먼. 다들 딴생각 말고 열심히 일하게. 수술 끝나고 화학 치료 끝나면 두 달이면 돌아갈 걸세.”
허금억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말에 모두의 머릿속에 ‘돌아올 수 있다고요?’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갖가지 수술과 화학 치료 부작용이 쉴 새 없이 모두의 눈앞에 맴돌았다.
“이원 주임을 집도의로 모셨나요?”
의사 하나가 그렇게 물었다. 두 사람이 사제지간인 걸 모르는 동황구 병원 의사는 없었다. 게다가 2병원에 입원까지 했으니, 자연스럽게 연상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허금억은 고개를 흔들었다.
“능 선생에게 부탁했네.”
“능 선생이 누굽니까?”
사실 누군지 아는 의사도 있었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능연.”
허금억이 매우 명확하게 대답했다.
“왜요?”
의사들은 모두 이해할 수 없었다. 허금억 신분으로 다른 일은 몰라도, 자기 목숨을 위해 수술할 의사를 구하려고 하면 국내에서 거절할 의사는 없으리라.
게다가 의사로서도 이런 의사의 수술 부탁을 받는 건 보통 영광이 아니다. 어쨌든 상대가 단순히 출장 수술 비용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목숨을 내놓고 부탁하는 것이니 말이다.
사람들은 허금억이 국내에서 가장 훌륭한 외과 의사를 부르거나 아니면 가장 신임하는 의사를 부를 것으로 생각했는데, 능연은 이론상으로 둘 중 어느 하나 근처도 못 갔다.
허금억은 이 촌닭들에게 ‘정교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껄껄 웃고 말았다. 병에 안 걸렸을 때도 젊은 의사들에게 이치를 설명하는 게 귀찮았는데 남은 세월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엔 시간 낭비하기엔 이 촌닭들은 그럴 가치가 없었다.
“그만 돌아가 보게. 며칠 병가 낸 사이 나 원장이 진료과를 잠시 관리할 걸세. 다들 협조 잘하고.”
허금억이 폭탄을 던졌다.
지금 권력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초짜 의사 몇은 각각 생각을 품고 병실에서 나왔다. 너무 많은 변화가 그들의 예상 능력 밖에 일어났다.
“능연이 여기 수술실에서 수술 중이래. 보고 갈래?”
나이 젊고, 겉모습은 늙고 머리숱도 적고 눈밑살이 심하고 눈빛이 탁하고 입가가 살짝 올라간 초짜 주치의가 흥미진진하게 소식을 전했다.
“가자.”
“당연히 봐야지.”
동황구 병원 의사들은 두말없이 수술실로 향했다.
수술실에 도착하자 젊고 입가가 올라간 초짜 주치의가 동창을 불러왔고, 다들 순조롭게 수술실에 들어갔다.
지금 병원은 실습생과 훈련의가 넘쳤고, 관리하는 간호사도 사람을 다 알지 못해서 대충 하얀 가운만 입었으면 수술복을 나누어주었다.
다들 깔끔하게 갈아입고 매무새를 챙긴 다음 수술 리스트를 확인하고 바로 능연이 있는 3번 수술방으로 날아갔다.
수술실에 이미 두 사람이 서서 보고 있었다.
동황구 병원 의사들은 묵묵히 그 뒤에 서서 먼저 온 두 사람이 낮은 소리로 이야기 나누는 걸 들었다.
“쩐다.”
“혈관을 이렇게도 꿰매네.”
“이햐, 수처 솜씨, 대단하다. 야 백,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꼭 저분 모셔와라.”
“그래. 언제로 잡을까?”
능연은 수술대 앞에 앉아 두 눈을 2인용 현미경에 대고 한 손으로 니들홀더를 다른 손으로 포셉을 휘두르고 있었다.
맞은편에 장안민이 어시로 서서 왼손으로 환자의 손을 잡고 오른손으로 포셉을 놀리며 수시로 거들었다.
조작면 좌우 양측에 각각 놓인 트레이에 사용했거나 사용할 기구, 소모품이 놓여 있었다. 큰 수술 장면과 비교해서 단지 이식 수술 현장은 초라했다. 2인용 현미경이나 조금 모던한 느낌일까, 그리고 무영등이 조금 안전해 보인다는 것 말고는 특별할 게 없었다.
외부인이 보기에는 단지 이식 수술이 복강경 수술보다 무서울 수 있다. 복강경 수술은 거의 인체가 노출되지 않아서, 환자 배꼽과 그 주변에 작은 막대기 몇 개 말고는 모든 수술 시야는 병상 모니터로 확인해야 해서 시각적 충격이 거의 없다.
그러나 단지 이식은 다르다. 다른 수술처럼 수술 시야 범위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계속해서 손 위치를 조절해야 한다. 그래서 손이 통째로 노출되어 있어야 하고 이리저리 뒤척이며 뼈와 살이 눈앞에 노출되어 누가 봐도 ‘이건 사람 손이다’ 싶게 드러나 있었다.
의사라면 각종 피비린내가 나는 장면에 익숙하지만, 그래도 손가락 세 개 잘린 손바닥을 보면 아무래도 가슴이 철렁하게 된다.
“작업 중 부상입니까?”
동황구 병원 주치의 공명휘가 문 쪽으로 붙어 선 채 조금 젊어 보이는 부속 2 병원 의사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연교에서 왔어요. 기계 작업 중에 한꺼번에 손가락 세 개가 눌려서.”
부속 2 병원 의사는 능연의 손놀림을 주시하느라, 공명휘의 목소리를 듣고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충 대답했다.
“압궤상?”
“네. 원래 하급 병원으로 갈 건데, 우리 주임님이 여기로 불러왔대요. 그린 패스. 의료 보험 안 되는 모든 비용은 면제. 가족들이 한숨 돌렸죠. 능 선생 참 좋은 사람이네. 수술도 해주고 경제 문제도 해결해주고.”
“이런 산재는 공장주가 배상하는 거 아닙니까?”
“손가락 절단은 돈이 얼마 안 돼요. 게다가 정규 공장이고 보험도 잘 들었고. 그런 상황이니 가족도 아낄 수 있는 건 아끼고 싶겠죠.”
2 병원 의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공명휘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말을 이었다.
“딴생각 말아요. 능 선생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거 같은데.”
“나는······.”
공명휘도 성깔 있는 사람이라 순간 욱하는 마음이 들었다.
“정형외과 안 배웠습니까?”
“일반 외과입니다.”
2 병원 의사가 말을 자르며 묻는 말에 공명휘는 조금 무시하듯 대답했다.
“아이고 비참해라. 어리고 뭣 모를 때 선택한 진료과겠네.”
2 병원 의사는 킥킥 웃고는 공명휘가 대답하기 전에 말을 이었다.
“능 선생 수술 봐도 모를 것 같네요. 저쪽에 우리 정형외과 부주임님도 잠깐 보러 왔다가 눈을 못 떼고 있어요.”
정형외과 부주임이라고 해도 주치의와 비교하면 실력이 대단했다. 사실상 정형외과 기술이 단순하고 직관적이라 같은 부주임이라고 해도 다른 진료과보다 실력이 노련했다.
아까 두 사람의 대화를 회상해본 공명휘는 상황을 조금 알 것도 같았다.
“능 선생, 혈관 수처 대단하군요.”
“응. 그래도 보는 눈이 있네요.”
“정형외과도 요즘은 기술을 논하네요. 아이고, 쉬운 게 없어 진짜.”
2 병원 의사가 조롱하듯 한마디 하자, 공명휘도 혀를 끌끌 차면서 대답하고는 어느 정도 갚아 줬다고 생각했다.
“가서 능 선생 논문이나 뒤져 봐요. 구병원이라고 해도 업계 동향은 알아야 하잖아요.”
말을 마친 2 병원 의사는 옆으로 몇 발짝 더 가면서 ‘이제 너랑 말 안해’라는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