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62화 (443/877)

공명휘는 동황구 병원으로 돌아왔다.

일반 외과 의사는 정형외과 의사를 대할 때 ‘목공 주제에’로 공격하고 ‘개똥 치우는 일도 공공 서비스지’로 자신을 위로하지만, 돈이 최고인 이 세상에서 정형외과 의사가 가장 돈을 많이 번다는 건 역시나 슬픈 일이었다.

공명휘는 그것보다 능연의 기술 문제가 더 신경 쓰였다. 더 깊이 말하자면 주임의 수술 결과 문제였다.

그는 부주임 의사 태헌의 치료팀 주치의였고, 부주임이 따로 진료과를 만들어 나온다면 그도 아마 태헌을 따라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자기도 부주임이 될 기회가 높다는 뜻이니 이론적으로 그에게 가장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만약 주임의 수술 결과가 좋아서 앞으로 4, 5년 계속 일할 수 있어지면 상황이 확연히 달라진다. 지금 신나서 날뛰었던 사람은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공명휘 기억 속에 주임 허금억 님은 꽤 각박한 사람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동황구 병원은 요즘 오랫동안 사람을 뽑지 않았다. 그게 다 주임이 돈을 더 벌기 위해서였고 덕분에 그 밑에 레지던트와 주치의는 힘들어 죽을 것 같았다.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실습생과 훈련의가 아니었다면 공명휘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큰 주임이 죽지 않고 돌아온다면, 돌아와서 기분 전환으로 부주임 둘은 잡을지 모른다. 그 방법도 공명휘가 이미 생각해 두었다. 하나는 외래 진료로 한 달 보내서 토 나올 때까지 일 시키고 시골 병원으로 보내고 다른 하나는 먼저 시골 병원으로 보냈다가 토 나올 때까지 외래 진료 보게 하고.

그 생각을 하던 공명휘는 뭐에 홀린 듯이 자기가 주임이 될 날이 언제일지 상상하게 됐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수많은 의사가 2 병원 수술 구역으로 몰려들었다.

동황구 병원 의사뿐 아니라 2 병원 의사, 그리고 다른 병원 의사도 있었다. 다들 각자 무리를 만들어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

“새벽 5시 수술이라니. 변태적인데.”

“환자랑 간호사는 새벽 몇 시부터 준비한 거야.”

“능연은 왔어요? 왜 안 보이지?”

“능 선생은 아래서 순두부랑 요우타오 먹고 있어요.”

여자 의사 하나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무심결에 대답했다.

“응? 수술 안 한대요?”

공명휘가 눈살을 찌푸리며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다가갔다.

“환자도 준비를 마쳤는데, 집도의가 순두부를 먹고 있다고?”

“능 선생은 어제 밤새 응급 수술했는데, 잠깐 쉬는 것도 안 돼요?”

여의사가 입을 삐죽였다.

“밤새 수술하고 허 주임 수술을 한다고? 말이 돼?”

“능 선생은 수술 끝내고 자고 일어나서 아침 먹으러 갔어요. 습관이래요.”

여자 의사뿐 아니라 다른 조무사도 능연 편에서 말했다. 공명휘는 입을 다물고 못 들은 척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병실 안, 허금억과 아내, 자식이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은행에서 일하는 허금억의 아내는 겉모습도 당당해 보였는데 지금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허금억은 웃는 얼굴로 아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며칠 전에 수술한다고 하니까 그렇게 기뻐하더니, 이제 수술하는데 왜 울어요.”

“그게 같아요?”

“뭐가 다른데요.”

아내 우해진이 고개를 흔드는 모습에 허금억은 여전히 미소 지었다.

“울지 말아요. 작은 수술이에요. 솔직히 이런 수술, 내가 얼마나 많이 한 줄 알아요?”

우해진은 더 크게 울기 시작했고, 14살짜리 딸도 덩달아 울었다.

“아빠, 이제 아빠 말 잘 들을게요. 아빠, 꼭 나으세요.”

“효아야, 울지 마. 아빠 꼭 좋아질 거야.”

“약속.”

“그래, 알았어. 약속.”

“아빠 약속했어요!”

“약속했어, 약속. 그럼 너도 약속할 거지?”

허금억은 몇 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아직 사춘기가 되지 않은 딸은 지금처럼 귀엽고 놀리기 좋았다.

“약속해요. 아빠만 좋아진다면 이제 연애 안 해요.”

딸이 끄억끄억 울면서 큰소리로 하는 말에 허금억이 눈썹을 치켜들었다.

“너 연애하니?”

딸은 멍해졌다가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서 울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빠 병 다 나으면 헤어질게요.”

쿵.

하늘에 비라도 내릴 듯 벼락이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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