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63화 (444/877)

부속 2 병원 위치는 운화병원처럼 도시 한가운데 있는 큰 병원이었다. 주변에 번화한 상가도 있고, 주택도 있고 갖가지 작은 상점도 가득했다.

능연은 병원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작은 골목에서 순두부에 요우타오, 그리고 짠지를 갖춰 기분 좋게 먹고 있었다.

북경 현지 먹거리와 비교하면 요우타오, 순두부 같은 전국성 식품은 어디든지 맛있어서 아무런 작은 가게에서도 맛이 출중했다.

가게에 손님도 많은 편이었고, 새벽 5시라는 시간에도 가게가 반쯤 차 있어서 역시 북경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능연은 마스터급 신체 검진 스킬로 좌우에 보이는 손님을 시진하다가 전형적인 알콜 중독 특징을 띤 사람을 발견했다. 안면 홍조, 피부가 두껍고 기름지고, 모세혈관 확장, 결막 증식과 붉은 코.

쾅.

하늘에 벼락이 치자 가게 안에 사람들이 모두 순간 당황했다.

다 먹었거나 다 먹어가는 손님들은 다급하게 일어나서 계산하면서 밖으로 달려 나갔다.

아직 다 안 먹은 사람은 남은 음식을 보며 망설이다가 핸드폰을 꺼내 택시를 불렀지만, 결과가 없었다.

능연은 당황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음식을 먹었다. 지난밤 밤새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겨우 퀘스트를 쌓아나갔다. 그러나 허기는 스태미너 포션으로 보충할 수 없었고, 지금 배불리 먹지 않으면 수술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저혈당은 손 떨림을 초래할 수 있다.

“사장님, 또우지앙 한 그릇 주세요. 그리고 요우타오도요.”

능연은 그릇에 남은 순두부를 깔끔히 비우고 그릇을 밀어 놓고 또우지앙을 기다리면서 지루한 듯 땅콩을 씹었다.

“저기, 우산 없으신 거 같은데요.”

젊은 회사원 아가씨가 용기 내어 능연 앞에 섰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한테 우산 있는데 같이 쓰실래요? 어디로 가세요?”

스물셋에서 넷쯤 되어 보이는 아가씨가 내심 비를 내린 하늘에 박수를 쳤다.

“이따 병원 갑니다. 수고 끼칠 거 없어요. 우산 가지고 올 거예요.”

“수고라니요, 수고 아니에요.”

아가씨가 고개를 흔들었다. 능연은 여자의 우산을 보고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 쓰기엔 우산이 너무 작아요. 비 맞으면 안 되거든요.”

“비 맞으면 안 돼요? 조금도요? 왜요?”

여자는 머릿속에 수많은 한국드라마에 나오는 병들을 떠올렸다.

“곧 수술해야 하거든요.”

비를 맞으면 감기 확률이 높아지고, 몸도 차가워질 것이고 그러면 수술에 영향을······. 어쨌든 능연은 그런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여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고, 생각을 거치지도 않고 말이 터져 나왔다.

“기다릴게요. 무슨 수술이든 상관없어요.”

잠시 후, 여자의 심장은 로맨스로 가득찼다.

그때 능연의 핸드폰이 울렸고, 전화를 받으니 좌자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능 선생, 밖에 비 오네. 내가 데리러 갈게.”

“저희가 갈게요!”

간호사의 목소리와 대담한 웃음소리가 핸드폰에서 흘러나왔다.

“알겠습니다.”

능연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핸드폰을 끊었다.

“누가 데리러 온대요?”

“네.”

능연은 요우타오를 또우지앙 안에 넣고 와구와구 먹었다.

보통, 일반인이 그런 식으로 먹으면 이미지 점수가 깎일 것이다.

그러나 능연은 더 멋져 보이기만 했다.

아가씨가 능연을 바라보는 사이 마음속 난쟁이들이 싸웠다.

-병 났다잖아. 지금이 제일 약한 때야. 이럴 때 겟하는 거지.

-좋아, 좋아.

쾅.

창밖엔 비가 더 크게 내렸고, 빗물이 길가에 작은 강을 이뤘다.

능연은 가게 문 앞에 서서 기분 좋은 느낌으로 바람 부는 북경을 즐겼다.

순두부도 꽤 맛있었고, 요우타오도 괜찮았고, 또우지앙도 나쁘지 않고, 비 내린 공기도 좋았다. 새벽 5시 넘은 북경은 거리에 차도 많지 않고 숨결도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두 간호사가 입원 병동에서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 두 사람 모두 커다란 우산을 들고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었다.

“능 선생님. 접이식 우산은 싫어하신대서 장우산 가지고 왔어요.”

간호사가 자랑하듯 황비홍처럼 지팡이와 무기로 쓸 수 있을 만한 우산을 꺼냈다.

“고마워요.”

우산을 받은 능연은 잠시 둘러보다가 만족한 듯 들어 올려 가볍게 열었다. 동작이 어찌나 멋진지, 두 간호사 모두 가슴이 두근거렸다.

로맨스 꽃이 핀 여자는 질투가 났다.

“병원으로 가죠.”

능연은 뒤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우산을 들고 느릿느릿 병원 쪽으로 향했다.

간호사 두 명이 재빨리 양쪽으로 붙었다.

가게에 우산도 없고, 우산 빌려주려는 사람도 없는 젊은 녀석들은 서글프기만 했다.

그중 한 남자가 용기를 내서 로맨스 아가씨 곁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아까 우산 있······.”

“누가 남 이야기 엿들으래요? 어떻게 남의 말을 엿들을 수 있죠?”

여자는 온몸에 넘치는 분통, 22년산 원기를 모두 퍼부었다.

쾅.

하늘에 벼락이 연달아 쳤다.

능연은 기분 좋은 듯 주변을 관찰했다. 처음에 2 병원에 왔을 때는 주변 환경이 싫었다. 오후에 온 거라 주변에 차도 많고, 환자에 보호자에, 번잡스럽기 그지없었다.

능연은 갑자기 스태미너 포션이 좋긴 하다고 생각했다. 붐비는 오후를 피해 이렇게 조용한 새벽을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 생각이 들자 능연은 다시 스태미너 포션을 하나 꺼내 고개를 들고 마셨다.

“수술하러 갑시다!”

능연은 우산을 거두고 입원 병동으로 들어갔다.

15분 후, 능연은 수술대에 누운 허금억 주임을 볼 수 있었다.

“혈액 준비됐나요?”

좌자전과 장안민이 사전에 검사 작업을 했을 걸 알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체크해야 했다.

“2,000cc 준비해뒀습니다. 부족하면 3,000cc 더 조달 가능하답니다.”

장안민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대답했다.

응급 간 절제할 때 5,000cc 혈액 손실 환자 수술도 해봤지만, 그 환자는 오는 길에 그만큼 흘린 거고, 병원 안에서 5,000cc나 흘리기도 쉽지 않다.

물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빙지상 교수가 당일 만났던 문정맥 고압 환자도 미칠 듯이 피를 흘렸었다.

“병원에서 부주임 두 명을 어시로 써도 된다고 합니다.”

좌자전이 특별히 나서서 알렸다.

“훅 잡을 주치의 있으면 나오라고 하죠.”

자주 출장 수술 가는 능연은 그 집 병원 주치의를 개처럼 부리는 데 익숙해서, 북경 삼갑병원 주치의라고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잠시 후, 부속 2 병원 일반 외과 주임의 감시하에 주치의가 고분고분 앞으로 나왔다.

“장 선생님 퍼스트, 좌 선생님 서드.”

능연은 대충 자리를 배정했다. 2 병원 주치의를 끼워 넣은 건 익숙하지 않은 기구가 있거나 2 병원 기구가 이상하거나 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됐습니다.”

능연은 마취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마취해도 된다고 눈치를 줬다.

“허 주임님, 버티세요.”

“허 주임님, 파이팅.”

“허 주임님, 돌아오셔야 해요.”

수술실 안팎이 웅성웅성 댔다.

능연은 손을 들어 수술대 허공에 휘저으며 1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가상 인간을 쓰며 허금억의 간을 살폈다.

환자의 암세포가 새롭게 확장됐는지 살피려는 것이었다.

사실 앞으로 이 수술 방식을 발전시킬 준비에 살짝 어긋난 행동이었지만, 발전은 발전이고,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기 위해 쓸 수 있는 기술을 안 쓰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고 여겼다.

허금억의 간 상태는 능연이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했고 지금 다시 봐도 큰 변화는 없었다.

“시작하죠.”

능연은 곁에 있는 모니터링기를 힐끔 보고 한마디 했다.

조수들은 엄숙한 얼굴로 위치에 섰고 부속 2 병원 주치의도 입마개가 채워진 경찰견처럼 허리를 곧추세우고 프로 의식을 불태웠다.

오늘 수술은 북경 부속 2 병원 수준으로는 정말로 간단하디간단한 수술이었다. 하지만, 어떤 수술이든 정말로 잘하려면 쉬운 일은 아닌 법.

이원 주임에게 뽑혀 나온 초짜 주치의는 수술 실패 시 희생양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수술실에서 가장 긴장한 사람을 꼽으라면, 마취되어 기절한 허금억 님을 제외하고는 바로 이 초짜 주치의님일 것이다.

“메스.”

능연이 손을 뻗자마자 메스 손잡이가 손가락에 닿았다.

곁에 스크럽 간호사도 어깨를 펴고 허리를 세운 채 프로 의식 가득한 표정이었다.

의사마다 수술 습관이 다르지만, 스크럽 간호사는 수술 플로우뿐만 아니라 의사 습관도 기억해야 한다.

정상 상황이라면 차차 익숙해질 일이었다. 스크럽 간호사가 모 의사와 협력하면서 수술을 하면 할수록 수술 플로우에도 익숙해지고 파트너로 오래 설수록 의사의 습관도 기억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 수술은 그런 상황과 달랐다. 수술 진도를 따라잡기 위해, 간호학과 석사 졸업생인 이 아가씨는 이틀 전부터 수술 방식을 외우고 능연의 수술 동영상을 열 시간이나 봤다.

심지어 능연이 수술할 때 서는 위치까지 다 외웠다.

효과는 발군이었다. 수술을 막 시작했을 때, 능연은 살짝 속도를 느리게 진행했지만, 스크럽 간호사가 속도를 따라온다는 걸 느끼자 바로 속도를 올렸다.

“이렇게 빨라?”

“정말 잘하네.”

“요즘 젊은 것들, 진짜 얄밉다.”

참관실에 있는 부속 2 병원 의사들은 거침없는 평가를 했다.

주임 이원도 뒷짐 진 채 진지한 얼굴로 능연의 손놀림을 지켜봤다.

능연이 수술을 잘한다는 건 그도 인정했다. 국내 정상급 수준에 이른 사람의 수술 수준을 트집 잡는 건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런 수준 의사라면 수술 처리 경향이 다를 뿐이다.

어떤 의사는 지혈에 집착해서 무출혈 시야를 추구하느라 출혈 문제를 쉴 새 없이 처리하고, 어떤 의사는 대면적 절개를 선호하고 조심스럽게 봉합한다. 그리고 속도를 추구하느라 정확도를 포기하는 의사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의사든, 환자나 보호자가 자기가 원하는 의사 유형을 고를 수는 있어도 선택한 의사가 자기가 원하는 방법으로 수술하게 할 수는 없다.

의사의 개인 스타일은 십 년 혹은 이십 년 동안 훈련하고 실천하며 서서히 쌓아가는 것이다.

의사에게 스타일을 바꾸라고 요구해도 절대로 환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허금억 같은 중기 간암 절제 수술은 어떤 스타일이라도 충분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떨지,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허 주임님이 능연을 집도의로 선택했다던데요?”

2 병원 부주임이 이원 곁에 달라붙어 나지막이 물었다.

“음.”

“무슨 기준으로 고르셨대요? 능 선생이 잘하기는 해도 주임님보다야 한참 차이 나지 않겠습니까?”

눈 뜨고 하는 거짓말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직 위로 올라가야 하는 부주임으로서 양심을 팔고 눈을 딱 감고 주임에게 아부하는 것도 기본이었다.

아부라는 걸 알아도 듣고 있자니 기분이 좋아진 이원은 태도와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그렇게 말하지 말게. 초기 간암은 누가 해도 비슷해서 일등, 이등 구분이 없지. 금억이 능연의 수술 기술뿐만 아니라 능 선생이 수술 디테일도 세심히 따지는 것까지 생각한 거야.”

그냥 자기 기분 좋자고 하는 말이었지만 듣는 사람으로서는 궁금증이 생겼다.

“능 선생 어떤 디테일이 그렇게 좋으셨대요?”

“정교함.”

“정교함이요?”

“음, 수술을 정교하게 하는 것. 알겠나? 시대가 발전하고 있네. 환자 요구도 점점 많아지지. 앞으로 우리도 정교한 의사가 되어야 하네.”

후배 칭찬에 인색하지 않은 이원이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현장에 의사들은 웃기만 하고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주임이 그럴싸한 감동 멘트를 던지는 거로 생각했다.

그때 능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환자 담낭관 변이에 주의해야 합니다. 영상으로 봤을 때 전(前) 나선형으로 간 총관 좌측에 붙어 있었어요.”

모든 간 혈관과 담도 구조는 변이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사람마다 간 혈관과 담도 구조는 다 달랐다. 그러나 의사들은 최대한 귀납해서 조잡하게나마 그것들을 분류한다.

담낭관 변이만 따져도 이런저런 차이가 있고, 담낭관 결여, 단축, 전 나선형 부착, 후 나선형 부착 등등등등이 있다.

그 외에도 간 혈관 변이, 간 형상 변이, 담관 변이 등도 있다.

이렇게 많은 변이 구조도 간 절제 수술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간단한 수술에 비해, 간 절제는 수술 방식을 기억하려면 모든 해부 구조를 기억해야 해서 얼마나 더 어려워지는지 모른다.

제일 작게 계산해 봐도, 예를 들어, 간 혈관, 간 형상, 담관과 담낭관에 각 6가지 변이가 있다고 치자. 그럼 의사가 환자의 겨드랑이를 잘랐을 때 1,296가지 해부 구조 중에 하나를 보게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변이된 인체 구조는 더 많아서 의사가 모든 걸 파악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다.

이럴 때, 사전에 필름을 보고, 사전에 분석하고 조치를 준비하는 건 매우 중요해진다.

이원은 능연을 바라보면서, 그가 이 나이에 간 절제를 수백 건 했어도 이런 연구를 했을까 궁금해졌다.

순간 이원은 심지어 허금억의 말만 듣는 게 아니었다는 후회가 들었다. 간 절제 수술은 능연 같은 젊은 의사가 하기에 너무나 위험한 수술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능연은 수술대에 고개를 박고 박리 작업을 시작했다.

간 총관 좌측 담낭관에 부착된 전 나선형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아무도 모르는 새 이원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사실 이원이 처음에 필름을 봤을 때 골치 아파 하던 부분이기도 했다. 허금억의 수술이 잘못된다면 이 부분도 포함될 것이라 생각했다. 멀쩡한 담낭관이 나선형으로 생긴 데다가 간 총관 위에 붙어 있으니, 실수로 그걸 터트렸다가 얼마나 골치 아파질지 모를 의사는 없었다.

담액이 복강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제 몸을 제가 소화 시키는 꼴이고, 염증으로 잘못하면 사람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다 됐습니다. 이제 절제 시작합니다.”

능연은 담낭관 부분에서 잠시도 멈칫하지 않고 순조롭게 끝내고 순조롭게 절제를 시작하고 있었다.

절제 전에도 무슨 세레모니도 없이 이제 막 예비 절개선을 그린 것처럼 설명 한마디 하고는 스윽 그어 내려갔다.

“이런 게 정교함이로군.”

아까 그 부주임이 갑자기 혼잣말했다.

“악성 종양을 전혀 존중하지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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