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휘는 사무실에 앉아서 열심히 일하는 척하며 눈으로 모니터를 보며 되풀이해서 자기네 주임 허금억의 수술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다들 ‘주임이 수술 하는’ 동영상을 봐왔지만, 지금 ‘수술이 주임 하는’ 동영상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새로웠다.
공명휘는 다른 사람도 같은 일, 혹은 비슷한 일을 하고 있으리라 믿었다.
다들 일반 외과 의사라, 다른 의사처럼 이리저리 수소문하느니 차라리 수술 동영상을 보는 게 빨랐다.
삼갑병원 일반 외과 의사라고 누구나 간 수술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대형 호텔 주방장이라고 모두 간 요리에 능통한 것 아니듯이. 동황구 병원 의사 중에 해당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혔지만 일이라는 게 하는 건 어려워도 보는 건 쉬운 법이었다. 동황구 병원 부주임부터 공명휘 같은 초짜 주치의까지, 다른 사람 도움 없이 수술 동영상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탁.
공명휘가 스페이스 키를 눌러 동영상 화면에 종양 비활성 박리 부분을 고정했다.
능연은 아주 인색하게 종양과 아주 작은 부분의 정상 조직만 잘라냈다. 자칫하면 집도의인데 간암 수술도 모르는 멍청이라고 생각할 만한 양이었다.
그러나 절제된 악성 종양의 병리 리포트와 원본을 보면 능연이 정확하게 잘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동영상은 아무리 봐도 그래 보이지 않았다.
정말 괴로운 경험이었다. 문제 풀 때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가 틀린 거 같은데 결과가 나오면 상대방이 정확했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누군가 공명휘에게 의견을 물었다면, 능연이 깨끗하게 자르지 못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디가 깨끗하지 않은지 말하라고, 그리고 무슨 증거로 그렇게 말하냐고 묻는다면 그토록 오래 동영상을 들여다 봐놓고도 정확히 대답할 수 없었다.
모든 증거가 깔끔히 잘랐다고 뒷받침하고 있었다. 주임 허금억의 간 절제 수술은 어려운 수술도 아닌데, 특별히 불러온 의사가 깨끗이 자르지도 못하는 의사일 리가······.
공명휘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창밖으로 향했다.
전깃줄 위에 참새가 주르륵 앉아 있었다. 공명휘는 그것들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주임님, 돌아온다. 못 돌아온다. 돌아온다. 못 돌아온다.
휘리릭.
순간 참새가 모두 날아가 버렸다.
“저 녀석들이.”
공명휘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앞에 자리에 자기네 부주임이 에피프레넘을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공명휘는 예전에 배운, 입 모양 읽는 기술로 서서히 내용을 반복했다.
‘된다, 안 된다, 된다,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