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선생님, 좌 선생님 내려오셨네요.”
봉화대가 있는 곳에서 쉬고 있던 동한생은 좌자전과 능연이 돌아오자 급히 몸을 일으켰다.
“꼬마 스님, 왜 같이 안 갔어? 절에서 자주 산에 오르니까 이 정도는 쉬울 텐데.”
금방 콜리스 골절을 도왔던 좌자전은 기분이 좋아서 말까지 빨라졌다.
“동한생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자주 산에 오르니까, 두 분이 다녀오신 곳이 보기엔 가까워 보여도 먼 걸 잘 알죠. 저는 의사도 아니고 그냥 여기서 기다렸죠.”
동한생이 싱긋 웃으며 하는 말에 좌자전은 멍해져서 무심결에 자기 두 다리를 문질렀다. 맞아, 이건 등산 후에 오는 통증, 피로감이야.
“이 녀석! 일찍 얘기하지.”
좌자전은 장성을 올랐던 흥분감, 내려오면서 느꼈던 뿌듯함이 점차 사라지고 통증이 밀려와서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반사적으로 ‘love?’라고 새겨진 벽을 짚고 ‘아이고, 아이고’ 외쳤다.
“내 늙은 다리야. 늙은 허리야. 낡은 무릎아······.”
“정말 늙어 보이긴 하네요.”
다친 소녀를 부축하고 내려오던 소녀 친구가 좌자전을 보더니 꽥 고함쳤다.
“정말 늙어 보인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좌자전은 멍해졌다가 곧 미소를 지었다.
“사실은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고 생각했지?”
소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능 선생님은 저렇게 젊은데, 이런 노인네한테 의술을 가르칠 리 없다고 생각했죠. 아저씨가 꽁무니를 쫓으면서 선생님, 선생님 부르는데 나이가 정말로 많다면 얼마나 짜증 나겠어요.”
좌자전의 미소가 천년 묵은 풀로 칠해진 것처럼 그대로 굳었다.
“야, 그렇게 말하지 마.”
다친 소녀가 친구의 손을 끌고 흔들고는 좌자전을 바라봤다.
“좌 선생님, 아까 감사합니다. 그냥 하는 말이니까 마음에 담아 두지 마세요. 사실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아요. 많아도, 많아도······. 많아도······. 45?”
소녀가 자꾸 많아도를 반복하는 것 보니 양심에 어긋나서 그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동정 점수도.
그 점을 의식한 좌자전의 표정이 더욱 비장해졌다.
“나 올해 43살이다.”
두 소녀가 그대로 굳었다.
좌자전은 뒤로 돌아 눈가를 훔치고는 동한생을 바라봤다.
“꼬마 스님, 우리 내려가자.”
“네. 좌 선생님, 동한생이라고 부르시면 돼요.”
“알았어. 왜 자꾸 잔소리야. 됐다. 나 혼자 내려간다.”
좌자전은 앞장서서 점점 걸음을 서둘렀다.
5분 후, 일정한 속도로 걷던 동자승 동한생이 성벽에 붙어 서 있는 좌자전을 의아한 듯 바라봤다.
“좌 선생님, 왜 안 가고 여기 계세요.”
“나······. 흠, 경치 구경하려고.”
좌자전은 눈앞의 경치에 푹 빠진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동한생은 온순하게 ‘아’하고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심하세요. 저 뒤 망대에 똥이 많네요.”
좌자전이 멍해졌다. 어쩐지 뒤에 내려오던 사람들이 다들 코를 잡고 지나가더라니. 그리고 배를 부여잡은 사람들이 남아서 망대 밑으로 들어가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