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74화 (455/877)

능연은 유유자적 수술을 진행했다.

간암 수술이 너무 익숙했다. 북경에서 한 달 동안 간암 수술을 했고, 심지어 항상 배우려고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능연은 순조롭게 손을 놀릴 뿐만 아니라 순조롭게 임홍후를 지도했다.

임홍후는 고분고분 어시했다.

수술실은 정글이었고, 본인 실력이 능연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걸 알아차린 임홍후는 사자에게 항복한 표범처럼 사자가 남긴 찌꺼기를 먹을망정 무모하게 사자에게 도전하지 않았다.

그럴 용기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용기가 있어도 죽으니까. 이건 매우 단순한 사회관계였다.

임홍후의 머릿속에 있는 몸집 작은 난쟁이는 굴복했지만, 소심한 소인배는 굴복하지 않았다.

능연의 재빠른 동작과 속도를 보며 임홍후의 소인배는 아주 조금 웃기기도 했다.

‘기술 자랑이라 이거지. 해라 해. 오늘은 구원 출동 첫날이지. 앞으로 날이 길다. 매일매일 이렇게 빠를까? 하다가 지쳐 죽어라! 게다가 기술 자랑이 의미 있냐? 나보라고? 아이고 영광입니다요.’

임홍후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때 수술실 전화벨이 울렸고 능연은 무심결에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오늘은 병리 검사 병합 모드를 채택하지 않았다. 환자 나이가 젊은 편이라 간을 조금 많이 잘라내도 예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물론, 조금 자르면 자를수록 좋지만,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데 간을 조금 덜 자르기 위해서 시간을 지연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수술실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는 민감했다.

순회 간호사가 재빨리 다가가 수화기를 들고 엄숙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탁.

순회 간호사가 수화기를 내려놓고 수술실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침을 꼴깍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헬기가 중상자 두 명을 보낸답니다. 한 명은 두개골 골절 같고, 한 명은 양팔 골절에 의식 불명이랍니다.”

임홍후가 순간 긴장했다.

“배에 수술실 두 개밖에 없는데, 옆 수술실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군.”

“서둘러야겠군요. 자, 정신 집중하고 속도 냅시다.”

능연이 그렇게 말하면서 도구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임홍후는 이상하다는 듯 ‘아.’하고 말꼬리를 끌었다.

이어서 능연의 속도가 족히 배는 빨라졌다.

혈관, 봉합 완성.

간 인대, 한쪽으로 넘기기.

담총관, 완전 무시.

임홍후는 안간힘을 써서 겨우 능연의 속도를 몇십 초 따라잡았다. 그리고는······ 훅맨으로 전락했다.

능연은 조수가 할 수 있는 만큼 조수에게 일을 맡기는 스타일이었다.

현재 상황으로 임홍후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간 절제도 안 해봤고, 능연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후로는 더욱 모르는 것 천지였다. 몇 가지 스텝에서 임홍후는 능연이 대체 뭘 하는지조차 몰랐다.

수술은 기계 조립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사실 기계 조립보다 훨씬 복잡하다. 대부분은 수술 시야는 제한적이다. 뭔가 수리는 해야 하는데, 부수면 안 되고 아주 작은 구멍 하나 내서 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이상한 방향으로 해야 할 때도 있다.

수리공에게 발동기 하나를 수리하라고 하면서, 뚜껑을 열면 안 되고 어느 측면만 열 수 있고, 입구의 크기는 크면 안 되고 겨우 30cm라고 말했다고 치자. 그렇게 되면 익숙한 발동기 절단면하고 완전히 달라진다. 그러나 가장 골치 아픈 건 아직이다. 가장 골치 아픈 건, 발동기마다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안에 선로는 완전히 제멋대로고 중요한 부위가 엉뚱한 곳에 있을 수도 있다.

충분한 준비 없는 상황에서, 임홍후가 능연의 리듬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능연의 수술 진도가 이 정도로 빨라지자 임홍후는 이성을 잃었다.

그는 능연이 뭘 하는지 알 수 없었고 능연의 명령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멍청한 레지던트처럼.

임홍후는 미친 듯이 집중력을 모아 수술을 진행했다.

그의 소인배는 심지어 분노조차 표출하지 못하고 그저 ‘기술 자랑이냐? 기술 자랑이냐? 이런 식의 기술 자랑은 심하지 않냐?’만 반복했다.

그리고 그의 난쟁이는 힘없이 분노하며 ‘닥쳐!’하고 고함쳤다.

능연은 점점 순조롭게 손을 놀렸고 임홍후는 점점······ 머리가 텅 비어갔다.

심지어 좀 천천히 하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렇게 소리칠 이유를 찾을 시간조차 없었다.

갑자기, 선체가 살짝 흔들렸다.

능연은 즉시 손에 든 핀셋을 치웠고 임홍후도 재빨리 움직였지만, 간의 복잡한 상황이 이때 마이너스 작용을 일으켰다.

임홍후의 손에 든 훅이 깊게 파고들어 정맥혈이 순간 흘러나왔다.

“출혈······.”

임홍후의 눈까지 뻘게졌다.

“알겠습니다.”

능연은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수술할 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없는 것 자체가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처음으로 배에서 수술하는 것이기도 하고, 능연은 진작에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바로 핀셋을 던지고 빈손을 그대로 집어넣어서 피를 흘리는 혈관을 쥐었다.

“니들홀더. 흡수 실 걸고요.”

기구를 받은 능연은 왼손으로 봉합하고 한 손으로 매듭지어 출혈 포인트 봉합을 마쳤다.

“혈압?”

“110/70”

“수술 계속합니다.”

마취의의 대답을 들은 능연은 니들홀더를 던지고 수술을 계속했다.

임홍후의 난쟁이: OTL

임홍후의 소인배: T_T

능연은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모든 수술을 마쳤다.

병원 수술실에서와 달리 능연은 다시는 권력을 양보하지 않고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진행했다.

“ICU 있나요? 없으면 특별 케어 병실로 보내고요.”

능연은 수술을 마치고 가위를 내려놓으며 특별히 당부했다.

“특별 병실 있습니다. 내일은 기지 ICU에 보낼 수 있고요.”

임홍후는 이미 상급 의사에게 보고하는 말투가 되어 재빨리 대답했다. 물론, 두 사람은 아무런 종속 관계가 없으니 진짜 하급 의사처럼 완전히 고분고분하진 않았다.

그러나 수술실에서 권위는 확실히 실력 위에 세워지는 것이다.

임홍후는 반항할 수 없었고, 반항하기를 포기했다.

얼마 후에 하늘에서 헬리콥터 프로펠러 소리가 들렸다.

능연과 곽종군을 데리고 왔던 헬리콥터로, 두 사람을 내려놓은 후 잠시 준비한 다음 바로 구조 요원을 태우고 보원초로 향해 구조 작업을 한 다음 부상자를 태우고 의료선으로 돌아왔다.

보원초는 여전히 폭풍 구역에 속해서 헬리콥터 모양은 참담했지만, 기내 부상자는 훌륭하게 보호했다.

두 부상자는 가장 빠른 속도로 수술실로 실려 갔다.

곽종군도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옆 수술실로 들어가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수술실 대권을 넘겨받았다.

옆 수술실 의사는 임홍후보다 더 젊었고 자신감도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 구호 몇 번으로 의사의 자신감을 불러일으킬 수는 없었다. 혹은 자신감이 생긴다고 해도 개뿔 소용이 없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능연조차도 지금은 양팔 골절 환자를 선택하고 두개골 골절 환자는 곽 주임에게 넘겼다.

굳게 닫힌 두 수술실이 다시 새롭게 바삐 움직였다.

머리 위 헬리콥터는 30분 정도 머물다가 다시 구조 요원을 태우고 폭풍우 방향으로 날아갔다.

보원초에서 86m 떨어진 곳은 다시 잔잔하게 돌아와 고요한 상태가 되었다.

하늘은 파랗고.

물도 파랗고.

파도는 고요하고.

천국처럼 아름다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