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75화 (456/877)

좌자전은 정말 정말 오래 배에 앉아 있었다고 생각하다가 겨우 오래 기다리던 소리를 들었다.

“이제 도착합니다. 내릴 준비 하세요.”

그 말을 하는 구조 요원 목소리가 조금 쉬어있었다.

좌자전은 그에게 물 한 병 건넸다.

“목 좀 축이세요. 계속 얘기하셨죠?”

“네.”

구조 요원은 답답한 듯 물을 마시고는 전방을 한참 주시했다.

“팀에 너무 어린 요원이 있어서 긴장했네요.”

“구조 팀도 참 위험하죠?”

좌자전이 묻는 말에 선임 구조원은 자조적으로 싱긋 웃고는 좌자전의 거친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바다에 나올 일 별로 없죠?”

“솔직히 평생 배 타 본 것도 몇 번 안 됩니다. 이번이 가장 길게 탄 거네요. 전에는 바다낚시 가거나 그런 거라. 그리고 유람선 한 번 탔고요. 생각할 틈도 없이 도착하더라고요.”

좌자전은 몸을 비틀면서 대답했다. 오래 배를 탔더니 지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에너지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우린 이럴 때 폭풍이 무심하다고 하죠. 육지에 태풍 올 때 생각해보세요. 바다에 그런 폭풍이 오는데 우리는 배로 사람 구하러 가야 합니다.”

구조 요원이 멀리 앞을 바라보며 느릿느릿 말하면서 바지를 걷어 허벅지에 난 길고 깊은 상처를 보여줬다.

흉칙한 상처는 나뭇가지처럼 작은 갈래도 있었다. 깊게 찢어진 다음 봉합해서 나은 상처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다. 아마 회복 시간도 오래 걸렸을 것이다.

“장대를 다른 배에 걸치고 사람 구하다가 밧줄이 끊어져서 미끄러졌습니다. 쇠였다면 죽었겠죠.”

구조 요원은 정말 다행이라는 듯 말을 이었다.

“사람을 구하러 가서 부상자가 되다니, 웃기는 일이죠. 그래도 피할 수 없잖아요. 안 그래요?

바다 위에서 일어나는 일은요, 정말 말로 다 못합니다. 살아나는 건 정말 운이 좋은 거예요.”

구조 요원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렇죠. 쉬운 일이 아니죠.”

“하하하. 풍력 4급은 쉬운 일이 아니고, 조난 당한 배에 바람이 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잠수부가 밧줄을 매고 바다에 들어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죠. 풍력 7급이면······ 진짜 하늘에 맡겨야 합니다.”

좌자전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심지어 풍력 7급이라는 게 뭔지조차 몰랐다.

그러나 눈앞의 바다만 봐도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인지 알 것 같았다.

“해마다 건강 검진하는데, 100명 중에서 7명이나 대퇴골두 괴사가 나옵니다.”

전방을 응시하던 구조 요원이 갑자기 물었다.

“아까 장(張) 군한테 왜 그렇게 오래 뭐라고 한지 압니까?”

좌자전이 고개를 흔들었다.

“모레 결혼 예정이었어요.”

“그런데도 출동한 겁니까?”

“다들 휴가 반납하고 귀대했으니까요. 이렇게 중대한 임무니까요. 걔도 화가 나서 그래요. 피로연 준비도 다 했는데, 취소도 안 해줄 거고. 우리 구조대가 다 여기 있는데 어떻게 참석합니까. 안 그래도 신부 측 부모가 그렇게 내켜 하지 않았다던데, 이렇게 되고 보니 뭐라고 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더라고요.”

구조 요원이 고개를 저었다.

좌자전은 할 말이 없어졌다. 호텔 측에도 호텔 측의 입장이 있을 것이다. 결혼식이 모레면 재료 준비도 다 끝냈을 거고 갑자기 취소하면 그 돈은 호텔이 다 물어야 하니 그것도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젊은 구조 요원이 돈을 날린 걸 생각하면, 심지어 본인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는 걸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앞으로 아내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다.

좌자전은 저도 모르게 몇 년 전 자기 결혼식이 끝난 다음을 떠올렸다. 음, 뭐가 어떻게 됐든 고개를 들지 못한 것 같았다.

“의료선은 이동 병원이나 마찬가집니다. 이번 구조는 대규모 구조입니다. 의료선만 봐도 알아요. 그렇게 오래 바다 생활을 했어도 의료선이 참여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너무 멀어서 그럴 때도 많고요. 80 해리 떨어진 곳에 있거나, 육지 가까이 있거나, 다른 현에 더 가깝다니까요.”

좌자전은 앞에 보이는 의료선을 보며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육지 사람에게 ‘운화 893’은 큰 배 축에 들었다.

컨테이너선을 개축한 배는 지금은 낡아서 겉모습도 멋있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항구에 최신 화물선과 비교하면 ‘운화 893’은 하찮아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바다 위에서 100m 넘는 큰 배를 보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올라가시죠.”

구조 요원은 쾌속정이 준비된 걸 보고는 입을 오물거리고는 주 선생 등도 모두 불러냈다.

“이제 바로 보원초로 갑니까?”

“예. 현장에 가는 게 우리 임무니까요. 우리가 사람 구해오고, 당신들이 목숨 살리고. 그럼 되는 거죠.”

구조 요원이 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기 진작을 위한 작은 동작도 없이, 좌자전, 주 선생, 연문빈과 조낙의는 쾌속정에 올라타서 구조대가 다시 떠나는 걸 지켜봤다.

바다라서 안 보이게 되기까지 한참 걸리지만, 사람들은 벌써 침묵에 잠겼다.

“도착했으면 어서 가서 도우세요.”

의료선에서 위생원 하나가 달려와 통보했다.

“아. 어디로요?”

연문빈은 물건을 메고 제일 빨리 달렸다.

위생원은 방향을 가리키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길 안내를 했다.

비전쟁 시기에 의료선은 주로 전 세계를 주유하면서 낙후 지역에서 의료 원조를 한다. 준비가 충분한 상황에서 의료선 한 대에 의료진 백 명은 탈 수 있고, 삼갑병원에 뒤지지 않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환경에서는 구조국은 의료선을 다 채울 능력이 되지 않는다. 돈을 준대도 배 위에서 고생하려는 의사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의사는 군인과 달라서 배에서 훈련하고 대기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었다.

‘운화 893’ 의료선 정식 인원 배치는 주치의 급 의사 둘, 레지던트 급 의사 둘 그리고 위생원 몇 명인데 실제로는 주치의 한 명과 레지던트 한 명은 진작에 사직하고 떠났고 후임을 찾지 못해서 지금은 임홍후 하나, 그리고 레지던트 하나 위생원이 몇 명 있을 뿐이었다.

위생원은 평소에 간단한 드레싱 혹은 외상 처리는 문제없이 하지만, 수술이 되면 가장 간단한 충수염 수술도 맡을 수 없다.

좌자전 등은 사전에 임무를 들었고, 갑판에 온 후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옷을 갈아입고 수술실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좌 선생님, 수술실 가면 능연 좀 잘 봐주세요. 의료선 의사를 전에 만난 적 있는데 다들 거만해요. 우리랑 비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있고요.”

주 선생은 옷을 갈아입으면서 특별히 코치했다.

“비교?”

“우리를 지방 병원 의사라고 부르거든요. 급 나누는 느낌 들지 않으세요? 지금 지방 병원 의사들은 실력 좋고 경험 많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어쨌든 우리가 손님이고, 싸우러 온 것도 아니니까, 능연 잘 봐주세요. 괜히 일해 주고 나중에 고소당하면 어떡해요.”

좌자전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연문빈을 데리고 수술실로 향했다.

“일단 아무 말 말고 따라와. 우리 상황 보고 움직이자. 흥분하지 말고.”

좌자전은 가는 길에 연문빈도 단속했고 연문빈도 알았다고 장담했다.

좌자전은 손을 치켜들고 수술실 문을 밟아 열었다.

“능 선생, 다 했어요. 한 번 보세요.”

문 안에서 낯설고도 익숙한 임홍후의 목소리가 좌자전과 연문빈의 귀에 들렸다.

처음 듣는 목소리라 낯설었고, 자주 듣는 말투와 태도라서 익숙했다.

“아부?”

연문빈은 좌자전을 힐끔 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좌자전은 임홍후를 바라보면서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능 선생. 우리 왔어.”

좌자전과 연문빈은 수술실에 들어가서 바로 큰 소리로 보고했다.

“아, 잘됐네요. 다리 데브리망 하세요. 다리 하나씩 맡아요.”

능연은 고개를 들어 슬쩍 보고는 바로 지시를 내렸다.

“OK.”

“넵.”

좌자전과 연문빈은 즉시 대답했다.

“문빈아, 네가 발 맡아, 내가 다리 할게.”

재빨리 검사를 마친 후 좌자전이 작은 목소리로 다시 미션을 분배하면서 눈을 찡긋했다.

연문빈도 바로 그 뜻을 알아차렸다.

좌자전 실력은 연문빈에 못 미친다. 연문빈은 지금 탕 법 봉합도 혼자 하는 사람이고, 능연 실력엔 한참 못 미치지만 할 수 있는 건 변함없으니, 국내 의학계에서도 하나의 경력으로 볼 수 있었다.

좌자전이 생각하기엔 능연 맞은편 의사는 정밀 봉합만 따지면 연문빈에게도 못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우스운 꼴을 보이지 않기 위해, 좌자전은 연문빈에게 발을 맡기고 말투는 연문빈 상급 의사인 것처럼 굴었다.

나이만 봐도 좌자전은 연문빈의 상급 의사로 보이기 충분했다.

연문빈은 좌자전의 ‘계략’을 금세 알아차리고는 최약체 초짜 의사인 척 고분고분하게 굴면서 좌자전 선생의 지시하에 발 쪽으로 다가가 묵묵히 손을 놀렸다.

일 년 동안 족발 팔아 오면서 연문빈도 많이 성장해서, 돼지처럼 무모하던 소년에서 점점 돼지 파는 사람처럼 명석해졌다.

연문빈은 심지어 시나리오를 더하기까지 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해서 수술하면서 겉으로는 태연한 척 질문을 던졌다.

“앞에 배 충돌 현장에서 온 환자인가요? 여기저기 찰과상이고 발가락뼈도 다 부러졌네요.”

“현장에서 온 겁니다.”

임홍후는 연문빈의 동작을 관찰하면서 대답했다.

연문빈은 매우 수월하게 움직이는 듯 굴었지만, 사실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었다.

임홍후 눈에는 수술을 상당히 잘하는 의사가 아무렇지 않게 수다 떨면서 손을 놀리는 거로 보였다.

연문빈 수술 실력은 매우 잘한다고 할 수 없지만, 표현해내는 실력은 임홍후보다 조금 뛰어났다.

연문빈은 처음부터 능연에게 기술을 배웠고, 기초가 탄탄했고 배운 기술도 모두 선진 기술인 데다 대량 수술 경험까지 있어서 임홍후가 장악한 기술을 완전히 커버할 만했다.

한편으로는 연문빈의 실력이 임홍후보다 조금 뛰어날 뿐이라, 연문빈이 하는 동작을 임홍후도 다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난이도도, 복잡 정도도 다 알아볼 수 있었다.

연문빈의 나이를 생각한 임홍후는 다시 감탄했다.

“연 선생은 능 선생 동료입니까?”

“능 선생은 우리 치료팀 책임자입니다. 저는 아직 레지던트고요.”

연문빈은 마음을 모두 감추고 온화하게 허허 웃었다.

임홍후는 저도 모르게 놀라서 감탄했다.

“능 선생이 벌써 치료팀 책임자라고요?”“몰랐습니까?”

좌자전은 더욱 놀랐다. 요즘 의사는 타이틀도 모르고 막 아부한단 말인가. 요즘 젊은 의사들 대체 왜 이래? 이렇게 쉽게 아부해?

임홍후가 고개를 저었다.

“아까는 계속 수술하느라 그런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좌자전은 그제야 깨달았다. 시간을 계산해보고는 그 시간 동안 계속 수술만 했다면 임홍후도 자기 앞에 의사가 어떤 의사인지 충분히 알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능 선생이 지금 운화병원 치료팀 책임자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능 선생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 파격 대우를 받았죠.”

“아, 어쩐지, 어쩐지.”

임홍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좌자전을 살폈다.

“그럼, 선생님은······.”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능 선생 조수나 하고 옆에서 거드는 사람입니다.”

“아아.”

임홍후는 전혀 믿지 않는 얼굴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를 보면 좌자전이 현장에서 가장 많았다. 그럼 직위는 몰라도 실력은 분명히 가장 강하리라. 의사의 기술이란 시간으로 일궈내는 거니까.

임홍후는 머릿속으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연문빈보다 훨씬 강한 좌자전의 실력을.

“운화병원은 와호장룡이군요.”

임홍후는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우린 일상 업무가 많을 뿐입니다.”

“수술이 많나요?”

좌자전이 웃으며 하는 말에 임홍후가 되물었다.

“우리 능 선생이 수술광이라서요. 하루 평균 5건도 적다고 합니다. 간 절제 수술만 해도 벌써 몇백 건 했죠. 최근에 북경에 출장 수술 가서 한 달 넘게 수술했거든요.”

“능 선생이 북경에 출장 수술도 갔다고요?”

임홍후는 매우 놀라서 감탄으로 눈빛까지 더 심하게 변했다.

의료선에서 일하는 그가 지방 병원을 부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케이스가 많아서 배울 기회가 많다는 것, 그리고 하나가 출장 수술이었다.

임홍후의 상상 속에 출장 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모두 초특급 능력자였다.

물론 요즘은 출장 수술 조건이 많이 낮아졌다. 특히 같은 도시에서 출장 수술하는 일이 생긴 다음 출장 수술의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북경에 출장 수술하러 간다니. 임홍후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쩐지.”

“어쩐지 뭐요?”

고개를 끄덕이는 임홍후의 모습에 좌자전이 물었다.

“어쩐지 능 선생을 구조 의사로 보냈다고요.”

“그렇죠. 정확한 결정입니다. 우리 능 선생, 다른 건 몰라도 수술, 특히 연속 수술은 정말 그쪽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좌자전은 느낀 바가 많은 듯 대답했다.

능연은 장시간 수술하면서 조수를 여럿 쓰러뜨리는 사람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좌자전은 갑자기 구조 상황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임홍후는 목을 움츠리고 점점 고분고분하게 굴었다.

이렇게 많은 용을 마주한 그는 갑자기 뱀 머리가 될 흥미도 다 잃어버리고는 꿈을 잃은 청사처럼 쥐도 먹기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조용히 생활하고 싶어졌다.

능연은 시종일관 조용히 수술했다.

“포셉.”

“거즈.”

“거즈!”

“거즈!”

능연은 재빨리 환자의 복강을 채우고 ‘후송!’이라고 외쳤다.

배에서 몇 시간 동안 수술하면서 능연도 깨달은 바가 있었다.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한다는 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배 위의 설비와 조건으로 봐서, 후송할 환자는 후송해야 했다.

환자들이 닥치고 돌아가고.

“위급 환자 온답니다.”

전화를 받은 순회 간호사가 전화기를 내려 놓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

좌자전이 다급하게 달려가 환자를 맞았고, 헬리콥터에서 내린 환자를 밀고 달렸다.

그때 바닷바람이 불어 환자의 다리가 드러났다.

잘린 바지 사이로 보이는 허벅지 정면에 굵고 긴, 나뭇가지 같은 흉터가 보였다.

좌자전의 가슴이 철렁했다.

“밧줄로 몸을 맞았고 몇 번이나 넘어져 다쳤습니다.”

헬리콥터와 함께 온 구조 요원의 심각한 표정은 진지했지만 흥분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구조 현장에서 오는 동안 흥분은 모두 사라진 것이다.

구급차를 따라온 환자 보호자를 많이 봐 온 좌자전은 구조 요원의 표정을 보고 마음이 어두워졌다.

마음이 안 좋지만, 어찌할 도리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좌자전은 환자를 엘리베이터에 밀어 넣고 문이 닫히자, 단추를 열어 환자의 복부를 살폈다. 곧 구조 요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여러 번 넘어져서 다쳤다는 건 수식어가 아니라 정말로 발생한 상황이었다.

좌자전은 얼마 전에 두 사람이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눈물이 다 날 것 같았다.

같은 사람이 아침에만 해도 웃으면서, 마음 좋은 아저씨처럼 같은 팀 청년을 걱정하며 그에게 닥친 상황을 불평했는데, 지금은······.

좌자전은 사실 사람의 죽음에 익숙하지 않았다.

마을 위생병원에서 20여 년 일하면서 본 죽은 사람이 운화병원에서 몇 달간 본 사람보다 적었다. 수적인 면에서든 감정 면에서든, 좌자전은 죽음에 익숙한 노인네가 아니라 레지던트에 더 가까웠다.

좌자전은 눈에 그렁그렁 고인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아주 아주, 아주 노력했다.

나이 든 남자의 눈밑살과 검은 다크서클이, 나이 든 남자의 검은 얼굴과 아무도 관심 주지 않는 주름살이 크게 작용했다.

“1번 수술실로 가서 능 선생님한테 수술 받아요. 첫 번째 수술실로 들어가면 중간에 1번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녹색 페인트라 눈에 띌 거예요. 중간에 다른 사람한테 넘기지 말고요.”

좌자전은 특별히 여러 번 당부했다.

같이 따라온 구조 요원은 바로 알아차리고는 눈치 빠르게 좌우를 둘러보고는 물었다.

“발찌 걸까요?”

“아직이요. 그래도 능 선생한테 보내는 게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좌자전과 구조 요원은 서로 뚱딴지같은 말을 했지만, 서로 그 뜻을 이해했다.

발찌를 건다는 건, 엄지발가락에 다른 색 마크를 건다는 것이고 의사가 더 효과적으로 사람을 구할 수 있게 환자의 위급 상태를 표시하는 것이다.

이런 분류 방식을 채택하는 현장은 이 방식을 채택하지 않는 곳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구한다고 한다.

그러나 발찌 착용은 매우 잔혹한 일이었다. 지나치게 위중해서 버림받을 수도 있고, 정상적인 구조를 받으면 살아날 수도 있는데 현지 상황과 시간 때문에 버려지는 일도 있다.

구조팀은 당연히 그런 상황을 잘 안다. 심지어 그런 분류 작업에 참여한 적도 있다. 꼭 발찌가 아니더라도 어땠든 어떤 방식으로든 분류한다.

이 의료선에도 수술실은 두 개밖에 없으니 당연히 이런 분류 작업이 필요했다.

능연은 1번 수술실에서 나오지 않았고, 2번 수술실에 있는 곽종군은 주 선생과 조낙의하고 자주 자리를 바꿨다. 데브리망실과 진료실 의사도 계속해서 자리를 바꿨다.

환자를 따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 환자를 다른 의사에게 넘기면 결과는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혹은 능 선생한테 보내야만 다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응급 의사 생활을 오래 한 좌자전은 눈앞의 환자를 구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능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곽종군도 실력이 뛰어나지만, 그런 뛰어남은 좌자전의 인식 범위 안의 뛰어남이었다. 그러니까 아마도 죽지 않을 것 같은 환자를 곽종군에게 보내면 예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정도. 심지어, 심각해 보이는 환자라도 정말로 심각한 게 아니면 곽종군한테 보내면 살아날 확률이 높다.

능연은 달랐다.

능연은 ‘기적’을 창조할 수 있는 의사고, 여러 번 ‘기적’을 만들어 냈다.

곽 주임이나 다른 부주임급 의사와 비교하면 능연의 진료 범위는 좁지만, 그래도 그가 진료할 수 있는 범위에 있는 환자라면 모두 최고 수준의 의료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살 수 있을 거 같지 않은 환자도 능연 손에서 살아났다.

그래서 좌자전은 능연이 다시 한번 ‘기적’을 만들어 내길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적만이 눈앞의 구조 요원을 살릴 수 있었다.

“능 선생은 나이는 제일 젊지만, 실력이 제일 좋아요. 능 선생 아니면 희망이 없어요. 기억해요. 다른 의사가 환자를 어디에 보내라고 해도 듣지 말아요. 알겠어요?”

좌자전은 구조 요원이 나이가 어린 걸 보고, 혹시라도 다른 사람 말을 들을까 봐 두려웠다.

나이 어린 구조 요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부대장님이 전에 말씀하셨어요. 배에 좌 선생님이 있는데 좋은 분이라고. 보기에 교활해 보여도 마음 좋은 사람이라고. 그때 부대장님이 그랬죠, 우리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좌 선생님을 찾으라고.”

좌자전은 더는 눈물을 참지 못했고, 주르륵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구조 요원은 바로 시선을 돌렸다. 다른 사람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 자기도 눈물을 흘리게 된다.

좌자전은 묘한 웃음을 터트리더니 힘껏 눈물을 닦고는 구조 요원을 유심히 보다가 가슴이 철렁했다.

“모레 결혼한다는 그 대원?”“네, 저예요. 그런 것도 아세요?”

“잊어버릴 만한 내용은 아니지. 좋아요, 그럼 배에 남아서 도와요.”

“네!”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좌자전은 온화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가 스트레처 카를 밀고 수술실로 향했다.

몇 발짝 걷다가 스트레처 카 속도가 올라가지 않자 뒤를 돌아 무슨 일인지 물었다.

“아, 갑니다.”

청년은 다급하게 뒤쫓아오며 스트레처 카를 밀었고 우울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래서 대장님이 저를 부대장님이랑 보낸 겁니다. 제가 위험해질까 봐요. 저는······.”

“쓸데없는 소리 말아요.”

좌자전이 무서운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대장님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됩니다. 이런 일은 뜻대로 다 될 수가 없어요. 나중에 신부나 붙잡고 울고, 여기서는······.”

“저, 저는, 부대장님은 저를 구하려고 하셨을 거예요.”

청년은 얼굴이 다 실룩거렸다.

“밧줄이 떨어졌을 때 부대장님이 절 밀었거든요.”

청년이 기대하는 눈으로 좌자전을 바라봤다. 수술실 바로 앞에서 그를 위로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 가서 부대장님 금기 증상 써요. 혈액형, 알레르기 등등 똑똑히 써요. 모르면 위성전화로 팀에 연락하고요. 기록이 다 있을 겁니다.”

좌자전은 스트레처 카 브레이크를 걸어 내리고 다시 나지막이 말했다.

“기다려요. 누가 오든 절대로 환자를 데려가게 두지 말고.”

그리고 좌자전은 앞으로 나가 1번 수술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1분.

2분······.

청년은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초조해졌다. 그는 머릿속에 부대장의 알레르기를 떠올리면서 혹시 누가 환자를 데리고 갈까 두려워하며 좌우를 살폈다.

누군가 다가오는 사람이 있을까 긴장해서 스트레처 카 앞에 섰다.

치익.

앞에 수술실 문이 열리고 의료진 두 명이 스트레처 카를 밀고 통로 다른 쪽으로 사라졌다.

좌자전이 종종걸음으로 뛰어오면서 손짓했다.

청년은 냉큼 스트레처 카를 밀었다.

“세워요!”

좌자전은 그렇게 말하고 다가가 브레이크 판을 올리고 낮은 목소리로 지시했다.

“금기 증상, 혈액형 쓰러 가요.”

“아, 네.”

청년은 걸음을 내디디며 몇 번이고 뒤돌아보면서 ‘꼭 부대장님 살려주세요.’하고 소리쳤다.

좌자전은 턱만 살짝 움직였다. 마음은 같지만, 입으로 장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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