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76화 (457/877)

“C arm 머신으로 한 장 찍고, 초음파 찍은 다음 복부 해부 검사 준비하세요. 금방 오겠습니다.”

능연은 간단한 신체 검진 후 지시를 내렸다.

스태미너 포션을 마셨지만, 근육통은 어쩔 수 없어서 잠시 쉬어야 했다.

배에서 하는 수술은 병원에서 하는 수술과 매우 달랐다. 복강 수술이 가장 위험해도 정형외과 수술이 가장 힘들었다. 온종일 수술하고 나니 병원에서 간 수술 5건 하는 것보다 더 피곤한 느낌이었다.

능연은 목을 주무르다가 작은 의자 4개를 찾아 벽에 붙이고 놓고 올라가 누웠다. 무협지에서 대협들이 지탱 점 4개로 몸을 버티면서도 편안하게 쉬면서 내공을 단련하는 것처럼 보였다.

간호사들은 애가 탔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배 위의 환경이 그랬다. 수술실은 정규 수술실보다 작아서 수술 침대와 각종 기구를 놓으면 공간이 더는 없었다.

좌자전 등 몇 사람도 마찬가지로 어쩔 방법이 없었다. 배를 잘 몰라서 능연이 편히 쉴 만한 곳을 찾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그럴 시간도 없었다.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좌자전은 수술실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고, 연문빈은 단순 기술 노동을 하면서 손을 씻을 때나 수술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잠시 시간만 나면 능연에게 등 떠밀려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연문빈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환자가 도착하면 아무리 고돼도 버틸 수밖에 없었다.

힘들긴 했지만, 상대는 목숨을 걸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래서 능력 범위 밖의 책임일지라도 의사는 여전히 버틸 수밖에 없었다.

좌자전은 납 판으로 수술대 주변을 두르고 환자에게 납 보호판을 입히는 동시에 기계와 모니터를 연결하고 고함쳤다.

“능 선생, 와서 옷 입어.”

그 소리에 능연은 일어나서 납 목 보호대와 앞치마를 입고 고개를 끄덕였다.

“됐습니다.”

위생원은 우선 방 안의 간호사를 내보내고 수술실 문 앞에 빨간색 경고등을 켜고 다시 돌아와 몇 마디 경고하고 방전 스위치를 밟았다.

능연은 조금 떨어진 보다 안전한 위치에서 모니터에 화면이 뜨길 기다렸다가 신속하게 판독했다.

선택할 수만 있다면 MRI가 더 좋았다. 얻을 수 있는 정보만 해도 MRI가 X-ray보다 많았고. 그러나 MRI처럼 방대한 기계는 ‘운화 893’호에 설치할 수 없었다.

제대로 된 대형 의료선에는 MRI가 있다. 미국의 가장 큰 병원선 ‘Mercy’호엔 침대가 천 개 있고 수술실이 12개가 있어서 국내 일반 삼갑병원 표준보다 훨씬 좋았다. 그러나 운화 893은 환경 제한이 있으니 있는 걸 쓸 수밖에 없었다.

능연에게는 X-ray 정보도 충분했다. 그랜드마스터급 X-ray 판독 실력으로 한 번 살펴본 능연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뼈는 괜찮네요. 비 정형외과 늑골 골절은 나중에 처리하죠. 일단 복강 내 문제부터 처리합니다. 혈액 더 준비하고요. C arm 기계 빼세요. 이제 초음파합니다.”

간호사가 바로 전화하러 갔고, 연문빈과 위생원은 납 보호판과 방호 시설을 재빨리 처리했다. 좌자전은 마취의의 움직임을 잠시 보다가 능연에게 다가가 나직이 물었다.

“능 선생, 혈액 충분해?”

외상형 환자 대응 수술실이라 원래 혈액은 충분했지만, 능연은 혈액을 더 가지고 오라고 사람을 보냈다.

좌자전은 환자의 복부를 보며 출혈이 있다면 복부 출혈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복 내 출혈은 지금 부대장 상태로 이상할 것도 없지만, 절대로 좋은 소식은 아니다.

능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체 검진 상태가 좋지 않아요.”

능연의 신체 검진 수준을 잘 아는 좌자전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위험한지 아닌지 물으려고 했지만, 물어도 소용없다는 걸 잘 알아서 억지로 참았다.

위생원은 초음파 준비를 마치고 겔을 바르고는 시작하겠다고 고함치고는 바로 손을 움직였다.

모니터에 흑백 내장 형태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비장 타박상, 간 타박상, 신장 타박상. 응혈도 있고······.”

능연은 모니터를 보면서 그 안에 정보를 읽었다. 연문빈과 좌자전은 이런 쪽으로 아직 배우지 못해서 능연의 설명을 듣는 게 더 확실했다.

좌자전의 안색이 흐려졌다.

예감이 검증되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가서 곽 주임님 뭐 하시나 보고 안 바쁘면 모셔오세요.”

능연이 준비하면서 지시 내렸다.

“상황 설명 제대로 하셔야 합니다. 간이랑 비장은 제가 해도 신장은 곽 주임님이 하는 게 좋습니다.”

좌자전은 그제야 능연이 신장 수술을 한 번도 한 적 없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지방 병원에서는 의사들은 점점 전업화되어 간다. 심장외과 의사는 심장만 하고, 간담췌외과 의사는 간담만 하고, 소화기과 의사는 위장 위주로 하는 게 보편적이었다. 신장은 비뇨기과였고 운화 같은 병원에서는 보통 다른 진료과가 하도록 두지 않는다.

물론, 응급의학과는 임시로 장기 손상 처리를 할 상황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재 트레이닝 방식으로는 젊은 의사가 실질적인 장기 손상을 만나면 바로 트랜스하거나 협진을 요청하거나 하는 게 정상이었다. 곽종군이라고 해도 확실히 처리할 수 있는 장기는 비장과 담낭, 그리고 맹장 정도였고 다른 장기는 건드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배 위의 상태로는 곽종군이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좌자전은 더 깊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곽종군 손에 환자가 지금 중요한 순간이라면 능연을 도우러 오지 않을 것이다. 위중한 환자를 포기한다? 직접적으로 포기하라고 하지는 않더라도 구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좌자전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능 선생, 내가 갈게.”

“선생님이요?”

좌자전을 바라보던 능연은 반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서둘러 다녀오세요.”

“엉.”

좌자전은 바로 밖으로 향했다.

“개복합시다.”

능연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좌자전은 저절로 속도를 내며 머릿속으로 어떻게 곽종군과 대화할지 쉴 새 없이 모의했다.

운화병원 의사라면 누구든 곽종군 님을 대할 때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좌자전 같은 쪼랩 의사는 더욱 그랬다. 어떨 때는 좌자전은 다들 곽종군한테 혼나고 혼나다가 언젠가 조건반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좌자전은 2번 수술실 방을 밟아 열었다.

곽종군은 얼굴에 피투성이인 채 뒤를 돌아보며 신경질적으로 무슨 일인지 물었다.

“저기······.”

2번 수술대 위에 부상자를 보자 좌자전은 머릿속에 가득한 할 말이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1번 수술실 환자가 신장 타박상입니다. 능 선생이 주임님을 모셔오라고 해서요.”

“음. 가서 조낙의 불러와서 나 대신하라고 해.”

“아, 네.”

이런 대답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좌자전은 조낙의를 부르러 다급하게 진료실로 달려갔다.

골절 환자를 진료하던 조낙의는 좌자전의 말을 들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환자를 좌자전에게 넘겼다.

좌자전은 뜨끔해서 거절하려고 했다. 레지던트지만 독립적으로 환자를 처리하는 능력은 연문빈보다 훨씬 못 미쳤다.

“콜리스 골절일 뿐입니다. 정 못하겠으면 후송하고요.”

조낙의는 흥정할 시간도 주지 않고 좌자전의 어깨를 두드렸다. 뭔가 말하려던 좌자전은 콜리스 골절이라는 말을 듣고 입을 다물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환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고 있었다.

쉰쯤 되어 보이는 어민이었고 바짝 마른 몸에 검은 피부, 말수가 적고 눈빛이 그윽했다. 분명히 팔이 아플 텐데 억지로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좌자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골절 처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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