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자전은 어민 맞은편에 앉아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 그의 상처를 살폈다.
간단하게 검사한 후, 감이 잡힌 좌자전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어민은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누렇게 뜬 눈동자로 배에 수확된 생선을 바라보듯 좌자전을 바라봤다.
좌자전은 조금 긴장했다. 엄격히 말하면 조금 전 검사로 환자의 시간을 낭비한 셈이었다. 병원 응급실에서라면 환자가 컴플레인을 걸 수도 있었다.
의료선에서는 더욱 뜨끔했다. 자기 구역도 아닌데, 환자가 욕이라도 하면 나서서 막아 줄 사람도 없었다.
“아프면 말씀하세요.”
좌자전은 어민의 어깨를 살짝 비틀고는 그가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걸 봤다. 좌자전도 얼굴을 찌푸렸다.
“말씀하실 수 있어요?”
“네.”
좌자전은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고, 어민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좌자전은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말할 줄 아는데 왜 소리도 안 내십니까. 안 아파요?”
“아파요.”
“아프면 일부러 참지 말고 소리를 내세요. 제 말은, 아프다고 말을 해야 저도 판단을 합니다.”
“음.”
어민은 여전히 말수가 적었다. 좌자전은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를 풀었다.
“말씀하는 거 싫으세요?”
어민은 눈으로 힐끔 그를 바라보며 뜻을 표명했다.
“병 고치러 왔으면 말을 해야죠. 지금은 아프면 아프다, 말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잘못 비틀어서 뼈라도 다치면 어쩝니까. 평생 갑니다, 이거.”
“죽는 거보다 낫지.”
어민이 그나마 길게 말을 했는데, 이번엔 좌자전이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장······ 많이 비참합니까?”
좌자전의 목소리가 저절로 작아졌고 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어떤 상황입니까? 제 말은, 현장에 폭풍도 왔다면서요. 비도 옵니까?”
어민은 이번에도 고개만 끄덕였고, 좌자전이 그가 정말로 말하기 싫은가 보다 생각하려는 참에 천천히 말을 이었다.
“커다란 냄비에 생선 끓이는 거처럼요. 바람이 많이 불면 생선이 다 흩어지듯이, 사람이 고깃덩이 같아요. 큰 덩어리라면 살아남겠지만, 흩어져버리면 부서지죠. 나중에 온 배는 생선 살을 끌고 고깃덩이를 건지고······.”
끔찍한 이미지를 덤덤하게 서술하는 모습에 좌자전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의료선이 정박한 곳은 폭풍 구역과 멀어서 잔잔한 곳이었다. 좌자전은 영화에서 봤었던 폭풍을 회상해야만 어민이 묘사하는 장면을 상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좌자전은 수술실에서 한창 구조 중인 부대장을 떠올리면서 머릿속에 갑자기 ‘고깃덩이’라는 말이 솟아 나왔다.
고깃덩이들이 밧줄을 매고 뜨겁게 끓고 있는 다른 고깃덩이를 구하고······.
파도에 맞서는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바로 인류가 나약한 존재여서 그런지도 모른다.
“사진 찍으셨죠? 사진 좀 보겠습니다.”
좌자전은 마음이 요동치는 것 같아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사진 판독하는 시간을 핑계로 마음을 다스리려 했다.
벽에 붙은 뷰라이트 전원을 켜고 사진을 꽂은 좌자전의 생각이 두둥실 아래층으로 향했다.
‘수술 시작했겠지. 혈장은 충분한지 모르겠네. 복강 상태는 어떠려나. 터진 부분이 많지 않으면 좋겠네. 손상된 부분이 조금 있는 건 상관없겠지? 능 선생 수처 실력, 최고잖아. 아, 생각하지 말자. 일단 눈앞에 일이나 하자.’
좌자전은 억지로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어민은 여전히 태연한 모습이었고 저절로 감탄하게 됐다.
“그렇게 계속 앉아만 계시다니, 대단하시네요.”
“다리 뼜거든요.”
어민은 담담한 모습으로 명확히 상태를 알렸다.
좌자전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엄지를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