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78화 (459/877)

1번 수술실에 석션기 두 대가 피를 뽑아내면서 옆에 있는 커다란 유리통이 곧 찰 것 같았다.

“4,000.”

마취의는 한마디 하고는 바로 입을 닫았다.

출혈량을 보고한 것인데, 수술에서 이렇게 많은 출혈량은 절대적으로 금기 수치였다. 3,000cc만 되어도 충분히 대량 출혈이라는 단어를 쓴다.

“혈액 얼마나 있나요?”

“아직 6팩 있습니다. 400cc 한 팩입니다.”

고개를 들어 묻는 능연의 말에 간호사가 재빨리 대답했다. 곽종군과 능연 모두 모자란다고 생각하며 서로를 바라봤다.

혈액은 보존 기한이 있고 혈액 종류를 다양하게 보존해야 해서 의료선에는 혈액을 너무 많이 보관하지 못한다. 하루 꼬박 수술한 다음 아직 5, 6,000cc 남았다는 건 육지 혈액 창고보다 더 많은 양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수술에서 출혈량 1,000cc 이하는 수혈할 필요가 없다. 출혈량이 많아서 800cc만 수혈해도 많은 편이었다. 그래서 배에 남은 혈액은 원래 한참 버틸 수 있는 양이었다. 게다가 출혈량이 평균보다 훨씬 넘는 환자는 중간에 죽을 가능성이 커서 있는 대로 수혈을 다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눈앞의 환자는 왕성한 생명력을 보였다.

곽종군과 능연 모두 그런 느낌을 받았고, 이런 환자를 살릴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도 잘 알았다.

“속도 내야겠어. 같이 수처하세.”

곽종군이 나지막이 말했다. 지금은 복강 내 혈관 파열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걸 다 처리해야 환자가 생존할 기회가 있다.

봉합하기 전에는 끊임 없이 피가 흐를 것이다.

그러나 능연은 곽종군의 도움이 필요 없는 듯 단호하게 거절했다.

“저 혼자 하는 게 더 빠릅니다.”

곽종군은 손을 거둬들일 수밖에 없었다.

능연은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봉합했고, 그 바람에 시스템의 ‘딩’하는 알람도 듣지 못했다.

- 퀘스트: 그를 살려라!

- 퀘스트 내용: 부대장을 살려라.

- 퀘스트 보상: 근육통 해소

능연은 목을 잠시 풀어주었다. 지금 근육이 매우 쑤셨다.

배 위의 작업 리듬이 너무 촉박했다. 환경도 육지보다 못하고. 운화병원에서였다면, 여러 건 수술을 연달아서 하더라도 중간에 적당히 쉴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특히 간 절제 같은 수술은 실제 조작할 때, 수술 사이에 2, 30분 혹은 더 길게 쉬는 틈이 있다.

수술 날을 잡고 기다리는 환자도 중간에 잠깐 더 기다리는 걸 개의치 않았고, 사실상 MRI 확인하고 가상 인간으로 모의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작업량이 가장 높은 간암 수술 중에도 능연은 습관적으로 수술을 멈추곤 한다. 병리과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도 능연에게는 휴식 시간이었다.

그러나 의료선에 보내지는 환자는 모두 진정한 응급환자고 하나 같이 심각한 상태였다.

능연은 몇 시간이나 집중했고, 에너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시스템 퀘스트 알림에 정신이 들었다.

지금 체력 절약과 분배를 생각하는 건 환자의 생명과 생활 퀄리티를 대가로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음 수술은 다음 수술 때 생각해야 한다. 단순한 체력 절약, 체력 분배 운운으로 미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지금 문제를 만들 뿐이다.

“체온 제어합시다. BV(Blood Volume: 체내 혈액량)는 어떻습니까?”

능연은 막 마스터급 단속 봉합술을 배웠을 때로 돌아간 듯 재빨리 매듭을 지었다. 그때와 다른 것은 지금은 수술 상황에 맞춰 상응하는 응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시스템 스킬이 없어도 응급센터에서 머문 1년 넘는 시간에 능연은 충분한 지식을 쌓았고 각종 수술 중 판단을 내렸다.

의료선의 마취의는 조금 약체여서 잠시 시간을 흐른 후 겨우 보고했다.

“BV는 7을 유지하고 있고요, 체온은······.”

그는 난처한 듯 수술실을 둘러보며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실내 온도를 조절할까요?”

수술실엔 환자 체온을 조절할 만한 설비가 없었다. 의료 이념 문제, 혹은 돈 문제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대량 출혈, 수혈 환자의 체온을 유지하는 건 매우 중요했다. 운화병원은 그 방면에 까다롭게 요구했고, 시리즈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곽종군은 좌우를 살피다가 물었다.

“배에 전기담요 있나? 있으면 가지고 오게.”

위생원 하나가 냉큼 달려 나갔다. 수술이 이 정도쯤 되면 이미 운화 893호의 컨트롤 범위를 벗어났다. 위생원들은 모두 넋이 나가서 고분고분 시키는 일을 했다.

지방 구조국 일원인 운화 893호는 보통 한 자릿수 부상자를 마주하고 트랜스와 임시 수용 위주로 일했고, 고난도 수술은 애초에 훈련 목표가 아니었다.

곽종군은 군의관 출신이라 의료선 분위기에 매우 익숙했다. 그들이 매우 용맹하고 신속한 건 알지만, 실력은 정말 떨어졌다.

요즘은 군 병원도 내림세인데, 의료선을 제대로 꾸리기는 더욱 힘들 것이었다.

곽종군은 능연이 열심히 움직이는 걸 보고, 또 아까 찍은 사진도 확인하고 신장은 아직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고는 시간을 내서 연문빈을 불러올리고 자리를 내주었다.

“보급선은 언제 도착하나? 혈액 가지고 오나?”

“가장 빠른 보급선도 2시간은 있어야 합니다. B형 혈액은 1,600cc밖에 없고요.”

마침 진료실에서 도우러 달려왔던 임홍후가 대답했다.

“모자라겠네.”

“4팩이나 더 오는데도 모자랍니까?”

얼굴을 찌푸리며 하는 곽종군의 말에 임홍후가 놀라서 물었다.

“그다음 사람은 안 씁니까?”

곽종군이 입을 삐죽였다. 응급의학과 주임을 오랜 시간 해온 곽종군은 절대로 희망을 ‘어쩌면’에 걸지 않는다. 희망이 사라지면 다른 사람 목숨도 같이 없어지니까.

이런 대형 구조할 때 곽종군은 다른 사람 목숨을 구하다가 다친 부상자가 혈액 부족으로 죽게 둘 사람이 아니었다.

임홍후는 침을 꼴깍 삼키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면 선원을 동원하죠. 배에 B형이 적어도 10명은 있겠죠. 한 명당 400c만 되어도 4,000cc입니다. 나머지는 육지에서 계속 받으면 충분할 겁니다.”

임홍후는 지금 육지에 요청해도 운화 혈액고에서도 적당한 혈액을 조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보내는 시간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상황을 잘 아는 곽종군도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현장 구조가 아직 안 끝났고 나중에 부상자가 더 생길 겁니다. 선원은 아직 얼마나 더 일을 해야 할지 몰라요. 쉬지도 못하고요.”

채혈하고 나면 장시간 작업은 못 할 게 분명했다. 작업 강도를 낮춘다고 해도 작업 효율에도 영향을 준다.

“그럼 어쩌죠?”

임홍후가 조금 짜증이 난 표정을 지었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이 부상자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는 여전히 진지하게 수술하는 능연을 바라봤다. 알게 된 지 몇 시간 안 됐지만, 능연의 손에서 부상자를 뺐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보급선엔 선원이 몇이나 됩니까?”

“이렇게 중요한 임무니까, 정원 모두 탑승했을 겁니다. 간판 따러 오는 놈도 있을 거고, 새로 충원된 의료진도 있겠죠? 적어도 백 명?”

곽종군이 갑자기 묻는 말에 임홍후가 무심결에 대답했다.

“채혈합시다.”

곽종군이 고개를 들어 벽에 붙은 시계를 바라봤다.

“최고 속도로 달리라고 하세요. 쾌속정을 파견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요. B형 선원이 B형 혈액을 우선 들고 오라고 하세요. 그리고 그쪽은 가서 사람 모아서 채혈 준비해요. 혈액고 진단의학과 사람 다 불러서 한 시간 뒤에 모두 채혈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합시다.”

“B형 선원이, B형 혈액을 들고······말입니까?”

임홍수는 갑자기 으스스한 마음으로 곽종군을 바라봤다.

곽종군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시간을 다투는 이때, 뭘 따집니까. 전에 내 선생님은 수술하면서 채혈도 한걸요. 맞다, 이따 정리해서 현장으로 파견 가거나 의료선에 남는 사람은 우선 채혈하지 말아요. 그리고 육지로 돌아가는 사람은 모두 채혈하고 가라고 하도록. 400cc씩.”

“네!”

임홍후는 긴장해서 하마터면 경례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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