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81화 (462/877)

“헌혈하고 10분 있다가 가세요.”

간호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당부하자 피 뽑으려고 줄 서 있는 거친 남자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까 누가 고개를 끄덕였냐는 듯 헌혈증을 가지고 본선으로 돌아갔다.

구조 요원 5명도 배로 올라와 헌혈하겠다고 했지만 임홍후가 거절했다.

초반에 현장에 파견되어 지금까지 24시간 작업해서 이미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의료선에도 적당한 휴식 공간이 없었고, 그들이 기다렸다가 교대하고 헌혈할 생각이라고 해도 지휘부에서 동의하지도 않아서 유감인 듯 다행인 듯 보급선에 탔다.

“멀쩡히 돌아갈 수 있는 것만 해도 좋은 일이지. 기운 내자고.”

보급선 선원과 그들은 인사 방식이 달랐다.

구조대 남자들은 갑판에 묵묵히 앉아 있었다.

“임무만 잘 마무리하면 됩니다.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말아요. 우리 좀 보세요. 현장에도 안 가지, 여기 왔다가 바로 돌아가도 똑같이 자랑스러워합니다.”

보급선 일등항해사가 위로하는 말을 전했다. 그들은 화물을 운송하는 것 외에도 사람도 이동시켰다. 그보다 더 빠른 타임 보급선은 사람을 현장에 보내기도 했다.

보급선 일등항해사도 사실 구조 대원들의 마음을 이해했고, 심지어 감탄하는 마음도 있었다.

구조 요원 5명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일등항해사는 몇 마디 더 하고는 가서 일 보고 배를 출발할 때, 구조 요원 5명이 모두 일어나 현장 방향으로 경례하는 모습을 봤다.

일등항해사는 한숨을 내쉬면서 그들이 경례를 마치길 기다렸다.

“현장 상황이 안 좋다면서요?”

“배 두 척이 거의 침몰 직전입니다. 아직 안에 있는 사람도 있어요.”

선두 구조 요원이 드디어 말을 꺼냈다.

“우리가 현장에도 익숙하고 경험도 있는데, 우리가 갔어야 해.”

“에이, 뒤에 사람한테 공 세울 기회를 줘야죠. 농담입니다. 농담.”

일등항해사는 바보같이 웃으면서 다른 4명을 바라보며 인사치레를 했다.

“아까 구조 요원 8명을 보냈는데 다들 멋지고 말도 잘하더라고요.”

“우리 팀도 8명입니다.”

선두 구조 요원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럼······.”

일등항해사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서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다 다쳐서 의료선으로 보냈습니다.”

선두 구조 요원이 갑자기 묘한 웃음을 터트렸다.

“둘은 많이 안 다쳤고, 하나는 중상인데 순조롭게 수술 중이라네요.”

일등항해사는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서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다 자기 복은 타고나는 거니까, 수술 분명히 잘 될 겁니다.”

“그래요. 수술 잘 되어야죠.”

계속 이야기하던 구조 요원뿐만 아니라 계속 침묵하던 대원들도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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