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83화 (464/877)

“능 선생, 좀 쉬어.”

연문빈도 임홍후과 교대하고 수술대에서 내려왔다.

임홍후는 주치의지만 수술 기회가 사실 매우 적었다. 매년 고정된 훈련 수술 한두 번이 고작이었다.

오늘 같은 구조 현장은 그가 마음껏 수술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평소에 수술량이 많지 않아서 위에서 마음을 놓지 못할뿐더러 본인도 마음 놓고 집도하지 못했다.

능연 등 대빵이 주요 수술을 끝낸 후에 나머지 자투리 수술을 하거나, 옆에 지켜보는 사람이 있을 때나 안심하고 수술할 수 있었다.

그러니 연문빈조차 옆에서 그를 지도하는 수준이었다.

사실 손이나 발은 연문빈의 경험이 임홍후보다 10배도 넘었고 일반 골절 수술도 둘이 막상막하였다.

의학은 어디까지나 경험 과학이고, 경험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만 이론과 기기 설비를 논할 자격이 된다.

능연은 편안한 눈빛으로 수술실을 둘러보면서 사람들이 모두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걸 보고는 연문빈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 장갑을 벗고 나갔다.

배 위의 수술실은 층류 수술실도 아니고 에어컨도 힘이 부족해서 사람이 많아지면 환자 감염 위험이 늘어나는 동시에 안에 환경도 불편해진다.

물론 복도에 공기도 마찬가지로 안 좋았다.

“주임님, 배 안 공기가 오염됐습니다.”

능연은 따라 나오는 곽종군을 향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음, 돌아가야 할 사람은 돌아가라고 이미 말해두었네. 경상자를 우선 보내고, 교대로 온 구조 요원도 보내도 되네. 중상자는 하루 더 살펴보고 상황을 보도록 하지. 현장에서 부상자가 더 오면 후송을 고려하세. 아니면 배를 아예 돌리거나.”

곽종군은 매우 가볍게 말했다. 운화 893호는 원래 의료선이고 게다가 중소형 보조 의료선이라 부상자를 운송하는 게 기본 목적이었다. 다른 배로 부상자를 이송하려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이제 막 큰 수술을 한 부상자는 육지 병원으로 보내 ICU에서 이삼일 관찰해야 하는데 이 배에서 내려 의료 시설이 없는 선박으로 이동하는 건 기본적으로 불가능했다.

곽종군도 의료선 운행 모드에 맞춰서 본인의 생각을 넣은 것이었다.

능연은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안을 얻으면 그만이었다.

“씻으러 갑니다. 무슨 일 생기면 부르세요.”

능연은 쿨하게 자리를 떴고, 동시에 머릿속에 시스템 제시어가 떠올랐다.

- 퀘스트 완성: 그를 살려라!

- 퀘스트 내용: 부대장을 살려라.

- 퀘스트 보상: 근육통 해소

이어서 손바닥만 한 파스가 약한 붉은 빛을 내며 능연 앞에 나타났다.

“붙이면 한 달 동안 근육통 해소?”

-그렇습니다.

“목욕해도 안 떨어지겠지?”

-네.

능연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파스를 붙이지 않고 욕실로 들어갔다.

온몸이 쑤실 때 목욕하면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시스템에 그 즐거움을 뺏길 수는 없었다.

능연은 통쾌하게 15분 동안 목욕을 즐겼다.

보통 배였다면 깨끗한 물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운화 893은 최근 이틀 동안 보급품이 너무 충분했다. 혈액 같은 물건뿐만 아니라 정수, 오일류 같은 것들도 보급선이 올 때마다 보충되었다.

의료진으로서는 충분한 식량과 무한 공급되는 물, 전기가 최근 이틀간 모처럼의 오락이었다. 사실 밥 먹고 목욕하는 시간 외에 다른 개인 시간도 없었다. 오늘까지 의료선의 절반 정도 인원은 눈 붙일 시간도 없었다. 능연도 스태미너 포션을 두 병이나 마셨고.

다른 의사나 간호사와 비교하면 그의 작업량은 훨씬 컸고, 에너지 소모도 엄청났다. 그래서 스태미너 포션으로 12시간 버티기도 힘들었다.

물론, 배에 있는 다른 사람 눈에는 능연이 무서울 정도였다.

수술실에서 그가 순조롭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이유에는 잘생김을 제외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만한 에너지도 있었다.

몸을 깨끗이 닦고 옷을 입은 다음 거울 앞에 선 능연은 갑자기 시스템에게 물었다.

“시스템, 내 간 절제 스킬 몇 등이야?”

-당신이 터득한 간 절제 스킬 수준은 운화 시 1등, 창서성 1등, 중국 3등, 세계 6등입니다. 앞으로 500에서 1,000번 정확한 간 절제 수술을 하면 승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 간 절제 기술, 마스터급 아니었어?”

능연은 그랜드마스터급 맨손 지혈 같은 본인의 다른 기술이 겨우 세계 2등, 그리고 마스터급 탕 법 봉합이 중국 77등인 걸 떠올리고는 간 절제 순위가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

-맞습니다.

시스템의 긍정적 대답에 능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랜드마스터급 간 절제가 되면 몇 등인데?”

-중국 2등, 세계 4등입니다.

시스템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당신의 간 절제 스킬은 거의 그랜드마스터급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500에서 1,000번 간 절제하면 그랜드마스터급으로 승급한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가능성 있습니다.

능연은 매우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몇백 건에서 천 건 가까이 간 절제 수술을 해오면서 간 절제 스킬 등급을 올렸다는 뜻이다. 그것도 그럴 만했다. 처음에 간 절제 수술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 장악한 스킬은 성공률부터 명확하게 달랐다.

“그렇다면 책을 좀 더 봐야겠군.”

능연은 파스를 붙이자 온몸의 피로가 가신 느낌이 들어서 휴게실로 돌아가 침대 머리맡에 기대서 아이패드를 꺼내 논문을 불러냈다.

편안하고 조용한 느낌이 들었다. 전쟁터에서 잠시 휴식하고 정비하면서 포격 사이로 취하는 작은 휴식 같은.

“조심해요.”

“미끄럽습니다, 조심하세요.”

어둠 속에 사람들은 서로 주의시키면서 갑판으로 올라왔다.

사람들은 뱃전을 따라 한 줄로 서서 동쪽을 바라보며 흔들흔들 바람을 맞았다. 앞쪽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고, 고개를 들면 시커먼 하늘, 아래는 시커먼 바다에 파도 소리와 주위에 사람 소리만 들렸다.

“앞으로 누가 나한테 바다 섬에 혼자 살라고 하면 욕해야겠다.”

간호사 하나가 갑자기 하는 말에 다들 살며시 웃었다.

“섬에 혼자 사는 건 그래도 낫지. 등대도 있잖아요. 산에 혼자 사는 게 진짜 무섭지. 고양이 보다 똑똑한 호랑이도 있다고요.”

“그렇게 보면 영안실이 더 안전하겠네요. 한 번 너무 늦어서 영안실에서 잤는데 다음 날 일어났을 때 윗분이 보고 놀라서 죽을 뻔했다더라고요.”

임홍후가 기억을 되살리며 그렇게 말하고는 속으로 ‘그때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곧 하늘에 한 줄기 빛이 바다 끝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흐릿한 아침 햇살이 천변의 불씨처럼 미약하지만 밝게 사람들의 마음에 기대와 감회를 불러일으켰다.

푸른 하늘, 붉은 아침노을이 더없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면서 조용히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서히 푸른 하늘이 또렷해지고 붉은 아침노을도 점점 넓어졌다.

“뜬다.”

누군가 나지막한 말과 함께 태양이 둥근 호를 그렸다.

사람들이 다시 조용해졌다.

어른들이 옆으로 나란히 서서 배에 기대서 묵묵히 일출을 바라보고 있었다.

“67명 구했어.”

“21명 중상이었고.”

“배에 온 환자는 다 살렸어.”

“모두에게 찬란한 날이군요.”

임홍후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의료선에서 몇 년이나 일하면서 여러 번 시련을 겪었지만, 이번이 임홍후가 겪은 최대 규모의 구조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구조 성과가 더할 나위 없이 빛난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말대로 21명 중상자가 모두 살았다는 건 어떤 기준으로 봐도 자랑할 만한 일이었다.

임홍후는 현장에 있는 사람 모두 표창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표창은 위에서 주는 거고 윗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번 구조 자체는 충분히 자랑스러웠다.

이건 나중에 손자에게 들려줄 만한 스토리지.

태양이 훠궈 안의 소고기 완자처럼 서서히 떠올랐다. 지켜볼 때는 계속 가라앉아 있는 것 같고 별 변화 없는 것 같지만, 잠시 한눈을 팔다가 다시 되돌아보면 벌써 떠올랐다.

임홍후는 탐욕스럽게 전방의 일출을 바라봤다.

바람이 멈췄다.

사람들은 모두 막 떠오르는 태양 아래 햇살 샤워하며 온몸이 따듯해지는 걸 느꼈다.

“집에 가자.”

임홍후의 얼굴엔 뿌듯함이 가득했다.

“집에 가자!”

좌자전의 얼굴엔 이런저런 생각이 가득했고.

“집에 가자.”

마지막에 돌아온 구조팀 대장이 보원초 방향을 향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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